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의 성장
이내옥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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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34년 간 일한 이내옥 미의 에세이집이다. 미술품 또는 예술품 감상과 안목에 대한 글이 반 정도되고, 자신의 일상, 삶에 대한 내용이 반 정도된다. 제목에 안목이란 단어가 있어 최근 읽은 필리프 코스타마냐의 <안목에 대하여>가 연상되기도 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저자가 예술품을 알아보는 안목보다는 예술품에 압도되는 모습이 많이 소개되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국으로 대접받는 일본의 대표적인 예술품인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백제관음이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이라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철학자 야스퍼스나 미술사학자 에카르트가 극찬한 내용을 보니 저자의 말처럼 이제라도 우리나라가 나서서 새롭게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일본에 있는 두 보물에 비해 우리나라에 있는 금동반가사유상이 예술적으로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알려지지않은 점을 생각하면 무척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연관해서 이 예술품의 홍보를 위해 저명한 일본인 사진작가 준초이 선생을 모셔야 촬영을 시도했는데 그 예술품에 압도되어 제대로 일하지 못한 에피소드를 읽으니, 조만간 직접 그 작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영화 일 포스티노와 바베트의 만찬, 에드워드 호퍼,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그리고 추사에 얽힌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본격적이고 풍성한 예술품 감상이 이어진다.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은 무너진 시간이다. 저자가 예술작품에서만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위사람들의 인생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안목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인용한 것 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생여정을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했다. 자신의 인생을 예술작품처럼 아끼고 사랑한다면 어떤 예술품보다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할머니에게 콩밭 매는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요, 고독의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의 끝에 잡초가 제거되어 말끔히 정독된 콩밭은 할머니에게 예술작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항상 손을 비벼 가며 기도했던 할머니는 부엌에서는 물을 떠 놓고 빌었고, 절에 가서는 부처님에게 중얼중얼 빌었다. 옆에서 가만히 들으면 자식들을 위함이었으니, 돌아가신 할머니의 영혼이 우주에 떠 있다면 지금도 그렇게 후손들을 위해 빌고 계시리라 믿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생여정을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했다. 그 여정에는 무수한 실패와 좌절, 낙담이 있지않겠는가? 그때마다 다시 일어나 가고자하는 곳을 그려보는 것이기에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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