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6
궈나이원 기획, 저우젠신 그림 / 북극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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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바탕에 하얀 개 얼굴만 턱 하니 있는 그림책. 은근히 첫인상이 강렬하다. 이 녀석 얼굴이 귀여움으로 무장한 녀석이 아니라 평범한 얼굴이어서 끌린다고 할까? 생각해보면, 내 어린 시절에도 개와 함께 지냈던 때가 있었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집에는 늘 개나 고양이가 있었고, 병아리(닭), 새, 다람쥐까지 있었다. 그때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들과 마주할 시간도 많았고, 내가 아니어도 집에는 늘 그들을 돌보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많아지자 그들은 자연스레 내 주변에서 사라졌다.
 
그림책을 펼치자 잠이 든 할아버지 얼굴을 흰둥이가 핥는 장면이 나온다. 할아버지는 잠에서 깨어 어린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 흰둥이와 시간을 보낸다. 그림책을 넘길 때마다 행복했던 그 순간들이 그려진다. 흰둥이는 때로는 친구였고, 때로는 보호자였고, 때로는 길잡이였다. 어린 시절 추억 속에서 흰둥이는 늘 함께였다. 흰둥이와의 이별을 맞이한 후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난다.  
 
그림책 속 할아버지는 외로워보인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듯하다. 할아버지의 방 안은 아이 방 같다. 늙은 노인의 방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장난감이 어질러져있고 진열된 물건도 장난감이다. 할아버지는 과거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걸까? 지금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눈을 뜬 그는 근처 공원으로 나간다. 공원에도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신문을 읽으며 빵(만두?)을 먹던 그는 뭔가를 느끼고 바라본다.
 
할아버지 곁에는 작고 까만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흰둥이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하얀 강아지가 아니라 까만 강아지라는 것이 훨씬 느낌 좋다)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려는걸까? 할아버지가 떼어준 음식을 낼름 받아 먹는 녀석. 말 없이 일어서는 할아버지를 쫄쫄 따라가는 녀석을 보니 할아버지와 함께 할 반려자가 될 모양이다. 


나이가 드니 주변의 것들이 많이 달라진다. 늘 함께일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인들이 결혼을 하고, 그들의 아이가 태어나고, 그들의 부모가 돌아가신다. 그리고 지금은 드물지만 그들도 하나 둘 사라진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우리는 그 당연함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들도 그러하다. 사람보다 수명이 짧다보니 더 자주 접하게 된다. 그림책 속 흰둥이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많은 반려견들이 노견이 되어 떠나기도 한다. 


이 그림책은 밝은 노란색 바탕색이 보여주듯 할아버지의 슬픔보다는 할아버지의 새로운 만남과 인연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같다. 굳이 희망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굳이 새 식구를 맞아들이는 거창한 의식이 없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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