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탄생 -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의 비밀
톰 밴더빌트 지음, 박준형 옮김 / 토네이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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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가지각색의 개성과 취향들이 일정 기간 동안 동조화 하면서 일시적인 유행(Fad)이 되기도 하고 커다란 흐름(Trend)이 되기도 한다. 이번 촛불 시위도 '저마다의 우리'가 보여준 도도한 물결 아닌가. 항상 고객의 니즈와 그 변화를 좇는 마케터에겐 이 분야가 아주 중요하다. 소수의 취향과 개성의 발현이 다수의 마음을 사로잡아 움직이는 시점을 먼저 감지하고 그 파급효과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면 기업의 발전은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정말 만만치가 않은 영역이다. 취향이란 고정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거다. 인간이란 자체가 합리적인 생각과 비합리적인 행동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존재 아니던가.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이런 이너모스트(Innermost)의 이중적 변동성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아주 짧은 기간의 담론(Micro-Trend)을 진성 트렌드인양 잘못 분석하게 된다. 물론 그 손실은 기업의 미래가 흔들리는 불상사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러니 소비자 취향의 흐름을 제대로 인지한다는 '고객통찰력'은 언제나 무거운 무게로 느껴진다.

 

이런 차에 <취향의 탄생: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의 비밀>은 그 제목에서부터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책의 서문 '들어가며'를 읽으면서 이 책을 손에 잡은 것을 기뻐했다. 경제학자들은 선택이 취향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심리학자들은 취향이 선택을 '창조한다'고 설명한다네. 그러면서 취향을 파악하는 과정이 쉽지않다고 운을 뗀다. 취향이 '원래부터 지니고 있는 고유한 것'일까? 다르게 말하면 원래 좋아했지만 기억 속에 묻혀 있으면서 봉인이 해제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일까? 지난 세기 초까지만 해도 분홍색이 남성들의 색깔이었다는 지적에서 저자의 뒷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지더라.

 

그런데 읽어나갈수록 수렁에 빠진 느낌... 책을 읽는데 2주일을 소비했다. 그러고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도달한 결론이 '취향의 무작위성과 불확실성'이라니... 그러면 난 뭘 얻었지? 회의감에 책을 한 번 더 정독했다. 조금 보이기는 한다. 취향은 변화한다는 거다. 사람들에겐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똑같이 보이려고 하는 독립적인 현상'이 있다는 건데, 다르게 말하면 똑같지만 약간은 다르고 싶다는 부분이 와 닿았다.

 

또한 취향이 변하는 이유를 참신함과 익숙함으로 설명한 부분도 괜찮았다. 미래의 취향을 예측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참신함'인데, 사람들은 참신함을 애써 원하지만 익숙한 것도 좋아하지 않는가... 이에 대해 건축가 마크 위글리는 "사람들은 낯선 것을 보고 당황해서 저항하는 와중에야 무언가를 배우는 것 같다. 하지만 종종 그 과정에서 낯선 것을 좋아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극했던 낯선 것은 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결국 익숙해지면 좋아하게 되고, 그래서 낯설지 않게 되면 다시 참신한 것을 찾게 되고...

 

취향은 사람들이 남과 달라지고 싶어할 때 변화한다. 그런데 남과 같아지고 싶어할 때도 변화한다. 특정 그룹은 취향을 다른 그룹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취향 자체는 그룹이 만들어지도록 돕지 않는다. 마시는 커피 종류처럼 별것 아닌 것 같은 차이가 문화적 쟁점이 되기도 한다. 적절한 취향이라고 알려진 데 접근하는 사람이 늘수록 세부적인 차이가 생긴다. 한때는 동질의 재화였으나 이제는 다양한 구분이 생긴 것을 쉽게 볼 수 있다...(생략). 순응과 차별화는 파도가 치고 나가듯 왔다가 사라진다. 역설적인 순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267쪽)


특히 인터넷 시대의 대중들은 개인의 집합으로써 분리되기보다는 서로 연결되고, 분열되기보다는 단결한다. 우리의 선택은 타인에 의해 정해진 값을 기준으로 모이거나 너무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대상으로부터 멀어진다. 어떤 방향이든 '현명한 군중'은 타인의 생각을 볼 수 있고, 사회적 영향력이 너무 커질 때 사람들이 서로 비슷하게 행동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연구로 입증되었다네...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고 싶으면서도 이와 동시에 달라지고 싶은 상세한 동기는 매크로적인 행동을 폭발적으로 강화한다. 변동성이 커졌다는 말이겠지. 촛불로 통해 이런 거대하고 무작위적인 파도를 우린 이미 경험했으니...


취향은 가끔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마음 때문에 왜곡되기도 한단다. 싫어하는 대상과 좋아하는 대상이 뇌의 동일한 부분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뇌가 외부의 영향으로 판단 왜곡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다르게 말하면 취향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택도 취향에 영향을 미친다고 에둘러 말할 수 있겠다. 이 정도까지 적었지만 솔직히 내가 이 책을 통해 뭘 건졌는지 잘 모르겠다. 머릿속에 남는 것은 여전히 취향의 모호함과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평가하기 어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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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이 책에 인터넷서점의 책 평가와 관련하여 조금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데, 독후의 흐름과는 달라 여기에 덧붙인다.


아마존에서의 책 평가는 몇 가지로 구성된 단계를 거친다. 가장 처음에는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과 (작가는 아니더라도 친구나 친지) 책을 좋아할만한 사람들이 남긴다. 취향은 대부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작가의 팬과 그 외에 평가를 남기고 싶은 소비자들이 평가한 다음에는 그보다는 선호가 덜한 독자들이 조금씩 개입하게 된다. 상당한 경우에는 실제보다 더 크게 하향 조정되는 현상이 발생한다.'긍정적인 편견'을 가진 이전 평가에 영향을 받아서 책을 구매한 뒤 후회하는 독자들이 실제 평가보다 더 낮게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이들의 평가가 유입되면 '그 말을 믿지 마세요'라고 말할 만한 상태가 된다. 평가의 오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평가가 많을수록 정보의 질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 결과 잘못된 평가가 이어지죠. 나중에는 '그냥 싫어요'라고 짧게 쓰인 별 하나짜리 황당한 평가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평가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그 내용을 덜 이야기하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남겼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평가 내용에 대해서 말한다. 평가가 이전의 평가를 말할 때는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앞뒤 상황이 중요해진다...122~123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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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2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제 글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분들이 많지 않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취향은 변하니까요. ^^

표맥(漂麥) 2017-04-23 16:11   좋아요 0 | URL
cyrus님 글을 좋아하는 취향의 독자가 더 많을거라 확신 합니다...^^
취향의 동조화에 의해...^^

AgalmA 2017-05-04 22:31   좋아요 1 | URL
취향 차이을 떠나 존경 대열에 넣고 싶을 만큼 열심이시잖아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