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상들
윌 듀런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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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신입생들을 위한 독서 목록에 꼭 들어가는 <철학 이야기>의 저자 윌 듀란트의 책이다. <철학 이야기>를 읽지 못하였기에, 대학교를 떠난 지 오래 되었지만 신입생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던 부채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위대한 사상가, 위대한 시인, 최고의 책, 인류 진보와 결정적인 연도 등의 주제에서 Best 10 (주제에 따라 100이나 12일 수도 있음)를 선정한 책인데, 각각의 주제에 대해 책을 몇 권씩 쓰고도 남을 내용을 아주 짧게 축약하여 쓴 글을 모은 책이라 각각의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지식을 정리하고 윌 듀란트의 생각과 비교하면서 읽는 것이 좋을 책이다. ,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지식을 접하기 시작하기는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

 

먼저 위대한 사상가에는 동양의 공자가 포함되고, 과학자라고 할 수 있는 코페르니쿠스, 뉴턴, 다윈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성경 속의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대신, 공자는 남에게 대접받기 싫은 행동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라고 해서 서양보다 동양적 사고가 남을 더 배려한다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인용하는 공자는 달랐다.

 

- 어떤 제자가 악에도 선으로 응해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랬다면 선에는 무엇으로 보답할 것인가? 선에는 선으로 보답하고, 악에는 정의로 대응하라

 

2018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첫 번째 원칙으로 삼을 만큼 멋진 말이다. 정치와 실용을 위한 철학을 한 인물이기에 공허한 화해나 용서를 이야기한 모습이 무척 훌륭하다고 느꼈는데, 서양학자가 공자의 덕목 중에서 이런 사고를 중요하게 여긴 점도 무척 인상적이다.

 

그 밖에 위대한 사상가 속에 과학자가 3명이나 포함되고, 철학자는 칸트만이 포함되고 나머지 인물들도 정치철학을 한 사람이 대다수인데, 실제로 세계와 인류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을 선정하는 윌 듀란트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석가나 예수가 선정되지 않은 이유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시인 중에는 역시 동양의 이백과 함께 단테가 선정된 것이 인상적이다. 단테에 대해서는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 이야기만 알고 있었는데, 그의 본 모습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될 만큼 단테의 삶은 인상적이었다.

 

- 그는 정치에 뛰어들었으나 패배하여 타지로 쫒겨났다. 그의 소유물들은 모두 국가에 몰수되었다. 15년 동안 가난과 방랑의 세월을 보낸 단테는 피렌체에 벌금을 내고 제단에서 석방된 죄수로서 굴욕적인 봉헌의식을 치른다면 시민권과 재산권을 온전히 복원해 주겠다는 통고를 박았다. 그는 시인의 긍지로 이를 거부했다. (중략) 단테는 체포되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화형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 였다. 그가 지옥을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지상에서 지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낙원에 대한 그의 묘사가 덜 생생한 것 역시 개인적인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 (중략) 시인은 지혜(베르길리우스)가 우리에게 사악한 욕정을 몰아내고 사랑(베아트리체)이 우리를 행복과 평화로 인도할 때까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언제나 지옥이라고 말한다.

 

비슷한 시대의 마키아벨리와 비슷하게, 단테 역시 치열하고 뜨거운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양인으로 유일하게 위대한 시인으로 선정된 이태백의 삶도 비슷하다. 사랑을 잃고, 말년에는 온갖 고초를 겪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 들과 함께 선정된 휘트먼의 시 구절에 마치 이 들의 삶과 죽음을 요약한 듯한 내용이 있다.

 

- 처음에는 나를 찾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마오.

한 곳에 내가 없다면, 다른 곳을 찾아보면 될 일.

나는 어딘가에 멈춰 서서 당신을 기다릴 터이니.

 

책의 마지막 세계사의 결정적 연도 12는 가장 의외의 내용이었다. 부처, 공자, 소크라테스, 카이사르, 예수, 무함마드, 베이컨의 삶과 죽음이 세계사 속 결정적 순간의 12 7개를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매우 정확하게 본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삶 이후 현대까지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에 가장 영향을 미치고 있고, 오늘날의 철학이나 사상도 결국은 그들의 생각을 재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그 외에 선정된 사건은 비교적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인쇄술의 발견, 아메리카 발견, 증기기관 발명, 프랑스 혁명 등. 오래전에 나온 책이라 컴퓨터나 인터넷, 스마트 폰 등과 관련된 이야기가 없는데, 오늘날 이 책을 다시 쓴다면 그런 내용도 추가될 것이다.

 

서문을 읽어보면, 윌 듀란트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우리 세기에 가장 영향을 끼친 인물은 카알 마르크스가 아니라 에디슨 같은 발명가들이고, 그의 책에 나오는 인물 중 직접 아는 사이가 되고 싶은 인물은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농염한 퐁파두르 부인이라고 대답하는 등 실질적이고 솔직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학문적인 목적이 아닌, 사람에 대한 솔직한 마음으로 선정하였기에 이 책 속의 여러 리스트가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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