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별건가? - 이탈리아를 입고 먹고 마시는 남자 오세호의 쉬운 와인 이야기
오세호 지음 / 책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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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잘먹는다고 자랑하는 것(구체적으로는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은 정말 쓸데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적당하게 마시는 술은 삶에 약간의 즐거움을 보태준다. 술은 분위기를 좋게 하고 약간의 흥을 돋우며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끔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처럼, 와인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실 기회가 없었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와인을 볼 수 있을만큼 대중화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도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격식 있는 자리에서 마시는 모습을 자주 보았고, 소주나 맥주처럼 쉽게 마시기보다 고급 와인잔에 비싼 안주와 함께 마시는 술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2~3년전쯤부터 마트에서 행사를 할 때나, 편의점에서 특가행사를 할 때 와인을 사보았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시음 시 맛있었던(초보자가 마시기 좋은 와인을 권했을 것이다) 와인을 한 두병씩 사왔다. 어느 온도로 보관을 해야할 지는 잘 몰랐지만(아, 이것도 사실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없게 하는 점이기도 하다. 와인셀러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하나?) 집에 있는 컵에 따라 한두잔씩 마셔보았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는 공부 좀 하고 마셔야하나 하는 생각이....

때마침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와인이 별건가? 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와인이 별건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와인 공부하지 말고 마시자!

대부분의 책이 '와인 초보자를 위한'이라고 하고는 와인 전문가나 소믈리에가 하는 절차를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와인공부를 시작하는 사람 대부분이 와인 마시기보다 와인병 따기, 와인 잔 잡는 법, 와인 마시는 법 등을 배우는데 저자는 이런 광경을 보고 '소믈리에를 준비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식전주를 마시든, 행사나 모임에서 술을 마실 때 그런 것을 배우지 않고도 잘 마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와인잔을 어떻게 잡아야하는지 와인의 맛을 어떻게 음미해야하는지 남의 얘기를 한참 듣다보면 정작 나는 와인에게서 멀어진다.

"와인 매너의 시작은 의외로 매우 쉬우며 간단하다. 소믈리에에게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추천을 받고 에이스팅 역시 소믈리에에게 부탁할 수 있고(보관 상태가 나쁜 와인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와 맛을 보고 나서 식욕을 잃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 다음 음식과 와인을 음미하면서 분위기를 즐겨보자.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비싸게 사 마시는 와인에는 이 모든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당당하게 서비스를 잘 받는 것, 어쩌면 이것이 와인 매너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p.56)

저자는 와인도 클래식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클래식 와인하면 가장 오래되고 가장 적합하며 전통적인 생산 지역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며 일종의 등급은 와인생산방법과 포도품종과 지역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라 와인을 고르는 결정적인 정보가 되어준다. (p.123)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클래식 와인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시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아마로네, 돌체토가 그것이다. 많은 종류의 와인이 있지만 저자는 "오늘 당신이 마신 와인이 초고였다면 당신에게는 바로 그 와인이 바르바레스코가 아니겠는가! 와인 공부할 시간에(지금 읽고 있는 이 책도 덮어버리고) 지금 당장 나가서 와인 하나라도 더 마셔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찾아보자!"(p.137)라고 말한다.

part3에서는 와인과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가 나온다. 와인 페어링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와인에는 이런 음식과 먹으면 좋다 해서 준비해봤지만 그 차이를 잘 몰라서 나중에는 그냥 내 맘대로 먹었다. 사실 격식있고 비싼 자리에서가 아니라 집에서 혼자 마셔서 가능했을 수도 있다. 저자는 와인 페어링 역시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와인페어링은 와인 마리아주라고도 한다. 음식 궁합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저자의 경험에 의한 와인 궁합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도 그건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말하며 절대 외우지 말 것을 주문한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과 거기에 맞는 음식은 내 입맛에 맞추면 된다.

"와인과 음식 궁합은 극히 주관적이다. 단, 와인과 음식의 캐릭터를 섞는 것이 아닌 조화롭게 하는 것이라는 점만 염두하고 설레는 도전을 계속 이어 나가길 바란다."(p.160)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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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 황폐한 풍요의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다
마이클 해리스 지음, 김하늘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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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장 쓰레기언덕으로 시작한다. 산불이 나서 연기 기둥이 치솟고 재가 쏟아지는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저자는 세상이 타들어가는 동안에도 태평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회상한다. 그만큼 무뎌졌기 때문일까?

하지만 점점 괴리감을 느껴가던 저자는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도파민 시스템, 인류의 생존을 위해 성장만이 답이라는 주장 등과 같은 ‘소비문화’가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이클 해리스는 먼저 ‘성장'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날 것을 이야기한다. 1972년 MIT 연구팀이 발간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의 공동저자인 요르겐 랜더스를 찾아간다. 잘사는 국가에서 GDP가 상승하더라도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으며, 부유층에만 이득을 안겨주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오히려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 사이의 격차는 벌어지기만 한다.

그런가하면 우리 뇌의 도파민 시스템도 소비문화를 자꾸 강화하게 하는 요인이다. ‘광고’를 통해 필요해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욕망에 의한 소비로 변질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솔직히 인플루언서들의 광고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지만, 나의 소비패턴을 읽고 그것을 사라고 부추기는 수많은 광고를 만나다보면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음에도 소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해리스는 그런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고 생각하는걸까? 2부로 넘어가면 수제, 숭고, 돌봄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를 이야기한다. 소비가 아닌, 소비로 나를 정의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찾아간다.

손으로 자작나무 카누를 만드는 존 가드너.

그를 통해 직접 물건을 만들고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물질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소비문화는 우리를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의 지배자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저 거대한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임을 깨닫고 보면 물질과 소비에 더이상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이클 해리스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 세대가 겪어야 할 돌봄에 대해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서로 보살핀다는 특징이 인간 문명을 정의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더 확산될 것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물질과 소비 문화에 빠져 잊어버린 채 살고 있던 삶의 이야기에 대해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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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미술관 - 당신의 기본 권리를 짚어주는 서른 번의 인권 교양 수업,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박민경 지음 / 그래도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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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했던 저자는 그림에서 인권을 보기 시작했다. 들라크루아의 <키오스 섬의 학살>은 그리스 독립에 대한 당대 지식인들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프랑코 독재가 자행한 끔찍한 국가 폭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저자는 인권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기 위해 그림 이라는 매개체를 선택했다. 


이 책은 인권의 주요 개념을 여성, 노동, 차별과 혐오, 국가, 존엄 등 크게 다섯 개의 카테고리로 나눈다.


제 1 부 여성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세계인권선언> 제 1 조 -


고문하는 바토리 백작부인

그녀는 정말 희대의 살인마였을까?

헝가리 화가 이슈트반 초크의 <고문하는 바토리 백작부인>이라는 작품의 배경은 '피의 백작부인'이라는 잔혹하고 무서운 이야기이다. 바토리 백작부인은 그녀의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처녀의 피를 마시고 그 피로 목욕도 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이 잔혹한 전설은 자극적인 소재와 비극적인 결말 덕분인지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졌고 대부분의 작품에서 바토리 백작부인은 퇴폐적이고 욕망에 사로잡힌 주인공으로 묘사된다. 


저자는 중세 유럽이야 마녀사냥이 판을 치던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시대였다고 해도 오늘날에도 그런 시선으로 여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바토리가 마녀사냥의 타깃이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가 없는 이야기들을 엮어서 한 여성을 미치광이이자 희대의 살인마로 만든 것은 아닐까? 문제는 여성을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이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있다는데 있다. 


'여자는 아름다워야 한다', '여자는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여자가 잘나가면 꼴사납다'와 같은 400여년 전의 시선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여자는 그 정도 돈만 받고 일해도 되지', '여자가 일해서 버는 돈은 반찬값 정도나 되지', '남성 관리자 말을 잘 들어야지', '여자는 감정적이고 지능이 부족해서 선거에 참여할 수 없어' 이제 '여자는 ~해야 한다'라는 시선을 거두어들일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p.19)


그림을 매개체로 하여 저자는 인권을 풀어낸다. 그리고 다음에는 관련 있는 키워드를 설명한다. <고문하는 바토리 백작부인> 그림 뒤에는 '마녀사냥'과 '성차별'을 소개한다.  


제 2 부 노동

모든 사람은 노동 시간의 합리적 제한과 정기적인 유급휴가를 포함하여 휴식과 여가의 권리를 가진다.

-<세계인권선언> 제24조-


<볼가 강의 노동자들>은 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이 볼가 강에서 배를 끌어내고 있는 인부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노동자들의 얼굴은 고단함으로 가득하고 그 사이에 아직도 10대로 보이는 소년도 힘겹게 일을 하고 있다. 가난한 이들에게 노동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노동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존엄한 가치를 가진 권리이다. <세계인권선언> 제23조와 제24조는 노동의 권리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일, 직업의 자유로운 선택, 정당하고 유리한 노동조건, 그리고 실업에 대한 보호의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노동시간의 합리적 제한과 정기적인 유급휴가를 포함하여 휴식과 야가의 권리를 가진다.' 한국의 노동 현실은 이러한 노동의 권리를 지키고 있는가?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한 가슴 아픈 사고들을 떠올려 보라. 저자는 이러한 노동의 권리를 국가가 헌법으로 보장해주기를 촉구한다.


제 3 부 차별과 혐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세계인권선언> 제22조-


스웨덴 화가 다비드 클뢰거 에렝스트랄의 <흑인과 앵무새와 원숭이>는 평화로운 미소를 띠고 좋은 옷을 입은 흑인 소년의 행복한 모습이지만, 그 이면을 알면 그림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즉 이 그림이 그려진 17세기 유럽에서는 동물원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그림 속 흑인 역시 수집된 동물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잇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물건처럼 매매 대상이 되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모두 사라지고 만다. 수백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저항하고 희생을 했어도 여전히 무고한 희생자들이 나오고 차별은 멈춰지지 않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그 선언의 적용 대상을 '모든 사람'이라고 명시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제 4 부 국가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세계인권선언> 제3조-


한국에서의 학살_파블로 피카소

피카소는 한국과의 인연이 있는 화가이다. 그가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은 1951년 미군이 개입해서 발생한 황해도 신천 양민 학살사건이다. 그림의 왼쪽에는 약자인 여성, 노인, 어린아이들이 배치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총칼로 무장한 남성들이 있다. 무방비상태의 한국인을 제국주의의 상징인 미군이 위협하고 있는 모습(p.194)이다. 피카소가 그린 작품임에도 2022년에서야 한국에서 최초로 전시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메두사의 땟목>이라는 테오도로 제리코의 그림을 소개한다. 이 그림은 메두사호라는 실제 군함의 난파 사건과 당시 버려진 열 다섯 명의 생존자의 실화를 담은 그림이라고 한다. 메두사호는 국가가 관리하던 군함이었음에도 고위직 장교들만 살리고 나머지 선원들과 승객을 버렸던 것이다. 이후 열린 재판에서도 고작 3년 형만이 선고되었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면 한국사람이라면 아마도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을까?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보장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재난 피해자들을 권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국가는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국가의 책임은 무엇인가? 이는 비단 세월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 이후로도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들이 있다.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가 국가일 이유가 있는가? 그 선봉에 서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치인들의 행태가 토악질이 나올 것 같다. 


제 5부 존엄


이 선언의 어떠한 규정도 어떤 국가, 집단 또는 개인에게 이 선언에 규정된 어떠한 권리와 자유를 파괴하기 위한 활동에 가담하거나 또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세계인권선언> 제30조-


세계인권선언 제23조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첫번째 조항에서는 그에 앞서 '모든 사람의 존엄함'을 강조한다. 직업 선택의 권리와 존엄권 모두 중요한 권리이다. 그러나 제30조에 따르면 여기에 나열된 권리를 파괴하는 활동에 가담하면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고 명시되어 있다. 어떠한 환경에서든 인간의 존엄은 가장 중요시되어야 한다. 


확실히 글로만 표현되어 있던 조항들을 그림과 연결지어 설명하니 이해가 잘 된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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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돈 버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힘 - 한 줄 쓰기부터 챗GPT로 소설까지
남궁용훈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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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먼저 보자.

한 줄 쓰기부터 챗GPT로 소설까지

평생 돈 버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힘

나는 이 책이 '비즈니스를 위한 글쓰기', 즉 실용서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평생 돈 버는' 글쓰기였다.

프롤로그를 읽어보면, 3페이지에 걸쳐 지금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나 이 책이 지향하는 비즈니스 글쓰기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비즈니스의 뜻과 글쓰기를 합치면 비즈니스 글쓰기는 '금전을 대가로 글을 쓰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의역하면 '경제적 이익을 위한 글쓰기'입니다. (P.22)

이 책의 지항점은 바로 이것이다. 글을 써서 돈을 벌자.

저자는 글쓰기에 대한 두가지 편견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글쓰기는 문학이라는 예술 범주에 가둬 놓는 편견

둘째, 비즈니스 글쓰기를 보고서, 기획서, 계획서 같은 회사에서 사용하는 글쓰기로만 생각하는 편견

내가 생각했던, 실생활에서 내게 필료한 비즈니스 글쓰기는 저자가 말하는 두번째 편견에 해당한다.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은 안해봤지만 뭐 이왕 펼친 책, 글쓰기에 대한 기본은 배울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파트2에서는 글쓰기 기본기를 다지는 방법 7가지를 소개한다. 글쓰기 책에서 뇌과학을 만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저자는 우리 뇌가 게으른 행동을 하게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발달한 듣기에 비해 문자를 이용한 글쓰기는 고도의 에너지 활동을 해야하므로 뇌가 글쓰기를 거부한다. 그러므로 뇌가 인지하기 전에 우선 행동하여 글쓰기가 당연한 행동이라고 인식하게 한다. 이 방법은 작동흥분이론으로 증명된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이 쓰는 글이 수준이 낮다고 고민하지 말라고 한다. 퇴고를 하다보면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저자는 글쓰기는 창조가 아니라 오히려 '모방'이라고 말한다. 글의 시작은 자료 수집으로부터 시작하며 글을 못 쓰는 것은 아직 자료를 덜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수많은 저자들의 생각과 글을 인용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방법과 기술을 모아놓은 책이고 한편으로는 모아진 자료를 공유하여 독자들도 저자가 될 수 있다고 외치는 책이다. 수많은 인용은 남의 권위를 빌려와 주장을 뒷받침하고, 먼저 했던 연구나 사색의 결과를 바탕으로 확장할 수 있으며, 사실에 대해 더 깊이 알려고 하는 독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해준다.

또한 독서는 글쓰는 사람에게는 기본이다. 체계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고, 어휘력이 좋아지며, 책을 읽으면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할 수 있고, 좋은 글이 어떤 글인지 알게 된다.

파트3에서는 짧고도 사소한 글쓰기 스킬 9가지를 알려준다.

1. 말과 글은 하나다. 말하듯이 써라. 글은 원래 말이므로 말하듯이 쓰면 된다.

2. 좋은 글은 쉽게 읽히는 글이다. 좋은 글을 쓰는 12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짧게 쓴다, 쉬운 말로 쓴다, 요점을 명확하게 잡아준다, 정확한 사례를 든다, 죽은 은유나 비유를 사용하지 않는다, 수치는 머리에 연상되게 한다, 사실을 쓴다, 구성을 잘한다, 리듬을 만든다, 입말로 쓴다, 여운이 없는 명확한 글을 쓴다, 반복한다.

3. 독자를 앞에 놓고 쓴다. 즉 목적에 충실한 글을 쓴다. 메시지, 이메일, 보고서 등 기능적 글을 쓸 때는 특히 글을 쓰는 목적, 독자는 누구인지, 어조는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4. 문장과 단락은 짧고 촘촘하게 자른다.

- 절대 원칙 하나: 문장은 70%가 적당하고 최대한 한줄 반을 넘기지 말라.

- 절대 원칙 둘: 한 문장은 하나의 개념, 한 문단은 하나의 주장만 넣는다.

5. 수동형 문장은 절대 쓰지 마라. 수동형 문장을 안 쓰려면 주어를 살아있는 생물로 바꾸면 된다.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면 이중피동문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6. 스토리로 밤새워 읽게 만든다.

7. 제목과 첫 문장, 마지막 문장으로 읽고 싶게 만든다. 마지막 문장을 쓰는 방법은 다음 과 같다. 주제를 다시 강조한다, 제안하거나 호소, 당부한다,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약속한다, 남의 말을 인용하여 끝낸다, 결론 낸다, 요약한다, 해법을 제시한다, 판단과 결정을 내린다, 앞부분의 주장을 다시 강조한다, 질문한다.

8. 대사, 구체성, 묘사로 글에 생명력을 넣는다.

9. 퇴고를 한다.

파트4에서는 고난도 글쓰기 스킬을 알려준다. 문장을 잘 쓰는 기본 항목을 이렇게 제시한다. 무조건 단문으로 쓰고 간결하게 쓴다. 불필요한 접속사, 수동태, 단어중복, '을/를, 이/가', 형용사와 부사, 어려운 한자나 전문용어, /의/는 생략하라고 알려준다.

이러한 방법을 다양한 예시와 예문으로 풀어놓고 있으니 필요한 사람은 참조하면 되겠다. 파트 5, 6, 7은 실전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한 내용이다. 즉 저자가 강조하는 비즈니스 글쓰기 돈버는 글쓰기의 방법이다. 블로그 글쓰기나 챗GPT를 이용한 글쓰기 등도 소개한다. 앞 부분에서 기본적인 글쓰기 스킬을 다루었다면, 파트5부터는 실제로 돈버는 글쓰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다. 요즘 챗GPT와 협업하여 쓴 글이나 관련 글쓰기를 접하게 된다. 실제로 나도 회사에서 쓰는 문서에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막연한 글쓰기의 두려움을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은 감소시키기도 하였다. 기술의 발전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선물이 될 수도 파멸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었으며, 제 생각을 담아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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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어요 작은 곰자리 65
아멜리 자보 지음, 아니크 마송 그림, 이정주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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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어요.

이 말을 부모에게 혹은 선생님에게, 또는 또래친구들에게 털어놓거나 고민상담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될까? 많은 책과 상담자들이 주변 어른이나 또래 친구들과 상황을 공유하라고 전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부모에게 쫓아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들보다 이 그림책 주인공처럼 혼자만 끙끙 앓는 아이가 훨씬 많다. 그림책에서만 보던 나쁜 늑대같은 친구가 샤를로트를 괴롭히고 못살게 굴지만, 그런 사실을 털어놓기엔 너무 부끄럽다. 샤를로트는 특별한 이유 없이 놀림을 당하고, 미움을 받고,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샤를로트의 배 속에 기분 나쁜 덩어리가 생겨나고 그것을 없애려고 애쓰지만, 덩어리는 점점 더 커질 뿐이다. 게다가,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이지만, 그 아이들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어한다. '멋진'아이들이 친구를 괴롭힐 리 만무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그 무리에 끼지 못하는 것보다 똑같이 '늑대'같은 친구가 되어서라도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그림책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황을 대비하여 보여주며 이렇게 하라 가르치지 않고, '피해자'의 마음을 잘 표현하여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잘 그려내었다고 생각한다.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무리들 사이에서 나보다 더 약한 아이를 찾아내어 못된 늑대같은 행동을 해보지만,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 아이 또한 자기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샤를로트'는 못된 늑대가 되기보다 "그냥 못된 늑대들을 신경쓰지 말자"고 말한다. 아이들은 서로의 무리가 있고 또 그 나름의 사회를 형성한다. 똑같은 못된 늑대가 되지 않고 자기만의 사회를 만들어가려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할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 그림책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요즘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벌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가해자를 어떻게 벌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다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자존감과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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