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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평점 :
제목 : 전쟁터의 요리사들 戦場のコックたち, 2015
지음 : 후카미도리 노와키
옮김 : 권영주
펴냄 : arte(아르테)
작성 : 2017.10.30.
“그래. 사람 살아가는 게 다 그런 거지.”
-즉흥 감상-
붉게 물든 하늘 아래의 초원을 걷고 있는 다섯 사람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그런데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요리도구와 식재료를 들고 있군요. 아무튼, 표지를 넘겨보니 이야기의 무대가 될 곳의 지도와 주요 등장인물들의 짧은 소개는 살짝, 앞으로 이야기를 펼쳐 보일 자신에 대한 소개로 시작의 장을 엽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레시피 공책을 부적마냥 가슴에 품은 청년이, 1944년의 전장 ‘노르망디’로 향하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장을 펼치는데…….
이거 일본 사람이 쓴 소설이었냐구요? 그러게요. 저도 한참 읽다가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젊은 서양인 친구가 참 맛깔나게 글을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탐정 같은 친구가 등장하면서부터 뭔가 느낌이 이상해 작가를 확인해보니, 작가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우타노 쇼고의 소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葉櫻の季節に君を想うということ, 2003’과는 또 다른 느낌의 놀라움을 느꼈다고만 적어봅니다! 크핫핫핫핫핫핫!!
작가와 이야기의 무대의 국적이 다를 수도 있으니 그 부분은 일단 넘기고, 재미있었는지 알려 달라구요?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요리사 버전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라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요. 네? 아아. 저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분명 총탄과 비명 그리고 사상자 발생하는 참혹한 배경이었어도, 특유의 유머감각을 유지한 주인공의 시점으로 현장의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는데요. 단순히 죽고 죽이는 이야기가 아닌 ‘조리병’이라는 특별한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썰은, 지금까지 만나온 전쟁작품과는 맛의 질감이 달랐다고만 적어봅니다.
‘탐정 같은 친구’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구요? 음~ 혹시 저 부분을 보고 이게 탐정물이 아닐까 의심한 분이 있다면, 아니라고 적어봅니다. 그저 주인공과 친구의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사건들이 있었고, 그것을 하나 둘씩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탐정물을 보는 듯 했다는 것인데요. 비밀리에 ‘예비낙하산’을 모으는 친구의 진실, 보급품인 ‘분말 달걀’이 대량으로 사라진 사건, 막사를 대신으로 민가를 빌려준 집주인부부의 의문의 자살, 눈 내리는 겨울날 발생하는 유령의 목격과 죽음의 행진, 가장 말이 적었던 친구의 숨겨왔던 비밀과 같은 이야기가 전쟁의 참혹함과 함께 펼쳐지고 있었는데요. 그것을 하나 둘씩 해결하는 모습에서 탐정물을 보는 듯 했던 것입니다.
도대체 이번 작품의 정체가 뭐냐구요? 전쟁물입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의 대결구도 속에서 희생되는 이들의 이야기보다는, 그동안 이야기 되지 않았던 전쟁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가볍게 읽힐지는 모르겠지만, 결말을 향한 여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특히 ‘소중한 것의 사라짐’이 인상적으로 이야기되고 있었는데요. 쩝. 그저 제가 이야기의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저 안도감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냐구요? 음~ 글쎄요. ‘제 2차세계대전’과 ‘노르망디 상륙작전’까지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인공과 친구들이 마주한 사건 사고들은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요. 혹시 이 부분에 대해 답을 아는 분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진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혹시 이 작품의 놀라움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일단 다 읽고 작가에 대해 알아보실 것을 권합니다. 그러면 ‘선입견의 무서움’을 제대로 느껴보실 수 있을 것이니 말이지요! 크핫핫핫핫핫핫!!
TEXT No. 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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