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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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하면 누구나 들어 본 이야기지만,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삼국지 속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처세술을 많이 알게 된다고 들었다. 나 역시 삼국 지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 이책은 삼국지의 인물을 대상으로해 현대 심리학이론을 접목하여 소개한다. 삼국지는 내 스타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했지만 '심리학'을 소재로 가져 왔기에 궁금함이 생겼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삼국지 속으로 잠깐들어가본다. 그 유명한 삼고초려의 유비와 제갈량이 아니던가. 제갈량을 통해 우리는 어떤 심리학기제를 읽을수있을까.

어려움을 무릅쓰고도 곁에 두어야 할 사람이 있다

레온 페스팅거 Leon Festinger가 1954년 제시한 '사회 비교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객관적인 기준이 결여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비교 척도로 삼아 자신을 평가한다고 한다. 사회 비교 이론은 하향비교와 상향비교로 구분된다. 하향비교는 자신보다 열등한 대상을 비교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개인의 자아 만족감과 자신감을 향상시킨다. 이와 반대로 상향비교는 자신보다 우월한 대상을 비교 기준으로 삼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개인의 처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으로 평가해 개인의 처지가 실제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P.15-16)

제갈량은 방통에게 이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주었다. 서로의 능력과 평가가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 상태에 따라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의 운명이 달라졌던 것이다. 제갈량으로서는 방통이란 존재가 탐탁치 않았겠지만 그 둘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했다면 또다른역사가 쓰여졌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갈량의 인간적 면모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지만 그 역시 여느 인간과 같은 마음을 보여준다. 삼국지의 인물들에게서 배우는 심리적 현상과 영웅이란 타이틀 속에 감춰졌던 속내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큰 뜻을 품었다면 웅덩이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마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초두효과를 뒤엎으려면 근인효과를 이용하면 된다. 다시 말해 최근에,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괄목상대할 만한 성취를 거두면 이전의 나쁜 인상을 완전히 뒤엎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첫인상의 뿌리는 깊게 남는다. 속담에 '강산은 쉽게 바뀌어도 본성은 바꾸기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인식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한번 굳어진 인상을 바꾸려면 엄청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P.31)

근인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반드시 사전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 먼저 상황을 최악의 상태로 만든 다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다시 최상의 상태로 뒤바꿔야 한다. 방통은 '후광효과'도 '심드렁한 판매자 책략'을 구사하는 데도 재주가 없었다. 그러나 방통은 자신의 능력으로 '근인효과'를 이용해 못생긴 외모(선천적 불리함)와 인재에 목말라하지 않는 군주(후천적 불리함), 이 두 가지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합당한 지위와 대우를 쟁취해냈다.(P.34-35)

부탁할 때는 상대의 거절을 염두에 둬라.

사람은 사회 비교를 할 때 종종 유형화'의 편견에 빠진다. 유형화란 사람을 각기 다른 집단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집단 내부의 유사성과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차별성을 과장하는 경향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 더 우수하고 다른 집단은 자신의 집단보다 못하거나 결함이 있다고 생각한다.(P.81)

왜 진작 삼국지를 익어보려하지 않았을 까? 아마도 지금의내가 아니라 젊은시절의 나리면 인물들의 내면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득 이 시리즈의 ①권을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났다.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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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 싫어하던 바퀴벌레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 과학자의 이야기
야나기사와 시즈마 지음, 명다인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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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가끔 바퀴벌레가 보이기는 하던데... 내가 어렸을 때는 더 많이 보였었다. 지금이야 해충박멸하는 세x코 같은 업체도 있고, 가정용 해충박멸약도 많고, 아파트에서는 때되면 소독도 하고 하니 잘 보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어렸을 때, 여름이면 집 앞 마당 평상에서 잘 때가 많았다. 집 앞 마당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길 어귀였다. 응답하라 시리즈 보면 나오는 집 앞 골목에 있는 평상 같은... 거기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잠들곤 했는데, 가끔 얼굴이나 팔 어디쯤에 커다란 무언가가 툭 떨어지곤 했다. 날아다니는 바퀴벌레... (혹은 옆 무화과 나무 위에서 떨어진)였다. 그러니 당연히 내 기억 속의 바퀴벌레는 더럽고 징그럽고 보기 싫은 존재일 수밖에...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바퀴벌레의 매력에 빠진 한 사람이 등장한다. 아니, 바퀴벌레를 애완용으로 키운다고 하는데 우웩... 왜? 이런 의문을 갖고 펼쳐보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단순히 생물의 한 종인데 왜 바퀴벌레는 미움받을까? 그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순수하게 바퀴벌레의 성질이 싫다기보다 '모두가 싫어하는 존재', '해충',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이미지가 거대한 혐오감으로 뭉쳐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퀴벌레가 싫다는 사람조차 '싫다'라는 자기감정을 의심하며 '바퀴벌레는 왜 미움받을까'라는 의문을 품는다. 바퀴벌레가 꺼림칙하다면 부디 '왜 싫어하는지'를 곱씹어보길 바란다. 머릿속에서 실제 감정 이상으로 혐오감을 부풀리고 있는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자."(p.21) 라고. 


바퀴벌레를 해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다가, 무서워하고 소름돋게 싫어하고 할만한 존재인가를 생각하면 또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바퀴벌레를 대하는 마음 역시 '혐오' 감정에 해당한다면 바퀴벌레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바퀴벌레는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주변에 100마리는 더 있다."

"바퀴벌레는 사람을 공격한다." 


바퀴벌레에 대한 괴담이다. 음, 괴담이라면 사실이 아니란 말일까? 위의 두 가지는 나도 그렇게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바퀴벌레가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알집을 달고 다니기 때문에 슬리퍼로 내리치거나 약을 뿌리면 그 알집이 떨어져 나온다고 한다. 뭐,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 것은 아니지만 알이 그때 떨어져나오는 것은 맞는 것 같군. 그리고 한마리가 보이면 주변에 100마리는 더 있다는 것은 비번하게 나타날 경우 해충박멸업체에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음...어쨌든 있을 수 있다는 말인데??) 그리고 마지막,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은.... 사람을 적당한 높이의 착지점 정도로 여겼을 거라고 한다. 공격의 의도는 없었다는... 그래도 그 여름밤 내 얼굴 위로 떨어졌던 그 감촉은 정말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감촉이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바퀴벌레를 왜 좋아하게(?) 되었을까?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바퀴벌레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바퀴벌레'이기는 하지만 '바퀴벌레'처럼 안 보이는 아이들이 엄청 많았다. 그렇다면 나도 그게 '바퀴벌레'라고 혐오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역시 외모가 중요한 것인가? (아 --;; 그래도 시커멓고 커다란 그 바퀴벌레는 싫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이 저자가 알고 있는 수많은 바퀴벌레들은 일반인들도 그다지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은 특정 형태(색이나 크기)의 바퀴벌레는 저자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실내에 출몰하는 바퀴벌레는 배수구, 싱크대 등 잡균이 많은 장소를 통과했을 수도 있고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잡식성이므로 온갖 병원체를 운반할 수도 있다. 또 숲 속에 서식한다고 해도 어디서 무얼 먹고 왔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요소는 모든 생명체에 잠재해 있는 것으로 바퀴벌레에만 한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바퀴벌레에만 한정된 위험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러므로 거북이, 물고기 등 야생의 생물을 만지고 나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p.43)라고.


그러면 이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 왜 바퀴벌레를 연구하고 있는 것일까? 고등학교 졸업 후 자연환경을 공부하는 전문학교에 입학한 저자는 막연히 생물과 관련 있는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곤충자연관찰공원의 '곤충관' 구인을 보고 입사를 지원하여 채용되었다고 한다. 곤충관 직원들의 주요 업무를 '생물 사육, 전시 제작, 이벤트 운영'으로 나눈다고 한다. '생물 사육'은 곤충관의 무수히 많은 생물을 매일 보살피는 일이다. '전시제작'은 사육 중인 생물들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잘 보이도록 조정한다. '이벤트 운영'은 곤충관찰교실, 사육방법교실 등과 같은 이벤트를 운영한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바퀴벌레'를 혐오하지 말라는 이야기 뿐만 아니아 곤충관에서 일하는 직업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청소년이라면 진로 결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소재가 '바퀴벌레'라는 것보다 '곤충'으로서의 바퀴벌레를 바라보면 좋겠다. 그리고 곤충과 관련 있는 직업으로서도 살펴보길 바란다. 


저자는 곤충관 업무의 일환으로 곤충 중심의 사진 촬영과 사육 개체 채집을 위해 야에야마 열도(깊은 원생림 정글로 희귀생물이 많이 서식한다)에 방문한다. 그리고 여기서 히메마루바퀴와 처음 만나게 된다. 저자는 처음 사육하는 종은 인터넷에서 사육 정보를 찾거나 선례를 참고하는데 이 바퀴벌레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매뉴얼이 모든 걸 보장하지는 않는다. 같은 종이라도 개체 차이가 있고 사육환경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 


책을 통해 곤충을 다루는 직업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해충으로서의 '바퀴벌레'만을 알고 있던 나에게는 신선한 이야기였다. 다만, 학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퀴벌레의 이름을 일본어 그대로 읽어서 번역한 것은 조금 아쉬웠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이 없다고 한다면 학명으로 표기했으면 어떨까? 일본에서만 서식하는 생물이 아닌 이상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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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끌리는 사람들, 호감의 법칙 50 - 그 사람은 왜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까?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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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앞에 두고 '당신 비호감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여태까지 살면서 나름대로 나는 호감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첫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다들 말을 걸기 어려워하는 타입이긴 한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늘 내 주변에는 '사람'이 남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사람'을 내 자산처럼 생각한다. 


크게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욕 안먹고 그래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은 은근 기분이 좋은 일이다. 특히 프로젝트성 업무를 할 때, 외부 협력 업무를 할 때 그런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다만, 어떻게 하면 이러한 호감도를 좀더 높일 수 있을지, 그리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방법을 알려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늘 자신이 없었다. 알고 있는 것과 말로 표현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 책을 읽을 기회가 되어 회사에서 교육 때 활용도 할 겸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아래와 같은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끌리는 호감을 만드는 하루습관

스스로에게 호감 가는 사람이 되는 짧고 사소한 기술들

호감형 인간의 10가지 스타일

호감을 만드는 마인드리셋 keyword 8가지

호감을 부르는 실전 전략 Ⅰ

호감을 부르는 실전 전략 Ⅱ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을 신뢰하고 믿는다. 호감은 바로 '사람에 대한 좋은 감정'을 말한다. 나는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주변 사람을 잘 살펴보는 편이다. 좋은 사람 옆에는 좋은 사람이 늘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한다. 당신 주변에 호감 가는 사람을 두고 싶다면 당신부터 호감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호감을 주는 몇 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외모나 목소리처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다. 표정, 매너, 교양, 자기관리, 전문성 등을 보완한다면 선천적인 매력이 없더라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호감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데일 카네기는 '타인에게 호감 얻는 법 6가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따뜻하고 성실한 관심을 기울여라.

이름을 기억하라.

말하기보다 듣기를 잘 하라.

마음 속으로부터 칭찬하라.

미소를 지어라.

상대의 관심방향을 간파하라.


쉬운 듯 어려운 주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 노력은 우리도 충분히 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받으려면 스스로에게 호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힘이 큰 힘이 되어 타인을 끌어당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친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자신감과 자만심을 구분해야 한다. 자신감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고, 자만심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요즘은 나르시시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자기비하나 자기혐오보다 긍정적이기 때문이란다. 음...지나친 나르시시즘은 경계해야 하지만 말이다.


우리가 스스로 사랑하게 되는 계기,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자는 '독서'를 큰 힘으로 뽑았다. 책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독서'는 만능열쇠인 것 같다. 어쨌든 의식적으로 자신감을 높이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리고 당신을 더 좋아하하게 된다. 


책에서는 호감형 인간의 10가지 스타일을 소개한다. 리더형, 유머형, 겸손형, 아이디어형, 동경형, 순진형/백치미형, 리액션형, 마당발형, 세계평화주의형, 문제해결형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리더형과 문제해결형이 마음에 든다. 이 10가지 스타일로 모든 호감형 인간을 표현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 호감형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우선 저자는 호감을 만드는 마인드 리셋 키워드를 알려준다. 긍정성, 친숙함, 배려심, 진솔함, 낯섬, 긴장감, 동질성, 전문성이다. 


호감을 부르는 실전전략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좋을 내용이다. 내가 호감 가는 사람일 때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로 자리가 채워진다. 좋은 기운은 좋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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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는 법 - 비문을 쓰고도 모르는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글쓰기 법칙
이연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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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원들이 쓴 대외문서를 교정하는 일을 가끔 한다. 특별히 내가 글을 잘 써서라기보다 가장 기본적인 맞춤법이나 문장 호응 정도만 봐주는 편이다. 솔직히 이런 일을 한다고 말하면 '너는 얼마나 잘 쓰길래'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대놓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표정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나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특히 블로그 글을 쓸 때는 퇴고(거창하게 퇴고랄 것도 없지만)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오탈자는 물론이고 앞뒤 문장 호응이 되지 않는 글이 많다. 한 번만 다시 읽어도 고칠 수 있는 것들인데... 시간이 없어서라고....변명을 해본다.


어쨌든 그래서 이 책은 나의 손에 들어올 이유가 충분했다. 수시로 점검하고 기억해서 자연스럽게 내 글이 비문이나 번역투 문장으로 가득차지 않도록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대학 신입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저자의 고민이 드러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의 정보 검색 실력은 다른 세대와 비교할 때 가히 압도적이다. 몇 번의 타자와 클릭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은 당연히 제대로 된 글을 쓸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간편하고 편리해진 것은 맞지만, 정보생산자와 정보소비자로 딱 나누어진 느낌이다. 요즘은 정보생산자의 역할마저 AI에게 전가되고 있으니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문법에 맞는 글을 위한 비법'과 '오류 없는 글을 위한 비법', 그리고 '모양이 비슷해서 틀리기 쉬운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어를 끝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의 이유와 같다. 내가 20여 년 전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을 때 가장 강조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한국어에서 주어가 자주 생략되기 때문에 주어보다 서술어에 집중하라. 한국어의 서술어는 맨 마지막에 있으니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모든 문장은 글쓴이의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즉 생각을 의도대로 전달하는 것이 글쓰기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정말 제대로 된 문장을 쓰는 것은 어렵다. 문장은 최소 하나 이상의 주어와 서술어로 이루어지며, 여러 개의 주어와 서술어를 사용하면 길고 다양한 문장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서술어는 문장 맨 끝에 있는 서술어이다. 또한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은 문법에 맞는 문장을 작성하는 기본이다. 여러 개의 주어와 서술어를 잘 다스릴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문장을 쪼개는 것이 낫다. 


내가 우리 직원들의 글을 고쳐줄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바로 문장 쪼개기이다.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맞지 않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문장을 잘라준다. 문장을 짧게 자르는 것만으로도 훨씬 이해하기 쉬운 글이 된다.


또한 요즘 젊은 세대들이 쓰는 단어들을 보면 과도하게 생략하거나 줄여서 쓰는 말이 많다. 입말로 굳어진 표현들은 글을 쓸 때도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르다. 쓰기에서는 불필요하게 줄여쓰거나 생략하는 습관은 버리는 것이 좋다. 


유창한 글쓰기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어휘다. 한국사람이라고해서 국어사전을 보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낱말을 제대로 쓰기만 해도 좋은 글이 된다. 그리고 간편하고 익숙한 낱말이라고 해서 그대로 쓰기보다 명확한 표현을 찾아 쓰는 편이 더 낫다. 


"문맥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은 좋은 문장으로 거는 첫걸음이다. 글을 쓸 때만이라도 좋으니 국어 사전을 가까이하고 자신이 고른 어휘를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단어의 명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문장을 작성하는 행위나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마음가짐은 틀린 문장을 쓰는 지름길이다."(p.66) 


그렇다면 오류 없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저자는 누락된 문장성분 점검하기, 핵심메시지 점검하기, 어색한 표현의 오남용 점검하기, 반복되는 유사 표현 점검하기, 구어체와 문어체 구분하기, 어휘의 원래 의미 점검하기를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틀리기 쉬운 맞춤법 몇 가지를 살펴보자.  아래에 제시한 것을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헷갈리는 단어들임을 알 수 있다. 가끔 책을 펼쳐 읽으면서 머릿속에 조금씩 저장해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뵈요 vs 봬요 / 되다 vs 돼다   

어간 뵈, 되 뒤에 -어를 넣어서 자연스러우면 '봬, 돼' 어색하면 '뵈, 되'


가르치다 vs 가르키다 vs 가리키다

배움을 주면 가르치다, 지칭이나 지정하면 가리키다


왠 vs 왠

'왠지'만 빼면 거의 '웬지'


나아 vs 낳아

낳다는 낫다처럼 모음 앞에서 받침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vs 어떡해 vs 어떻해

어떡해는 '어떻게 해'의 줄임말이다


반듯이 vs 반드시

반듯하게는 반듯이, 틀림없이는 반드시


밤새다 vs 밤새우다

날이 밝으면 밤새다, 잠의 의미가 있으면 밤새우다


설렘 vs 설레임

설레다만 맞는 표현, 설레이다는 틀린 표현


부딪히다 vs 부딪치다

자발성과 주체성이 없으면 부딪히다, 있으면 부딪치다


맞추다 vs 맞히다

비교하는 건 맞추다, 틀리지 않거나 대상에 닿으면 맞히다


결재 vs 결제

서류와 관련 있으면 결재, 돈과 관련 있으면 결제


이었다 vs 이였다

이였다는 틀린 표현


–든 vs –던

선택 택일이면 든, 시간이면 던


들르다 vs 들리다

들르다는 오직 '경우하다'의 뜻만 있음


안 vs 않

'아니'가 말이 되면 '안', 말이 안되면 '않'


염두에 vs 염두해

염두하다는 한국어에 없는 표현


삼가다 vs 삼가하다

삼가하다는 틀린 표현


때우다 vs 떼우다

때우다만 사용


이따가 vs 있다가

잠시 후에는 이따가, 머무르다는 있다가


일부러 vs 일부로

일부로는 일부러의 잘못된 표기


-을(ㄹ)게 vs -을(ㄹ)께 / - 거 vs - 꺼

발음은 된소리가 나도 표기는 된소리가 아니다


금세 vs 금새

금세는 금시에


아니요 vs 아니오

문장종결어미는 오만 있다, 감탄사 '예'는 '아니요'만 대응


며칠 vs 몇일 

표준어는 며칠


피우다 vs 피다

피다 앞에 목적어가 오면 피우다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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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 - 1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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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추적과 음모


강청댁이 발끈해서 말했다. 두만네는 내가 또 실술 했구나 싶었던지 애매하게 웃으며 강청댁을 힐끔 쳐다본다.

"하기사 자식이란 애물이지."

얼버무려놓고 맷돌중쇠 가에 남은 메밀가루를 쓸어낸다.

"속이 상해서....…. 성님."

"와."

"아무래도 임이네 그 제집은 화기가 있소."

“무신 말을 그리 하나."

“제 서방 두고 남우 사나한테 꼬리를 치니 하는 말 아니오. 그년, 제집아 적부터 성하지는 안 했일 기요, 행실이∙∙∙∙∙∙ 생각 좀 해보소. 오양(외양)이 그만이믄 머 때문에 늙은 칠성이한테 왔겄소? 손가락도 없는 병신한테 왔겠느냐 말이오."

“강청댁,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함부로 하노."

“다 짐작이 있으니께."

두만네는 메밀가루를 쓸어내다 말고 정색을 한다.

"큰일 나겄네. 그런 말 함부로 하다가 똥 묵을라."

“내가 똥을 묵을 긴가 그년 가랭이가 찢어질 긴가 그거사 두고봐야 알겠지요. 그년 눈웃음에는 행토가 있소."

까무잡잡한 얼굴이 바싹 모여들고 얄팍한 눈꺼풀 밑의 작은 눈이 이글이글 탄다. 임이네하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 무정한 용이 태도는 모두 임이네 탓이기나 하듯 강청댁은 미움의 마음을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허어 이 사람이, 그런 소리 안 하네라 이웃 간에서 웃기 예사지, 구중 속에서 내외하고 사는 양반댁 아씬가? 조석으로 대하는데 불구대천지 원수도 아니겠고 웃으믄서 지내는 기이 머가 나쁘노, 칠거지악 중에 여자 투기가 든다 카던데 그만한 일 가지고 이렇고 저렇고 해봐야 니 얼굴 치다보지 임이네 얼굴 치다보겄나. 아예 남보고 그런 말 입 밖에 내지도 마라. 가리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지는 법이니께."

두만네는 윗돌을 들어 중쇠에 끼운다. 자루바가지 속에서 엿기름을 한 줌 집어넣고 손을 잡는다. 좋잖은 표정으로 맷돌을 덜덜 돌리기 시작했다.

두만네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막딸네같이 동네방네 말을 퍼뜨렸다면 쥐어뜯고 한판 싸움이 벌어졌을 것이다.  p.66~67


요즘 같으면 이런 걸 뭐라고 할까? 

내가 두만네였다면 강청댁도 임이네도 다 상관 안하고 살았을 것이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에 따라 삶이 얼마나 달라지는가.

또, 남의 인생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해봤자 돌아오는게 뭐가 있던가.

결국은 말이 씨가 된다.

강청댁의 악바리는 이해가 되다가도 그깟 남자 없어도 사는 것인데

애끓이며 매달려본들 무엇하랴...


치수는 천천히 눈을 들어 윤씨부인을 바라본다. 시선을 느낀 윤씨부인도 아들의 눈을 마주 대한다. 검은 점이 무수히 드러난 얼굴이었다. 잠 못 이룬 탓인지 눈 가장자리에 달무리 같은 푸른 빛깔이 드리워져 있었다. 처연한 모습이다.

'많이 늙으셨다.'

긴 눈매, 눈매의 눈동자만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의지와 힘이 사무친 듯 남아있다. 머리 모양 옷매무새는 방금 자리에서 일어난 것 같지 않게 단정하여 변함이 없다. 치수는 어머니의 흩어진 모습을 본 일이 없었다.

'여전하시다! 언제나 저 모습, 저 눈빛, 대장간에서 수천 번을 뚜드려 만든 쇠붙이 같으다.'

치수는 자신의 마음도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느낀다. 많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신을 맴돌았던 뜨거움은 싸이 소리내며 가는 것 같았다. 단련된 쇠붙이와 쇠붙이였다. 싸움터에서 적과 적의 칼이 맞닥뜨린 순간이었다. 쌍방이 혼신의 힘으로 겨루는, 숨결조차 내기 어려운 침묵, 긴장은 두 모자 사이의 공간을 팽팽하게 메운다. 치수는 어머니의 뻗치는 힘이 전보다 가늘어진 것을 느낀다. 대신, 보다 날카로워진 것을 피부로 심장으로 감득한다. p.68


나는 윤씨부인의 행동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치수와 구천이

윤씨부인은 두 아들의 아비들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 것 아닌가?

둘 다 밉던가, 둘다 사랑하던가....해야...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있다고.

그래서 그런걸까?

치수가 느꼈던 이유를 알 수 없던 거부감

자애스럽던 어머니가 남보다 더 먼 사람이 되어 버린 치수의 어린 시절

결국 치수를 허약하고 신경질적이고 잔인하고 방약무인한 젊은이로 만든 건

윤씨부인이었다.


윤씨부인은 지나간 늦가을 최치수가 장암 선생의 병문안을 위해 떠나던 날 자신이 일을 그르쳤음을 깨닫는다. 치수 없는 틈을 타서 서둘렀기 때문에 그렇기도 했으려니와 윤씨부인은 그들 불륜의 남녀를 위해 피신처까지는 마련해주질 못했다. 못했다기보다 안 했었는지도 모른다. 치수도 자식이며 환이도 자식이다. 서로가 다 불운한 형제는 윤씨부인에게는 무서운 고문의 도구요 끊지 못할 혈육이요 가슴에 사무치게 사랑하는 아들이다. 십 년 이십 년 세월 동안 윤씨부인은 저울의 추였으며 어느 편에도 기울 수 없는 양켠 먼 거리에 두 아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치수를 가까이하지 못한 것은 물론 죄의식 때문이나 그보다 젖꼭지 한 번 물리지 않고 버린 자식에 대한 연민 탓이기도 했었다. 환이를 돌보지 못한 일 역시 치수에 대한 의무와 애정 탓이 아니었던가. 결국 십 년 이십 년 세월 동안 윤씨부인은 어느 편에도 기울 수 없는 저울의 추가 되어 살아왔었다. 치수의 눈을 피하여 환이를 도망가게 하면서도 피신처까지는 마련치 못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뻗쳐줄 어미의 손길을 결박당한 채 감내해온 긴 세월이 윤씨는 아직도 많이 남았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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