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여우 씨 동화는 내 친구 48
로알드 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논장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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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이라면 믿고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제일 유명한 것이야 '찰리와 초콜릿공장'이겠지만, 그 외에도 로알드 달의 작품은 영화화된 것이 많아서 대중들과 아주 가까운 작품들이다. 이 책은 로알드 달 탄생 100주년과 한글판 10주년을 기념하여 개정 출간된 책이다. 


이 책에는 세 농부가 등장한다. 농장을 잘 꾸려나가서 부자이기는 했지만 못되고 비열하기로는 손꼽히는 농부들이다. 뚱뚱보 보기스는 닭을 키우고 있고, 땅딸보 번스는 오리와 거위를 키운다. 말라깽이 빈은 사과나무와 칠면조를 키운다. 이들은 각각 생김새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만, 마음씨는 똑같이 못되고 치사하였다.


* '나'만 생각하는 못된 사람들


이들 농부의 집에서 매번 음식을 훔쳐가는 여우를 잡기 위해 일대 소동이 벌어지는데,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언덕을 모두 파헤친다. 농장에서 키우는 수많은 가축과, 비축해놓은 음식이 있음에도 그들은 욕심을 부린다. 물론 인간의 입장에서 애써 키운 가축을 여우에게 빼앗기면 당연히 화가 날만도 하다. 그래서 그들은 굴을 파서 여우를 잡으려고 하고, 총을 쏘아서 해를 입히기도 한다. 결국은 온 언덕을 다 파헤쳐버리는데, 이들의 행동 때문에 여우 뿐만 아니라 다른 땅 속 동물들도 굶어죽을 일만 남았다.


요즘도 산에서 내려 온 야생동물들이 농작물을 파헤쳐 놓아 골머리를 앓는 일이 많은데, 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먹이를 찾아 마을까지 내려오지 않도록 생태계를 보존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그런데 이들 농부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한 그들의 행동은 독자로 하여금 여우씨를 응원하게 만든다.


* 여우씨는 왜 멋진 여우씨가 되었나?


여우씨가 농부의 가축을 훔쳐 먹은 일로 죽음 앞에 직면하게 된 여우씨를 보면서, 왜 여우가 멋진 여우씨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여우씨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굴 앞에서 텐트를 치고 총을 쏘며 기다리는 농부들을 보면서, 꾀를 낸다. 당연히 그 꾀는 저 농부들을 골탕 먹이고, 여우씨 가족들이 굶어죽지 않는 방법이다.


여우씨와 오소리가 함께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면, 여우씨가 왜 멋진 여우씨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남의 것을 훔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는 오소리의 마음은 '내 아이들이, 내 가족이 배가 고파 굶어죽더라도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은 나쁜 일이 아닌가'하는 걱정이다. 이에 대해 여우씨는 물론 그렇지만, 내 아이와 가족이 굶어죽어가고 있는데 이 정도도 하지 않을 수 있겠냐며, 그래도, 그들처럼 비열하게 그들의 가족을 죽이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쓸데 없는 욕심을 부려서 그 모든 것을 다 뺏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금의 음식을 얻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 가족 뿐만 아니라 오소리, 토끼 가족들까지도 함께 살아가기를 원한다. 혼자가 아닌 공동체를 택하는 것이다. 여우씨가 자기 욕심만 챙기고, 농부네 가족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멋진 여우씨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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