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저적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0
이서우 지음 / 북극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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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창작그림책챌린지 수상작 『쩌저적』 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엄밀히 말하면 글자가 있기는 하다. "쩌적, 쩌저적, 똑"이 그것이다. 사실 이 그림책에서 이 단어 조차 없었어도 별 문제는 없어보이는데, 단 세 단어지만 펭귄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데 이만한 단어가 있을까 싶다.

               

하얀 바탕의 그림책 표지는 팽귄 한마리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얼음 위에 올라가 있다. 어딘가로 떠내려가는 듯하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 수많은 펭귄들이 모여 있고, 새끼 펭귄도 함께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때 어디선가 '쩌적'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에서 또다시 '쩌저적' 하는 소리가 들린다. 결정적인 것은 '똑'하는 소리다. 물고기를 입에 문 그 펭귄이 서 있던 얼음이 똑 하고 떨어져 바다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린 펭귄은 깜짝 놀라는데... 

 

어느새 멀리까지 떨어져 나온 얼음 위의 펭귄. 사실 여기까지 보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얼음이 녹고, 펭귄 한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얼음에 실린 채 어디론가 가는 장면. 흔히들 북극곰을 저 자리에 많이들 앉히곤 하지. 새로울 것 없는 주제에 소재가 아닌가 하며 그림책을 넘겨본다.



하얗고 까만색만 보이던 그림책에 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루루 모여있던 펭귄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이 녀석은 부리가 빨간 것이 황제펭귄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똑 떨어져나온 얼음을 타고 어쩔 수 없이 여행을 시작한다. 초록색 오로라가 펼쳐진 하늘 아래를 지나가기도 하고, 얼음 동굴 속을 지나가기도 한다. 새파란 바다 위를 지나가기도 하고 초록색 바다근처를 지나가기도 한다. 이 그림책에서 바다는 아주 다양한 색을 보여준다. 그동안 눈과 얼음에 갇혀 하얀색과 검은색 세상만 보아온 펭귄이 세상의 다양한 색과 마주한다. 비록 그가 원하는 여행은 아니었을지라도. 얼음이 녹고 펭귄이 떠내려오기 시작할 때 대충 감잡았던 장면과는 다른 전개이다.

결국 펭귄이 타고 온 얼음은 녹고, 이제 더 이상 바다 위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되었을 때 펭귄은 바다에서 보드를 타던 소년과 만난다. 과연 펭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결론을 말하자면 펭귄은 다시 남극으로 돌아온다. 지구옹난화를 막는 거창한 방법 따위는 소개하지 않는다. 펭귄들이 죽어나가거나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는 녹고, 떨어진 얼음을 타고 동물들은 헤매다 굶어죽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그리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펭귄이 다시 자기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제 자리로 돌려보내줄 수 있고, 그곳이 더이상 위험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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