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의 서술방식은 모든 대사를 따옴표없이 다르 문장들과 구분없이 섞어서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 특별할 것 같지 않이 이러한 서술방식이 이 소설의 내용과 맛물려서 묘한 느낌과 여운, 그리고 울림을 주는 것 같다. 또한 표지의 그림의 의미를 책을 읽기전에는 잘 몰랐는데, 감상을 적으면서 그림을 다시 살펴보니, 파도가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심전도(?) 그래프로 바뀌는데, 책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시몽 랭브르가 서핑을 하면서 파도를 타다가 쓰러져서 병원에서 심장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게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략 제목을 통해서나 책소개 글들을 통해 뇌사한 사람의 장기를 다른사람에게 기증하는 내용을 소재로 담고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대사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간결한 문장과 섞어쓰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아들이 뇌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가 사고를 접하면서 돌이키는 아들의 과거가 죽음과 함꼐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시 말해서 부모가 떠올리는 아들의 과거는 온전한 형태가 아니라 파편화된 형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나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어느날 갑자기 에전에 알던 동료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다른 사람은 잘 모르는 그 동료와 나만의 추억 (또는 과거의 일)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책의 서술 방식이 꼭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충격과 상처가 이 책에서사용한 표현이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들의 죽음만큼 강렬한 충격을 주는 것이 아들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증할 것에 대해 부모의 의사를 물어보는 장면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들의 죽음을 접한 부모에게 너무 잔인한 상황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러한 상황의 잔인 함도 이 책에서 사용된 표현 방법이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된다. 살아생전 장기기증에 대해 특별한 의사표시를 하진 아들의 장기기증을 위해 아들의 성품이 너그러웠는지 아니었는지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 책을 읽는 독자입장에서도 정말 가슴이 답답해지는 상황이었다. 다른 사람의희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나 영화는 그 동안 어느 정도 접했지만,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입장은 이책을 통해 처음 경험하는 것 같다. 생명의 소중함이나 장기기증에 대해 많은 분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읽어보시길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