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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제목 : 보기왕이 온다 ぼぎわんが、來る, 2015, 2018
지음 : 사와무라 이치
옮김 : 이선희
펴냄 : arte(아르테)
작성 : 2018.11.04.
“아, 생각하고 있던 그런 ‘보기왕’이 아니구나.”
-즉흥 감상-
가까이서 보면 어둠속에서 빛나는 숲속에서 등을 돌리고 앉은 사람이, 멀리서 보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그림이 그려진 표지를 살짝 넘겨봅니다. 그러자 무엇인가를 두려워하며, 전화기 너머의 사람과 함께 ‘주술’을 준비하는 남자로 시작의 장이 열리는데요. 이야기는 잠시 남자의 초등학교 6학년 당시로 시간을 돌립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된 ‘보기왕’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와의 관계를 펼쳐 보이는데…….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남자, 남자의 아내, 그리고 오컬트 작가의 관점으로 진행되는데요. 그렇다고 옴니버스처럼 한 가지 사건을 같은 시간대에 각각의 시점으로 두지 않고, 바통을 차례로 넘기듯 시간의 흐름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권 안에서 이야기를 담을 게 아니라 각각의 책으로 3부작을 만들었으면 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2부까지를 한 권으로 다룬 다음, 세 번째 이야기에다 뭔가 살짝 아쉬웠던 부분을 좀 더 추가해 또 한 권을 더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구요? 2부까지는 나름의 현실적인 심각성과 화자의 관점에 따른 반전을 통해 생각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3부에 들어가면서는 앞서서 차곡차곡 쌓고 있던 ‘진지함’이 와장창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분위기가 뜬금없이 가벼워진 기분이라 안타까웠습니다. 그렇다 보니 해결사로 등장한 인물의 관점을 독립적으로 분리하여, 한 번 더 이야기를 진행했어도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것인데요. 다른 분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궁금합니다.
‘보기왕’이면, 뭔가를 잘 보는 능력을 가진 인물에 대한 이야기냐구요? 오오! 동지시군요. 저의 첫 느낌도 그랬는데요. 아무튼, 작품에서 나온 설명에 따르면, 서양에서 건너온 요괴로 ‘부기맨’에 어원을 두고 있지 않을까라는 가정이 언급됩니다. 나름 초자연적 존재가 나오는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봤다고 생각해왔지만, 이 작품에서의 ‘보기왕’은 뭔가 새로웠는데요. 등장인물들 또한 잘 모른다고 하는 만큼,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럴듯하게 창조된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이건 개인적인 입장이니, 혹시 참고할만한 다른 작품이나 설정을 알고 있는 분은 살짝 찔러주셨으면 하는군요.
책은 재미있냐구요? 생뚱맞은 느낌의 제목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내용의 분위기가 묵직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 마침표가 아쉽게나마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알 듯 모를 듯 준비된 복선과 치밀한 구성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이야기만큼은, 아쉽다는 기분이 없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분명한 건,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평범한 현실 속 뒤틀린 인간 심리를 건드린 사와무라 이치의 충격적 데뷔작’이라고 한 만큼,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해보는군요.
‘보기왕’과 관련해 고대문헌과 자료들이 언급되던데, 정말 그런 게 있냐구요? 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가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인데요. 궁금해서 현기증이 날 것 같은 분은, 작가나 책과 관련된 곳에 직접 문의해볼 것을 권해봅니다.
그럼 12월에 개봉예정이라는 이번 작품의 영화인 ‘온다 来る, 2018’를 기대해보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책날개에 언급되어있는 작가의 다른 작품인 ‘즈우노메 인형 ずうのめ人形, 2017’, ‘시시리바의 집 ししりばの家, 2017’, ‘나도라키의 목 などらきの首, 2018’도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TEXT No. 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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