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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인문학 - 잠재된 표현 욕망을 깨우는 감각 수업
김동훈 지음 / 민음사 / 2018년 10월
평점 :
<브랜드 인문학>이라는 책 제목을 들었을 때 소스타인 베블런의 현시효과를 생각했다. 브랜드에 대하여 인문학적 성찰을 할 수 있는 내용은 현시효과 밖에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펼쳐 읽으면서 내 생각과 다른 책이라고 느꼈다. 브랜드 전체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보다는 브랜드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지향하는 바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즉, 생각보다 폭 넓고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었다.
명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지만 명품에 대해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소유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뭔가 고급진(?) 인생에 근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그 사고방식과 가까운 영화나 소설 또는 시를 함께 소개하여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거나 느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각각의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잘 이해한다면, 어떤 행사에 참석할 때 그 행사가 지향하는 가치관과 맞는 브랜드를 이용한다거나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가치관의 브랜드를 이용하는 방법 같은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마치 연관된 신화나 한시, 또는 유명한 말을 인용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브랜드 중 인상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경계를 의미하는 지방시가 인상적이었다. 중심부에 해당되는 로마제국에 비해 주변 문화에 해당되는 고딕양식의 디자인을 활용하여 경계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또한, 함꼐 소개된 함민복의 시 꽃가 경계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스페인 왕족 분위기를 현대에 되살리는 발렌시아가 브랜드나 금기에 도전하는 베르사체 브랜드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19세기말 20세기 초의 아르누보나 벨에포크 문화를 인용하는 구찌도 인상적이었는데, 그 시대의 불안과 상실감이 장인의 손길로 안식을 얻게된 과정을 이 브랜드를 통해 구현한다는 이 브랜드의 개념을 바로 이해했다면 사람들이 여러 장소에서 이 브랜드를 이용할 수 있을까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스타벅스나 펭귄북스, 민음사, 레고 등의 브랜드를 제외하면 그나마 나에게 친근한 브랜드가 랄프로렌이다. 이 브랜드가 기존의 고전적 럭셔리 패션에서 패스트 패션으로 방향을 일종의 혁신을 꾀하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정책을 택하였기에 나 자신도 이 브랜드를 접할 수 있었겠지만) 20세기 대량생산시대로 진행되면서 브랜드의 대상을 넓히는 등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자신으 아이덴티티를 변경한 경우는 아마도 랄프로렌이 이 책에서 소개된 브랜드 중에서는 유일한 것 같은데, 미래를 본다거나 성장하는 생명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가장 인상적인 브랜드라고 느껴졌다.
32개의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개인적으로는 소개되는 브랜드의 수는 줄이더라도 각각의 브랜드를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깊고 넓게 다루었으면 어떠했을까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하였다. 이 책을 다 읽은 앞으로도 여러 브랜드를 접할 때마다 이 책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브랜드가 주는 느낌을 다시 생각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