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아시마의 라이브러리 (아시마 서재) &gt; 야옹씨책</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category/22265476</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자화자찬, 책임전가, 아전인수</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hu, 24 May 2012 17:35:09 +0900</lastBuildDate><image><title>아시마</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38919183571054.jpg</url><link>http://blog.aladin.co.kr/ashima/category/22265476</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아시마</description></image><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나의 소년을 지켜 줘! - [소년을 위로해줘]</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4601607</link><pubDate>Mon, 07 Mar 2011 12: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46016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3500&TPaperId=4601607"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815/4/coveroff/89546135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3500&TPaperId=46016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소년을 위로해줘</a><br/>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br/></td></tr></table><br/>26살부터 29살까지, 꼬박 4년간, 나는 대여섯명의 소년들의 국어&#160;선생님이었다. 우연히 시작된 중3, 16살 남자 아이 대여섯명의 그룹과외는 꾸준히 이어져 대학 입시를 마치고나서야 끝이났다. 열여섯살부터 열아홉살까지, 그 나이대의 소년들은 청년과 소년이 혼재된 상태로 한없는 예민함과 지독한 둔감함이 엉망으로 뒤엉켜 있었다.&#160;&#160;
소년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여자형제밖에 없는데다 여중 여고 출신인 나에게 그 전까지 소년이란, 내가 알지못하는사이 환상만을 잔뜩 가지게 된 괴 생명체와 비슷했다.&#160;익스트림한 스포츠를 즐기고, 냄새를 잔뜩 풍기며, 말은 할 줄 아나 싶게 말을 안하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화를 내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 뭔가 인간 같기는 한데 동물 쪽에 더 가까워 보이는 뭐, 그런 존재였다. 나에게 그런 환상(?)을 가지게 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남자 형제를 가진 여중 여고 친구들의 하소연이었고.&#160;&#160;
그러다 내가 만난 16살 소년 여섯은, 16살 나의 여중 3학년 시기와 별 다를 것 없는 아이들이었다. 상냥해 보이는 눈을 가진 아이도 있었고, 음침한 표정의 아이도 있었지만, 스물 여섯이 봐도 열여섯의 아이들은 그냥 아이였다, 사실은, 성별이 거세된 '아기'라는 느낌이 훨씬 강했다. (음, 동네 분위기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얌전한 아이들이기는 했다.)&#160;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열일곱살이 되면서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자신이 남자라는 것, 그것도 여자와 대비되는 남자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씌워지는지를 느끼는 듯 했다. 여자보다 용감해야 하고, 나중에 아내와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니까 여자보다 공부도 잘 해야 했다. 혹시나 여자친구가 생기면 남자니까 당연히 돈도 많이 부담해야 하고, 혼자 돌아오는 밤길도 무섭지 않은 척 해야 했다. 무엇보다, 위로 따위는 필요없는, 씩씩하고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그것자체로 짐이었다.&#160;&#160;
한때 아기 같았던 그 아이들은 어느새 '가오'를 잡으면서 소년이 되어갔다.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착하거나 아니거나 순진하거나 발랑까졌거나 다 상관없이 그 아이들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한단어가 '가오' 였다. 그놈의 '가오'는 Y유전자에 별책부록도 아닌 합본부록으로 딸려오는 모양이었다. 열일곱살인 그 애들은 스물일곱살인 내 앞에서도 가오를 잡고 싶어했다. 가오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160;&#160;왜냐면, 그애들은 남자고 나는 여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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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낸시 스미스라는 여자가 쓴 시에 이런 대목이 있어.&#160;<br />
            재욱 형이 시를 읊기 시작했다.<br />
            -스스로는 강한데도 약한 척해야 하는 게 지겨운 여자가 한 명 있는 곳마다, 상처받기 쉽지만 강하게 보여야만 하는 게 피곤한 남자가 하나 있다. 항상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는 기대에 부담을 느끼는 소년 한 명이 있는 곳에, 자신의 지성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쳐버린 소녀가 하나 있다. 그리고.......<br />
            시는 술 한모금을 마신 뒤에 다시 이어졌다.<br />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게 지겨운 소녀 한 명마다, 자신의 연약하고 흐느끼는 듯한 감성을 숨겨야 하는 소년이 한 명 있다.&#160;
            -p. 34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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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 열일곱 소년이 잡는 가오는 뭔가 애처로운데가 있었다.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게 뻔해서도 그랬고, 스스로가 자신의 가오에 확신을 갖지 못해서도 그랬고, 자신이 왜 가오를 잡아야 하는지를 확신하지 못해서도 그랬다. 그 가오에 속아주면 끝까지 가오를 잡아야 할 그애들의 어깨가 안타까웠고, 가오 그만 잡지, 좀? 이라고 그 어깨를 두드려 주려 하면 자존심을 송두리째 침해받은 듯 펄펄 뛰어 어려웠다. 가오를 건드리지 않으며 위로를 해 준다는 건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였다.&#160;&#160;
그놈의 '가오'가 '갑빠'로 옮겨가면 그나마 다루기가 좀 낫더라는 게, 열여섯부터 열아홉까지, 그리고 다시, 그 아이들이 대학생과 군바리, 복학생이 되는 것을 간간히 지켜본 나의 경험담이고. 그리고, 올해 마흔을 찍으신 분을 데리고 살면서 보니 그놈의 '가오'는 평생을 잡고 사는, 몸 속에 y 유전자가 존재하는 한 계속 되는 것이더라는 거, 그리고, 가오를 잡는 한, 소년들은 죄다 위로가 필요하더라는 거. 그게 나의 결론이기도 하고.&#160;
다시, 소년의 이야기와 이 소설의 이야기로 돌아가서,&#160;
생각해보면, 청소년기의 우리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였다. 그리고 실제로 청소년기에 했던 대부분의 고민들을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별 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이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 들여다보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는 그런 고민들이었다. 그런 일들 하나하나에 그리 울고 웃었다니 정말 대단한 열정이었다고밖에.&#160;&#160;
그런 대단한 열정에 감탄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대단한 열정으로 했던 그 많은 고민들, 그것들이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무리 하찮은 것들이었다고 해도, 당시의 나에게는 생사의 기로와 세상의 존폐위기와 맞먹는 것들이었던 것이지. 그것또한 진실.&#160;&#160;
이 책은 그 하찮은 것들에 대한 소년들의 고민을 보여준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한낱 '가오'로 보일 뿐인 그것이 소년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은희경은 놀랍도록 잘 그려낸다. 와. &lt;새의 선물&gt;에서의 진희와 이 소설 연우는 본질적으로 다른 인물로 느껴질 정도다. 은희경, 많이 컸구나!!!(이런 건방진 말이라니...;;;;)&#160;
보너스 트랙은 없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815/4/cover150/8954613500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3500</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떡국의 추억 - [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4436899</link><pubDate>Sat, 15 Jan 2011 01: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44368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5737&TPaperId=4436899"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216/9/coveroff/895460573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5737&TPaperId=44368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a><br/>공선옥 지음 / 달 / 2008년 05월<br/></td></tr></table><br/>1. 충무공은 종종, 회사를 그만 둔 뒤엔 뭘 해먹고 살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마다 빼놓지 않고 생각하는 업종이 &lt;떡국장사&gt;다. 명동 어딘가 쯤에(그러니까 말하자면 충무공의 회사 근처에) 작은 떡국집을 열어서 아침과 점심에는 '내가 끓인' 떡국을 팔고, 점심과 저녁에는 빨갛게 끓인 경상도 특유의 소고기 콩나물국을 끓여서 팔면 대박이 날거란다. 대박이야 나겠지만 남는 건 없을텐데.&#160;&#160;
2. 충무공은 내가 끓인 떡국을 좋아하는데, 어느정도냐면, 어느해인가의 설날 아침 시댁에서 시어머니가 떡국을 끓이러 부엌으로 들어가자 부리나케 따라 들어가 "어머니, 떡국은 다인엄마더러 끓이라고 하세요." 라고 말을 할 정도다.(아들이란 키워봐야 다 이런다. 그래서 난 딸만 낳았다. 아, 참 잘했다.&#160;^_______^) 우리 시어머니, 결혼하고 첫해 설날, 우리 아들들은 떡국을 싫어해, 라더니 웬걸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아주버님도 충무공만큼이나 떡국을 좋아한단다. 그러니까 어머님의 아들 둘은 어머님의 떡국을 싫어했나보다.&#160;&#160;피식.
3.&#160;사실은 나도 친정엄마의 떡국을 싫어했다.&#160;친정에서는 멸치다시물로 떡국물을 쓴다. 그나마도&#160; 어렸을때 설이라고 집에서 떡국을 먹은 기억은 별로 없고, 잘사는 외가집이나 가야 떡국을 먹을 수 있었다. 외숙모 떡국의 국물 베이스가 멸치였는지 소고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반드시 있었던 게&#160;소고기를 볶아 만든 고명이었다. 어렸을 때는 국물에 풀어지는 그 소고기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똑같은 계란인데도 황백 지단으로 부쳐 놓은 계란은 그지없이 화려했고. 어느해엔가&#160;내가 하도 떡국을 잘 먹어 굳이 떡국떡을 조금 얻어와서 집에서 먹으라 끓여주었더니 먹지도 않는다고 등짝을 얻어맞기도 했다. 엄마의 떡국은 멸치비린내가 너무 강했고,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소고기 고명도 없었다. 어린마음에, 그 소고기 고명은 부유한 외가의 상징 같았다.&#160;&#160;&#160;
4. 나는 양지로 국물을 내서 떡국을 끓인다. 나의 떡국은 시어머니의 것과도 친정엄마의 것과도 외숙모의 것과도 다르다. 나는 최고급 양지를(난 좋은 고기를 보면 떡국을 끓이고 싶어한다.) 작게 썰어 달군 냄비에 참기름을 조금 두르고 달달 볶아 물을 붓고 국간장으로 간을 한 뒤 푹 끓여 국물이 우러나면 거기에 떡국을 집어 넣고 계란을 풀고 파를 썰어넣어 끓인다. 먹기 전에 구운 김을 바수어 넣어준다. 충무공은 내 떡국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재작년 8개월간 혼자 외국생활을 하며 두달에 한번씩 집에 돌아올 때, 무조건 한두끼는 떡국을 먹기를 원했을 정도다. 계절이나 세시에 관계없이. 우리집은 떡국을 아무때나 먹었다. 한국에선.
5.&#160;이곳에서는 1++ 등급은 고사하고, 양지다운 양지를 구할 수가 없다. 한우가 얼마나 우월한 품종의 소인지, 외국에 나와보면 알게된다. 특히 국을 끓여보면, 소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핏물을 빼도 빼도 빼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이것저것 사다가 시도해 보았으나 매번 실패였다. 한국에서 끓이던 것처럼, 달군 냄비에 소고기를 달달 볶아 물을 부어 끓이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먹을만한 떡국이 나오지를 않았다. 결국 양지(라고 짐작되거나 점원들이 주장하는 부위)를 뭉근하게 고아&#160;육수를 내고, 거기에 소고기를 볶아 고명을 올렸다. 남편도 나도 떡국 국물에 풀어진 소고기의 깔깔함이 싫었다. 한때는 그렇게 맛있었던 소고기 고명이, 어쩌면 그렇게 맛이 없는지.&#160;&#160;
6. 외가에 가서 떡국을 먹을때면, 국물에 떡만 담긴 그릇이 나오고 고명이 담긴 그릇 네개가 상 위에 놓여있었다. 황백지단과 볶은 소고기와 김. 나는 볶은 소고기를 양껏 푹푹 덜어넣어 먹고 싶었지만 외숙모의 눈치가 보여 그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마음 좋고 우리 자매들을 특히 예뻐했던 외숙모, 게다가 음식 인심까지 좋았던 외숙모가 까짓 소고기 고명 따위로 눈치를 준다거나 했을리는 없을텐데 혼자 그렇게 눈치를 봤다. 그 소고기 고명, 이제는 넘치도록 먹을수가 있게 되었는데, 양력설이 보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집 냉동실에 그대로 있다. 아무도 안먹는다. 내일은 우리 애 밥 볶아 먹일때나 넣어먹여야 겠다.&#160;&#160;에이 참. 맛도 없다.

추어탕은 내게 가을의 풍성함과 함게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결핍감을 동시에 일깨우는 음식이 되었다. 추어탕을 먹을 때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먹는 기분이 든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토지를 물려받지 못한 가난한 할아버지의 작은아들의 딸이다, 작은집 애다. 작은집들은 추어탕을 별로 안 끓여 먹는다. 더구나 딸만 있는 작은집이니. 추어탕은 아들 많은 큰집들에서 끓인다. 가을 저녁이면 세상의 큰집들은 아들들이 잡아온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이느라고 부산하다.&#160;
p. 232

&#160;
그때, 멸치비린내 가득하던 엄마의 떡국을 그냥 좀 참고 먹을 걸.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216/9/cover150/8954605737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5737</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박완서식 추리소설 - [욕망의 응달]</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4419221</link><pubDate>Sun, 09 Jan 2011 18: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44192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3800360&TPaperId=4419221"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23/57/coveroff/893380036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3800360&TPaperId=44192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욕망의 응달</a><br/>박완서 지음 / 세계사 / 1993년 09월<br/></td></tr></table><br/>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은 대부분 최소한 한번은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뜻밖에 낯이 설었다.&#160;&#160;
이 책은 약간, 파격적이다. 전혀 박완서 스럽지 않으면서 어떤 면에서는 가장 박완서 스럽다. 나는 이 책을 93년에 나온 세계사판 박완서 전집에서 읽었지만, 이 책은 실제 1978년 &lt;여성동아&gt;(문예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 주기 바람)에 1년 반동안 연재되었던 소설이다.&#160;&#160;
사실 작가들은 연재와 비문학지에 작품 발표라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한때는 신문 연재 소설이 소설의 대표적인 발표 지면이었고, 실제 신문 연재 소설중에 박완서의 휘청거리는 오후(동아일보)나 최인호의 상도(발표지 기억안남. 신문이었음) 박경리의 토지 5부 (문화일보)등은 장편 소설로서의 훌륭한 성취를 이루어 내지만, 대부분 비문학지에 연재되는 소설은 통속성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는 혐의의 시선을 짙게 받는다.&#160;&#160;
그리고 이 소설은, 박완서의 소설 중 가장 통속적이다. 숲 속의 별장 같은 집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밀실, 그곳에 모여든 각자 모두 구린 구석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한명 한명 죽어나가는 상황. 그리고&#160;유일하게 순결한 누군가에 의한 범인 탐색.&#160;(오, 이쯤되면 크리스티 여사가 부럽지 않지 않나?)&#160;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박완서스러움을 잃지 않지만, 어차피 상황이나 인물 모두가 너무나 드라마틱한 관계로 박완서의 묘사는 빛을 그다지 발하지 못한다. 사실 이쯤되면 앗,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에도 오롱이 조롱이가 나오는 건가, 싶기까지 하다. 어떤 상황의 어떤 인물에게도, 그리고 어떠한 관계에도 충분히 그럴법한 이유를 제공해 주는게 박완서 선생님의 최대의 장점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면이 부족하다.&#160;&#160;
주인공 자명과 민우의 관계가 사랑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도 억지스럽고, 사실 자명이 민우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억지스럽다. 이야기는 미혼모인 자명이 민우의 유혹(?)에 이끌려 6살난 아들 윤명을 데리고 저택집으로 들어가 저택집의 과거와 비밀, 2살 어린 시어머니 소희 부인의 비밀을 하나하나 추적하고 밝혀내는 구도를 취하고 있는데, 자명이 이 저택집으로 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부자연스러운데다 인물들이 죄다, 지나치게 드라마틱하다. 게다가 도무지 이유없이 등장했다 사라져버리는 인물들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자면, 윤명의 아버지인 윤재. 윤재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자명이 윤재의 집에서 당하는 수모는, 이야기 그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자명의 배경으로 그런 장치를 해 놨었어야 했나 싶고(그냥 사연있는 미혼모쯤으로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민우의 어머니가 굳이 등장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영우의 어머니는 더욱 갑작스럽다. 박완서의 소설에서는 사실 이렇게 군더더기 인물이 거의 없는 편인데 이 소설은 유난하다. 이야기는 지나치게 전형적인 구도로 흘러가고, 결말은 더욱 작위적이다. 박완서 선생님 작품이라고 하기엔 이 작품은 뭔가, 죄송스럽게도 2%가 부족하다.&#160;&#160;
그래도 어쨌든, 박완서 선생님도 이런 소설을 쓴 적이 있다고, 한국적인(?) 추리소설은 이런게 나온다고, 박완서 스럽게 가독성은 역시 최고라고. 주저리 주저리.&#160;&#160;
2010. 10. 7]]></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23/57/cover150/8933800360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3800360</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문제점은 극복되지 못했다. -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4416983</link><pubDate>Sat, 08 Jan 2011 19: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441698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1567&TPaperId=4416983"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722/57/coveroff/89546115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1567&TPaperId=441698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a><br/>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06월<br/></td></tr></table><br/>개인적으로, 혹평을 하기보다는 입을 닫아버리는 쪽이다. 나의 혹평으로 상대의 마음을 할퀴는 것도 저어되지만, 더 중요하게는 혹평을 하고 듣는다고 한들 그가 조금치라도 발전하거나 변화하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나쁜점을 마구 공격하기보다 좋은 점을 마구 칭찬해서 그쪽을 돋워주는 쪽을 택해왔다(고 생각한다.).&#160;
그런데 이 작가, 김진규에 관해서는 이제 혹평 좀 해야겠다. 뭐 나 따위의 혹평으로 이 사람의 글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전혀 없지만.&#160;
김진규는 2008년 벽두에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이다. 2008년 새해 벽두부터 알라딘은 시끄러웠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아직 등단도 하지 않은 작가의 첫 작품이 제 13회 문학동네 문학상의 수상작이 되었고, 작가의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작가의 인터뷰가 먼저 알라딘에 게재되었다.&#160;&#160;
그녀의 첫 책 &lt;달을 먹다&gt;로 나를 화악 끌어당긴 것은 책 뒤 박완서 선생님의 추천의 말이었다. 옮겨본다.&#160;&#160;
"당대의 온갖 사물, 짐승, 꽃과 약재, 기후, 풍습 등을 묘사하는 데 탁월하다. 박물지를 보는 것 같을 때도 있고 타계한 최명희 작가를 연상시킬 때도 있다."
&#160;
무려 최명희란다. 무려 최명희. 그 혼불 최명희 말이다. 지름신이 내려와 머릿속에서 광을 쳐 댔다. 당연히 예약구매를 했다. 그리고 책을 받았다.&#160;&#160;
이런, 문학동네, 이 조선일보스러운 것들아.&#160;&#160;
책을 다 읽고, 책 뒤에 수록된 심사평까지 다 읽고 한 말이었다. 어떻게 박완서 선생님의 심사평 중에 딱 너 좋을 거 한줄만 꺼내놓냐?&#160;&#160;
박완서 선생님의 &lt;달을 먹다&gt;에 대한 평가는 정말이지, 그지없이 가혹하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모든 박완서 선생님의 각종 문학상 심사평 중 가장 가혹하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나 박완서 선생님글 스토커쯤 되니까, 이 말 믿어도 된다.)&#160;
박완서 선생님의 평 중 일부를 옮겨본다.&#160;

"&lt;달을 먹다&gt;를 나는 아마 세 번도 더 읽었을 것이다. 내리 세 번을 정독했다는 뜻이 아니라 읽다가 줄거리를 놓쳐서 되돌아가기를 거듭했다는 소리이다. 참으로 읽기 힘든 소설이지만 난해한 소설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중략)............ 줄거리만 말하면 흥미진진할 듯싶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중략).............&#160;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큰 그림을 총체적으로 보려면 독자는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듯이 스스로 꿰맞추지 않으면 안된다. 작가가 이렇게까지 불친절해도 되는 걸까 싶게 그 조각 맞추기가 쉽지 않다. ....&#160;(중략) .... 어렵사리 꿔맞춰서 겨우 한 화판 속에 퍼즐조각을 빈틈없이 집어넣고 나서도 완성의 기쁨이 별로 없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이다. 무슨 그림인지 모르겠는 거, 곧 작가가 왜 이런 글을 썼을까, 그 작의가 와 닿지 않았다.&#160;&#160;.....(중략)....
혹평은 이만 접고 좋은 점도 많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당대의 온갖 사물, 짐승 꽃과 약제, 기후, 풍습 등을 묘사하는 데 탁월하다. 박물지를 보는 것 같을 때도 있고 타계한 최명희 작가를 연상시킬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이 작가의 억제해야 할 장점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작가는 인물도 사물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인물들이 구체적인 언동으로 성격을 표출하고 운명을 암시하는 게 아니라 작가가 미리 나서서 설명함으로써 인물들이 꼼짝달싹 못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인간도 정물화처럼 묘사해 박제화 시키는 건, 앞으로 이 작가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160;&#160;
박완서, &lt;달을 먹다&gt; 심사평 중에서

혹평 접고, 장점도 있다더니 두줄 써 주시고 바로 "그러나" 붙여버리셨다. 장점도 단점인 작가란다.&#160;박완서 선생님 최고 乃 -_-;;;&#160;
장점은 하나도 없는 글 되시겠다. 도대체 작가는 이 글을 왜 썼는지 모르겠고, 문학동네는 왜 무려 '소설'상을 줬는지도 모르겠고, 당췌 이 글이 소설인지도 모르겠다.&#160;&#160;
그래도 뭐, 처녀작이니까. 괜찮다. 최명희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도 인정한다. 구절구절 섬세한 묘사도 해 낼줄 안다. 남들이 쉽게 가지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다음 작품 다음작품 기다렸다.&#160;&#160;
&lt;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gt;도 읽었다. 재미있게 술술 읽어넘겼다. 여전히 큰 줄기를 잡아내는 서사를 구성해내는 데는 약한 작가지만 그래 첫 작품보다 나아졌으니가 너그러이 넘겼다. 삼 세판, 한 작가에관해 글을 쓰려면, 세권까지는 읽어줘 보자 싶어 이 책까지 읽었다.&#160;&#160;
아 쓰,.... foot. 어쩌라고오오오!&#160;
아니 얘는 말이지, 그 위대한, 살아있는 대작가 박완서 선생님이 요목조목 넌 이런 점이 나쁘고 이런 점은 극복해야 할 문제점이다 손수 짚어주시기까지 하셨으면 극복하려는 척이라도 좀 해봐라, 응? 너한테 약한 건 서사거든? 넌 도대체 소설가라고 하기 무색하게(소설은 서사장르라고오오!) 서사가 너무 약해. 장면과 장면만으로 나머지는 알아서 채워 나가라고 말하는 건 소설이 아니라고, 어떻게 넌 니가 쓰고 싶은 장면만 쓰냐고, 작가가 이렇게까지 불친절해도 되는 걸까 싶다는 말씀으로 이렇게 불친절하면 안된다, 라고 말씀해 주신 그 대작가 노선배의 말을 이렇게 깡그리 무시하냐? 응? 응? 응? 아니, 뭔 깡이냐고, 대체!&#160;
이 책은 전혀 서사가 연결되지 않는다. 어지간하면 진짜, 웬만해서는 서사와 서사사이의 블랭크를 메우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편인데, 이 소설은 2/3가 넘어가도록 이 이야기가, 이 사람이 도대체 왜 여기서 튀어나오는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박완서 선생님이 달을 먹다를 세번 넘어 읽으셨다더니 이 책은(안 읽으셨으리라 확신하지만) 아마 열번쯤 읽으셨을게다. 나도 나중에 숫제 오기로 서사 파악하려 읽었다.&#160;&#160;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말한다.&#160;&#160;

"내 이야기의 팔할은 공부에 의지한다."&#160;&#160;
&lt;저승차자 화율의 마지막 선택&gt;, 김진규, 문학동네, 2010, 작가의 말에서

그러니까 말이다, 이 작가, 공부한 거 아까워서 놓지를 못하는 거다. 자기가 공부한 염색과 당시의 사건들과, 각종 벼슬아치들 구실아치들... 그런 것들 공부한 거 자랑하고 싶어서, 나 이것도 알고 이것도 알고 이것도 아는데 니들은 이거 모르지? 자랑하느라 정작 소설은 쓰지도 못하고 끝이 난다. 막판에 가면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긴지 자기도 헤메었을거다.&#160;&#160;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문학동네 문학상을 수상한 후, 김언수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김진규는 이런말을 한다.&#160;&#160;

"남편이 언젠가 그런 말을 했어요. 제가 매일 책만 붙들고 사니까, 쏟아내지 않고 그렇게 계속 구겨넣기만 하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정말 그랬나봐요."&#160;
&lt;달을 먹다&gt;,&#160; 김진규, 문학동네, 2008, p. 263 수상작가 인터뷰 중에서

&#160;
그러니까 이 사람의 글쓰기라는게 과식과 급체로 쏟아져 나오는 오바이트 또는 설사 되시겠다. 공부하는 작가 좋지. 남들보다 많이 아는 작가 좋고, 남들이 쓰지 못하는 글 써내는 작가 좋고, 속에서 이야기가 고이고 넘쳐 도저히 참을 수 없을때 터져나오는 이야기도 좋고. 김훈이 칼의 노래를 한달만에 썼다던가 세달만에 썼다던가. 중요한 건 그 이야기를 속에 담아 발효시키는 과정이다.&#160;&#160;
잘 삭은 똥냄새는 곱기만 한데 말이지. 이 작가의 글을 전부가 전혀 삭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그러나 이미 서로 뒤섞여 쓰레기가 되어버린, 그런 토사물 또는 설사의 느낌이다.&#160;&#160;
도대체 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려 하지 않는것일까.&#160;&#160;
&#160;
1. 타인의 글에 대해 토사물이니, 설사니 이런 극단적인 악담을 하기는 싫은데, 표현을 하다보니 그리 되었다. 김진규의 스스로의 글에 대한 설명이 그러하였으니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표현일 뿐 특별히 욕을 보이기 위해 선택된 단어는 아님을 밝혀둔다.&#160;
2. 지금까지 출간된 김진규의 책 네권(달을 먹다, 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모든 문장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을 모두 읽고 쓴 글이니 뭐, 어쩔 수 없다.&#160;&#160;
3. 에혀. 소설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_-;;; 공지영이 그랬지. 일단 언어에 대한 감각은 있어야 한다고. 거기에 덧붙인다. 최소한의 서사를 구성해 낼 능력도 있어야 한다고.&#160;&#160;
4. 문득 느끼는 건데, 문학동네에서는 김진규 의 책들마다 표지를 어쩌자고 이런 일러스트들을 썼을까?]]></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722/57/cover150/8954611567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1567</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끝내, 버려지지 않는. - [나는 여기가 좋다]</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4408751</link><pubDate>Thu, 06 Jan 2011 02: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440875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7616&TPaperId=4408751"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317/5/coveroff/895460761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7616&TPaperId=440875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는 여기가 좋다</a><br/>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01월<br/></td></tr></table><br/>나는, 소설가 정미경과 동향이다. 심지어 여고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나는 소설가 정미경을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좋아하고, 그녀의 몇몇 작품은 구절을 외고 있을 정도로 사랑하지만, 좋은 소설이고 좋아하는 소설이란 것과는 별개로 매번 의아해했던 것이,&#160;&#160;
그녀의 글에는 그녀와 나의 고향 냄새가 없었다. 나에게 그것은 정말이지 경이로운 일이었다.&#160;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대학 때문에 서울로 올라와 그대로 서울에 발목이 잡혀 주질러 앉혀졌다. 그래, 나는 '주질러 앉혀 졌다.' 그런데도 그녀의 글에서는 매끈한 서울내기의 냄새만 났다. 태생부터 서울인 듯, 떠나온 곳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구절은 단 한줄도 없었다.&#160;
그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신기하기만 했다. 어떻게 그럴수가.&#160;&#160;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내려가고 싶었는데, 얼떨결에 직장에 발목이 잡혔다. 젠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서울에만 있었다. 직장생활 5-6년차쯤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가자 돌아가' 할 무렵 남편을 만났다. 나와 동향의 이남자, 내가 나온 고등학교에서 "女"자 하나를 빼면 그가 나온 고등학교 이름이 되는 이 남자, 나와 결혼하자 꼬실 때만 해도,&#160;
"남자는 평생 세 번 반한대요. 여자에 한 번, 일에 한 번, 고향에 한 번. 남자들은 다들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하죠."&#160;
라는 말로 미끼를 던져 나를 휙 낚아챘다. 난 그가 내민 미끼를 물고 파닥파닥 댔다. 그래, 조금만 참으면 내려가겠다 이거지? 좋아좋아.&#160;이러면서.&#160;
그와 살기 시작하고&#160;어느하루, 서울살이 타향살이의 지겨움이 농울쳐 들어오던 어느날, 그에게 물었다. 수줍게 배시시 웃으며, 우리, 언제쯤 돌아가요오오? 교태와 사랑스러움을 듬뿍 담아서.&#160;
그의 대답은 이거였다.&#160;
'어딜?'&#160;
어딜, 이라니, 어딜, 이라니. 이 배신감이라니, 어떻게, 어딜? 이라고 물을 수가, 어딜 이라니. 너 나중에 내려간다지 않았느냐고, 내가 파닥파닥 뛰었을때, 그는 여전히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내려가 뭐해먹고 살게?'&#160;
아니, 응? 이따위로 나오면 곤란하지. 니가 이럴줄 알았으면 난 내려가서 해먹을 거 있는 사람하고 결혼했거나, 이미 내려가서 뭘 해먹고 있는 사람하고 결혼했거나, 단 한번도 올라오지 않았던 사람하고 결혼했을 거라고오오오오오! 내가 너랑 결혼을 왜 했는지 모르겠어어어어! 사기 결혼이 별거냐, 응? 응? 응?&#160;
향수는 주기적으로 몰려왔다. 어느때는 참을 수 없을만큼 나를 달달 볶아댔다가, 때로는 그저그만하게 견딜만 했다가. 동향 출신의 작가 책은 일단 사고보고, 어느 소설에선가 고향의 지명이 나오면 그건 그냥 지명이 아니게 되고.&#160;
나의 그런 유난은 나로서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기는 했다. 인간의 기억이 5살부터 시작된다면, 19살까지 살았던 그곳의 기억 14년. 20살부터 살았던 이곳의 기억 14년. 이만하면 어디가 고향이다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떠돌아 살았던것도 아니고 한 도시의 붙박이 14년인데. 그래도 서울은 유난히 정이 붙지 않는 도시였다. 만약 내가 직장생활을 했던 곳이 도심이기만 했어도, 나는&#160; 남편이 미끼를 던질 틈도 없이 내려가서 거기서 뭘 해먹고 있는 사람 등을 치고 있었을텐데 말이다. (절대 내 손으로는 돈 벌지 않겠다는... 이 태도는 뭔가... -_-;;)&#160;
그러다 한창훈의 글은 일단 반가웠다. 오, 그래, 너도 내 과구나, 싶었다. 그 사람의 소설을 읽고 있는데도 막, 그 사람이 내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해 주는 것 같아서, 응응, 그래, 내 맘 알지? 알지? 이런 마음이 되었다.&#160;&#160;
그의 고향에대한 집착은 나만큼이나 유난하다. 오죽하면 소설집의 제목이 &lt;나는 여기가 좋다&gt; 일까. 피폐해진 농어촌의 현실에 못견딘 아내가 출향 아니면 이혼이라고 해도 이 남자, 아내보다 고향을 택해 주질러 앉는다. 그런 그에게 아내는&#160;


    
        
            
            &#160;
            &#160;
        
        
            &#160;
            "당신은 육지를 무서워하고 있소."&#160;<br />
            그 말에 발끈한 게 한순간에 발목 잡힌다.<br />
            "여기서는 모두 잘났다고 추켜세워 주는디, 육지 가믄 그렇지를 못하니께, 그게 겁나서 못 가는 것 아니요?"<br />
            <br />
            p. 32, &lt;나는 여기가 좋다&gt; 중
            &#160;
        
        
            &#160;
            &#160;
            
        
    


&#160;
라고 다그치지만,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160;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그것이 아니다. 육지가 무서운 것보다 여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큰 것이다. 그래서 ,첫번째 단편 &lt;나는 여기가 좋다&gt;에서는 마치 떠날 것 처럼 끝을 맺었던 남편이 이어지는 이야기인 &lt;섬에서 자전거 타기&gt;에서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혼자 섬에 남아있음을 보여준다.&#160;&#160;
그 외에도 마치 전도연 주연의 영화 너는 내 운명을 떠올리게 하던 &lt;올 라인 네코&gt;나 &lt;바람이 전하는 말&gt;&lt;아버지와 아들&gt;은 섬생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풍광묘사를 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섬에서만 가능한 어떤 정서나 관계를 보여주는 데 그것의 아름다움이 예사롭지 않다. 그의 고향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집착에 가까운 애정, 아니, 이미 집착으로 변해버렸지만 어쩔수 없는 거야, 라고 어깨를 으쓱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애정 말이다.&#160;&#160;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집스럽게 나는 여기가 좋다, 를 외치고 있다.&#160;&#160;
그런 그의 글에서 그가 말한 '여기'로 가지 못한 나는 위로를 받는다. 마치 내가 그곳에 가 있는듯한 위로.&#160;&#160;
이러한 그의 고향에 대한 집착은 이전의 소설집 &lt;청춘가를 불러요&gt;,&lt;가던 새 본다&gt;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으며 장편 &lt;홍합&gt;과 최근에 발간한 에세이집 &lt;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gt;에서 그 정점을 보여준다. 고향과 어촌이라는 존재 바다와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창훈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이루어낸다. 어떤 부분에서 그는 이미 타인이 범접하지 못할 경지에 올랐다. 영등포 시장을 배경으로 하는 이명랑을 비롯하여, 이렇게 특정부분, 남들이 쓰지 못하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화젯거리를 가진 작가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래본다.&#160;&#160;
ps. 이 글이 고향에 관한 글로 타겟을 맞추느라 말하지 않았지만, 이 소설집에서 최고의 작품은 아무래도 &lt;밤눈&gt; 같다. 그리고 내게는 가장 찡했던 &lt;가장 가벼운 생&gt;과.&#160;
2010. 8. 13]]></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317/5/cover150/8954607616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7616</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끝까지 읽고나면 처음으로 돌아가세요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전3권]</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4400690</link><pubDate>Tue, 04 Jan 2011 01: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440069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10376&TPaperId=440069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49/18/coveroff/897291037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10376&TPaperId=440069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전3권</a><br/>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글방 / 1993년 08월<br/></td></tr></table><br/>첫번째 책 &lt;비밀노트&gt;를 읽었을 땐 조안 해리스의 &lt;오렌지 다섯 조각&gt;이나 저지 코진스키의 &lt;잃어버린 나&gt;류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세계대전 때에, 유럽의 시골에 방치된 어린 소년의 생존 투쟁기 말이다.&#160;&#160;
주요섭의 &lt;사랑손님과 어머니&gt;에서 단골로 출제되는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160;&#160;
"이야기의 화자를 여섯살 어린 여자아이 옥희로 선택함으로써 얻게되는 효과는?"&#160;
물론 정답은, 아이의 천진한 눈을 통해 어른들의 사랑을 거짓없이 드러내게 만든다 류일테고. 이 시리즈의 첫번째 책 &lt;비밀노트&gt;에서 얻어내는 효과도 그와 비슷하다. 여섯살 소년 둘의 눈에 비친 세계대전 당시의 유럽 시골 풍경은 삭막하고 살벌하기 그지없고, 천진하기 때문에 더욱 잔혹하게 비친다. 아이는 사실을 듣기 좋고 먹기 좋게 포장할 줄 모른다. 아이에게 사실은 오직 그대로의 사실일 뿐이고, 그것을 날 것 그대로 기록해 낸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는 그들이 무슨 일을 하였는지,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인지. 아이들의 기록은 그들이 당한일, 한 일, 본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지 못하(거나 알려 하지 않)고 그렇기에 가감없이 드러낸다.&#160;
전쟁의 참혹함을 기록하는 데에 아이의 눈보다 더 좋은 창은 없다. 시에라리온 내전의 참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은 유니세프나 유엔의 보고서가 아니라 소년병 이스마엘 베아의 &lt;집으로 가는 길&gt;인 것처럼.&#160;&#160;
이렇게 천진한 아이들이, 천사같은 이라는 수식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하지만 어리고 천진하다는 점에선 재론의 여지가 없는 아이들이 겪는 전쟁이란, 그 무엇보다 전쟁의 진실을 잘 드러낸다.&#160;&#160;
2부 &lt;타인의 증거&gt;는 1부의 연장 선상에 놓인다. 전쟁 직후의 피폐한 사회상을 보여주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나의 대척점에 있는 타인이라는 존재다. 아니, 정확히는 타인의 대척점에 있는 나 라는 존재다. 1부의 쌍둥이 클라우스와 분리된 나 루카스는 누군가의 보호자로서 존재하고, 누군가의 사랑의 대상으로서 존재하고,... 사람들은 모두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좌표를 찾는다. 그러다 상대의 좌표가 변화하면 나의 좌표는 길을 잃고, 결국 소멸하기도 한다. 1부가 충격적이었다면 2부는 슬펐다.&#160;&#160;
그러나 3부의 충격에 비하면 1부의 충격은 충격도 아니었다. 3부에 가서는 모든것이 뒤죽박죽 섞여버리고 만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라더니 모든 거짓말은 마치 변증법처럼 거짓이 거짓을 거짓으로 반박하고 그 거짓이 중첩되어 또다시 새로운 거짓을 만들어 내고, 그 거짓에서 가지는 의미 또한 거짓이 되고... 그러나 3부를 읽다보면,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160;&#160;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이 책이 전쟁 소설이라는 생각을 접게 만드는 것이다.&#160;
이 책의 주 테마는 전쟁이 아니다. 이 책의 테마는, 테마는.&#160;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가 아니라 존재는 거짓말을 한다, 랄까, 아니면 존재는 거짓말 속에 있다, 라고 해야하나.&#160;&#160;
3부를 끝까지 다 읽고 아주 드물게 1부를 다시 펼쳐들어 3부까지 천천히 정독했다.&#160;처음 읽을때의 충격과 경악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번엔 눈물이 줄줄줄(그야말로 줄줄줄!) 흘렀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뭐가 중요한가.&#160;인간이란 존재는 왜 이리도 참혹하게 슬픈가.....&#160;
이 책은, 두번 읽어야 하는 책이다. 3부의 끝에는&#160;도돌이표가 달려있다. 처음으로 돌아가라는.&#160;
&nbsp;
&#160;&#160;
이 책은 그렇게 읽어야 하는 책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49/18/cover150/8972910376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10376</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내, 젊은 날의, 숲 - [내 젊은 날의 숲]</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4393315</link><pubDate>Sat, 01 Jan 2011 19: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43933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339X&TPaperId=439331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800/23/coveroff/895461339x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339X&TPaperId=43933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 젊은 날의 숲</a><br/>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br/></td></tr></table><br/>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심지어 유일하기까지 했던 직장은 서울 한가운데, 산 중턱의, 숲 속에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23살부터 30살까지 만 7년을 일했고, 처음 2년은 혼자서 일했다.&#160;그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나의 작은 자취방까지 그 숲근처에 구해놓고 혼자 외따로이 살았다.&#160;&#160;
아침에 눈을 뜨면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이를 닦고, 걸어서 15-20분쯤 되는 호젓한 산길을 혼자 자박자박 걸었다. 사무실에 도착해 문을 열고, 혼자 일을 하다, 혼자 점심을 먹고, 몇통의 전화를 걸고 받고, 그리고 다시 사무실 문을 닫고 혼자 자박자박 걸어 집으로 갔다. 하루종일 누구도 만나지 않는 날도 종종 있었고, 하루종일 입 한번 떼지 않았던 날도 가끔은 있었다.&#160;&#160;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게 널널한 직업은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없이 많은 전화통화를 해야하는 직업이기도 했는데, 실제로 난 정말 많은 일을 해치웠고, 그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그야말로 새롭게 맺어왔는데, 게다가 처음 2년을 제외하면 내내 일하는 사람들이 들고 나는 사무실이었는데 왜 내 기억속의 나는 항상 외따로인건지 모르겠다.&#160;&#160;
그 숲 속으로 숨어들 때, 그래, 숨어들 때, 나는 내가 '숨어든다'라는 걸 의식하며 숨어들었다. 그 숲의 산 그늘 속에 꼭꼭 숨어 숲과 함께 숨 쉬는 나무이고 싶었다.&#160;숲은 한없이 고요했고,&#160;침묵과 외면에 능했으며, 시침떼기도 잘 했다. 그러면서 숲은&#160;때로 나의 기쁨과 함께 자지러졌고, 나의 슬픔과 함께 통곡해주었다. 20대 중후반의 시기에 나에게 그 숲과, 그 나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 &#160;&#160;
그곳은 정말, 현실적인 의미의 '내 젊은 날의 숲' 이었다.&#160;&#160;
김훈의 이 책이 나왔을때, 그 표지의 백색과 은청색이 가지런히 섞인 문양은 겨울숲을 연상하게 만들었고, 나는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나의 유폐를 떠올렸다. 내가 혼자서 세상을 왕따시켰던 그때, 그때의 그 평화와 그 외로움과 그때 맺었던 인간관계들의 기묘한 단절감들을. 여전히 세상을 왕따시키고 싶어하는 나를.&#160;&#160;
이 책의 내용도 그것이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세상에서 유폐 시키는 사람. 숲 속의 적막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 숲 속의 나무들이 그러하듯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관계만을 원하는 사람.&#160;&#160;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이 참 그렇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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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다고 해서 보이는 것이 아니고, 본다와 보인다 사이가 그렇게 머니까 본다와 그린다 사이는 또 얼마나 아득할 것인가<br />
            p. 187&#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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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본다와 보인다 사이의 간극을 인정한다. 그것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설사 그 간극을 뛰어넘어 본다와 보인다 사이의 거리를 없앤다고 한들 그것을 그려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한다.&#160;&#160;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이다. 영원히 넘어설 수 없는. 내가 아는 너는 이미 너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내가 아는 너' 일 뿐이고, 네가 아는 나 역시 마찬가지이니, 내가 너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에 대한 깨달음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것을 인정함으로써 그것에서 벗어난다. 나는 내가 아는 너 만큼만 너에게 접근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160;&#160;
김훈이 변했다.&#160;&#160;
단 한번도 희망에 관한 말을 해 본적 없던 김훈이, 이 글에서 처음으로 마지막의 여운을 남긴다. 그것이 비록 희망아닌 희망이고 의미없는 희망이라고 해도, 김훈은 처음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을 말하고 있다.&#160;&#160;
내 젊은 날의 숲을 통과해 나오며, 숲의 치유력의 영향을 입은 것일까. 주인공이 입은 그런 치유력을 김훈도 입은 것인가.&#160;희망을 말하는 김훈의 문체는 여전히 예리하고 날렵하지만 따뜻해졌다. 아. 김훈의 글이 따뜻하게 읽히는 날이 다 오다니. 김훈선생께서 늙으신 겐가. 
나는, 33살, 내 젊은 날의 숲에서 나왔다. 순순히는 아니고 자유의지는 더욱더 아니고, 그럼에도 불가항력으로 나는 내 젊은 날의 숲을 나왔다. 나왔으되 버리지는 않았다. 숲이 준 것들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160;&#160;
언젠가 나는, 다시 내 젊은 날의 숲으로 돌아갈 것이다. 언젠가는, 반드시.&#160;&#160;
2010. 12. 23]]></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800/23/cover150/895461339x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339X</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읽기 휴식 - [쓸쓸한 사냥꾼]</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4008936</link><pubDate>Thu, 12 Aug 2010 17: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400893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931375&TPaperId=400893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82/74/coveroff/899193137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931375&TPaperId=400893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쓸쓸한 사냥꾼</a><br/>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02월<br/></td></tr></table><br/>언젠가 인용한 적이 있는, 앤 패디먼의 말대로 나는 "책에 관한 책은 사지 않고는 못배기는 성미다."&#160; 한동안 미미 여사의 책이라면 덮어놓고 사들인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때 함께 딸려왔다. 나중에 책들을 정리하면서도 살아남았던 것은 이 책의 표지가 책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책에 관한 책이니까. 책과 연관된 서스펜스라니 얼마나 신선한가.&#160;&#160;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책은 그다지, 미미 여사의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동일한 주인공을 둔 연작소설이 가지게 되는 한계점을 이 책 역시 피해가지 못한다. 약간은 억지스럽고 우겨대는 구성, 매번 사건에 말려드는 헌책방 주인 등등. 한 인간이 일생동안 겪을 수 있는 사건의 수에 한계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사람은 가는 곳마다 말썽이네, 싶다면. 뭐.&#160;
미미 여사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휴식을 취하는 기분으로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외딴방이나 그 외 다른 장편들에 비하면 그럭저럭 단순한 플롯으로, 심리적인 긴장감도 그다지 강하지는 않으니까. 미미 여사의 소설은 너무 강한데가 있어서, 연달아 읽노라면 숨이 가빠지는 면이 없잖아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독서에 숨구멍을 틔어준다. 억지스럽다는 건 그만큼 허술하단 이야기고, 허술하다는 건 긴장감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소리니까. 미미여사는 사실, 약간 긴장을 늦출 필요가 있다.&#160;&#160;
개인적으로, 새로운 작가와 만날때는 단편으로 가볍게 시작해 작가의 스타일에 맞게 접근해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서스펜스 작가의 경우엔 예외로 해야 할 것 같다. 전반적으로, 서스펜스 작가들의 작품은 대부분은 장편쪽이 나은듯.&#160;&#160;&#160;
그리고, 재미있는 걸 하나 발견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페이퍼 접기, 뭐 이런거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그냥 올린다. 쩝.&#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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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뭐라고 부르는 지 모르겠는데, 페이지를 써 놓은 옆에 들어가는 소제목이다. 원래는 '거짓말쟁이 나팔'이 들어가야 하는데 저렇게 써 놨다. ㅎㅎㅎ 무슨 거짓말을 그렇게 하셨을까나.&#160;
참고로,&#160;&#160;
번역자 : 권일영&#160;<br />
발행편집인 : 김홍민 최내현&#160;
되시겠다. ^^ 편집자 위트쟁이~]]></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82/74/cover150/8991931375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931375</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유순하고 무구한 맛, 따뜻하고 바보같은 맛 - [인숙만필]</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999406</link><pubDate>Mon, 09 Aug 2010 17: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9994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9351405&TPaperId=399940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41/22/coveroff/898935140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9351405&TPaperId=39994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숙만필</a><br/>황인숙 지음 / 마음산책 / 2003년 05월<br/></td></tr></table><br/>고종석의 황인숙에 대한 찬사는 부럽기 그지없다. "황인숙은 기품있는 여자다" 라니. 고종석은 이 말을 황인숙의 책 &lt;인숙만필&gt;의 발문으로 쓰는 것으로 모자라, 그의 책 &lt;고종석의 여자들&gt;에서 또한번 황인숙에 대해 말을 한다. 기품있는 여자라고. 기품이라니, 기품이라니! 그 얼마나 우아한 찬사인가 말이다. 그렇게 우아한 찬사를 듣는 황인숙이 과연 어떤 여자인지 정말 궁금해지지 않는가?&#160;
며칠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아, 이 상투적인 표현이라니. ㅠ.ㅠ) 서정희의 쇼핑몰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피식피식 웃다가, 누군가의 댓글에서 "서정희씨 우아하고 기품있게 사는 것 같아 좋아했는데," 운운 하는 댓글을 읽고서 불현듯 황인숙이 떠올랐다. 황인숙은 서정희와 정확한 대척점에 서 있다.&#160;기품이라는 단어를 아무데나 갖다붙이면 안된다. 
그녀는 미혼이고, 가난하며, 크리스천이 아니고, 친구가 많고, 솔직하다. 인테리어하고는 상관 없는 남산 어귀의 옥탑방에 살고 있고, "내" 고양이를 기르고 있지는 않지만 동네 고양이를 거둬먹이는 일도 한다. 이 책은 그런, 고종석의 표현을 빌자면 "기품있는 황인숙 아씨"의 소소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특별난 일도 없고, 그냥 어제 만난 친구 오늘 또 만나 따뜻한 아랫목에 발묻고 고구마라도 까먹으며 도란도란 하는 이야기다. 이야기들은 전혀 두서없이 흘러나온다. 그야말로 꼭&#160;친구들간의 수다처럼. 어린시절의 이야기, 날씨 이야기, 가족 이야기, 나이 이야기, 건강 이야기, 체중 이야기, 하고 있는 일에 관한 이야기, TV 이야기도 나오고, 만난 사람들 이야기. 그런거 있지 않은가. 친구들끼리 만나서 또는 전화로 막 이야기하다 문득 시계를 보고, 어머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어! 우리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하자, 라고 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160;&#160;
끓인 물을 큼지막한 사발에 붓는다. 잠시 식힌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분유를 넣고 젓는다. 평화롭고 달콤한 냄새가 김을 타고 올라온다. 사발 가장자리에 잘 풀어져 녹은 분유의 순한 거품이 자디잔 레이스처럼 둘러쳐진다. 뜨거운 물에 탄 분유는 데운 우유와 또다른 맛이다. 우윳빛 맛, 유순하고 무구한 맛, 따듯하고 바보같은 맛이다. <br />
p. 57&#160;
사실 나는 황인숙 선생님을 직접 뵌 적이 있다. (이럴때는 차마 '황인숙을'이라고 말을 못하겠다.) 직접 뵈고 말을 해 본 황인숙 선생님은 바로 저 글의 분유같은 분이셨다. 유순하고 무구한 눈매의 따듯하고 좋은 의미의 바보같은 그런 분이셨다.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참 좋겠구나, 싶은. 가식이 없고 솔직하니까 사람을 깊이 끌어당긴다. 한편으로는 한없이 천진한 느낌이기도 했다. 아마도 고종석이 말한 기품이란 여기서 온 것 아닐까. 아무런 꾸밈이 없이도 매력적인 그 천부의 무엇.&#160;서정희에게 기품이라니... 말도. 
특별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책이다. 무언가 대단한 곳, 유명한 곳에 여행을 가지도 않았고, 스스로도 말하는 바 글쓰는 것 외에는 직업도 없고 산책을 취미로 가지고 있는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가난한 노처녀의 일상인데도, 마치 분유처럼 그렇게 그리운 무언가가 있다.&#160;&#160;
아랫목에 발을 묻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친구가 없거나, 지금당장 만날수 없는 곳에 있다면, 강력 추천.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41/22/cover150/8989351405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9351405</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헐... 이게 진짜라고? - [삼성을 생각한다]</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975823</link><pubDate>Sat, 31 Jul 2010 15: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97582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50502&TPaperId=3975823"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629/7/coveroff/8964350502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50502&TPaperId=397582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삼성을 생각한다</a><br/>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01월<br/></td></tr></table><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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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눈을 의심했다. 기사가 아니라 소설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사실을 다룬 기사였다.&#160;<br />
            p.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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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김용철씨, 지금 누가 할 소리를 누가 하고 계신거요... 헐.&#160;&#160;
이 책은 너무 황당해서 도무지 사실 같지가 않다. 만약 이&#160;책이 소설로 분류되어 나왔다면 완전 쓰레기 3류라고 종이 재활용통에 던져버림이 마땅하다. 인물은 하나같이 비현실적이며, 사건은 어디 도색 잡지에나 나올법한 1%의 진실에 99%의 부풀림이 더해진 과장기사 같고, 그 진행 추이는 돈 꼴리오네 스럽다. 피가 튀지 않는다는 사실만 다르고. 물론, 실행의지가 없기는 했으나 살해에 관한 논의가 나오기는 한다.(마리오&#160;푸조 님하, 미안.)&#160;
더욱 뒷골 땡기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싸구려 3류 도색잡지 기획기사 같은 이 이야기가 100%의 진실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김훈 선생이 여러번 말씀하셨던 바, 팩트만을 전달하는 기사는 있을 수 없듯, 이 책 역시 팩트에 대한 김용철의 판단과 취사선택이 이루어지긴 했으나.&#160;&#160;&#160;
이 책에서 가장 '깨는'부분은 2부 10장의 '이건희 일가, 그들만의 세상'과 11장 '황제 경영의 그림자' 였다. 이 장에서 그려지는 이건희와 홍라희의 모습은, 코메디에 등장하는 인물과 거의 흡사하다. 이건 뭐, 과대망상증을 가진 정신병 환자(특히 그 증세를 과장되게 표현해 등장시킨)를 주인공으로 한 코메디적 부조리극의 일종같다. 아니, 정말 미친건 아닐텐데 그런 행태를 보이는 건 미쳤다는 소린지 안미쳤다는 소린지 헷갈린다. 재벌그룹 총수라는 양반이 7년간 단 두번 회사에 출근했다는 기록은 이건 뭐, 어쩌자는 거지? 싶고, 100만원짜리 옷을 만들어서 누가 사입어요? 라고 말했다는 이건희의 차녀 이서현의 발언은 얜 무뇌아일까, 무뇌아인 척 해서 사람들을 웃기려는 걸까, 싶고, 결정적으로, 3명의 통신 담당관을 두고 전 세계의 TV프로그램을 하루종일 시청하신다는 이건희의 이야기는. 음. 육아전문가들에게 데려가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 TV 시청을 너무 오래하면 비디오 증후군에 걸릴수 있습니다. 라고. 가르쳐 줘야 하는데. 아하... 그의 정신병적 행태는 TV 시청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긴걸까? 그럼 진짜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 환자라는 이야긴데?&#160;&#160;
인도네시아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teman(친구)라는 말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한번만 만나도, 무조건 그 사람이랑 나랑 친구다, 라고 말한다. 이 나라 사람들 발은 또 얼마나 넓은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갖 관공서에 친구를 두고 있다. 그리고 도움(bantu)이 필요하면 요청하면 된단다. 그럼 다 해 준다고 한다. 그러하다 보니, 진짜 친구는 또다시 teman yang terdekat (가까운 친구)라고 표현한다. 이 나라 사람들의 인맥에 대한 집착과 과시는 정말 상상이상이다. 참 신기한 나라일세, 했는데, 이 책의 저자가 그 이유를 풀어줬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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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이들까지 '마당발'을 동경하게 된 한 원인은 허술한 사회인전망이다. 개인의 삶에 위기가 닥쳤을 때,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었거나, 병이 생겼을 때 누구나 차별 없이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이런 문화가 생겨날 가능성은 적다. 실제로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일수록 인맥관리에 지나친 힘을 쏟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반면, 사회복지가 취약한 나라일수록, 마당발을 동경하는 문화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br />
            p. 41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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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친구는 그냥 반뚜해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 친구라면, 당연히 해줄만한 일도, 이들은 태연하게 돈을 받는다. 이들의 "도와줄게" 라는 말은 내 도움을 돈 주고 사라, 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마당발의 인맥은 우정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어느쪽에서든 아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권력이 없는 서민의 경우에 안면을 터 놓은 경찰이 있다면 당연히 도움을 받게 될테니 그들과의 인맥에 집착을 하는 것이고, 경찰의 경우에는 인맥이 많으면 많을수록 잠재적 고객층이 넓어진다는 이야기니까 새로운 사람과 뜨만 뜨만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160;&#160;
처음에 그 돈은 그저 '급행료'라는 이름이었다. 일 처리를 좀 더 빨리 해 준다거나 약간의 서류 미비를 눈감아주는 대가였다. 그러다 그 급행료는 이제 변질되어 그 돈을 주지 않으면 일을 해주지 않는 수준으로 이르렀다. 세관은 웃돈을 얹어주지 않으면 이삿짐을 통관시켜주지 않고, 주거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 동네 통반장은 돈을 받지 않으면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 심지어 우체부는 우편물을 주지 않기도 한다. 이 나라에서 기업을 하려면 자세한 상납목록을 만든 장부를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다. 그 상납 장부에 들어가는 사람은 위로는 관련 관청의 장부터 말단 직원까지,&#160;담당 경찰서의&#160;경찰관들과 그 상부, 동네에 하나씩은 있게 마련인 어깨들, 심지어 종교 지도자들까지도 상납의 대상이 된다. 상납은 한달에 한번씩 돈을 줘야하는 대상부터 6개월, 1년에 한번씩 쥐어줘야 하는 대상들로 분류되고, 한번에 주는 돈도 지위마다 다 다르다. 뇌물공여에 죄책감이 없기 때문에 서로간 자기가 받은 뇌물을 공개하는 것도 예사여서 세심하게 조절해줘야 한다. 이것은 인도네시아의 관행이어서, 주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되지 않는다.&#160;&#160;
그러하다보니 나라 전체가 썩어들어간다. 수돗물의 수질은 최악이고, 도로는 10년째 전혀 확충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10분 거리가 차가 막히면 2시간이 보통이다. 도무지 대책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도로는 비만 내리면 잠긴다. 주거환경은 끔찍하고 빈부격차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교육은 말할 것도 없으며 사회 복지는 없다. 그냥, 간단하게, 없다. 모든 재원은 그 뇌물로 다 들어가는 것이다. 회사는 설립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생필품은 해외에서 수입된다.&#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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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필품의 블랙홀이라는 거지. 생각해봐. 그곳에선 하루 다섯 번 시간 맞춰 기도를 하러 가야 하는데, 제조업이란 가능하지가 않아.&#160;<br />
            유선전화 시대를 건너뛰고 사막 한가운데서도 휴대폰이 터져.&#160;
            정미경, &lt;아프리카의 별&gt;, 문학동네, 2010,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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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생필품의 블랙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 나라는 얼마전 지진이 일어났던 칠레였다. 남미의 칠레에 지진이 일어나고, 곧이어 사회는 통제불능에 빠졌다. 세계 각국과의 FTA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했던 칠레는 지진으로 항만과 공항이 마비되고 도로 운송이 중지되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슈퍼마켓이 약탈당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각 나라의 내수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그걸 보며 생각했다. 대기업의 횡포에도 꿋꿋히 살아남아 제품을 만들어내는 쿠쿠가 참 고맙고, 해피콜도 고맙고, 온갖 잡다구리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각종 중소기업들이 다아 고마웠다. 
돈을 기반으로 한 인맥 정치는 나라를 이렇게 완벽하게 망쳐놓는다. 정부가 개판이 되면 국민의 생활이 얼마나 고달파지는지는 살아봐야 실감이 난다.&#160;삼성이 하고 있는 짓이 이것이다.&#160;그리고 김용철이 걱정하는 것도 그것이다. 유전무죄를 실감한 사람들, 그놈의 우정이 아닌 돈을 뿌린 것으로 만들어 진 인맥의 힘을 우리는 두눈으로 확인했다. 그러고 나면 너도 나도 돈을 뿌려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뿌리고 싶어도 못뿌리는 사람들은 둘째치고, 뿌릴 수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여기저기 줄을 대서 돈을 뿌리게 될 것이고, 마침내는, 우편물 하나도 웃돈 없이는 받지 못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군사정권의 그 각종 리베이트를 어떻게 뚫고 여기까지 온 우린데.&#160;&#160;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지다 못해, 깔깔깔깔 웃었다. 이건 뭐, 거짓말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하도 말이 안되니까, 도무지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참, 우습기만 해서, 읽는 내내 깔깔 웃었다.&#160;&#160;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160;
우스운 건, 이 나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삼성 제품군은 그게 무엇이 되었건 모두 최고급으로 취급된다는 거. 특히 TV를 비롯한 가전 부문과 핸드폰은 삼성이 석권해 버렸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게 LG고. 에혀. 에혀. 에혀.]]></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629/7/cover150/8964350502_3.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50502</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들린 영혼 - [아프리카의 별]</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971147</link><pubDate>Thu, 29 Jul 2010 20: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97114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1559&TPaperId=3971147"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728/81/coveroff/895461155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1559&TPaperId=397114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프리카의 별</a><br/>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06월<br/></td></tr></table><br/>언젠가 어느 글에선가 평론가 김윤식은 작가들을 두고 "들린 영혼"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여기서의 '들린'이란 '신들린'이라는 말을 할 때의 그 들린이다. 무언가에 들린 영혼이 작가가 된다고.&#160;
책을 읽는 내내 그 말이 떠올랐다. 무언가에 들린 사람들이 자신을 들리게 만든 것을 따라 떠돌고 있는. 그건 마치 모래 같았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가벼운 바람에도 이리저리 휩쓸려 날아다니며 주변의 누구와도 융화하지 못했다. 모래는 천만의 모래가 함께 모여있어도 하나하나가 여전히 고독하다.&#160;&#160;
고독.&#160;
고독이라고 써 놓고보니 정미경의 소설을 이 단어보다 더 잘 요약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고독한 사람들에게 사막보다 더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모래는 사람과 사람의 포옹을 막아선다. 내 살갗에 묻은 모래는 그 위로 누군가와의 접촉이 생겨날 때 도저히 못견딜 무언가가 된다. 사막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손조차 잡아주지 못한다.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160;&#160;
그 사막에, 증오와 복수에 들린 승, 아름다움에 들린 로랑, 사막에 들린 탕헤르 여자 등등이 모여든다. 그들은 모두 이방인이다. 무엇이 그들을 '아무것도 없는(사하라)'로 불러들였을까. 처음엔 각각의 이유로 사막에 왔던 그들은 결국 사막 그 자체에 들린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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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고 온 곳으로의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큰 사람들은 혀뿌리에 감기는 모래를 묵묵히 삼킬 수 있다. 극한의 황량함에 조응하는 폐허를 가슴에 감추고 있는 사람만이 그 지독한 사막 자체를 견뎌낼 수 있다. 눈을 뜨고 있되 아득히 먼 곳에 시선이 못 박혀버린 자들만이 눈알을 파고드는 모래를 견딜 수 있다. 어떤 불로도 태워지지 않는 응어리를 병든 췌장처럼 달고 와서는 그걸 태워야 살 수 있다고 그걸 태워버릴 수 있다면 지옥불이라도 견뎌보겠다는 이들만이 진짜 사막까지 들어간다.<br />
            (p.&#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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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와 응어리를 가진 사람. 세상의 끝에&#160;혼자 서 보았던 사람, 그 사람들이 흔히 정미경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한 인물은 &lt;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gt;에서의 중호를&#160;시작으로 이상문학상 수상작이었던&#160;단편 &lt;밤이여 나뉘어라&gt;의 P와&#160;단편 &lt;무화과 나무 아래&gt;의 주인공 남자 킴을 거쳐 이 소설의&#160;인물들로 이어진다.&#160;그러므로 이 소설은 철저하게 정미경류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160;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지나치게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그런 단점을 넘어서는 것이 정미경의 문장이다.&#160;&#160;
정미경의 문장은 잘 벼른 칼날위에 어룽어룽 피어나는 쇠무지개 같은 느낌이다. 지독하게 아름답고, 철저하게 단련되어 군더더기라고는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는, 그 자체로 완결된 문장이다. 정미경 또한 문장에 들렸다 싶다. 한권 한권의 소설이 발표될 때마다 문장은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매번 최고다!라고 외쳤는데 다음 소설은 더 나아진다는 게 정말 최고다. 인물이 반복되고 주제가 반복되어도 정미경의 소설이 늘 새로운 것은 그 형식과 문장이 날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160;&#160;
이 소설은 발단 전개 위기를 거쳐 절정에서 끝이 나 버린다. 뻥, 하고 터지는 빅뱅을 마지막으로. 소설의 중심 사건은 해결은 커녕 종결조차 되지 않고, 인물들의 미래는 모래 폭풍 속에 들어간 듯 위험천만한 오리무중 상태로. 나는 이렇게 불친절한 소설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절정이 그대로 결말인 것에 동의한다. 고독에는 언제나 허무라는 감정이 따라오게 마련이므로.&#160;
정미경은 언제나 최고다.]]></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728/81/cover150/8954611559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1559</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살해 당하는 신, 살해 당해 마땅한 신. - [은교]</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966631</link><pubDate>Wed, 28 Jul 2010 14: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96663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0684&TPaperId=3966631"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677/11/coveroff/8954610684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0684&TPaperId=396663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은교</a><br/>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04월<br/></td></tr></table><br/>프레이저의 &lt;황금가지&gt;에서 꾸준히 변주되어 등장하는 이미지는 바로 살해당하는 신(또는 왕)이다. 모든 신은 궁극적으로 살해당함으로써 그 신성과 강함을 유지해나간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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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신은 그 능력이 쇠약해지는 징후가 보이는 즉시 살해되어야 하며, 그의 영혼은 사체의 부패로 심각한 손상을 입기 전에 원기 왕성한 후계자에게 이전되어야 한다. <br />
            (.......중략.........)<br />
            인간신을 살해함으로써 숭배자들은 인간신의 영혼이 빠져나갈 때 확실하게 붙잡아서 적당한 후계자에게 옮겨줄 수 있고, 인간신의 자연적인 힘이 줄어들기 전에 그를 죽임으로써 인간신의 쇠퇴와 더불어 세상이 쇠퇴하는 것을 확실히 막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처럼 인간신을 살해하면 그의 영혼이 아직 절정기에 있을 때 원기왕성한 후계자에게 이전할 수 있으므로 모든 목적이 충족되고 모든 위험이 비껴가는 것이다.&#160;<br />
            프레이저, 《황금가지》, 한겨레신문사, 2003, 2권 2장 신성한 왕의 살해, p. 296-297&#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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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를 읽는 내내 생각했던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시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갈망이 없는 사람이 시를 쓸 수 있는가, 사랑은 평범한 사람조차 시인으로 바꾸어놓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늙어 사랑의 힘을 잃어버린(것으로 짐작되는) 사람이 과연 시를 쓸 수 있을 것인가.&#160;&#160;시의 왕이었던 이적요, 늙어버린 그는 여전히 시의 왕일 수 있는가. 그를 죽여 젊고 강대한 새로운 왕을 세워야 하는 것인가.&#160;
이 책은 결국, 노인의 갈망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로 집약된다. 노인의 갈망을 인정할 것인가, 추한 것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160;&#160;
70을 한해 앞둔 이적요는 젊은 서지우가 은교를 차지했다는 사실보다, 서지우가 자신의 갈망을 사랑을 사랑과 갈망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치매 수준의 노추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한다. 그에게는 아직 갈망을 느끼고 사랑을 느낄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부정당하고, 그것이 그를 살인으로 이끄는 것이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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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만 감으면 송장인데, 무슨 짓요? 미쳤어요? 자기 얼굴을 좀 보라구, 씨팔.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거울도 안봐?"<br />
            p. 207&#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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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를 향한 그의 순정은 이렇게 철저하게 유린당한다.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갈망 그 자체가 죄가 된다는 사실을 그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결국 그가 분노한 것은 서지우에 대해서였을까 그의 늙음 그 자체에 대해서였을까.&#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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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교를 만나면서 나는 보다 젊어지고 싶었다. 그게 죄인가. 그 애를 통해 아직도 생피처럼 더운 나의 욕망을 확인했을 뿐, 나는 아무런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나의 은닉된 욕망에게 형벌을 선고할 수 있는 자는 그러므로 나뿐이다. 나는 육십대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다른 누가 나의 뺨을 후려칠 권리는 없다. 서지우는 더욱 그렇다.<br />
            p. 28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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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중심 등장인물은 셋이다. 이적요와 서지우와 한은교. 제목도 은교다. 그렇다 은교가 없다. 이 소설의 은교는 은교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은교여도 은주여도 혜교여도 상관이 없었다는 말이다. 은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사건과 감정의 객체일 뿐. 서지우 역시 일종의 피드백으로서만 존재한다. 이 소설은 온전히 이적요 혼자의 내면을 위해서 흘러가고, 그의 사랑을 온당화 시키는데 온 힘을 다한다. 누가 그랬던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그 자체가 자신이 정당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은교를 물상화 시켜버리는, 은교의 감정에 대해서는 깡그리 무시해 버리고,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만 보려하는 이적요의 시선에서 나는 그의 한계를 본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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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를 살리는 길이었다. 그애가 싫다면서 한사코 밀어내는데도 불구하고, 그애의 사타구니를 벌리고, 뱀과 같이 혀를 낼름거리면서, 그 안에 머리를 밀어넣는 서지우까지도 보아야 했을 때, 내가 어떻게 "그애가 싫다면서 한사코 밀어내는 데도 불구하고"라고 쓰지 않고 그 장면을 견뎌낼 수 있었겠는가. 그애가 '비명을 내지르며' 진저리를 쳤다. 그애는 '당연히'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애가 '끔찍하게 고통받고'있다고 분명히 보고 느꼈다.<br />
            p. 3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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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의 갈망은 정당화 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강간범이 그 여자도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이건 화간이예요, 라고 주장하는 것과 진배없지 않은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을 때, 사랑은 폭력이 된다.&#160;&#160;
그러므로 이 소설은 실패다. 노인의 갈망을 갈망으로서 설명하는데 실패했다. 결국은 다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돌아서고 마는 것이다. 노인 그 스스로에 의해. 그러므로 노인은 살해당해 마땅한 것이다, 로까지.&#160;&#160;
박범신은 풍만한 언어를 가졌다. 박완서와 같은 풍요로운 언어가 아니다. 내게있어 박범신은 공지영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둘 다 풍만한 언어를 가졌고, 둘다 언어에 독특하고 빼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둘다 일정수준의 성취를 이루었다. 박범신과 공지영의 문학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 언제나 아슬하게 발을 걸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난 박범신의 소설과 공지영의 소설을 다 좋아하는데도 항상 읽고나면 뭔가 이건 아니야, 싶을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런 순간이다. 자신이 만들어 낸 인물을 인물로서 살아있게 하지 못하고, 속이 텅 빈 객체로 만들어 버린다.&#160;&#160;
소설 전체에 등장하고, 심지어 제목까지 획득한 은교가 도무지 내면을 가진 한 인물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물론 그것을 노리고서 굳이 17세 아이를 등장시킨거라면 할 말은 없지만.&#160;&#160;
도대체, 은교 열풍은 왜 불었을까. 알쏭달쏭. -_-;;;]]></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677/11/cover150/8954610684_3.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0684</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서울을, 그곳에서 보낸 너의 청춘을 사랑하게 되도록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956019</link><pubDate>Sun, 25 Jul 2010 04: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9560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1273&TPaperId=3956019"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697/17/coveroff/8954611273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1273&TPaperId=39560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a><br/>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05월<br/></td></tr></table><br/>한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작품이 있다. 대부분은 그 작가의 데뷔작이나 문학상 수상작이 한 독자에게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해 주는 작품이 된다.&#160;&#160;
나와 한강을 만나게 해 준 건 &lt;그대의 차가운 손&gt;이라는 장편이었고, 김영하와 나는 &lt;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gt;라는 과격한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김연수와 나는 &lt;여행할 권리&gt;가 첫 만남이었으며 신경숙과 나는 &lt;기차는 7시에 떠나네&gt; 였다.&#160;그 작품 이전에도 신경숙의 작품은&#160;몇개 읽고 있었지만,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기점으로 나는 신경숙을 콜렉션하기 시작했다.&#160;
&lt;기차는 7시에 떠나네&gt;를 읽을 때, 나는 종로구 평창동에 살고 있었고, 그 작품을 쓸 무렵 작가 신경숙은 종로구 구기동에 살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은 직후 나는&#160;미란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달렸던&#160;세검정 삼거리를 출발하여, 자하문을 지나 광화문을 지나 세종문화회관을 마주 보게 되는 그 길까지 걸어가&#160;세종문화회관 벽면의 비천상을 사진으로 찍어온 일이 있었다. 그리고, 작가 신경숙이 아마, 나와 같은 경로로 그 길을 여러번 걸었으리라 짐작했다. (신경숙은 구기동에서 10여년을 살다 평창동으로 이사했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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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잠이 안 올 때면 소설책을 읽곤 하지. 그러다가 파트릭 모디아노며 무라카미 하루키 등을 알게 되었는데 그들의 소설을 읽으면 말이지, 파리나 도쿄가 가고 싶어져. 그들은 진짜로 파리나 도쿄를 사랑하는 것 같아.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걸어다니는 거리를 나도&#160;걷고 싶어질 만큼 그렇게 애틋하게 쓰거든."<br />
            "우리나라 작가들은 어떤데요?"<br />
            "글쎄...... 우리나라 작가들은 서울을 그닥 좋아하는 것 같지 않더군...... 떠나야 할 곳, 사람이 정붙이고 살기에는&#160;좀 살벌한 공간으로 묘사되는 것 같아."<br />
            "그럼 할 수 없네. 작가가 되어서 직접 써봐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서울을 사랑하게 되도록."&#160;
            신경숙,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문학과 지성사, 1999, p. 6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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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경숙은 아마도 본인이 직접 쓰기로 결정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러한 결심은&#160;아마도 그녀가 서울예전을 다닐때에 이미 했던 결심같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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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년 만에 이 도시로 다시 돌아오면서 나는 이 도시를 알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서 이 도시 구석구석을 내 발로 걸어다녀야겠다고.<br />
            <br />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문학동네, 2010, p.4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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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그러한 시도는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서 시작되어 바이올렛(문학동네, 2001)에서 절정을 이루다가&#160;사실&#160;2008년&#160;《엄마를 부탁해》에서도 부암동과 쌍문동을 묘사해 내며 적절한 균형감각을 찾으며 안정기에 접어든다. 물론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서울의 묘사는 다음 로드뷰 못지않게 정확했지만&#160;《바이올렛》에서의 서울 도시 묘사가 실험소설이라해도 좋을만큼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바짝 다가가 있었다면(그래서 묘사와 서사가 따로&#160;노는 경향이 약간은 있었다) 엄마를 부탁해에서부터는 좀더 소설적인 애틋함, 신경숙이 바랐던 그것을 성취했다는 느낌이다.&#160;&#160;&#160;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나는 신경숙을 통해 내가 늘 알던 그 길을 새로이 발견하게 되었고, 원래도 사랑하던 곳이었지만 더 많이 더 애틋하게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서울이라는 도시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었다. 자, 어때 말해봐, 광화문과, 세종 문화회관과 시청과 프라자 호텔 앞에서의 너의 스무살은 어땠니. 라고.&#160;&#160;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 모임이 있고, 그 요리 레시피 북까지 나왔다는데, 신경숙의 소설에 등장하는 서울거리 걸어보기, 그런 모임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소설독법이 되지 않을까. 김훈과 남한산성 가보기 이런 것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이제는 잊혀지는 그곳들을 윤이와 미루와 명서의 궤적을 따라 때로는 낙수장의 안내를 받아.&#160;&#160;
박완서의 《도시의 흉년》이나 《엄마의 말뚝》에서&#160;"처녑같이 구불구불하고 구질구질한 달동네"를 묘사해 내는 것은 그것 나름대로 가치가 있고 그 일반화 될 수 있는 묘사력에서 박완서가 일종의 일가를 이루었다면 신경숙은 박완서와는 다른 의미로, 개별화 된 묘사력에서 일정 수준의 성취를 이루었다. 나는 그 점을 높이 산다.&#160;&#160;
파트릭 모디아노가 묘사하는 파리의 뒷골목과 하루키가 묘사하는 도쿄의 거리, 그리고 신경숙이 묘사하는 서울, 강북의 구 도심 오래된 거리들. 신경숙이 있어서, 서울에겐 참 다행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697/17/cover150/8954611273_3.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1273</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황경신을 아시나요? - [유령의 일기 - 황경신 장편소설]</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953691</link><pubDate>Sat, 24 Jul 2010 02: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95369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053618&TPaperId=3953691"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581/60/coveroff/895605361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053618&TPaperId=395369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유령의 일기 - 황경신 장편소설</a><br/>황경신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1월<br/></td></tr></table><br/>황경신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가 않더군요. 그럼 이렇게 물어보아야 겠습니다. 페이퍼(paper)라는 잡지를 아십니까? 그 잡지의 편집장이 황경신입니다. 황경신은 이미 1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한 중견급 작가이고,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대신 매니아층이 약간 있지요.&#160;&#160;
굉장히 화려하고 수식적인 문장을 쓰는 작가입니다. 은유와 직유에 능하고, 참신한 표현을 해 낼줄도 알구요, 사랑이 갓 시작될 때의 그 간질간질한 감정을 표현해 내는 데 아주 능숙한 작가이기도 하지요. 연애소설에 정말 정석 그대로 어울리는 작가입니다.&#160;그녀의 소설 &lt;모두에게 해피엔딩&gt;은 정말 제대로 된 연애소설로는 몇손가락 안에 꼽아도 괜찮을 겁니다. 소설 그 자체로는 모르겠지만, 연애할 때의 그 간질간질하고 동글동글한 심리와 예리하고 팽팽한 감정선을 잘 잡아내는 재주가 있지요. 
일본에 요시모토 바나나가 있다면 한국에는 황경신이 있지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뜬구름잡는 이야기 그대로 천연덕 스럽게 잘 하는 게 특징입니다.&#160;&#160;
이 책, 유령의 일기는 그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됩니다. 이 책에도, 바나나가 자주 써먹는 유령이 나옵니다. 이 책의 "유령"은 보통 뇌사 상태의 사람들의 영혼입니다. 아직 죽음으로 넘어가지는 않았고, 그렇지만 육체에 깃들이지는 못한 혼을 유령이라고 지칭하는 군요. 큰 틀은 주인공 유령 소이의 사고와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자잘자잘한 옴니버스 형식으로 개별 유령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이야기를 서사의 틀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에피소드의 나열로 겨우겨우 이어나갑니다.&#160;우연의 남발이라는, 바나나와 황경신 공통의 문제점도 역시나 가지고 있구요. 서사가 강한 소설을 쓰는데는 여엉, 재주가 없어요. 하지만 장면 장면을 묘사하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죠. 
저는 뭐, 나름 황경신의 매니아층에 들어간다고 해도 좋을만한 터라 황경신의 다른 책을 샀듯 이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만, 사실 이 책에서는 황경신 특유의 매력이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 사람은 정말 복문의 복문의 복문을 만드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수사적 문장이 가장 큰 매력인데요, 이 책에서는 그런 면이 좀 떨어집니다. 문장이 전체적으로 많이 평범해 졌어요. 98년 &lt;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gt;라는 책에서 보이는 그 놀랍도록 화려하고도 참신하면서 독창적이던 동화적 상상력이 많이 죽었어요.&#160;
이쯤되면, 문학도 나이를 먹는가, 라고 한탄하던 1920년대 염상섭의 신문칼럼이 떠오르죠. 65년생이니 올해 벌써 마흔다섯인가요?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상상력의 글을 쓸 힘이 떨어진 건가 느껴지는 순간이예요. 작년 재작년, 황경신은 숨가프게 몇권의 책을 출간했는데요, 힘이 좀 딸린다 싶네요. 역시나.&#160;&#160;
뭐, 여전히 황경신을 좋아하고, 새로운 책이 나오면 또 살테지만요.]]></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581/60/cover150/8956053618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053618</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흐드러진 건강함 - [홍합]</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946546</link><pubDate>Thu, 22 Jul 2010 01: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94654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313262&TPaperId=394654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362/71/coveroff/89843132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313262&TPaperId=394654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홍합</a><br/>한창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04월<br/></td></tr></table><br/>다락방님 서재에서 한창훈의 &lt;밤눈&gt;에 관한 페이퍼를 봤다. 한창훈은 26회 이상문학상 후보작이었나 &lt;눈보라콘&gt;밖에 읽어본 게 없어서, 급 궁금해졌다. 책장을 뒤져 홍합을 꺼냈다.&#160;&#160;
난 한겨레 문학상 수상 작가들과 그 작품을 좋아한다. 심윤경이며 박민규며. 이 책도 그 맥락에서 산 책이었다. 제 3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160;&#160;
여수 근처의 홍합 처리 공장을 배경으로 각각의 인물 에피소드를 옴니버스처럼 엮어나가는 이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중심 인물인 여인네들의 건강함이다. 서울서 대학을 다니고, 운동권 생활을 하다 고향인 여수로 낙향해 온 문기사(이름도 안나온다. 그냥 기사일을 하는 문씨), 늘 떠날 생각을 하지만 마지막에 결국 그는 이곳에서 다시한번 살아보기로 한다. 그를 이곳에 붙잡는 것도 이곳 여인의 흐드러진 건강함이다.&#160;&#160;
이 소설에서는 상냥하고 잘 배우고 교양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안나온다. 남편에게 수시로 맞아 눈이 시퍼렇게 되어 공장에 나오는 여자들, 마누라를 돈벌이 시켜놓고 자기는 팽팽 놀며 술과 노름으로 세월을 보내는 남자들, 며느리가 들어오자 살림에서 손을 놔 버리고 놀러만 다니는 시어머니. 남편이 갑자기 급살을 해 버려 남편도 없는 시집에서 애 둘을 데리고 살고 있는 여자와&#160;극심한 노동으로 잇몸이 다 헐어버린 여자.&#160;들춰보면 들춰볼수록 한숨만 나오는 사연인데도 이 소설은 그다지 슬프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유쾌하다.&#160;
맞아서 눈 주위가 퍼렇게 되어버린 여인의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도 이야기는 여전히 웃기고, 일당보다 더 많은 돈을 선생에게 촌지로 찔러주고 와야했던 여인의 이야기에서도 이야기는 여전히 웃기다. 일종의 페이소스이기는 하지만. 음담패설조차 야하지 않고 건강하게 바꿔버리는 그 흐드러진 중년 여인들의 건강함은 그대로 웃음을 자아내기에 족하다. 홍합공장에서 일하는 여인 8명의 사연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춰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160;&#160;
그 중 &lt;다섯 색깔 동그라미&gt; 챕터의 이야기는 배를 잡게 한다. 한 마을에서 오입질을 시도하는 한 여자, 그녀의 오입질은 단순하기 그지 없다. 길가던 동네 남자를 길에서 만나 뜬금없이, "저녁에 뒷산에서 좀 봅시다." 해 놓고는 남자가 진짜 뒷산으로 오면 거기서 그냥 옷을 벗고 뒹굴어 버리는 이야기. 그녀가 남편에게 외도를 들키는 과정은 어이없어서 웃음이 난다. 다른 남자와 몸을 섞은 날 그녀는 달력에다 동그라미로 표시를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한달에 한두개였던 동그라미가 두세달이 지나자 컬러 싸인펜으로 여러가지 색깔이 등장해 날마다 동그라미의 색이 달라지는 것이다. 즉, 만나는 남자마다 색깔을 정해두고 동그라미를 한 것. 결국 그녀의 오입질은 들키고, 그녀의 남편 보다는 시동생들이 더 난리를 친다. 여기서 더 압권인 것은, 이 일이 덮여가는 과정이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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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온 동생들은 다시 내보내라고 성화였다. 사흘을 줄담배질로 보내던 금이 아빠는 드디어 결론을 내었다. <br />
            "느그 형수 내보내믄 느그들이 나 새 장가 보내줄래?"<br />
            그 소리에 동생들은 고개를 내두르며 채 식지 않은 구두를 다시 꿰신고 총총 돌아갔다. <br />
            동생들이 찾아오기 전에 금이 아빠가 금이네와 마주 앉아 결정을 본 바가 있어서 그랬다. <br />
            "왜 그랬능가. 왜 서방 놨두고 그랬어?"<br />
            "......"<br />
            "서방질을 할라믄 멀리 가서 하등가. 누구 하나 하고만 하등가."<br />
            "..."<br />
            "동생들이 자네 내보내라고 자꾸 하는 거 자네도 들었제? 워쩔랑가. 좀 있다가 또 온다네."<br />
            "......"<br />
            "속 터져 미치겄네. 아, 뭣이라고 말 좀 해봐."<br />
            "인자 안 할라요."<br />
            (p.11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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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압권이지 않은가? 새 장가 못갈까봐 온 동네남자들과 오입질을 한 마누라를 그냥 내버려 두는 남편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인자 안 할라요." 이 한마디로 상황을 종결시켜 버리는 사건 당사자나.&#160;&#160;
그런데 한창훈의 힘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말을 하고보면 말도 안될것 같은 이런 상황이 한창훈의 소설을 읽다보면 지금도 어디선가 누구는 이러고 있을 것만같은 능청스러움이 있다.&#160;&#160;
이 사건의 주범인 금이네는 나중엔 한술 더 뜬다. 자신과 오입질을 한 남편을 둔 여인네들을 향해 일갈하는 것이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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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나 했다 어쩔래. 서방이나 아니나 좆도 아닌 것들하고 사는 것들이. 야, 아싸리 말해서 쓸 만한 놈 하나도 읎드라."<br />
            (p. 12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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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 읽고 데굴데굴 굴렀다. 이쯤되면 약간 모자란 여인네인가 싶기도 했다.&#160;&#160;
알라딘에서 이 책을 농어촌 소설로 분류하는 모양이더라. 난 이런 소설이 참 좋다. ㅎㅎㅎ]]></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362/71/cover150/8984313262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313262</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사랑을 둘러싼 것들이 고통스럽지. 사랑 그 자체는 그렇지 않아. -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 그해, 내게 머문 순간들의 크로키, 개정판]</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946062</link><pubDate>Wed, 21 Jul 2010 22: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94606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633693&TPaperId=3946062"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42/73/coveroff/8970633693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633693&TPaperId=394606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 그해, 내게 머문 순간들의 크로키, 개정판</a><br/>한강 지음 / 열림원 / 2009년 12월<br/></td></tr></table><br/>차에 두고 간단히 읽을 책을 고르다 이 책이 손에 잡혔다. 한강이고, 읽은지도 한참 되었고, 읽었을 때 좋았었다는 기억도 있고... 무엇보다, 나에게 한강이라는 작가를 소개해 준 지인이 2003년 (이 책의 초판이 처음 발간된 해다.)에 읽은 책들 중 가장 좋았던 책으로 꼽았던 책이지만 막상 나는 좋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의아함을 느꼈던 것을 아직도 찜찜하게 기억하고 있던 책이기도 했다.&#160;&#160;
판형은 작은데 활자가 크고, 짤막짤막한 에세이라 차 안에서 잠깐잠깐 읽기 좋겠다고 들고 내려가 차 안에서 다시 펼쳐든 이 책을, 나는 차에서 내릴때 도로 손에 들고 나와 끝까지 읽어버렸다.&#160;&#160;
헉... 나는 도대체, 2003년 11월 1일(이 책을 처음 읽은 날, 책 면지에 기입해 뒀다.)에 뭘 읽은거지? 그래, 내용과 그 사람들은 그대로 선연하게 기억이 나지만, 알고 있던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와 닿는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160;
이 책의 서문에서 한강은 말한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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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망설였다. 4년여의 시간이 흘러, 아무래도 이 글들을 나의 것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고쳐 쓸 수도 없었다. 생각과 감정의 틀 자체가 변해, 아예 차음부터 다시 쓰거나 쓰지 않거나 둘 중 하나였다.<br />
            그렇게 여러 날의 여러 마음 끝에 결국 이렇게 책을 묶게 되었다. 최종 원고를 보내기 위해 오래 전의 나와 조우한 며칠동안 나는 좀 어리둥절했다. 이런 나도 있었구나. 꽤 밝았구나. 마음이 가볍고 담담했구나. 단순하고 낙관적이었구나. 심오할 것도 무거울 것도 없이. 고통스럽게 파고들어간 자기 응시의 흔적 없이.<br />
            p. 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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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서문에서 밝힌 그 말은 오늘 이 책을 읽을때의 딱 나의 마음이기도 했다.&#160;
생각과 감정의 틀 자체가 변해버렸다는 느낌, 이 책을 밝고 화사한 색채로 기억하고 있었던 나에 대한 어리둥절함. 뜻밖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한강조차,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쓸때의 자신을 "꽤 밝았"고 "마음이 가볍고 담담" 했다고 말하는데 막상 이 글을 읽는 나는 이 글들이 너무 아팠다.&#160;&#160;
이 책이 무겁고 우울하지는 않다. 그건 아마 이 책이 한강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책이라기 보다는 이 책의 띠지에 적힌 말 그대로 "내게 머문 순간들의 크로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누구를 만났고 무슨 일이 있었고, 내가 만난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고.. 하는 것들을 자세한 묘사가 아닌 크로키 하듯 그려나간 글들. 글의 대상이 한강의 내면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연필을 잡고 있는 손은 한강의 것이다. 대상을 한강식으로 해석하고 그려낸다.&#160;&#160;
한강의 눈으로 들어와 손을 통해 나온 인물들은 모두가, 엷은 슬픔이 묻어있다. 그리고 그 엷은 슬픔에도 그들은 강하려고 노력한다. 냉정하지만 연약하고, 슬프지만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160;고작 160&#160;쪽에 판형은 작고 글씨는 큰 이 책은, 어쩌면 나의 2010년의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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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너무 없어. 언제 이 책들을 다 읽지? 언제 이 영화들을 다 보지? 언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다 쓰지?"<br />
            p. 4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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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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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오늘 새삼 느꼈다. 역시 책은 구입해서 짱박아 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새로 읽고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때의 그 기분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160;
ps.2. 한강이 이 책을 쓰게 되었던 배경인 아이오와 대학 주최의 국제창작 프로그램(IWP)에 참가했다가 그때의 일들을 기록으로 남긴 작가로는................................... 김연수(여행할 권리 or 청춘의 문장들)와 무라카미 하루키(일상의 여백) 라고 쓰려 하였으나, 지금 책을 들춰 확인해보니 그 세권의 책에서 IWP에 관한 문장을 못찾았다. -_-;;; 김연수는 중국의 대학이고 하루키는 프린스턴 이란다. 에혀. 나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겨?]]></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42/73/cover150/8970633693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633693</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아이를 키우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 [해피 해피 스마일]</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926616</link><pubDate>Sat, 17 Jul 2010 00: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92661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82487&TPaperId=392661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350/50/coveroff/8937482487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82487&TPaperId=392661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해피 해피 스마일</a><br/>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04월<br/></td></tr></table><br/>책 이라는 게 시기를 탄다. 특히 일상을 소소하게 다룬 에세이집의 경우엔 더 그런 것 같다. 어떤 책은 특정한 시기에 읽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160;&#160;
요시모토 바나나는 한국에서 꽤나 유명하고 인기있는 작가이지만, 개인사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바나나도 그렇고 가오리도 그렇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160;거의 10년째 똑같은 사진을 써 먹고 있다. 이건 바나나와 가오리의 바램이 반영된 것인지 소담출판사와 민음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동그란 안경을 쓴 담백한 얼굴의 바나나는 그 얼굴과 작가의 약력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보통은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의 개인사를 추론해 낼 수 있게 되거나 소설 외에 몇권의 에세이집으로 작가를 추측할 수 있게 되는데 바나나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도대체 그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로 작가의 성장 배경을 추측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고, 그래도 몇권의 에세이집을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했던 가오리와는 달리 바나나는 이번이 처음(내가 아는 한은) 에세이집이다.&#160;&#160;
아마, 바나나의 팬이라면, 바나나의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상이 그려지는 에세이집이라는 말에 혹했을법 한데, 막상 읽다보면 실망을 했을 것 같다. 이 책은 에세이집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보통 에세이집에서 상상하는 내면의 표출같은 건 거의 없다. 그야말로 사소한 일상의 나열이다. 바나나의 소설들이 그렇듯 담백하고 단순하다. 이 책으로 작가의 내면을 짚어본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160;&#160;
하지만, 바나나라는 이름을 배제해 놓고, 그냥 이 책을 읽는다면, 더구나, 만 3-4세 가량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읽는다면, 이 책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다. 바나나의 아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내 딸도 했다. 소설가 엄마를 가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160;
일상은 묵정밭이다. 문학이라는 것은 그 묵정밭에서 잡초를 뽑아내고 화초만을 남겨두는 것이다. 바나나는 바로 그 일들을 했다.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일어나는 그 수많은 일들중에 보석같은 순간들을 잡아내어 글로 옮겼다.&#160;&#160;
육아 이야기는, 육아 당사자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화제이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주제중의 하나가 된다. 도대체 아이가, 오늘 엄마! 라는 말을 했다고 꺄악 꺄악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치고 흥분해 온 동네에 전화를 돌려 대는 걸, 이해할 수 있는 건 오직 엄마라는 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이를 둔 엄마밖에는 없다.&#160;하지만 육아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는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한템포만 물러서면, 이게, 내 새끼라서 이쁜거지, 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내 새끼는 나나 이쁘지 남은 안이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그 이야기들.&#160;&#160;
이 책은 그 육아 수다의 욕구를 채워준다. 아이고 바나나씨 당신 아들은 두살이 지나서야 엄마소리를 했구먼요? 호호호호호, 내 딸은 9개월에 했다오. 아이고 데이고...&#160;
아이를 키우고 있는 당신, 육아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당신, 당신에게 바칩니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350/50/cover150/8937482487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82487</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이것은 그저 장난이었을 뿐입니다. - [못된 장난]</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923410</link><pubDate>Fri, 16 Jul 2010 12: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9234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848278&TPaperId=392341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584/91/coveroff/897184827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848278&TPaperId=39234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못된 장난</a><br/>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br/></td></tr></table><br/>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사람이란 극히 제한적인 것이 당연하겠지만.&#160;
그래도 내가 도저히 이해 못할 범주의 사람은 특정인에 대한 안티들이다.&#160;그들은 주로 인터넷의 닉네임과 유동 아이피 뒤에 서식하고 있다.
물론 나도 푸른지붕 쥐색을 싫어하고, 수첩공주는 지나가다 뉴스에서만 봐도 밥맛이 뚝 떨어지며, 아무 이유없이 주는 거 없이 싫은 연예인이 있다. (하긴, 나는 언젠가 "주는 거 없이 싫은" 감정은 질투의 다른 표현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노홍철을 질투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흠.)&#160;정치인은 차치해두고, 정치인을 싫어한다는 감정은 우리의 현실 생활에 너무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넣어둬 넣어둬 라고 대충 무시해서는 안된다. 싫다면 싫다는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한다고 본다. 더 좋은 방법은 정치인 누군가에 대한 지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겠지만. 어떤 의미에서도 안티로 뜻을 이루기보다는 지지로 뜻을 이루는 편이 좋다.&#160;
차설, 연예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면, 나는&#160;몇몇 연예인이 고정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버라이어티 쇼에 그 연예인이 나온다면 채널을 돌린다. 신문 기사에 그들의 기사가 나와도 보지 않고, 정확히는 그들이 뭔 짓을 하고 사는지 관심을 안둔다. 두기가 싫다. 나쁜짓을 했다는 신문기사에 그래 넌 내가 상상한 딱 그만큼이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열정도 없다.싫어하니까, 그에 관한 기사를 읽거나 소식을 듣는 것도 고역이다.&#160;착한 일을 했다는 소식에도 별반 관심을 두지 않지만, 그래도 걔 의외로 괜찮은 놈이더라?(이게 언론플레이일지라도 말이다.)라는 말에는 흠, 그래? 라고 마음을 돌려 싫어했던 마음을 지울 정도의 아량도 있다. 오오오. 나 너무 착한거 있지.&#160;
그래서 나는 잘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싫다, 싫다 외치면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하여 하나하나 꼬투리 잡아 욕을 하고 그걸 글로 써서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하는 그 정열을. 이건 마치... 얼핏봐서는 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이 관심을 괴롭힘으로 표현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구. 물론, 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의 괴롭힘은 애교스러운데가 있고, 인터넷 안티의 행위는 애교라고는 조금도 없다.&#160;&#160;
부처님이 그랬다는데. 사랑하지 말아라. 보지 못해 괴롭다. 미워하지 말아라, 봐서 괴롭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는 괴로움은 그리움이라는 감미가 섞인다. 하지만 미워하는 사람을 봐서 괴로운 감정은, 이건.&#160;그야말로 순수한 괴로움이잖아.
그렇게 싫으면 보지 않아야 정상아닌가.&#160;&#160;
한때 내가 열심히 들락였던 여성 커뮤니티의 익명게시판에는 몇몇 연예인에 대한 끈질기고 지치지도 않는 안티가 있었다. 그들의 레파토리는 변하지도 않아서, 닉네임조차 보이지 않는 익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 그때 그 사람이구나,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정도의 정열적인 미움은, 사적인 원한관계가 있어야만 생길수 있지 않을까 싶을만큼 질기고 집요한 욕질이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도 보통의 에너지로는 감당이 안되는 일인데.&#160;&#160;
이 이야기를 돌려서, 안티질을 하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안티의 대상이 되는 누군가를 중심에 두고, 관점을 바꾸어보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160;제3자의 입장에서&#160;흠, 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군, 하고 power off 하고 끝낼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안티를 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라고 넘어가야 할 것이 아니라 안티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160;이 책은 그 안티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이야기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 그런데 나를 미워하는 그 사람은 허상이다. MR. blog씨 같은 완전한 제로는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실체도 아닌, 일종의 그림자나 입김같은 실체다. 있기는 있으나 맞붙어 싸울수가 없다. 형체를 가진 나는 상처를 입지만 그림자는 상처입지 않는다. 상처입힐 수 없다.&#160;미움을 받는 나는 온전한 실체인데, 나를 미워하는 너는 그림자인 것이다. 물론 캐고들어가면 본체를 찾을 수 있겠지. 하지만 찾기까지란 너무 지난한 일이고, 너를 찾기 전에 나는 이미 상처입고 있다.&#160;&#160;
&#160;수순은 똑같다. 처음에는 분노하고, 그 그림자를 만든 몸뚱아리를 찾으려 한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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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 중에 누가 '강철 심장 왕자' 일까? 흰 셔츠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뛰어다니는 레나르트인가? '섹스 피스톨'은 또 누굴까? 남자아이일까, 아니면 여자아이일까?<br />
            - p. 1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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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실체찾기는 당연히 실패로 끝나고, 다음 수순은 미움의 원인 찾기와&#160;제거로 들어간다. 이쯤되면 이미 집요한 공격으로 자아는 파괴되어 판단이 흐려졌다고 보아야 한다. 안티의 원인은 언제나 안티쪽에 있다. 그 원인을 이쪽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니 매번 틀린 답만 내놓게 되는 것이다.&#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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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좋은 옷을 입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br />
            ......................&#160;<br />
            오로지 비싸고 멋진 옷을 입어야만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br />
            - p. 21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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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가능한 노력은 얼마나 눈물겨운가. 하지만 밟아도 밟아도 밟히지 않는 존재에 대한 증오는 점점더 커져가게 마련이다. 인간이란, 집단의 가면 뒤에서는 얼마나 어리석고 잔인한 존재인가.&#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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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식의 정신적인 폭력은 소량의 독이 담긴 음식을 매일 먹는 것과 같다. 한두 번은 몸이 정화해 낼 수 있다. 그러나 독이 오랫동안 몸속에 쌓이면 나중에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br />
            - p. 24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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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의 집단의 괴롭힘은 한도가 없다. 마치 컴퓨터 슈팅게임 처럼, 한단계를 지나면 또 한단계가 나오고, 괴롭힘의 대상이 강해질수록 강도도 점점 세어진다. 그 게임의 끝을 보려면 대상이 끝장이 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공격에 대한 죄책감은 모두가 함께 나누어 가진다. 마치, 군대 총살형에서 실탄은 단 한방이지만 아홉명의 사수가 총을 들고 누구의 총에 실탄이 들어있는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처럼. 아홉명 모두가 내 총은 공포탄이었을거라고 굳게 믿는다. 처음엔 그저 험담이었고, 그 다음엔 가짜 합성사진이었으며,&#160;마지막은 실제의 사진이었다. 누구나, 나는 그저 한줄 답글을 달았을 뿐이고, 나는 그저 침묵했을 뿐이며, 나는 약간 웃을 뿐이었다.&#160;나의 책임은 딱 거기까지라고 믿는다. &#160;&#160;
그리고 주인공 스베트라나는 정말로 끝장이 난다. 그리고, 아마도. 스베트라나가 끝장이 난 것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저 사진을 올렸고, 나는 그저 웃었고, 나는 그저 답글 한줄, 나는 그저 외면했을 뿐. 그 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나도 억울하다.&#160;&#160;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가슴이 답답해온다. 물론 이 책은, 청소년 소설답게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우리의 똑똑한 스베트라나는 건강하게 다시 일어섰고, 다시는 누구도 그녀를 괴롭힐 수 없겠지만, 제2 제3의 스베트라나는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고 그 중 누군가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데 성공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진실 언니처럼.&#160;&#160;
난 정말. 궁금한 게. 그들의 심리다. 누군가를 그렇게 집요하게까지 따라와 괴롭힐 수 있는. 하지만 책은 언제나 피해자의 시선에서만 쓰인다. 왤까. 누군가 가해자의 입장에서 글을 한번 써 봐 줬으면 좋겠다. 읽고 좀 이해라도 해 보게.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584/91/cover150/8971848278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848278</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글 정말 잘씁니다.  - [햇빛 찬란한 나날]</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914945</link><pubDate>Wed, 14 Jul 2010 14: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91494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9205367&TPaperId=391494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62/92/coveroff/89392053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9205367&TPaperId=391494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햇빛 찬란한 나날</a><br/>조선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02월<br/></td></tr></table><br/>이 책을 한참 읽다 문득, 2002년 &lt;오늘의 작가상&gt; 수상작이었던 정미경의 《장밋빛 인생》이 떠올랐다. 더 정확히 표현을 하자면, 그 책의 뒤 추천사가 실린 부분에 있던 심사 위원의 심사평이 떠올랐다. 이청준의 평으로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김화영이다. 김화영의 심사평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160;
"이 작가의 글 솜씨는 노련하다 못해 눈부시다. 그래서 때로는 이 화려함의 광도를 다소 낮추었으면 싶을 정도다."&#160;
(아니다, 내 기억속의 어딘가에서는 분명, 이청준 선생님이 정미경의 소설에 대해서 지나치게 계산을 해 너무 꽉 짜여 있다는 것이 오히려 단점이라는 말씀을 한 일이 있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느 소설에 대해서 언제 말씀하신거지? 이상 문학상 수상작에 대해서 하신 말씀인가 하고 찾아보니 그것도 아니다. 아 환장해. 이청준 선생님이면 동인상 심사위원이니까 그쪽을 뒤지나... 조선희 리뷰쓰다 말고 웬 정미경 뒤지기냐고. ㅠ.ㅠ 덴당. 일단 다시 조선희로 돌아가자. 자자자자.&#160;
김화영의 정미경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2006년 출간 단편집 &lt;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gt;에 또 한번 실린다. 정미경의 글에 대한 김화영 선생님의 평가에는 대체로 나 역시도 동의하는 편이지만, 나는 사실 그런 느낌을 정미경의 글에서 보다 조선희의 글에서 더 많이 느낀다.&#160;
조선희, 라는 이름은 일반독자(?)에게는 약간 낯선이름이다. 뜬금없지만, 아주아주 옛날에 이은혜의 만화책 &lt;댄싱러버&gt;에서 주인공 서지우를 두고 연예인들이 "스타들의 스타" 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게 조선희에게 가면 딱 맞춤하다는 느낌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데, 글밥 좀 먹는 다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스타같은 작가. 물론 김훈이나 박완서나 박경리도 작가들의 스타같은 작가이지만, 그들은 일반 독자에게도 충분히 유명한 작가이니까 조선희와는 느낌이 좀 다르고.&#160;&#160;
이 책은 소설책으로는 조선희의 두번째 작품이다. 2002년 내가 처음 알게된 조선희는, 소설 그 자체보다 소설을 쓸 것이라는 것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었다. 직장에서 한참 문학 관련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던 무렵의 한 시기에 조선희의 이름은 거의 모든 신문에서 며칠동안이나 다루어졌었다. 씨네 21의 편집장이었던, 한겨레 신문의 기자였던 그녀가 소설을 쓴다는 것으로, 그녀는 이미 소설 그 자체보다 더 유명한 작가가 되어있었다.&#160;
그리고 나온 첫 소설 &lt;열정과 불안&gt;은 오, 꽤나 괜찮았지만, 흠.&#160;
그야말로 "이 작가의 글 솜씨는 노련하다 못해 눈부시다. 그래서 때로는 이 화려함의 광도를 다소 낮추었으면 싶을 정도다." 라고 말하게 된다. 단어하나, 쉼표하나까지도 모든것이 완벽하게 계산되어 딱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다.&#160;단어와 쉼표가 이럴진대, 인물과 구성과 사건은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다시, 작가의 약력을 보게 되는 것이다. 신문기자 시절의 김훈이 소설가 김훈을 만들었듯, 조선희에게로 넘어오면 역시나 언론인 조선희가 소설가 조선희를 만들었다 싶다. 문체는 단정하고 빼어나고, 단순하고 평범할 수도 있었던 소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도 훌륭했으며, 기 승 전 결에 대한 부분도 잘 짜여져 흘러가는데, 그래서 좀 답답할 정도다.&#160;
우와, 이건 너무 잘 썼잖아, 싶은. 그 압도.&#160;이건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잖아.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다는 게 흠이라니 이건 너무하다.
어떤 부분 정미경과 닮은데가 있다. 정미경이 좀 더 날카롭고 개인적인 느낌이라는 것이 차이랄까. 작품의 기저에 깔고 있는 냉소나 차가운 관찰자라는 느낌도 닮았다.&#160;&#160;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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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
            
            자신의 현실을 떠나 있는 것은 모두 판타지다. 우주전쟁뿐 아니다. 비참이나 남루도 그렇다.&#160;<br />
            &#160;
            누구나 자기 동네에 갇혀 살기는 마찬가지다. 울타리 바깥은 그저 책이나 신문이라는 종이 위에 건설된 판타지일 뿐이다.
            
            &#160;
        
        
            &#160;
            
            &lt;서울의 지붕 밑&gt; p.97, 116
            
            
        
    


나는 이 말을, 니가 고생을 안해봐서 세상을 몰라,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아야 니가 복받은 줄 알고 정신을 차리지. 라는 남편의 타박에 대꾸하는 말로 내질러 줬다.&#160;내가 막말로 말이지, 그러는 니는 아느냐고, 그리고 니가 나에 관해 그렇게 잘 아느냐고 안 한게 다행이다. 당신이 아는 내가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지. 날 다 알고 있다는 그 오만은 어디서 튀어나오냐, 응?


    
        
            
            &#160;
            &#160;
        
        
            &#160;
            한국 사회가 좁아서 한두 사람 건너면 아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건 학연과 지연이 엮어내는 범주 안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 얘기다. 징검돌 몇개로는 건너갈 수 없는 아득한 바다가 K와 정자 씨 사이에 가로 놓여 있었다.
            &#160;
        
        
            &#160;
            
            &lt;서울의 지붕 밑&gt; p.114
            
            
        
    


&#160;
이러한 현실인식, 그것이 조선희다.&#160;&#160;
왜 이 작가가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글 진짜 끝내주게 쓰는데.]]></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62/92/cover150/8939205367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9205367</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 [외딴집 - 상]</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886957</link><pubDate>Wed, 07 Jul 2010 11: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8869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931308&TPaperId=3886957"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99/90/coveroff/8991931308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931308&TPaperId=38869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외딴집 - 상</a><br/>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br/></td></tr></table><br/>지금은 시립 어린이집의 원감으로 있는 친구가 어린이집 선생 초년병 시절에 해 준 이야기였다. 어린이집 선생이 되고부터는 아이들의 손톱을 유심히 보게 된다고. 아이의 손톱이 관리되어있는 정도를 보고 그 아이에 대한 그 아이의 부모나 집안의 애정을 가늠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그리고 그 가늠은 별로, 틀리는 일이 없더라고.&#160;
친구의 손톱이 내게는 이름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이름으로, 그 사람에 대한 그 부모의 애정을 읽는다.
지금은 '지서'라는 단정하고 예쁜 이름을 가진 4살 여자아이의 부모는 한때 00라는 이름을 염두에 두었더라고 했다. 이름만으로는 참 예뻤다. 그러나 그 아이의 엄마가, 말하기를, 어릴때는 그 이름이 얼마나 이쁘냐고, 하지만 할머니가 되었을때 "이00 할머니~" 라고 불릴 그 아이를 생각해 보라고, 도저히 그 이름을 붙여줄 수가 없었다고. 나는 이런 사연들에서 아이에 대한 부모의 역할과 권한 사이의 편안한 균형을 읽는다.&#160;나는 어리고 귀여운 여자아이에게 똑 떨어지게 어울리는 화려하고 요란한 이름을 좋아하지 않는다.&#160;사람이 언제까지나 어리고 귀여운 아이일 수는 없으니까.
고 3때 짝꿍의 이름은 윤경이었다. 정확한 한자가 생각나지는 않는데,&#160;允 자를 썼던 것만 기억이 난다. 아주 흔해빠진 이름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드문 이름도 아니어서 우리반에는 큰윤경이와 작은 윤경이가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다른반의 윤경이도 둘이나 더 있었다. 그 흔한 이름이 내 짝꿍 윤경이에게 가서는 특별해졌다.&#160;&#160;
공부를 잘하고 행동거지가 단정했던 그 아이는 사전의 제일 뒤 표지 안쪽에 자신의 이름 두 글자를 한자로 써 놓고 그 이름의 뜻에 대해 아래에 적어놓았었다. 지나가다 슬쩍 봤는데, 한자가 짧은 내 눈에도 그 아이의 윤경이라는 한자의 뜻과 완전히 일치하는 해석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그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의 뜻에 대해 설명해 주신 거라고 했다. 그 말을 하던 그 순간 윤경이는 얼마나 특별해 보였는지. 그 아이의 뒤로 아버지의 사랑이 후광처럼 드리워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160;그 아이를 제외한 내가 아는 어떤 윤경이도 자신의 이름풀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나중에 윤경이는 그 아버지가 풀이해 주신 이름 풀이대로 정말 좋은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녀의 오빠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괜찮은 남자 다섯손가락 안에서도 첫째 둘째로 꼽아주었는데, 그녀에 대해서도 역시 그렇다.&#160;나는 그녀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된 것에는 이름 속에 숨은 사랑이 큰 역할을 했을거라 생각한다. 신경써서 이름을 지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이름의 뜻을 설명해 주는 그런 애정이라니.&#160;&#160;
이 소설은 이름으로 시작하여 이름으로 끝난다. 10살된 여자아이의 이름은,&#160;음은 같지만 한자가 달라진다.&#160;&#160;
호. 바보의 호. 하녀의 몸에서 태어난 손녀딸에 대해 분노한 할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다. 글 중간에도 나오지만 "정말 심한 이름" 이다.&#160;&#160;
그 이름은&#160;아마도 일본어로는 같은 "호"라는 음을 쓰지만 방향을 뜻하는 方 으로 바뀌었다가 나중에는 보물을 뜻하는 寶 로 바뀐다.&#160;&#160;
바보에서, 방향을 아는, 더 이상은 바보가 아닌 사람으로, 그리고 이번에는 보물로까지. 첫번째 이름을 제외한다면 모두 애정이 담겨있는 이름이다.&#160;&#160;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lt;도쿠가와 이에야스&gt;에서 보면, 에도시대 일본인들은 이름을 바꾼다는 것에 대해 별로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다. 당장 주인공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름은 1부에서만도 몇번이나 바뀌는지, 결국 충무공은 그 때문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었다. 넌 정말 그 이름이 다 기억이 나니? 라는 질문과 함께.&#160;&#160;
그런데도 가가님은 호의 이름을 바꿀때 음은 그대로 둔다. 한자만 바꾸어준다. 그 배려에서 섬세한 사랑을 읽는다. 그리고 그런 배려를 가진 사람의 삶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슬퍼하게 된다. 고토에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렇고. 아. 정말 세상은 착한 사람이 살기에는 힘든 곳인지도.&#160;
남들보다 한참이나 늦게 미미여사와 열애중이다. 정말 재미있지만,&#160;
난 때때로 미미여사의 글이 아프다.]]></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99/90/cover150/8991931308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931308</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그냥 그대로 지낼 수도 있었는데. - [장미 비파 레몬]</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870296</link><pubDate>Thu, 01 Jul 2010 23: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87029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3819542&TPaperId=387029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258/42/coveroff/897381954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3819542&TPaperId=387029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장미 비파 레몬</a><br/>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br/></td></tr></table><br/>간만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단점을 꼽자면 그 또한 끝도 없지만, 그래도 에쿠니 가오리에게는 굉장한 장점이 있다. 에쿠니 가오리는, 일상의 미세한 균열을 감지해 내는 감도 좋은 안테나와 그것을&#160;그려 낼 줄 아는 섬세한 필력을 가졌다. 아주 사소한 몇가지의 나열로 그것을 묘사해 낼때는 때때로 감탄이 나온다. 확실히, 지나치게 지리멸렬하고 무기력한 인물들에 잔잔한 것도 좋지만 기승전결을 매길수도 없을만큼 사건이라고 할 것이 일어나지 않는 심심한 소설이라는 혹평을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그 안에서도 그런 섬세함은 빛을 발한다. 그것이 아마, 에쿠니 가오리를 여전히 일본과 한국에서 인기있는 여류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힘일 것이다.&#160;
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의 그런 장점이 특히 잘 살아있는 책이다. 아홉명의 등장인물과 네쌍의 부부와 일곱쌍의 불륜 커플들의 이야기. 이 아홉명의 등장인물들, 그 중에서도 기혼자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무기력함이다. 특별히 성격자체가 유약하거나 해서는 아니고. 다들, 일상의 미세한 균열들을 더이상 벌어지지 않게하는데 집착하느라, 또는 그 미세한 균열들을 모른척하며 살아가느라 진이 빠져 또 다른 일을 벌일 기운이 도저히 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다.&#160;&#160;
결혼을 해 보면 알게된다. 왕자님과 공주님은 결혼을 했습니다, 라는 구절이 이제 행복만이 남아있습니다, 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예전에는 신데렐라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벨도 백설공주도 왕자와의 결혼 장면을 마지막으로 동화책을 덮을때 행복으로 충만함을 느낄수 있었지만, 이제는 안다. 그 왕자에게는 왕자를 낳아준 시부모님도 있고, 아마 왕궁에서 시집살이를 해야 할 것이며(그렇다, 그는 아직 왕자인 것이다. 왕이 아니라. 실권을 쥔 권력자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책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 왕자에겐 여동생 또는 누나가 있을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댁의 문제가 없다고 해도, 그 왕자에겐 백설공주가 알지 못했던 주사가 있을 수도 있고, 야수의 탈을 벗고 사람이 되었지만 야수시절의 폭력성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도 있고, 신데렐라를 찾아 헤매느라 가진 돈을 다 써버린 빈털털이 일수도 있고, 잠든 여자만 보면 매력을 느끼고 덤벼드는 바람끼가 있을지도 모른다. 생명을 구해주었기에, 힘든 하녀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기에, 천년간의 잠을 깨워주었기에 앞 뒤 잴 것 없이 고마움과 사랑을 분간하지 못하고 결혼을 했던 공주들은, 어느날 레드 썬 하고서 자신이 왕자에게 고마워하고 있을 뿐 전혀 사랑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다.&#160;&#160;
결혼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를 쓰고 결혼을 유지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고, 굳이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서일수도 있고, 상대방의 치명적인 단점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일수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에서 말이다.&#160;&#160;
그래서 이 구절이 아마, 이 소설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이 아닐까.&#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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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그대로 지낼 수도 있었는데. (p.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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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남편 시노하라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해(물론 시노하라는 이혼 당해 마땅한 상황이긴 했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으나.) 결국 이혼을 해 버린 에미코가 하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이 고비에서 삶이 갈라진다.&#160;&#160;
사실 생활이라는 건 습관의 연속인 법이라서,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어이없는 상황이어도 정작 그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렇게 굳이 또 못견딜 것도 없는 그런 상황이 된다. 결혼도 그렇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에미코는 단호하게,&#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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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그대로라면 뭐 때문에 결혼했다는 말인가. 이미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애당초 사랑하지 않았다고밖에 여기지지 않는 남자와. (p. 24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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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라고 생각한다. 그냥 그대로 지낼 수도 있다면, 그냥 그대로 지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에미코는 그냥 그대로 지내지 않기로 결정을 한다. 그리고, 남편 신이치에대해 이미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버린 아야는 그렇지만 그냥 그대로 지내기로 결정을 한다. 어느쪽의 결정도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어느쪽으로 결정을 내리든 50%의 불만과 불안은 늘 공존을 한다. 이혼을 해도 하지 않아도. 결국은 누구와 산다고 해도, 마찬가지인 것이다.&#160;&#160;
도우코는 산책길에서 만난 남자 신이치와 불륜에 빠지지만, 그게 사랑은 아니고, 연애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상태다.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가정은 깰 생각이 전혀 없지만 그냥 연애는 즐기고 싶은 그런 상태. 아, 나 그 기분 뭔지 정말 너무 잘 알겠는 거지. -_-;;;(헉 이건 위험 발언인데.)&#160;
이 이야기에서는 하나의 커플이 정식으로 결혼을 하고 두 커플이 정식으로 이혼을 하는 걸로 끝이 난다. 물론 그 안에 불륜으로 맺어지는 커플도 있고, 연애 상태였다가 깨어지는 커플도 있기는 하지만, 법률이라는 한계 안에서 보면 그렇다는 거지.&#160;&#160;
딱히 재미있다거나 특별히 기발하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때때로 이런 소설을 읽는 건 그것 나름대로 또 의미가 있다. 다시한번 뭔가에 대해서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습관이 되어버리는 사랑에 대해서, 그것이 얼마나 쓸쓸한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주니까. 그러니까, 사랑이 습관이 되게 하지는 말으라고, 그냥 그대로 지내지 못할 것도 없어서 같이 사는 그런 관계가 되지는 말자고, 연애때처럼 그렇게 죽자사자 목을 늘이지는 못해도, 그래도 내가 당신과 사는 이유는 내가 낳은 아이들의 아버지이고, 굳이 이혼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런 이유가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곁에 있는 것이 행복해서라고 느낄수 있게 살아가자고, 그런 생각들을 하게 해준다.&#160;
그래... 이제 알 것 같다.&#160;&#160;
일상의 균열이라는 거, 눈에 보이지도 않을만큼 미세하지만 분명 균열은 균열로서 생겨있을때, 사람은 참 쓸쓸해 진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왜 그리 스산했는지 알 것 같다.&#160;&#160;
더 많이, 더 열심히, 사랑하고 살아야 겠다.&#160;&#160;]]></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258/42/cover150/8973819542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3819542</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귀신이야기 - [괴이]</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866726</link><pubDate>Wed, 30 Jun 2010 22: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8667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93143X&TPaperId=386672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243/98/coveroff/899193143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93143X&TPaperId=38667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괴이</a><br/>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08월<br/></td></tr></table><br/>"그런데 다인엄마, 우리 아파트에 귀신있다는 거 알아?"&#160;<br />
"어머, 진짜요? 진짜진짜진짜? 어떤 귀신인데요? 어디서 나온대요?"<br />
"아이고... 다인엄마도 참. 애들처럼. 귀신 이야기 좋아해?"&#160;
뭐... 어른은 귀신이야기 좋아하면 안되나. 내가 이사온지 3개월이 좀 넘은 이 아파트에 오래 살았던 그 분은 귀신 이야기의 서두만 꺼내놓고 뒷말을 흐렸다. 덕분에 밤마다 좀 으스스하긴 하다. 어차피 밤엔 나다닐 일도 없지만.&#160;&#160;
난 귀신은 싫어하는데, 정확히는 굉장히 무서워하는데, 귀신 이야기는 좋아한다. 저승으로 가거나 새로운 생을 받아 태어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귀신의 이야기는 그만큼 절절한 사연을 가진 것이라 정확히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 사연과 이야기이다. 나는 그래서 사연없는 귀신은 무서워하는 것만큼이나 싫어라한다. 그 사연이 모두에게 잊혀진 뒤에도 남아서 떠도는 귀신은 구질구질해 보인다.&#160;&#160;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만한 영혼의 사연이란 미련이 되었건 원한이 되었건 비범을 넘어선 임팩트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귀신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일테다. 단순히 살아있는 사람들의 원한과 미련과는 도저히 대적이 되지 않는 강도니까. 죽음으로도 끝내지 못한 원한 또는 사랑이라니. 오오오오.&#160;&#160;
이 책에 실린 아홉편의 이야기는 한편을 제외하곤 모두 귀신이야기다.&#160;&#160;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난 미야베 미유키를 읽다보면 종종 쓸쓸하면서도 따스한 무언가를 느낀다. 미야베 미유키는 삶과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인정을 잃지는 않는데, 그 인정이라는 것이 소설, 나아가 사회 전체를 따뜻하게 데울 무언가는 절대 되어주지 않고, 이 차갑고 쓸쓸한 세상의 아주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정도다. 오히려 그 인정이라는 것, 인간성이라는 것이 존재함으로 해서 세상의 쓸쓸함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랄까.&#160;
미야베 미유키의 그런 분위기는 귀신이야기에서도 여전히 이어진다. 일본의 에도시대, 작은 상가와 그 상가의 고용일꾼들의 이야기인 이 책에서도 미미여사 특유의 냉정한 세계관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고, 그 속의 따스함도 여전하다. 아. 그녀 소설의 따스함은 너무 미약한데도 너무 따뜻해서 참 눈물겹다.&#160;&#160;
그리고, 여전히, 재미있다.&#160;
재능이라는 것도 유전되는 것일까. 그녀의 아버지는 일본의 굉장히 유명한 작가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243/98/cover150/899193143x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93143X</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사랑스런 장광설 - [사랑이라니, 선영아]</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861711</link><pubDate>Tue, 29 Jun 2010 12: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86171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883336&TPaperId=3861711"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237/41/coveroff/89728833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883336&TPaperId=386171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랑이라니, 선영아</a><br/>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07월<br/></td></tr></table><br/>우부메의 여름에서 교고쿠도의 장광설을 읽다가, 이건 데자뷰도 아닌 것이 아닌 것도 아닌 것이 뜬금없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한 구절이 있었다.&#160;&#160;
"언제나 남들 사는 것처럼 살았던 사람이 어느 날 밤을 꼬박 새고 남들처럼 살겠다고 다짐한다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까?"&#160;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처음엔 일본소설쪽 쳅터를 뒤졌고(일본소설을 읽다 생각난 구절이니 당연히.) 하루키를 뒤지다가 피츠제럴드와 레이먼드 챈들러를 거쳐 드디어 찾아냈다. 김연수였다. 헐.&#160;도대체 김연수와 나츠히코는 무슨 연관을 가지는 걸까. -_-;;; 신기하여라 대뇌피질이여. 
물론 저 위의 구절이 정확하게 떠올랐던 건 아니고, 저와 비슷한 구절이 있었는데, 하며 뒤진거였다. 저 구절은 이 소설의 정확히 33페이지 중간쯤에 등장해주신다. 덕분에 이 재미있는 소설을 다시 읽었다. 얌얌. 다시 읽어도 역시나 재미있다. 역시 김연수, 기가 막힌다.&#160;&#160;
&lt;굳빠이 이상&gt;은 나름 김연수의 출세작이라 할 만한데, 이 소설 덕에 김연수는 적어도 나와 내 주변의 몇몇에게 좋고 잘 쓴 소설이지만 약간 현학적이고 어려운 글이라고 낙인찍힌지 오래였다. 이 소설은 그 낙인을 휘익 날려줬다. 사실 실제로 읽어보면 김연수의 소설은 분명 지적 유희를 즐기고 인문학적 지식의 폭이 넓게 펼처져 있긴 하지만, 읽기가 어렵지는 않다. 그의 소설은 무척 재미있다. 선입관이란 무섭다.&#160;&#160;
그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진우는, &lt;우부메의 여름&gt;에서의 교고쿠도와는 다르지만 역시나 장광설이라는 면에서는 일치하는, 굉장한 변설가다. 깐족깐족 어찌나 얄미운지 한대 콕 쥐어박았으면 딱 좋겠다 싶은 점이 전혀 다르지만.&#160;&#160;
그리고 세상엔 의외로 진우같은 놈이 많은가보다.&#160;
내 친구 K양은 고전적이게도 집안이 정해주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 이건 선하고는 또 달랐다. 선에도 집안 어른들이 개입하기는 하지만(주로 엄마) 결정권은 당사자에게 있다(... 음. 아닌가.) 대부분의 선은 일단 몇가지 조건에 의해 선발된 두 남녀가 만나 두 남녀의 의견이 일치되고 나면 양가의 부모에게 '형식적인' 추후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160;&#160;
그러나 내 친구 K양은 아버지가 결혼하라고 정해준 남자를 만나러 나갔다. 이건 부모가 결정을 본 다음 자녀에게 지시(통보도 아니고.)를 내린 거니까 선과는 전혀 달랐다. 당시 좀 심드렁하게 거의 끝이 보이기는 했으나 어쨌든 연애중이었던 K양, 펄쩍펄쩍뛰며 내가 사네 못사네 아빠땜에 죽네 사네 (그렇다, 선은 주로 엄마가 개입하고 정혼은 주로 아빠가 개입한다. 보통 태내 혼사는 아부지 친구의 딸또는 아들하고 한다.) 나가서 보기 좋게 걷어차주고 올테니 너희는 내가 나가있는 동안 30분마다 한번씩 전화를 하라는 둥 어쩌는 둥 하고는 나가서는, 그날로 홀딱 반해서(이건 반전인가 아닌가 -_-;;;) 그 남자를 만난 그 주 주말에 남자친구를 정리해 버리고는(주말까지 기다린것도 그 남자와 만날 시간이 주말밖에 없었기 때문이고...) 5-6개월 불타는 연애하더니 휙 결혼해 버렸다. 내 친구들 중엔 가장 진부하고도 가장 어이없는 결혼이었으나 가장 잘 어울리고 가장 행복한 결혼이기도 했다.&#160;&#160;
그리고 그녀와 내가 아는 그녀 결혼의 뒷이야기가 또 하나 있으니,&#160;&#160;
K양의 남편인 L씨는 친구가 무척 많은 사람인데, P는 L의 가장 친한 친구 그룹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었다. 앞서 말한바, 집안의 정혼(-_-;;;)이 이루어 진 상태의 여자친구였으니 P에게 K는 가장 친한 친구의 예비 신부였음에도 불구하고, K에 대한 P의 추근거림은 꽤 집요한데가 있었다. K는 끝까지 P에게 그 일이 기억나지 않는 척 했고, P도 끝까지 K에게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지만 실제로 K가 L씨를 만나기 한참 한참 한참 전에 K와 P는 함께 술을 마신적이 있었다고 했다. (아... 정말 세상은 좁고도 좁은 것이다.) P는 K의 친구의 남자친구의 친구여서, 각자 친구를 한명씩 끌고와서 술을 먹는 2:2 술자리가 한번 있었다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소개팅이라고 할수도 있었겠지만, 이름 붙기가 소개팅은 아니었고, P는 어땠는지 몰라도 K는 P도, P의 친구이자 친구의 남친이었던 그 사람도 다 별로여서 두번다시 만날 염도 안냈다고 했다. P쪽에서도 아마 K가 별로였으니 그 뒤로 연락도 없었을 터였다. 그리고 그나마도 대학 1-2학년때의 일이니 기억났다는 게 어쩌면 더 기적이었을지도.&#160;&#160;
K도 처음부터 P를 기억하지는 못했고, 몇번 만나다보니 기억이 나더란다. 그 P가, 친구의 아내가 될 K에게 L씨 몰래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L씨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던 K는 기겁을 했다. 처음엔 모르고 두어번 전화를 받았고, 그 뒤로는 P의 번호가 뜨는 전화는 받지를 않았다. 그랬더니 P는 다른 번호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고, 새벽이며&#160; 한밤중에, K가 L과 있음을 뻔히 아는 시간에, 또는 P가 L씨와 함께있으면서도 전화를 해 K를 기절시켰다. 처음부터 L씨에게 말을 했었어야 했는데, L과 P의 사이가 유별나게 돈독함을 알고 있었던 K는 이러다 말겠지, 내가 반응안하면 그만두겠지, 하며 참고 있다가 더이상 참을수 없는지경, 어느 한계점을 넘어섰을때는 이미 L씨에게 말을 할 타이밍을 놓친 다음이었다. 지금과서 L씨에게 말을 해 봐야, 그동안은 왜 말을 하지 않았냐는 말을 듣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160;&#160;
뭐 이러저러 날을 잡고, K가 전화기 분실을 계기로 한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전화기를 만들지 않고... 이러면서 그 상황은 대충 끝나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160;&#160;
지금 K와 L씨는 애 둘 낳고 잘 산다. P는 여전히 L씨의 친구이고. L씨는 아직도 그 상황은 모르는 것 같고.&#160;&#160;
세상엔, 참.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정말은.]]></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237/41/cover150/8972883336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883336</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원념. - [우부메의 여름]</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854582</link><pubDate>Sat, 26 Jun 2010 16: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85458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028256&TPaperId=3854582"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47/88/coveroff/899002825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028256&TPaperId=385458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부메의 여름</a><br/>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사철나무) / 2004년 03월<br/></td></tr></table><br/>일본에는 언령(言靈)이라는 개념이 있다. 한국식으로 옮기면 "말이 씨된다" 정도로 이해할 수는 있겠으나 정확하게 합치되는 의미는 아니다. 일본식 언령의 개념은, 일단 말이 사람의 입 밖으로 나오게 되면 말 그 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이루려고 한다는 거니까 굳이 표현을 하자면 일종의 주문에 해당 되겠다. 언령이란 그 뱉어진 말이 가지고 있는 의지를 표현한 말이다. 한국어에는 이와 완벽하게 합치되는 단어가 없다.&#160;&#160;
사물이 언어를 만들기도 하지만 언어가 무언가를 규정하기도 한다. 한국에 없는 언령이라는 단어는, 한국에는 언령이라는 것이 없고, 한국인은 언령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국어 사전에 등장하지 않는 단어다.) 원념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원념은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인은 원념이라는 단어보다 원한이라는 단어를 더욱 즐겨, 폭넓게 사용한다. 원념에 비해 원한은 좀 더 구체성을 가지고 있고 좀 더 개별화된 감정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원한은 그 상대를 가지고 있다. 원한이란 대상이 존재할 때에만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다.&#160;&#160;
원념은 국어사전에서 "원한을 품은 생각이나 마음"으로 풀이한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_- 나는 원한이라는 개념은 이해하지만 원념이라는 개념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어렴풋이 이런 것이려니 짐작할 뿐이다.&#160;&#160;
이 책의 우부메는 원념이다.&#160;&#160;
"우부메라는 것은 아마 산고로 죽은 사람의 유령이었지?"<br />
"아니, 유령은 아닐세. 이것은 '산고로 죽은 여자의 원념'이라는 개념을 형상화 한 것이야. 뒷집 야마다 씨 딸이든, 귀족의 딸이든, 출산을 하다가 죽은 경우에는 그 원념이 표현되네. 동시에 이것이 나타나면 산고로 죽은 임산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유령이 아니라는 증거로 개인을 저주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원망스럽다는 표정도 아니야."<br />
p. 72
&#160;
그러니까, 우부메는 특정 한 개인의 유령이나 원령이 아니다. 령(영혼)이 아닌 념(생각)이 남아있는 것이다.&#160;영혼, 즉 유령은? 뭐, 승천했나보지. 
영혼이 아닌 생각이 남아있다는 개념은 한국인에게도&#160;아주 낯설지만은 않은&#160;개념이다. 동해안의 대왕암은 신라 문무왕의 무덤이다. 신라를, 조국을&#160;수호하겠다는 그의 염원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곳에서 우리가 찾는 것은 문무왕의 영혼이 아닌 염원인 것이다.&#160;&#160;
하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한국인에게 원념이란 그다지 익숙하지가 않다. 언령이라는 단어와 개념이 낯설듯이. 문화적 차이인 걸까, 한국의 전통신앙도 다신의 개념이고 부뚜막에서부터 빗자루 까지도 신격화 할때가 있지만, 그건 그야말로, 인격화 되는 신의 개념이다. 항상 인간의 모습을 띤 신이라고 해야 하나.&#160;부뚜막은 부뚜막 그 자체로 신이 아니라, 부뚜막에는 조왕신이(그러니까 인간의 형상으로 교체시키고 인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산다는 개념이다. 오래 쓴 빗자루에 사람의 피가 묻으면 그 빗자루가 도깨비로 변신을 한다는 것 또한, 빗자루의 인간화다. 한국인의 모든 사상에는 인간을 바탕에 깔고 있다. 모든 것이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160;&#160;
헷갈리는 대목은 여기서부터다. 원념이 남았다, 이건 알겠다. 그래서 그 원념이 원하는 게 뭔데? 원념을 남긴 이유는 무엇이며, 하긴 원념이 원념 스스로 남은 것이지 사람이 원념을 남긴것은 아닐테지만.&#160;&#160;
한국의 유령, 원혼령, 귀신의 개념은 상당히 산뜻한데가 있다. 아랑 전설을 생각해보자. 아랑은 자신의 원한을 갚아달라는 선명한 목표를 가지고 나타난다. 원한을 갚고 난 뒤의 아랑은 풀어헤쳤던 머리 싹 걷어올리고 피줄줄 흘렸던 입가 세수 싹싹 단장하여 단정한 모습으로 나타나 사뿐하게 절 하고 감샴다~ 하고 사라져 버린다. 두번다시 안나타난다. 은원관계가 분명하고 처음과 끝이 확실하다. 이 아랑전설이 일본으로 넘어가면,&#160;
강간당하는 여자가 있는 곳마다 아랑이 나타난다는 말이 된다. 정확하게는 아랑의 원념이.&#160;아니 웬 귀신이 이렇게 오지랍이 넓담. 게다가 더 중요한 건 그 강간을 막지도 못한다. 그냥 원념일 뿐이니까. -_- 그럼 너 왜 왔니? 가 되는 거지. 아하. 그럴 수는 있겠다. 이게 화간인지 강간인지 구분을 못할때 아랑이 나타났으면 강간이고 안나타나면 화간이고... 뭐. 이런 효용이 있는 건가. (아. 말이 점점 산으로...&#160; '')&#160;
예전에 스즈키 코지의 링을 읽었을때의 그 이해할 수 없는 위화감이 끝도 없이 밀려왔다.&#160;&#160;이건 뭐, 원하는 게 뭐냐고,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걸 줘서 달랠수라도 있지 이건, 뭐, 아무것도 없는 그저 원념이라니 어쩌라고. 
누가 그랬지. 공포란 이해할 수 없는 것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사흘에 걸쳐 이 책을 읽으면서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특히 우부메가 나타나 난처한 표정으로 아이를 내미는 장면은 우와 완전 압권.&#160;&#160;
이런, 이해할 수 없다는 개념하고는 별도로,&#160;&#160;
소설은 굉장히 잘 짜여져 있고 현학적인 언어유희들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마지막의 교코쿠도의 설명은 이 작가의 이후 작품을 죄다 읽어보리라는 투지에 불타오르게 만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념이라는 개념은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다. 흠.&#160;
난 종종 이해할 수 없다고 느낄때가 있는데 말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문학작품에서조차 느껴지지 않는 이러한 위화감이 현해탄 그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둔 일본의 문학에서는 왜 이리 심하게 느껴지는 걸까. 이유가 뭘까.&#160;&#160;
ps. 이 리뷰는 에파타님의 우부메의 여름 리뷰를 읽고 이 책이 급 땡겨 사흘동안 읽은다음 부랴부랴 쓴 것임을 밝혀둡니다요.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47/88/cover150/8990028256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028256</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사과라도 잘하자 - [사과는 잘해요]</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837408</link><pubDate>Sun, 20 Jun 2010 17: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8374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754501&TPaperId=3837408"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482/80/coveroff/8972754501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754501&TPaperId=38374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과는 잘해요</a><br/>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br/></td></tr></table><br/>가만보면 한국사람만큼 사과에 인색한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어지간 해서는 사과를 하지 않고, 어쩌다 사과랍시고 하는 걸 가만히 들어보면 사과가 아니라 변명 일색이다. 또는 적반하장격의 사과도 있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됐냐? 됐어? 이런식 말이다.&#160;
사과라는 건, 나의 행위에 대해서 하는 게 아니다. 나의 행위에 대해서 하는 말은 사과가 아닌 변명일 뿐이다. 사과란 나의 행위의 결과로 상대방이 입은 마음의 상처에 대해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진정한 사과가 있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의 상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160;&#160;
보통은 이 과정이 없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 나오는 거다. "고작 그런 일에" 라는 식의.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돌을 던진 사람은 돌팔매에 대해 변명을 하는 게 아니라 살생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 죽어버린 개구리에게 남겨진 가족들의 기막힌 슬픔에 대한 공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난 그냥 돌맹이 하나를 던졌을 뿐이예요, 고작 그런 잘못에 제가 살생의 책임을 져야 한다니요?" 라고 묻는 것이다.&#160;&#160;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쪽의 진실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그 일은 종결되지 않는다. 일제의 진심의 사과가 있지 않았기에 한일 근현대사 문제는 아직도 종결되지 않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옛날일을 왜 꺼내냐 하기 전에, 진심의 공감을 바탕에 둔 사과를 해서 이 문제를 종결지으면 간단한 문젠데 말이다.&#160;&#160;
사과를 받지 못하니까 사람들은 원한을 품는다. 참 어려운 문제다. 사실 나도 몇개 원한을 품고 있는 사건들이 있는데, ㅎㅎ 앞 뒤 전후의 사정을 들어보면 정말 별 것 아닌 일이고 참으로 오래 전의 일인 것도 있고, 뭐 그렇다. 아마 내가 원한을 품고 있는 그 사람들은 내가 원한을 품고 있는줄도 모를거다. 하지만 나에게는, 사과 받지 못한 원한으로 그것이 생생한 현재형으로 남아있다. 언젠가 그 사람들을 보면 내가 당한만큼 그대로 갚아주리라 이 빠득빠득 갈며 벼르고 있는 사건도 두어개 있다. 나... 순하고 단순한 사람이다. 그냥 사과 한번 제대로 했으면 끝날 일이었는데.&#160;그 사과에 인색했던 덕분에 그 사람들 밤길 조심하게 생겼다. 때로 이런 분노나 원한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크게 자라 내가 파괴되더라도 저들을 응징하고 말리라, 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내가 죽더라도 널 죽이고야 말겠다는 거지.&#160;&#160;
뭐, 하기는. 나에게 이런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장담은 나도 못하겠다,,,, 마는.&#160;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잘못을 저지르면 사과라도 제대로 하고 살자. 변명과 사과 정도는 구분해 주면서.&#160;&#160;
&#160;
PS. 쓰고 보니 책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리뷰... -_-;;;]]></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482/80/cover150/8972754501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754501</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공감하는 사람끼린 겁나 재밌는. -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646719</link><pubDate>Tue, 20 Apr 2010 02: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6467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5842&TPaperId=3646719"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220/94/coveroff/895460584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5842&TPaperId=36467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a><br/>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06월<br/></td></tr></table><br/>성석제는 2003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lt;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gt;로 나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희한하게 집요한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성석제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음, 글 잘쓴다는 건 인정. 잘 쓴다, 재미있다 라는 것과 좋아한다는 건 별개의 문제) 황만근 이후로 나온 책을 꾸준히 잘도, 열심히도 사다 날랐고 신간이 나올때마다 참 열심히도 읽었다는 거. 아니 도대체 왜? 심지어는 이전에 나온 책들까지 모두 사다 모아서 성석제 책을 거의 다 콜렉션 했다. 아놔... 왜 그랬냐고. 나 별로 안좋아했다니까, 성석제.&#160;&#160;
이 사람, 음식이야기 참 잘한다. 그것도 맛깔나게 잘 한다.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가끔 이 사람 만나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음식 이야기라면 뭐가됐건 누가 됐건 덮어놓고 좋아하기 때문이지, 굳이 성석제라서는 아니었다. 난 사실 그간 성석제식 글쓰기와 말하기, 성석제식 농담에 익숙하지 않았던가보다.&#160;
그렇지만 확실히 성석제의 글은 유쾌하고 잘 읽힌다. 기분이 꿀꿀할 때면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성석제 콜렉션 중 읽지 않은 몇 권 중 하나인 이 책을 꺼내 읽었다.&#160;&#160;
그리고,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160;&#160;
사실 내가 성석제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렇게도 열심히 사다 모으고 읽어댔던 건, 사촌 언니 부부 탓이 크다. 그 부부는 2003년 황만근 시절부터 성석제의 광팬이 되어 나를 만날때마다 열렬하게 성석제 찬양을 하곤했다. 그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성석제라나. 그래서 오기가 발동했던 것 같다. 아니 뭐가 그렇게 좋아서? 어디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난 도무지 싶던데? 그런 생각이 이 책 한권으로 날아갔다.&#160;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성석제의 농담에 98.76% 싱크로 성공한 것 같고, 성석제 찬양에 입에 침이 마르다못해 입가에 침버캐가 끼던 사촌언니 부부의 감탄에 완전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쩌면 나도 그들과 함께 성석제 찬양 찬동 우상화 작업에 침버캐를 앞세워 나설지도 모르겠다. (훗, 이게 성석제식 글쓰기인거다.)&#160;
성석제의 책이 재미있으려면 일단은 약간 성석제화 되어야 한다. 이 성석제 化 라는 건 도무지 말로는 설명이 안되고, 자신이 겪어봐야 이해가 되는 건데, 세상과 사물과 사건을 보는 눈이 성석제와 겹쳐지는 것을 느끼는 어느 순간이 오면 알게된다. 아, 내가 드디어 성석제 화 되었구나. 그리고 그 성석제의 눈과 싱크로 된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160;특별히 재미있는 건 모르겠지만 성석제의 글들이 미친듯이 재미있는 거다.&#160;&#160;
그래, 이 험한 세상 그렇게 무겁게 무게잡고 살 거 뭐 있나, 농담하듯 재미있게 흘러가며 사는 거지.&#160;&#160;
당분간은 성석제 주간이 될 것 같다. 이 작가, 이렇게 재미있는 작가였구나. 후후.]]></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220/94/cover150/8954605842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5842</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전설은 힘이 세다 - [한시치 체포록 - 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646701</link><pubDate>Tue, 20 Apr 2010 02: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64670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13753X&TPaperId=3646701"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644/41/coveroff/897013753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13753X&TPaperId=364670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한시치 체포록 - 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a><br/>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 / 책세상 / 2010년 02월<br/></td></tr></table><br/>한때 나는 "풍풍 누나"라는 이름으로 불린적이 있다. 아마 내가 초등 고학년쯤 되었을 때였지 싶은데,&#160;그 시기&#160;평일 오전 TV에서 방영하던 유아 프로에 &lt;풍풍 임금님&gt;이 등장해 유아들에게 세상의 온갖 이야기를 그야말로 풍풍 해 주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었다. 나의 풍풍 누나라는 별명은 사촌 동생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었다. 2-3주에 한번, 길면 한달에 한번쯤 만나 서로의 집에서 자곤 했던 외사촌 동생 둘과 내 친동생 하나를 청취자로 나는 세상의 온갖 이야기를 잡탕으로 뒤섞어서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곤 했다. 그것도 만날때마다 시리즈로 이어가며. 그 시기의 내가 창작(아니, 짜깁기) 했던 이야기로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lt;남십자성의 비밀&gt;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가진, 흡혈귀 이야기였다. 한참 피며 귀신이며 모험에 열중하던 시절이었다. 흡혈귀가 된 주인공을 사람으로 바꿔놓기 위해서 피를 완전히 빼고 새로운 피를 교차 수혈한다는 황당한 발상에, 한방울이 남아서 사람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어이없는 설정에도 동생들은 열광했다.&#160;여기서 남십자성은 남반구에서 관측되는 그 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남쪽의 십자모양 성(城)되시겠다. 물론 흡혈박쥐들의 본거지였다. 
나는 단연&#160;이야기 달인의 자리로 뛰어올랐고, 동생들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 줄거냐고 졸라댔다. 때로는 10살 이쪽저쪽의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느라 새벽이 이울도록 잠도 안자고 있다가 무섭다며&#160;안방으로 뛰어가기도 했다. &#160;&#160;
모든 것은, 전설의 짜집기였건만.&#160;&#160;
근 1년이 넘게 사촌들 위에 군림하게 만들었던 그 풍풍 누나의 비밀 보따리는 전설의 고향과 초등학교앞에 떠돌던 말도 안되는 해적판 괴담집이었다. 그땐 그런거 많았다. 중국 귀신 전설, 일본 귀신 전설, 학교 귀신 전설 등등등. 최근에 읽고 들은 무서운 이야기들은 생각도 나지 않는데, 그야말로 돌아서면 까먹는데 어릴때 전설의 고향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봤던 "내 다리 내 놔"를 비롯한 전설과 괴담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살아남아 내 상상력의 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끊임없이 변주된다.&#160;그건, 일종의 씨앗 같은 거다.&#160;지금 당장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닌 씨앗.&#160;복숭아씨나 사과 씨앗 같은. 그것을 심고 가꾸어 그것에서 비롯된 무언가를 만들어 섭취하게 하는 것.&#160;그 자체로는 먹을 수도 없고, 먹을 것도 별로 없고, 먹어본들 맛도 없지만, 그것이 없이는 결과물도 없는 그런 것.
이 책 한시치 체포록도 일종의 씨앗같은 책이다.&#160;&#160;
처음엔 셜록 홈즈 시리즈의 번안 소설로 기획되었던 이 책은, 결국 번안물이 아닌 순수 창작물이 되기는 했으나 태생적 한계랄까, 그런 것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번안물의 냄새가 난다고 해야하나. 번안물이 아닌데도. 인물들은 평면적이고(에도시대 인물들의 특징인가) 전형적이며 악당은 악당으로서 공통점을 가지고, 선인은 선인으로서 공통점을 가지고, 각각의 사건 역시도 비슷한 유형을 띤다. 괴담처럼 보이지만, 결국 괴담은 단 한편도 없이 모두가 인간의 소행이라는 점도 그 소행이 밝혀지는 과정이 박진감 넘치기 보다는 그냥, 음, 담담해서 별로 재미가 없다. 게다가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세련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건, 우직하게 촌스러운데서 오는 매력이랄까. 온갖 산해진미와 눈같이 보얀 쌀밥에 질린 사람이 깡보리밥집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한 심리?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상상을 했다.&#160;&#160;
이 책 자체로는 크게 재미가 없는데, 분명 무언가를 자극하는 부분은 있다. 이 이야기의 이 부분을 이리 비틀고 여기는 저렇게 꼬고, 여기는 잘라버리고 새로운 인물을 추가하고, 이런 사건을 추가하면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은,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에서 수많은 다른 이야기를 파생시킬 수 있을 것 같은, 힘찬 이야기다. 기교없이 우직하고 세련되지 못하게 밀고 나가는 서술이 가진 힘이라고 할까.&#160;&#160;
표지를 보고는, 뭔가 엄청나게 재미있는 괴담을 기대하고 펼쳤다가... 화나서 별 하나 뺐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644/41/cover150/897013753x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13753X</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만병통치약 - [어른노릇 사람노릇 - 개정판]</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623175</link><pubDate>Mon, 12 Apr 2010 02: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6231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880760&TPaperId=362317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9/82/coveroff/897288076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880760&TPaperId=36231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른노릇 사람노릇 - 개정판</a><br/>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09년 02월<br/></td></tr></table><br/>몇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만병통치약은 우황청심원이었다. 그걸 한번에 열 너댓개씩 사다가 장롱속에 구메구메 넣어두시곤 두통이 날 때, 소화가 안될 때,&#160;노동이 과해 허리가 아플 때, 아이들이 시끄럽게 해서 심통이 날때, 자식들이 괘씸해서 겁을 좀 줄 때 매번 할머니는 그 우황청심원을 꺼내다 드시곤 했다. 한번에 온전히 하나를 다 드시는 법도 없이, 증세에 따라 청심환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작은 과도로 뚝뚝 잘라 반절을 드실 때도 있고 반에 반을 드시기도 했다.&#160;약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 꿀꺽 삼키고 물로 입안을 한번 가시고는 휘유- 하는 한숨과 함께 명치께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쓸어내리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160;&#160;
매번 다른 증세에 똑같은 약을 처방하는 꼴이지만 효과는 틀림 없어서, 우황청심원을 드시고 30분만 지나면 씻은듯이 괜찮아지셨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우황청심원이 도대체 무슨 약인지 어떤데 먹는 약인지를 잘 모른다. 안티프라민과 함께 노인네들 필수 상비약인 것만은 틀림 없지만.&#160;&#160;
비슷한 용법 용례를 가진약으로 친정엄마에겐 구심이 있고, 갓 태어난 아기들을 위해서는 기응환이 있다. 도대체 이 약들의 정체는 알수가 없으나, 효과만은 틀림이 없다... 고 한다. 뭐, 난 기응환 울 애들 안먹여 봐서 모르겠다. 하정훈이 먹이지 말래서.&#160;&#160;
내 마음의 만병통치약은 박완서다.&#160;
마음이 괜히 우울해지고 가라앉을 때, 이유가 꼭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딱히 그럴필요는 없는데도 청승을 떨고 싶어질 때 박완서의 책을 펼치면 어느새 마음은 갓 감아 정갈하게 빗질해 내린 머리채처럼 단정하고 가지런해진다. 현실에 튼튼하게 뿌리를 박고 우뚝 선 것 같은 박완서의 글들은 세상살이가 얼머나 엄정하고 힘드는지, 하지만 그 힘든 사이사이로 얼마나 재미있고 유쾌한 일이 많은지를 전혀 힘들이지 않고 보여준다.&#160;&#160;
박완서의 글을 읽다보면 도대체 내가 언제 왜 우울했는지 뭣때문에 우울했는지를 잊어먹게 되거나 고작 그까짓 일로 그랬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진다. 그 소녀스런, 청승의 기운이 민망해져 버리는 것이다. 박완서 샘이 일곱살 무렵에 박적골 고향집 툇마루에서 새빨간 노을을 보면 느꼈다던 그 청승, 그걸 난 서른 일곱이 멀지 않은 이 상황에 떨고 앉았으니 민망해질밖에.&#160;&#160;
이번에도 괜히 마음이 가라앉고 쓸쓸했다. 하긴 괜히라고 할 수는 없고, 지금 내 상황이 좀, 나 우울해 라고 외치면 주변에서 어머 어쩌니, 그래 쟤가 그럴 상황이지 하고 동정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역시나 지금 내 상황이 나 우울해 라고 마음껏 청승을 떨고 있을 그럴 상황도 아닌 것이다. 내 청승을 받아주는 거야 남들의 호의니 나름대로 좋지만, 청승떨고 있는 동안 엉망진창이 될 내 생활들은 어쩌나.&#160;&#160;
남들의 위로와 동정이 확실히 예비되어 있는 청승떨기는 감미로운 유혹이라 쉽게 떨치기가 힘들다. 그럴때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그야말로 냉수를 들이키고 속을 차리는 기분이 된다. 아이코야~ 얘 누군 너만 아닌줄 아니? 라는 말을 하는가 싶다가는 갑자기, 얘얘, 내 얘기좀 들어봐라 며칠전에 우리집 앞마당에 제비가 날아왔는데 말이지, 라는 식의 유쾌하기 그지 없는 수다를 잔뜩 들어 기분전환이 확 되는 그런 기분이랄까. 기분 전환이라는 게 그 가벼운 기분 전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뭔가 옷깃을 가다듬고, 그래, 열심히 살아아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160;
그래서 박완서의 글을 읽고나면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그건 박완서의 글줄들이 가지고 있는 건강한 속물성에서 나올 것이다. 작가는 가리지 않고, 치장하지 않고, 굳이 미화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소시민의식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게 참 좋다. 게다가 그 맛깔진 말솜씨라니.&#160;&#160;
이 책은 1998년 IMF를 통과하던 무렵의 산문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비슷한 시기의 산문을 모은 책으로 김훈의 &lt;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gt;도 있다. 예전에 읽었던 이 책을 새로 꺼내 읽으면서 새록새록 김훈과 박완서가 하는 말이 어찌 이리도 똑같은가 감탄하며 읽었다. 이런 일을 저지른자에 대한 분노, 무능력한 사회 지도층에 대한 경멸, 고통받는 서민에 대한 따스한 관심.&#160;그러면서도 위악적이다 싶을만큼 냉정한 서술태도. 그 태도가 오히려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160;&#160;
소설 &lt;그 산이&gt;에 이어 이 책까지 읽고나니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다.&#160;&#160;
내일부터는 또, 좀 더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160;&#160;
박완서 선생님,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9/82/cover150/8972880760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880760</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몽고반점. - [바람이 분다, 가라 -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547850</link><pubDate>Sun, 21 Mar 2010 01: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54785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20000&TPaperId=354785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646/75/coveroff/89320200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20000&TPaperId=354785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바람이 분다, 가라 -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a><br/>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02월<br/></td></tr></table><br/>출국 직전,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구입한 것이었다, 이 책은. 인천공항의 서점에서 간신히 구해든&#160;책을 손에 쥐고 비행기에 올랐다. 아이를 재워놓고,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160;펼쳐서 읽었다.&#160;&#160;
한강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나는 문득문득 슬프고 서러워진다. 그녀의 소설들이 가진 색채는 "갓난 아이의 손바닥만한 연푸른 피멍(한강, &lt;내 여자의 열매&gt;, 《내 여자의 열매》, 창작과 비평사, 2000, p. 217)" 같고,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 식물적인 무엇 (한강, &lt;몽고반점&gt;, 《채식주의자》, 창비, 2007, p. 101)" 같다. 그건 몽고반점의 색채다.&#160;
아주 어릴때, 갓 태어난 사촌동생의 엉덩이에 넓게 퍼져있던 몽고반점을 보고 그게 무어냐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뜻밖에도&#160;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안나가려고 버틸때 엄마 고만 괴롭히고 얼른 배 밖으로 나가라고 삼신할머니가 엉덩이를 철썩 때려 내 보낸 흔적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린 마음에 그 말은 참 슬펐다.&#160;여하한 이유로든 나가기 싫었던&#160;엄마 뱃속에서 억지로 내쫓긴 아기가 그렇게 작고 연약하다는 건 더 슬펐다.&#160;&#160;
그 뒤 한동안 잊고 있던 그 말은, 내가 첫 아이를 낳아 처음으로 기저귀를 갈아 주던 순간에 다시 떠올랐다. 너도 내 뱃속에서 나가기가 싫었니, 그래서 엉덩이를 맞고야 나왔니,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그렇게 울었던 거니, 문득 아이의 울음이 서러운 흐느낌으로 들렸다.&#160;&#160;
한강의 인물들은 모두가, 그렇게, 지독히도 연약하고 무방비한채로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누군가에게 엉덩이를 채이고 떠밀려 세상에 나온 것 같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에 섞여들지 못하고 주변부를 맴돈다. 연작소설 &lt;채식주의자&gt;의 주인공 영혜도 그렇고, &lt;검은 사슴&gt;의 의선도, &lt;그대의 차가운 손&gt;의 주인공들도, 단편의 주인공들도 모두가. 그래서 그들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연약하고, 섬세하고, 상처받기 쉽고 서럽다.&#160;&#160;
이번 소설에서도 한강 특유의 주인공들, 그렇게 엉덩이를 걷어채여 세상에 나온듯 연약하고 순결한 인물들이 나온다. 그리고 또한 한강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피와 죽음, 불과 물의 원형 그리고 재생(창조자-즉 예술가)&#160;모티프가 한 가득이다. 한강의 소설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부분은 여기다. 인간으로서, 아니, 세상 속의 생활인으로서의 죽음과, 거기에 이어지는 예술가로서의 창조를 통한 재생. 한강은 아마도, 넘지 못할 것, 죽음이라는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그 죽음을 뛰어넘고 싶어서 바람을 느끼면서도 장대를 들고 뛰었던 인주처럼, 지금이 아닌 다른 것을 꿈꾸는 지도 모르겠다.&#160;&#160;
그렇게 말하자면, 한강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죽음 이미지는 아마도,&#160;&#160;
다시 시작하는 게 가능하다면....... 정말 가능하다면 말이야. 뭔가를 되살리는 게 아니라, 복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부숴야 하는 것 같아.&#160;<br />
아니, 그건 달라.<br />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부숴야 하는 거야. <br />
p. 324
라던 서인주의 말처럼, 다시 시작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160;&#160;
한강의 주인공들은 아티스트가 많다. &lt;채식주의자&gt;의 비디오 아티스트나 &lt;검은 사슴&gt;의 사진작가 &lt;그대의 차가운 손&gt;의 라이프 캐스팅 작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리고 이번 소설의 화가와 작가까지.&#160;결국 한강은 소설에서 끊임없이 죽음을 말하고 있지만 마지막 이정희의 안간힘처럼 살고싶다 살고싶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160;&#160;
영문도 모른채 이 세상에 떠밀리듯 나와 엉망진창 지독히도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살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그 고통스런 몸부림을 읽고 있는 건 슬프고도 괴로운 일이다. 몽고반점을 달고 나온 사람의 천형.&#160;&#160;
힘들고 무거운 내용과 아름답지만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추리소설 기법을 차용하여 소설은 빠르게 읽힌다.&#160;&#160;
한강이 써 낸 또 한편의 걸작.&#160;&#160;]]></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646/75/cover150/8932020000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20000</link></image></item><item><author>아시마</author><category>야옹씨책</category><title>아이가 아팠다. - [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title><link>http://blog.aladin.co.kr/ashima/3513385</link><pubDate>Sat, 13 Mar 2010 12: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ashima/351338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2224X&TPaperId=351338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643/43/coveroff/895092224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2224X&TPaperId=351338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a><br/>김효선 지음 /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0년 02월<br/></td></tr></table><br/>태어난 직후, 신생아기에 황달과 호흡불안정으로 입원했던 것과 돌이 되기 전, 문틈에 손이 끼어 정형외과로 달려갔던 것을 제외한다면, 예방접종을 위해서 외엔 병원에 갈 일이 없었던 둘째놈이 아팠다. 태어나 두번, 감기를 앓았지만 매번 병원의 도움없이 영차, 이겨냈던 놈이었다. 큰놈도 그랬지만 둘째놈도 하루저녁 열이 좀 올랐다가 다음날 아침이면 어이없을만큼 멀쩡해져서, 병원가기도 민망해 안가고 버티면 콧물 좀 흘리다 열흘이면 씻은듯이 낫는 놈들이었다. 그 흔한 해열제도 콧물약도&#160;&#160;한번 안먹여봤다.
그 둘째놈이 아팠다. 토요일 친할머니댁에 잠깐 갔다오더니 그길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으레 괜찮으려니, 게다가 병원도 하지 않는 토요일 저녁이라 간간히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정도의 처치만하며 버텼다. 일요일 아침, 열이 내렸고, 나는 의기양양 웃으며 말했다. 울 애들은 참 희한해. 무슨 애들이 이렇게 건강하담. 이라고. 그러나 일요일 오후, 열은 다시 무섭게 치솟았고, 정신없이 애를 업고 집 근처 파티마 응급실로 달려갔다. 거기서 잰 열은 39.7도. 큰놈을 키우는 내내 최고로 올랐던 열이 39.5도였다.&#160;&#160;
혼비백산해서 얼이 빠진 나에게, 응급실에선&#160;겨우 14개월 된 놈의 몸에 링거를 꽂자고 했다. 그 상황의 엄마에게 yes, yes, yes 라는 대답 외에 무슨 말이 있을 수 있을까. 얼떨결에 간호사를 따라 격리된 방으로 가 아이의 손목에서 혈관을 찾는 걸 지켜봤다. 손목에서 혈관 찾기는 실패. 간호사는 다시 발목에서 혈관을 찾아냈고, 짜내듯 몇방울의 피를 뽑아낸 다음 링거를 연결했다. 폐렴 징후를 살펴보느라 가슴 엑스레이를 찍고,&#160;울다지친 아이와 응급실의 침대에 누웠다. 친정곳에선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종합병원의 응급실에는 소아전용 코너가 따로 있었고, 수시로 드나드는 아픈 아이는 왜 그리도 많던지. 증세는 또 얼마나 다양하던지. 열이 높은 아이, 토하는 아이, 이유없이 배가 아파 데굴데굴 구르는 아이.&#160;아이의 증세는 다양한데 보호자들이 표정은 한결같았다. 아마 나의 표정도 그랬을 것이다. 속수무책의, 죄책감과 무력감이 절반씩 뒤섞인 그 표정, 의사나 간호사가 나타날 때마다 그 죄책감과 무력감의 소용돌이를 뚫고 튀어나오는 간절함.&#160;&#160;
새벽 한시가 되어서 아이의 열이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월요일, 열은 또다시 무섭게 올랐다. 이번에는 친정의 단골 내과이자 그 동네에서는 제법 잘한다고 소문난 내과 겸 소아과를 방문했다.&#160;월요일 오후 3시. 열은&#160;39.7 이번에도 내려진 처방은 링거였고 거기에 해열제 근육주사까지 나왔다.&#160;&#160;
자지러지는 아이의 몸을 온몸으로 누르고, 간호사가 혈관을 찾게 도와주는 동안을 어떻게 견뎠는지 나도 모르겠다. 도저히 아이의 눈을 마주 볼 수가 없었는데, 눈을 마주보지 않으면 안될것 같기도 했고, 그 눈에 떠오른 표정을 읽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괜찮단 메세지를 전해줘야만 할 것 같기도 했다.&#160;&#160;
500cc 링거 한팩을 다 맞는 내내 아이는 잠이 들어서조차&#160;내게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했다. 열이 높아 손난로처럼&#160;따끈해진 아이를&#160;배 위에 올려놓고&#160;중얼중얼 내가 아는 모든 노래를 다 불렀다. 겨우겨우 열이 떨어진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갔지만, 밤이 되자 열은 다시 올랐고, 화요일엔 결국 입원을 했다. 그렇게 화요일밤과 수요일밤, 이틀을 병원에서 보내고 목요일이 되어 돌아온 집에 이 책이 와 있었다.&#160;&#160;
열은 내렸지만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내내 잠을 자거나 깨어있는 동안에도 내게 붙어 있으려고만 하는 아이를 업고, 이 책을 읽었다.&#160;&#160;
18살, 고등학교 2학년때 백혈병이 발병해 21살에 죽은 딸의 병상기록.&#160;
책을 읽는 내내, 뜻밖에도 기독교란 종교가, 그 중에서도 개신교가 아름다운 종교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아름다운 크리스천도 있구나... 아니, 크리스천이어서 아름다운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160;
딸의 발병앞에 신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그만큼이나 경건하고 아름다웠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뭉쳐 한 사람을 도와주려는 신앙인들의 모습도 아름다웠고, 기도 제목을 정하고 중보기도를 하고 작정기도를 하고(나는 이런 단어들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이런 모습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도움이 아닐까.&#160;
그런 모습들이 하도 아름다워서, 이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면서도 따스해졌다. 사실 따지고보면 정말 고통스럽고 비참한 상황인데도, 고통스럽지만은 않게, 비참하지는 더더욱 않게, 죽은 서연도 딸을 잃은 저자도 정말 힘들고 아프겠지만 그래도 뭔가 다행스러웠다. 종교란 건 참 좋구나, 이 사람들 마음 참 많이 아프겠지만, 그래도 그야말로 하느님과 종교와 신앙의 힘으로 그 도움으로 그 아픔들을 위로받고 있겠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종교는, 정말 참, 좋구나.&#160;&#160;
이 책을 덮을때쯤 작은 놈도 어느정도는 회복이 되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낮잠에 드셨고.&#160;
건강이란,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거라던데,&#160;
건강한 아이여서 참 고맙다고, 그리고, 그 건강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 감사해야 할 것이라는 걸 잊지 않겠노라고,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다. 큰놈이나 작은 놈이나, 내게 와 주어서,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참 고맙다고, 이게, 고마워 해야할 일이라는 걸, 너희 두놈에게나 세상에게나 신에게든 누구에게든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걸 잊지 않겠다고.&#160;
감사해야 할 일이 또 하나 늘었다. 감사할 일이 많아질 수록, 인간은 참 작아진다.&#160;&#160;
내가, 아이를 잘 키워서, 내 아이가 건강한 게 아니라, 그저, 건강한 아이를 신이 나에게 맡겨주신거라는 걸 잊지 말자.&#160;&#160;
감사합니다.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643/43/cover150/895092224x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2224X</link></image></item></channel></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