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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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1월 18일, 이오덕과 권정생이 처음 만날 날이다. 내가 1973년 1월 12일에 태어났으니, 그 해 그 즈음에 그들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권정생은 자신과 이오덕 선생이 주고 받은 편지를 책으로 내기를 원하지 않았었다. 익명의 대중에게 쓰는 편지가 아니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이니 나라 하여도 그랬을 것 같다. 그들이 주고 받은 편지가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될 만큼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어렸을 때 주고받은 편지들은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는데, 훗날 누군가가 나의 흔적을 찾는다면, 블로그의 글을 살펴보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니 솔직히 조금 부답스럽기도 하네. 어쨌든,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 받은 편지글을 지금 이렇게 읽을 수 있다니, 슬쩍 그들의 삶을 엿보기로 한다.


"아홉 살 때 찾아 온 고국 땅이, 왜 그토록 정이 들지 않는​"(p.12)지 권정생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삶이 그리 녹록치 않았던 듯하다. 그에게 고국은 "전쟁과 굶주림, 병마만을 안겨"(p.12)준 곳이다. 지금 권정생이 살아있다면, 여전히 똑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시대를 본다면 그의 고국에 대한 생각도 70년대 그 시절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정생은 동화를 쓰고, 아이들의 마음을 이야기하였다. 이오덕은 권정생에게 "동화란 것을 심심풀이 오락물로 읽는 백만 명의 독자보다 단 백 명의 가난한, 그러나 슬기로운 어린이들과 진실한 삶을 찾는 젊은이들이 읽어 주는 것이 더욱 기쁘고 보람 있는 것"(p.58) 이라고 하였다. 아동문학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귀들이 많다. 이 두 사람의 편지는 서로의 글에 대해 용기를 주고, 때로는 비판을 하며 창작의 의지를 붇돋우려는 글로 가득하다.


이 세상에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 혹은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살 만하다. 두 사람의 삶은 서로 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닮아있는 듯하다. 권정생이 쓴 편지를 읽다보면 '강아지 똥'이 왜 쓰여졌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종교적 의미는 어떠한 지는 잘 알지 못하나,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강아지 똥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권정생의 글은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한낱 강아지똥이었던 권정생을 가치있는 강아지똥으로 알아 봐 준 이오덕, 그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오덕은 권정생처럼 훌륭한 작가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계속 지면에 발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책으로 펴낼 수 있게 주선을 한다. 살면서 이런 친구 하나 얻는다면 그 무엇이 두려울까? 권정생은 힘들고 아팠지만 자신의 생활에서 도피하고자 하지 않았다. "생활이 없이 어떻게 글을" 쓸 수 있는지, "저는 결코, 제가 겪어보지 못한 꿈 같은 얘기는 쓸 수가 없습니다. 쓰려고 노력하지도 않겠습니다"(p.159)라고 말한다. 그리고 책은 "수수하게 만들어 값싸게 내어 주면" 좋겠고, "호화판 동화책, 값만 비싸고 내용이 따르지 못하면" (p.166) 그만큼 괴로운 일이 또 있겠냐는 권정생의 말을 읽으며, 지금의 우리 아동문학은 그 가격만큼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오덕과 권정생은 서로의 문학을 공유하였고. 서로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며 살아 왔다. 지금의 문인들도 이들만큼 서로의 글과 삶을 공유하며 서로 다독이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죽는 날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하나쯤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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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04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렇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음 좋겠어요 ㅎ 거기에 더 바램을 말한다면 가끔 엽서나 편지 주고 받으며 안부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ㅋㅂㅋ,,

하양물감 2015-06-05 06:52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는 이렇게 편지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던 사이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없어요.
하긴 요즘은 이런 댓글 주고받기가 그걸 대신하는 것같긴 합니다^^

숲노래 2015-06-05 0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마음이 되어서
서로 아끼고 기댈 수 있는
튼튼한 나무로
이 땅에서 즐겁게 노래할 수 있기를... 하고 꿈을 꿉니다

하양물감 2015-06-05 06:53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으면서, 두 분의 관계라고해야할까요? 참 부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