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 질문하고 토론하고 연대하는 ‘프랑스 아이’의 성장비결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중요한 가치가 평등이라고 생각하고, 어릴 적부터 부당함에 저항하기 위한 연대를 일상적으로 목격하고 실행하며 변화를 이끌어 내는 아이들. 그리고 모든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복종을 훈련받으며 정해진 것만 배우고 사소한 영역까지 서열화해 경쟁을 일상화시켜 연대를 통한 저항의 힘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 

 세기적인 차이가 있을 법하지만 모두 21세기의 아이들이다. 그 간극에 현기증이 난다.

 

 저자가 프랑스 유학시절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어린 아이에게 몇 살이냐고 말을 걸었는데 

  " 응, 난 네 살이야, 너는 몇 살이니? "  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 응.... 난 스물아홉 살 "

태어나면서부터 아이를 이미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하기에 어른과 대등한 존재로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성장한 프랑스의 4살. 그 되물음. 참으로 생경하다. 이들처럼 평등이 체화되어 있는 문화권의 이들의 시점에서 본다면, 

우리 말 속에 스며들어 있는 반평등성이 거북할 지도 모를 일이다. 단순히, 우리는 존댓말을 사용하는 우수한 민족이야라고 우쭐할 수만은 없겠다 싶다. 그 언어형식으로인한 의식의 단절과 소통의 장벽을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프랑스는 육아가 철저히 공적인 일로 처리되어 아이를 낳기만 하면 사회 시스템이 키워 낸다. 

사회가 빈틈없이 커버하므로 아이를 낳고도 부모 모두 일을 지속할 수 있다. 

이는 육아가 부모에게 짐이 아닌 창조적인 선물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또한 프랑스 초등학교는 학교에 늦지 않고 오는지, 책상에 앉아 수업 참여 준비를 잘 하는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움을 청하는지, 학교에서 전하는 내용을 부모님께 잘 전하는지 등등의 수업태도가 주요 평가항목이고, 중고등에서도 서열적 평가는 없으며 아이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탐색 할 수 있도록 폭넓은 분야와의 접촉을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제공한다. 대학 등록금이 연간 30만원도 안되고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그들의 낮은 대학 진학률은 대학이 대학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아이를 위해 부모의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지 않는 사회, 그래서 아이와 어른이 대등한 각각의 구성원으로서 존중하며 수평적으로 작동하는 사회가 칼리가 다니는 프랑스 학교이야기였다.

 

 ' 부부간의 끈끈한 애정이 가정을 지탱하는 중심이며 다소 자녀들을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두 사람의 애정을 지키는데 우선순위를 두라 ' 는 작은 도시 시장의 주례사. 여기서 드러나는 프랑스인들의 인생관이 내겐 가장 인상적이었다. 치열한 자기 부정을 치르고 있는 나 개인의 상황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이와 나는, 단 한 번의 사교육 없이 수 년 간 혼연일체가 되어 성취감을 공유하며 마침내 희망하는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환희는 잠시, 대학에 입학한 아이는 무책임한 선택과 도를 넘는 일탈로 내게 인간적인 실망을 안겼다. 중고등 시절, 시공간의 제약 속에선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아이의 면모는, 기대에대한 배반이 아닌 객관적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자율의 힘도 단단한 틀도 없이 자유의 파도에 휩쓸린 아이가 쏟아내는 뒷설거지로, 난 일 년 동안 혼란스러웠으며, 이는 내 인생관의 재구축을 절실하게 요했다. 최근 상황이 차츰 정돈 되어가는 지점에서 만난 이 책은 그 원인이 아이에게 치우쳤던 내 삶의 태도였다고 쐐기를 박고 있었던 것이다. 내 삶의 중심이 내 안에 없었다고. 


 가장 인기있는 생일 선물, 책. 생일 선물용 책 코너가 따로 있다는 프랑스 서점. 어떤 곳일까

 평등이 DNA에 새겨져 있을 것 같은 이들과, 이들이 거느렸던 식민지들은 또한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일까

 이 질문없이 현재의 프랑스를 떠올리는 게 아직은 힘들다.

 

*** 서민 교수님을  통해 이 책과 닿았는데, 2년 여만에 책리뷰 열망을 이끌어냈다. 무척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