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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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켄 리우가 이 책에 실린 마지막 작품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에서 인용한 태드 창처럼 중국계 미국인 SF작가라서 비슷한 점이 연상되는 점이 많은 작품집이다. 동양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 SF에서 나오는 요소를 적극 활용하여 상상력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자신이 의도하는 내용을 표현한 능력에 계속 감탄하게 된다

 

예전에 즐겁게 본 프로그램 중에서 환상특급이 있는데, 이 중 동양인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동양적인 정서와 애매모한(?) 신비감으로 서양인들이 등장하는 다른 에피소드들과 다른 인상을 주었는데, 그 인상과 무척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종이동물원>이나 <즐거운 사냥을 하길>SF요소나 신비적인 분위기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수단일 뿐이고,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가장 뜨거운 감정인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첫사랑을 다룬 이야기이다. 신비로운 감정이나 따뜻한 사랑의 감정 속에서 특히 나의 경우는 순수함의 아름다움을 느꼈는데, 이러한 순수한 감정은 저자 zs 리우가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때도 큰 힘을 발휘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동양적인 정서가 비교적 적고 다른 서양 SF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레귤러><천생연분>이 내게는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느와르 풍의 <레귤러>SF의 요소를 활용하면서 흥미진진한 재미를 주었는데 다른 동양적인 분위기의 작품들과 분위기가 무척 달리 다른 작가가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두 작품들에 나온 과학기술은 10여년 정도면 생활화 될 수도 있다고 느낌도 드는데 (실현가능성도 높지만, 현재 과학기술의 진행방향과 가까운 기술이라는 면에서), 그 높은 가능성과 함께 부정적인 영향도 제시된 점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이야기들의 장점은 재미있다는 점이고 좀 더 긴 장편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중국 현대사의 비극이 녹아있는 작품들도 많이 있다. 일제강점기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 등 우리역사도 비슷한 과정을 겼었기에 많은 공감이 갔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하여 학교를 미국에서 다니고 현재도 미국에 사는 사람이지만 중국 현대사 비극의 마지막 과정에서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올바른 마무리를 하지 못하면서 그 비극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 여러 작품에 담아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기득권층 등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사회정의를 이루지 못하거나 오히려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거짓 사실을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현실을 생각나기도 한다.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에서는 시간여행을 통해서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확인하기보다는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이를 방지하는 법안이 발효되는 모습이 보여지는데,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이기심을 극복하는 이타심을 표현한 <모노노아아레><송사와 원숭이 왕>도 썼다. 이 이야기들의 주제는 집단주의, 애국주의 등의 형태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편이다. 저자 역시 이러한 가치관이 존중을 받았던 동양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작품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사고가 악용된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거부감이 드는 경우가 많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해갈수록 계속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생각인 것은 틀림없다.

 

우리와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지적인 작가의 다양한 소재를 다룬 흥미로운 작품이었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품(현대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SF를 이용하는)을 쓰는 작가가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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