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외투 동화는 내 친구 87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지음, 이유림 옮김, 칼 헌터.클레어 헤니 사진 / 논장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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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년쯤 책장에 꽂혀있던 책을 꺼냈다. 아이가 학교에서 아침자습시간에 읽을 책을 하나 골라달라고 하여 이 책을 꺼내주었다. 다시 꺼낸 김에 읽어보았다. 이 이야기의 화자인 줄리는 초등학교 학년 여름에 같이 공부하게 되었던 칭기즈와 네르구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계속 나온다. 계속해서 폴라로이드를 찍던 칭기즈가 남긴 사진일까? 

               

칭기즈와 네르구이는 몽골에서 온 아이들이다. 칭기즈는 선생님의 말이나 친구들의 이야기에 따르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만 움직인다. 몽골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줄리는, 칭기즈와 네르구이의 길잡이가 되면서 그들의 나라에 대해서 조사를 해본다. 칭기즈와 네르구이는 늘 함께 다니고, 악마가 사람들을 사라지게 한다며 늘 경계를 한다. 줄리는 그들의 집에 가보고 싶어하지만, 언제나 다른 길로 돌아가는 칭기즈와 네르구이를 놓치기 일쑤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길거리 곳곳에서, 혹은 살고 있는 곳 근처에서 외국인들을 만나는 것이 낯설지 않다. 학교에서도 외국인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칭기즈와 네르구이가 신비주즤적으로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학급에서 반 아이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상황 같은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줄리가 몽골에 대해서 스스로 공부를 하고, 반 아이들도 몽골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물론 이런 일들에 대해 무관심하게 일관하는 것은 오히려 칭기즈와 네르구이이다.

늘 사진을 찍는 칭기즈와 네르구이가 사라진 날, 줄리는 칭기즈의 사진을 쫓아 그들이 있을거라고 예상되는 곳으로 찾아간다. 줄리는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들의 아파트로 데려다주었을 때 아이들은 줄리에게 화를 낸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들이 몽골로 추방당했음을 알게 된다.

줄리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불법체류자의 삶이었을 것이다. 칭기즈와 네르구이가 사람들이 사라진다고 했던 말도, 늘 주변을 경계하며 다녔던 이유도 드러난다. 줄리는 그들을 이 나라에서 쫓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가 있는 집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쫓겨나게 만들었다.

이 일은 어린 줄리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른 뒤 어른이 된 줄리가 학교 분실물 상자 속에서 그들의 외투를 찾게 된다. 이 외투를 돌려줄 수 있을까? 줄리는 웹페이지를 뒤져가며 칭기즈를 찾아보지만 쉽지 않다. 칭기즈는 줄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자신들을 일러바쳐서 쫓겨나게 만든 사람으로 기억할까? 그러던 어느날 줄리에게 SNS를 통해 칭기즈가 친구신청을 해온다. 외투를 돌려줄 수 있게 된 줄리. 칭기즈와 네르구이는 줄리를 좋은 길잡이로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어른들이 보고 있는 세상과는 다른 것 같다. 불법체류를 하면서 늘 불안에 떨어야 했음에도, 길잡이인 줄리 덕분에 영국 아이들의 삶, 학교생활 등을 알게 되었다. 다시 자신들의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영국을 떠나야했지만, 그것이 줄리의 의도가 아니었음을, 줄리는 그것에 대해 알지 못했음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국경이란 것이 무엇인지, 법이란 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사람들에게 정착한 나라에서의 삶은 또 얼마나 불안한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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