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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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지대넓얕>의 등장은 꽤 놀라웠다팟캐스트로 연재했던 내용을 재구성한 책은 2015년 예스 올해의 책 중 한권이 되었고책의 저자인 채사장은 국내 저자 1위에 올랐다팟캐스트란 새로운 콘텐츠의 인기를 등에 업고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시기에 가장 잘 들어맞은 책이었다.

 


<지대넓얕>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쉽다는 점이다말 그대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쉽게 알려주는 덕에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먹고 살기도 바쁜 시기에 여러 지식을 쉽게 알려주는 책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저자인 채사장의 쉬운 접근법은 인문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모조리 깨버렸다무게감 있고학력이 대단하거나 유명한 학자가 쓴 기존의 인문학 책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이질감가르치는 투의 문장은 채사장의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어려운 말로 수식하지 않고행위이론사담에 치우친 학술서가 아닌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흥미 위주의 글을 선보인다.






이번 신간 <열한 계단>도 마찬가지다독자가 채사장에게 바라는 쉬운 인문학을 온전히 담고 있다이번에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자신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인문학을 끌어내고 있다. ‘의 이야기에서 인문학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어색함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진다뒤이어 그 지식들을 배우면서 느낀 자신의 감정을 써내려 가는데 흡사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덕분에 글은 더 쉽게 읽힌다.


 

<열한 계단>은 총 열 한가지의 주제를 차례대로 이야기한다문학기독교불교철학과학이상현실죽음초월이란 주제를 가지고 저자가 겪어온 시절마다 하나씩 풀어나간다어떤 생각과 고민을 안고그에 따라 무슨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발전해나갔는지 찬찬히 써내려간다각 주제를 계단으로 인지해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지금의 채사장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독자도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 걸음에 발을 맞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물음이다답답한 고민이나 문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저자는 매번 물음을 가진다. ‘나는 왜 이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 답답함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사실 물음을 가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물음을 갖기 위해서 자신의 고민과 문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채사장은 그 불편한 과정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해서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물음에 대한 답을 불편한 지식에서 찾는다몰라도 삶에 지장을 주지 않지만새로운 지식을 찾고 내면에 고착화된 틀을 깨트리는 일을 반복한다그로 인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식을 얻게 되며성장하는 것이다.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이란 메인카피에서 볼 수 있듯이책은 문제 인식->의문->해결과정->지식의 습득->새로운 질문의 반복이 이어진다이를 통해 발전해나가는 채사장을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종종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삶에서 마주한 고민을 무시한 채 눈감고 묵인했던 개인적인 경험이 생각났기 때문이다특히 종교 부분(기독교불교)에서 항상 답답함만 안고 정작 답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들을 책에서 얘기해주었다지극히 합리적인 사고주의를 가진 내게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이후로 책에 더욱 집중한 대목이기도 하다.

 


모든 판단의 기준을 근거와 출처에 두는 사람의 태도 역시 그다지 지혜로워 보이지 않는다생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세계의 복잡성을 받아들일 만큼 유연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확실한 근거에 집착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러한 태도는 학문 안에서 이론을 정립하는 데 매우 효율적일 수 있다하지만 학문의 한계를 넘어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개인에게는 충분한 태도가 아니다.’ (66.p)

 


나는 반박할 수 없는 진리가 당연히 가장 위대한 진리일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언제나 참일 수밖에 없는 진리를 원했다하지만 이제는 안다반박할 수 없고 언제나 참인 진리가 가장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을.’ (78.p)

 

 

한국문학만을 편독하는 습관을 가진 나로서 처음에 책을 펼치기도 어려웠다두꺼운 책과 열한 가지 주제 중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라곤 문학(죄와 벌)과 이상(체 게바라)뿐인 점에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말 책은 생각보다 읽기 쉬웠다우선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흥미롭고인문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우리에게 보편적 궁금증을 인지해준다더불어 본론에서 현학적인 표현을 최대한 배제하고 쉽게 풀어간다필요한 지식까지만 이야기하는 점더 알고 싶을 때 살펴볼 수 있도록 자신이 봤던 책을 언급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한 주제마다 페이지 수도 많지 않아하루에 한 주제씩 읽어 내려가기 좋았다.

(책에서는 순서대로 읽어가길 권유한다.)

 




열한 계단을 따라 오르고 나면 여운이 남는다더 알고 싶은 부분도아직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남아있다하지만 이 책을 보기 전과 후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불편해 덮어두었던 부분을 알고 난 후의 후련함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이 나를 다른 계단으로 이끈다기존의 채사장과의 책과 비교해더욱 책장에 두고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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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7-01-02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흘러가는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갖고 거기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군요. 불편한 책을 읽으라는 조언이 마음에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