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세월 - 사라진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
주하아린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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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고 콧물 훌쩍이며 흐르는 눈물을 닦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울 자격이 있나?˝
그런데 이 책은 말해준다.
`부끄러움은 늘, 부끄러움을 아는 자의 몫`이라고.
그게 또 위로가 되는 이상한 세상이다. 정작 부끄러워야 할 사람들은 뭐하고 있을까. 이런 세상에서 안녕들 하신가요.

P. 5 멈춰버린 세월은 병든 세월과 동의어다.
아무도 아프지 않은 세월은 모두가 아픈 세월과 같은 말이다.

서민교수의 <집 나간 책>에서 이 책 서평을 읽고 읽어볼 책 위시리스트에 올려두었다가 도서관에 간 길에 찾아보았다. 좌린이란 분의 사진에 꼼마라는 분의 글. 좌린도 꼼마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이 책의 사진과 글은 바로 심장에 와서 꽂히는 힘이 있었다. 첫장부터 아프고 마지막까지 가슴조임이 나아지질 않았다.
2013년 11월 16일, 안개 낀 잠실대교 사진으로 1부가 시작한다. 그 짙은 안개가 걷히고 사고소식이 들려왔다. 김포공항에서 잠실로 가던 LG그룹 소속 헬리콥터 한 대가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부딪쳐 추락한 것. 안개 속에서 발생한 사고는 안개 속으로 묻혔다. 기장과 부기장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사고 당한 아이파크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근처의 고급호텔에 임시 숙소를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그 이후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안녕하지 못한 모습들과, 철도 노조 파업, 이남종의 분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는(?) 어버이 연합 - 사진과 함께 읽다보면 때론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때론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2부 가만히 있으라를 읽으려면 손수건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트라우마가 된 사건.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기록이다. 잊지 않겠다던 다짐도 순간 순간 잊혀졌었다는 죄스러움과 함께 지난 세월들이 아프게 복기된다. 시민들이 추모를 이어갈 동안 경찰은 시민을 감찰하는 나라.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구호가 대통령을 구하라는 구호가 되어 돌아오고, 아이들이 수십번도 외쳤을 `살려주세요`를 정치인들이 외치는 나라.

P.123 자식을 잃고 찬 바닥에서 딸의 영정을 안은 채로
김밥을 우겨넣어야 하는 아비의 마음을
나는 기필코 헤아릴 수가 없다.
아비가 된다는 건 그런 것이구나 했다.
자식을 지킬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이제 살아 남아서, 그 이유를 밝혀야 하는 일이다.

그 사진은 콧물을 훌쩍이던 내게 끝내 울음을 터트리게 했다.
함께 운다는 건 함께 산다는 뜻이다.

멈춰버린 세월동안 사라진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있는지. 그리고 이런 기록들이 있기에 망각을 재촉하는 세상에서도 사람다움을 잊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기록하는 이들에 대한 존경을 보낸다.
요즘 대입 수시 원서접수들을 할 때이다보니 각 대학마다 단원고 전형이 생긴 것을 보게 된다. 단원고생 325명중 살아돌아온 75명을 위한 전형이다. 살아 돌아온게 죄스럽다고, 할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고 안산에서 국회까지 울며 걷던 아이들. 희생 학생의 장례식비용을 보상금에서 제외하라는 정부의 말에 친구의 장례식장에 가서도 물한모금 안먹고 돌아왔다던 아이들. 내 딸 또래의 아이들.
그 아이들 앞에서 나는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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