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음악 주식은- 현재는- 클래시컬 음악이다. 하지만 '밥만 먹고 사냐?' 는 질문은 밤이 외로운 중년의 여인들만 할 수 있는 주장은 아니다. 인간이 쥐와 더불어 지구 상에 앞으로도 오래 오래 있게될 존재의 생물학적 특성 중 하나는  '잡식성'이라는데 있다. 내 음악적 취향도 '잡식성'이다. 트로트부터 락음악, 그리고 국악도 듣는다. 내가 한 귀로 흘려듣는 음악은 컴퓨터로 5분 내에 만들 수 있다는- 음악 미학에서 가끔 '진정성'Authenticity이란 이름으로 논쟁이 되기도 하는- TV 쇼프로그램에 나오는 댄스 가수들의 음악이다. 물론 그런 음악도 소용이 있고, 한 번씩 흘려듣는다. 처음부터 따라 부르지는 못해도, 라디오에서 하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어디선가 멜로디가 나오면 '음..소녀시대,빅뱅' 이 정도로만 안다. 

음악가와 관련된 영화 중에서 독특한 영화가 DVD로 출시되었다. 예전에 한번 소개하기도 했었는데 영화관에서 놓쳤다면 이제 합법적으로 볼 수 있다. 또는 소장도 가능하다.

밥 딜런을 다룬 영화 <I'm not there> 이다. 제목을 밥 딜런의 곡명에서 따왔다. 미셀 푸코가 '자신을 규정하지 말라' 라고 했던 것을 연상시키는 제목이다. 토드 헤인즈의 시선은 그렇다. 기본적으로 '동일한 정체성'에 대한 강박에서 '분열된 정체성'으로의 해체 내지는 존중을 말한다. 하덕규 식으로 말하자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다. 그러니까 한 인물을 소개하는데 한 캐릭터의 주인공가지고 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로 접근하는 것이 그 인물을 총체적으로 아는데 더 적확하다는 것이다. 피카소의 입체파 인물 그림을 떠 올려보면 금방 이해될 것이다. 이 영화에도 6개의 캐릭터가 나온다. 밥 딜런에게 영향을 미친 우디 거스리, 그리고 이름을 따온 딜런 토마스 등등..

케이트 블랑쳇이 여자지만 가장 밥딜런과 닮았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몇 몇 장면들은 밥 딜런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혼자 씩' 하고 웃지만 모르면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크리스천 베일이 극 중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밥 딜런 앨범 자켓과 똑같은 포즈를 취한다. 또 유명한 <블로잉 윈드>가 들어 있는 음반은 다른 식으로 그려지는데, 밥 딜런이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거리를 걸으며 찍었던 유명한 앨범 자켓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는 앨범과 똑같은 포즈를 찍은 샷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거리를 걷지만 카메라는 부감샷으로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그들을 비춰준다. 연인들이 그냥 거리를 뛰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장면은 유명한 앨범 자켓을 낳은 것이다. 히스레저와 샬롯 갱스부르가 연인이다.

밥 딜런은 포크 운동의 리더(?) 답게 저항의 아이콘이었다. 그런 그가 포크 락을 선보이면서 '변절자'라고 몰리기도 한다. 밥 딜런은 그런 대중들을 불편해 했다. 즉 '진보'를 팔아넘겼다는 대중들의 포퓰리즘적인 몰이해들이 밥 딜런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밥 딜런을 '정치적 진보주의자'로 만든 것은 사실 '대중'이었지 밥 딜런은 아니었다.  음악가로서 그도 정치적 견해를 노래하고, 동시대의 모순을 예민하게 지적할 수 있다. 대중은 그가 계속 그런 위치로 남아주길 바랬다. 하지만 밥 딜런은 '나는 거기에 없다' 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진보적인 가수'이기 이전에 '예술가'였다. 예를 들어 아방가르드의 전복적인 전위를 그저 '퇴폐 부르주아의 예술적 사치' 로 보는 것과 그런 비판의 토대 마저도 '전복'하는 예술가의 창조적 탈출구로 보는것. 크게보면 그런 문제다. 끊임없이 움직이고자 하는 진보적인 예술가와 정치적 진보라는  틀 안에 그를 가두어 놓고 싶은 진보주의적 대중. 안토니오 그람시는 다다를 비롯해서  당시 이해받지 못하는 예술적 전위운동들에 대해 그 전복의 아이디어와 단초들에 대해 존중하는 입장을 취했다. 당시의 주류 좌파들은 그렇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부정한다.  

 영화<존 레논 컨피덴셜> 이다. 이 영화는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다. 앞의 영화에 비하면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기존에 있던 TV화면, 인터뷰, 신문기사들을 영상으로 활용한다. 그와 함께 존 레논을 기억하고 그가 살았던 시대를 함께 했던 이들의 새로운 인터뷰가 추가되었다. 존 레논의 아내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오노 요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노암 촘스키, 68혁명의 주도세력이었으며 관련 책들을 많이 낸 타리크 알리, 블랙팬더당의 바비 실....그외에도 월터 크롱카이터, 워터게이트의 칼 번스타인 등등이 나온다. <존 레논 컨피덴셜>은 원 제목처럼 반전평화운동가 존레논과 미국 FBI와의 대립을 축으로 한다.(우...예찬이가 깨서 컴퓨터를 방해한다..야 비켜...못쓰겟..... ㅇㅇㅇ )

FBI는 존 레논-오노요코의 미국 비자 문제를 걸고 넘어진다. 애국주의와 주권이 결합하여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비호감인물들에 대해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다.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미국에 대한 적대로 받아들이며 보수주의자들의 내적 단결을 도모한다.(예나 지금이나 이런 건 변함이 없다.)

이 영화에는 유명한 존레논의 침대 시위 장면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1969년 존레논은 공식적(?) 신혼여행 대신에 개인적 하니문을 택한다. 암스텔담의 한 호텔방에서 반전평화 퍼포먼스를 시도한다. 베트남에 가서 전쟁을 하느니 차라리 침대에 누워있는 편이 정의롭다는 말이다.


비틀즈의 핵심 멤버이자 반전의 아이콘이 이런 퍼포먼스를 하니 각 종 미디어들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그것도 동양의 예쁜 예술가와 함께 하는데 말이다.

세계 각지에서 동조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일종의 연속 이벤트가 된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존레논의 멋진 음악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저항세력의 찬가라고 불리웠던 <Give peace a chance>가 자주 들린다. 또 60-70년대 민권운동의 슬로건 같은 <Power to the people>,<Revolution>, 영화<킬링 필드>에 쓰여서 더 유명해진, 아나키즘의 찬가 <Imagine>, 매년 크리스 마스에 맥락도 모르면서 쓰이지만, 모로가나 결국 예수의 메시지이기 때문에 몰라도 될 <Happy christmas>..존 레논은 오노 요코와 함께 한 TV 토크 쇼에서 그 노래의 부제를 이용해 이렇게 말한다.

"War is over if you want. Peace !"

존 레논은 1980년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데이빗 채프먼이라는 광팬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이 암살에 정치적 이유는 없다는 것이 지배적 중론이지만 여전히 미 정부 개입설이라는 음모론이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다.

존 레논은 살아 있었다면 지금 68세이다. 오늘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멋진 음악영화 <샤인어 라이트>(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주인공들. 롤링 스톤즈의 믹재거가 올해 65세이다. 롤링 스톤스가 음악 비즈니스계에서 범생이 '비틀즈'의 안티 테제였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영화<샤인어 라이트>에서 믹 제거는 펄펄 난다. 세파에 쩐-술과 마약에 쩔었겠지만- 키스 리처드 역시 펄펄 난다.아직 DVD는 나오지 않았고 음반만 나와 있는 듯 하다. 하여간 멋진 공연을 보여준다

. DVD로 나오면 이 영화 <샤인 어 라이트>도 꼭 보시길... 이 공연물을 보면 락을 하고 싶어진다.

 물론 성격은 좀 다르지만 이들 노익장들을 보면서 존 레논이 살아있었다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존 레논이 암살당한 시점은  신보수주의로 무장한 레이건과 대처가 세계 역사에 등장하는 시기였다. 역사의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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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0-1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리크 알리인데요.

드팀전 2008-10-20 06:5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몽님이...마릴린 맨슨을 이야기하셔서 오랜만에 모셔봤다. 나 역시 아주 오랜만에 듣는다. 맨슨은 내 취향은 아닌데 이 곡은 워낙 유명했다.

 I don't want you and I don't need you
난 너를 원하지 않고 네가 필요치 않아
don't bother to resist, I'll beat you
반항해서 나를 괴롭히지 마, 아니면 너를 패주겠어
It's not your fault that you're always wrong
네가 언제나 잘못했던 것은 너의 잘못이 아냐
the weak ones are there to justify the strong
힘이 없는 사람들은 강한 사람들을 정당하다고 생각하거든
the beautiful people, the beautiful people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it's all relative to the size of your steeple
그것은 모두 너의 성기의 크기와 관련이 있어
you can't see the forest for the trees
너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해
you can't smell your own shit on your knees
너는 네 무릎에 흘러내리는 너의 배설물 냄새를 맡을 수 없어

there's no time to discriminate,
차이를 인식할 만한 시간이 없어
hate every motherfucker
모든 XXX놈들을 증오하라
that's in your way
그것이 네가 가야 할 길이야

Hey you, what do you see?
이봐 당신, 무얼 보고 있지?
something beautiful, something free?
아름다운 것인가, 자유로운 것인가?
hey, you, are you trying to be mean?
이봐, 당신, 진실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가?
if you live with apes man, it's hard to be clean
만약 네가 유인원들과 함께 산다면 고결해지기는 힘들어

the worms will live in every host
모든 숙주속에 벌레들이 기생할 거야
it's hard to pick which one they eat most
그들이 먹는 것들 속에서 벌레를 잡아내는 것은 힘든 일이지
the horrible people, the horrible people
끔찍한 사람들, 소름끼치는 사람들
it's as anatomic as the size of your steeple
capitalism has made it this way,
이것은 자본주의의 방식이야
old-fashioned fascism
구닥다리 파시즘이
will take it away
그것을 가져가 버리겠지

Hey you, what do you see?
이봐, 너, 무엇을 보고있나?
something beautiful, something free?
아름다운 것인가? 자유로운 것인가?
hey you, are you trying to be mean?
이봐, 당신, 진실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if you live with apes man, it's hard to be clean
만약 네가 유인원들과 함께 산다면 고결해지기는 어려워

there's no time to discriminate,
차이를 인식할 시간이 없어
hate every motherfucker
모든 XXX놈들을 증오하라
that's in your way
그게 너의 갈 길이야

Hey, Hey, Hey, Hey, Hey …
이봐, 이봐, 이봐, 이봐, 이봐 …
the beautiful people, the beautiful people …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Hey you, what do you see?
이봐, 당신, 무엇을 보고 있나?
something beautiful, something free?
아름다운 것인가, 자유로운 것인가?
hey you, are you trying to be mean?
이봐 당신, 진실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if you live with apes man, it's hard to be clean
만약 네가 유인원과 함께 살아간다면 고결해지기란 힘들어

the beautiful people, the beautiful people …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

위키에 나오는 beautiful people에 대한 설명이다.

 its lyrics discuss two major themes: what Manson refers to as "the culture of beauty",[1] and that culture's connection to Friedrich Nietzsche's theory of master-slave morality — the song's "weak ones", who are "always wrong", are oppressed by and exist solely to "justify [the existence of] the strong" (the so-called beautiful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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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9-0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비슷한 계열의 음악들을 많이 들으시는듯. ^^ 디스터브드, 마릴린맨슨 함께 듣기 좋은 밴드들이죠.

드팀전 2008-09-09 10:20   좋아요 0 | URL
푸하ㅋㅋ ...정....답...이라고 할지 알았죠.ㅋㅋ
완전 삐 -오답입니다.

이게 아프님께는 이해가 안갈지 모르겠지만...

마릴린 맨슨을 듣다가 바흐의 <마태수난곡>으로 갑니다. 그리고 잠시 빌리 홀리데이를 듣다가....올 가을엔 바그너야 하면서 <니벨룽의 반지>로 갑니다.
그리고 '언니네 이발관'을 듣다가...쯥하는 겁니다...

아프님은 연애를 해야되요.제대로.그러면 아마 인간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정치사회문제에 대해서도 훨씬 더 다양한 것들을 많이 얻으실 텐데.


마늘빵 2008-09-09 10:2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연애를 안한지 1년 됐다요. -_-a

드팀전 2008-09-09 10:22   좋아요 0 | URL
청년기에는 제때 제때 광합성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 저것 줄자 갖다 대지말고 그냥 달려들어요.
미친척 하지 않는 연애는 연애가 아니라는...

mong 2008-09-0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속에 사악한 생각이 꿈틀거릴때 들으면 딱이에요~

드팀전 2008-09-09 10:17   좋아요 0 | URL
몽...몽님은 왠지 '몽'하고 부르고 싶어요.'몽' 그래도 되겠지..크흐흐
언니가 별 다섯을 준 '언니네 이발관'을 어제 들었는데...난 쯥이었다오.
지난 번 언니네 이발관 그거 뭐였더라..자켓이 누런 과일종이에 자살하려는 아이 있는 거...그 때는 좋게 들었는데...

이번에는 글쎄...뭐...하여간 아리따운 '시부야'보다 조금 더 인디적이고 청춘백서같으며, 졸린 새벽눈 같은 몽환이 지루하게 느껴지네요.
이건 내가 나이들어서 '21세기 소년들'의 정서적 고민과 닿치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겠지요.나는 '20세기 소년'이니까..ㅋㅋㅋ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가 한국 독립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을 해요.
현재 한국의 독립영화경향은 일본의 지난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일본이 50년대 부터 자민당이 집권해오면서 사회가 다이나믹한 변화를 잃어버렸다는 거지요.그게 문화에도 영향을 미쳐서 자기애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레인즈는 에고이스틱이라고 했는데-영화들이 지배적이 되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가라타니 고진이 근대문학의 종언을 이야기했던 그 정서와 같은 거겠지요. 현재 우리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일본TV 드라마, 음악, 소설같은 것들이 그런 에고이스틱한 문화 아래 있는 것인데...전 요즘 우리나라의 인디밴드들도 사운드적으로 다분히 야성을 잃고-이건 세계적인 트랜드이기도 하지요.- 거기에 보수적 문화흐름에 영향을 받았는지 그런 나른한 '나르시스적 자아성찰'에 함몰되고 있다고 보여요. 그래서 차라리 '너네들 엿이다'라는 '락 스피릿'이 '20세기 소년'으로는 그립다고 할까..촌티라고 합시다.

언니네 이발관의 리뷰를 쓰려다가 그냥 중편 댓글로 마무리 할께요...^^

mong 2008-09-09 13:13   좋아요 0 | URL
호칭은 '몽'이 더 친숙해요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제법 있구요
언니는 별로에요 '몽언니'라고 부르는 지승호님도 있군요 -_-

중편 댓글, 아아 읽는 도중
공감해버리고 말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섯개를 덥썩 준
저의 정체는 뭘까요 큽

드팀전 2008-09-09 13:26   좋아요 0 | URL
몇 노래의 가사를 읽어봤어요.
현재 동시대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물로 만든 얇은 막' 위에 서 있는 정서가 닿아있을 듯 해요..보편적인 청춘의 막이기도 하고 또 현시대의 청년들의 고민이기도 하겠지요.

이미 뚱뚱해진 아저씨들은 그 막 위에 서지 못하는...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니고 몽님의 '세대공감' 이겠지요.
그건 사실 딱 그 세대가 아니면 똑같이 이해해내긴 힘든 문제라고 생각해요.
 

촛불은 어디로? MB와 함께 ‘과거’로 간 진보
최근 정국을 보면, 이명박 정부만 군사독재 시절로 회귀하는 것 같지 않다. 진보 진영 역시 촛농이 마르기도 전에 어두웠던 ‘그때 그 시절’ 모습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촛불에서 배우자’고 경쟁적으로 외쳤던 진보 진영은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일까.
 

[51호] 2008년 09월 01일 (월) 16:15:14 고동우 기자 intereds@sisain.co.kr
 

   

ⓒ시사IN 한향란지난 7월30일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패배가 확정된 뒤 진보 진영의 주경복 후보(오른쪽)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진보 진영의 ‘실력’이 여실히 드러난 선거였다는 비판이 많다.
촛불의 파고가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워낙 강렬했던 탓이 클 것이다. 무엇보다 곧이은 이명박 정부의 전방위적 파상 공세는 안 그래도 피로감에 헉헉대던 진보·개혁 진영의 운신 폭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
요즘 진보·개혁 진영의 존재감이 안 느껴진다는 목소리가 많다. 진보정당, 시민사회운동, 노동운동 모두 예외가 없어 보인다. 이제는 ‘진보’는 고사하고 ‘개혁’이라는 분류도 좀 민망한 처지가 됐지만, 어쨌든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국회 의석을 ‘무려’ 83석이나 보유한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박상훈 정치학 박사(후마니타스 대표)는 “촛불 이후 남북관계 등 여러 현안이 제기되었지만, 국민의 눈길을 끌 만한 진보·개혁 진영의 선명한 목소리, 구체적인 실천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그 원인을 오직 ‘외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의석 수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5석의 민주노동당도 제대로만 발언하면 이를 받아줄 지면이나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 진보·개혁 진영 내에 무기력증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상황을 반전시킬 실력도 의지도 없는 것 아닌가.”

진보 진영, ‘영원한 마이너리티’로 전락?

최근 <한국 사회와 좌파의 재정립>이라는 책을 펴낸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왜 보수 진영에 밀릴 수밖에 없는가’를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보수 진영은 그나마 신자유주의라는 이상과 금융 세계화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국민에게는 이런 흐름에 대한 ‘발 빠른 적응’이 가장 명쾌한 대안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반면 진보 진영은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다. 보수 진영과 신자유주의 세력의 헛발질을 비판하는 안티 테제로서만 의미를 가질 뿐, 어떠한 생산적인 대안도 제출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보인다. 이대로 가면 ‘영원한 마이너리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그다지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진보·개혁 진영은 이미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정부 10년, 진보정당 원내 진출 4년에 대한 혹독한 심판을 받으며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갑작스럽게 밀어닥친 ‘촛불 쓰나미’ 덕분에 그 위기가 ‘마치 위기가 아닌 것처럼’ 잠시 유예됐을 뿐이다.

민노당 중앙당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한다. “촛불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참담했을 것이다. 미친 교육, 사회공공성 등 우리 주장이 이슈조차 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민노당으로서는 뙤약볕 아래서 모내기하는 심정으로 묵묵히 일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 진보신당과의 분당 등을 거치면서 양질의 정책 역량이 많이 빠져나갔고 당 전반이 활력을 잃었다. 2002년, 2004년 선거 때와 같은 ‘대도약’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촛불에서 제기된 민심의 요구를 대변할 만한 실력과 인력이 너무 부족한 상태다.”

지난 7월30일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진보 진영의 ‘실력’이 여실히 드러난 한판이었다. 진보 진영이 내세운 후보인 주경복 건국대 교수(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대표)가 공정택 현 교육감에 이어 2위(38.31%)를 차지해 선전했다는 평가도 있으나, 촛불 국면 등을 감안하면 ‘다 잡은 월척’을 눈앞에서 놓친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교조 때문이다, 강남 몰표 탓이다,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가장 뼈아픈 비판은 다른 데 있어 보인다.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주경복 후보 측은 교원평가제에 사실상 반대하고, 중간에 견해를 바꾸긴 했지만 외국어고·자립형 사립고 폐지를 주장했다. 나는 이것이 ‘학부모님과 사이좋게 지내기 싫습니다’라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자기 자식을 조금이라도 나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시키고자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데, 이를 들으려고 하지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외국어고 정책이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과거의 방식대로 반대와 폐지만 외치지 말고 뭔가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도대체 촛불시위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낀 것인지 모르겠다. 촛불의 교훈 중 하나가 소통의 중요성, 새로운 소통 방식의 필요성 아니었던가?”

너도 나도 ‘촛불에서 배우자’ 외치더니

힘이 모자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더욱이 촛불시위 내내 경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경쟁적으로 ‘촛불에서 배우자’고 했던 진보 진영이다. 하지만 최근 행태를 보면, 이명박 정부만 군사독재 시절로 회귀하는 것 같지 않다. 진보 진영 역시, 촛농이 마르기도 전에 어두웠던 ‘그때 그 시절’ 모습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시사IN 안희태8월21일,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대표인 노회찬·심상정·강기갑 씨(왼쪽 사진 왼쪽부터)가 분당 후 처음으로 공식 회동을 가졌다.
‘촛불을 가로막는 진정한 장벽은 사회적 권리와 평등을 보장하라는 촛불의 목소리를 받아안을 유력한 정치 세력이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해온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은 “촛불로부터 제대로 교훈을 얻었다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집중하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해야 할 텐데 진보 진영 내 어느 세력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촛불이 제기한 문제의식을 수용할 자세조차 안 되어 있는 듯하다”라고 질타한다.

이재영 위원은 특히 수배 중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독재 국민전선’을 제안한 데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퍼부었다.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서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석행 위원장의 인식은 언론·교육 등 이미 제기된 현안, 투쟁 동력이 있는 요구를 우선 수용하고, 거기에 이것저것 갖다 붙이는 관례 그대로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총연맹이라면, 그래서 근로대중의 분노와 요구를 받아 정세를 능동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조직이라면, 지금 매진해야 하는 투쟁 과제는 물가 폭등과 비정규직 문제, 두 가지다”라는 것이었다.

민주당, 비정규직 문제 관심 있나?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 진영이 ‘비정규직’을 강조하지 않은 적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실천이었다. ‘정규직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식농성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기륭전자 문제도 그렇다. 금속노조에서 이 현안을 담당하는 박점규 미조직 비정규사업부장은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집중과 연대가 크게 미흡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놓는다. “촛불이 있었기 때문에 기대가 더 컸을 수도 있다. 모두가 촛불시위대의 연대와 희생, 자발성을 배우자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동조 단식농성 등 큰 힘이 되는 실천이 일부 있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부족했다. 다수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연맹이나 금속노조 차원의 변변한 연대 집회조차 열지 못했다.”

민주당 역시 촛불시위 과정에서 좀더 진보적 방향으로, 특히 사회·경제 현안에 관심을 집중하는 쪽으로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정치적 개혁주의를 넘어 신자유주의 지구화 시대의 ‘사회·경제적 진보주의’를 얼마나 획득하느냐가 최대 과제다. 촛불과 같은 새로운 저항성을 직시하면서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면, 1960년대와 같은 만년 야당 신세가 될 수도 있다”라는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과)의 경고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최대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선대책-후비준’이라는 어정쩡한 당론을 고수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국회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는 사회 양극화의 핵심 의제라고 할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룰 환경노동위원회에 김상희 의원(한국여성민우회 전 상임대표) 단 한 명만이 자원해 충격을 줬다. 심지어 지난 7월22일 일부 386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자회견 시간이 약간 길어진다는 이유로 항의를 하다 주변에 있던 노동자와 기자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386 의원의 마인드가 저 정도밖에 안 되니, 민주당은 정신 차리려면 아직도 멀었다”라는 쓴소리였다.

운동권 사투리’ ‘운동권만의 퇴행적 문화’도 여전히 극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 지난 7월23일 진보신당 인터넷 게시판에는 ‘전진 총노선-변혁운동의 과제와 전략주체’라는 제목의 문건 하나가 올라왔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모든 교류는, 시장에서 만인이 자기 소유물을 자기 이익에 따라 자유롭고 평등하게 교환하는 것으로 현상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문건은, 진보신당 내 최대 정파라 할 수 있는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전진)’ 측이 임시총회 결정 사항이라며 공개한 것이었다.

전진? 전스틴? 운동권 사투리 언제 고칠까


당장 논란이 붙었다. ‘단계론적 변혁노선’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불철저함’ ‘노동계급의 역량 강화’ ‘전위 지향적 조직노선’ 등 1980년대풍의 어휘 선택도 그렇지만, ‘노동운동·정당운동·사회운동 전반에 걸쳐 지도력을 갖는 정치조직’ 같은 문구는 올해 초 민노당 분당의 원인이 된 패권주의의 망령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진보신당은 ‘운동권만의 정당’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고, 실제 당원 구성도 신입 당원이 탈당 당원 수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전진’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스틴(연예인 전진)’을 떠올렸다”라는 평당원 고훈씨(34)는 <레디앙> 기고를 통해 이렇게 꼬집었다.


   

ⓒ시사IN 안희태기륭전자(위) 문제는 그 중요성에 비해 진보 진영의 연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무리 좋은 이념과 이상이라 하더라도 대중과 호흡하지 못한다면, 화석화된 공룡이나 다름없다. 진보신당에는 70%가 넘는 새로운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전진의 문건에는 이들과의 소통이 없었고, 돌연 통보처럼 이루어졌다. 당내에서조차 공론화되지 않은 문제를 조직 전체가 가야 할 방향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진보신당의 방향은 특정 단체가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떠난 자’만 문제가 아니었다. ‘남은 자’인 민노당에서도 ‘익숙한 풍경’이 계속 펼쳐졌다. 지난 7월25일 강기갑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한 당원 총투표 과정에는 특정 정파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진행된 중앙당 당직자 인사 과정에서도 특정 정파의 독식이 두드러져 다른 세력의 반발을 샀다.

박상훈 박사는 이에 대해 “실제 권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용해 권력을 만드는 결정 구조가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그럼 일반 당원은 대체 뭔가? 분당 사태에 책임을 느낀다면 정파 문제 등 구태를 극복할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데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비판한다. 민노당 지역당의 한 간부도 “쓸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고민은 이해하지만, ‘강기갑 체제’에 기대가 큰 외부의 시선도 좀 의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특히 진보신당과의 재통합 문제도 있는데, 분당 사태 때 논란이 된 인물을 주요 직책에 발탁한 것은 문제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진보의 ‘아킬레스건’ 앞으로 수두룩

촛불 시기에 잠시 잊혔던 ‘진보의 위기’는 앞으로 한층 더 도드라져 보일 것 같다. 오건호 사회공공성연구소 연구실장의 말처럼 ‘이명박 정부의 시장화 공세가 더욱더 거세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는 공기업 선진화나 공무원연금 개혁, 영어 공교육 강화 등의 이슈는 ‘과거 방식 그대로’ 대응하는 한 진보 진영의 치명적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 성향의 한 경제학자는 “국민의 지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평등의 가치’ 실현에도 일부 기여하는 구석이 있는 사안이다. 이명박 정부도 ‘촛불’에 크게 덴 터라, 이전처럼 막무가내로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판국에 ‘고용’과 ‘생존권’의 관점으로만 접근해 무조건 반대를 외치다가는 진보 진영은 고립을 피할 수 없다”라고 전망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관성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진보만이 노동자·민중을 대변한다는 생각 버리기’ ‘진보의 주장을 대중이 몰라서, 이해를 못해서 여론전에서 밀린다는 생각 버리기’ ‘언론의 왜곡, 대중의 무관심 때문에 진보가 이 지경이 됐다는 생각 버리기’. 이들 몇 가지만 유념하면 ‘소통의 시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듯 보인다.

 

 
촛불이 진보 진영 위기 부추겼다?
 
 

[51호] 2008년 09월 01일 (월) 16:15:55 고동우 기자 intereds@sisain.co.kr
 

   

ⓒ시사IN 윤무영촛불시위 모습.
박상훈 박사는 촛불시위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최근 진보 진영의 위기를 더욱 부추긴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진보 지식인과 시민운동가 중에는 지나치게 촛불을 신비화하면서, 촛불이 엄청나게 새로운 무언가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심지어 ‘이명박 없는 민주주의’가 가능한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현실을 보라. 전혀 현실감 있는 해석이 아니었다. 현실과 해석의 이러한 ‘괴리’는 패배주의와 냉소주의를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촛불 국면에서 제기된 ‘즐거운 저항 그 자체가 선’이라는 인식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 ‘직접행동’이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는 과거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서나 의미가 있을 뿐이다”라는 것이다. “방송 장악 등의 과정에서 폭력성을 드러냈지만, 앞으로 이명박 정부는 동의와 설득을 통해 대중을 포섭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실에서는 직접행동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으며, 동력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적극적인 대안 제시와 정책 경쟁을 통한 ‘정면 승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08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촛불시위의 성격과 의의에 대한 해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촛불의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는 시각 역시 진보 진영 내에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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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8-09-08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사회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금융세계화 신자유주의 흐름은 '다른 사람들은 어찌 되든 상관없이 나만 잘먹고 잘살면 그만이다'라는 한국인들의 집단의지가 빚어낸 문명사적 흐름이기 때문에 소위 진보좌파 진영이 제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어떻게 바꾸거나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건 한국 진보좌파 진영의 분발이나 노력 따위를 통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드팀전 2008-09-08 20:46   좋아요 0 | URL
그래서 단순히 진보진영이 '신자유주의=악' 구도만 가지고 안된다는 겁니다.
이 글의 맥락 안에도 그런게 들어 있구요.제가 평소 생각하는 바도 그렇습니다.

용빼는 재주가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허무주의'가 되는 거겠지요.
거기서 갈라지는 겁니다.
진보진영이 '아무리 해봤자 안된다'(TINA)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만은 곤란하다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분석은 같지만 해석이 달라지는것은 결국 믿음의 부분들이 차지하는 것이겠지요.
 

충무로국제영화제, 오늘(2일)

 


 

 

부산국제 영화제는 10월달에 열린다. 그보다 한 달 앞서 '충무로 영화제' 가 9월 3일부터 시작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핵심단어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시아 영화' 다. 세계로 나아가는 아시아 영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것이 부산 국제 영화제였고 그 목표에 비교적 충실하다.

충무로 영화제는 한국 대중영화의 메카답게 부산영화제보다 실험성이 떨어지는 듯 하다. 상영작을 라인업이 그렇게 이야기해준다. 대중성과 작가주의 영화가 혼재해 있는 영화제다. 특히 이번 회는 '복고'가 코드인가 보다. 상영섹션을 보면 '데이빗 린','버스트 키튼','데보라 카' 같은 이름들이 나온다. <블레이드 러너><2001 스페이스오딧세이>의 특수효과 담당이었던 더글라스 트럼블의 작품세계도 소개한다. <노스페라투>를 필두로 한 독일영화사 특별전 같은 것도 흥미롭다.<양철북>,<마리아브라운의 결혼>,<굿바이 레닌>같은 작품들을 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한국영화특별전에서는 <카인의 후예><소나기>같은 영화를 다시 볼 수도 있다.

무성영화전에서는 변사가 직접 등장하는 최초의 한국영화<청춘의 십자로>가 다시 상영된고, 버스트 키튼의 작품에 새롭게 곡을 붙여서 라이브로 상영되기도 한단다.

칸 감독주간 40년전은...하여간 쟁쟁한 감독들의 명작들이 소개된다. 루이말의 <캘커타> 마틴 스콜세지의 <비열한 거리>러시아 감독 카렌시크나자로브의 <제로 시티>, 미하일 하네케의 <베니의 비디오> 켄 로치의 <하층민들> , 아톰 에고이안의 <어져스터> 그리고 한국영화 <박하사탕> <아름다운 시절> 등등

...11일까지로 영화제를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계신 분들은 과거 놓쳤던 영화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하다. 데이비드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닥터 지바고>같은 걸 영화관에서 봐야하는데...내 세대는 TV로 그걸 본 세대다. 이번에는 70미리 상연은 하지 않고 35미리 상영한다고 한다.
http://www.chiff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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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혼자 살았다. 처음 부산에 내려왔을 때는 이 곳이 지긋지극하게 싫었다. 곧 서울로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에 '주소 불명자'를 스스로 선택했다.

친구 집에 1달쯤 얹혀살았고, 대학교 앞에 하숙도 몇 달 했다. 그 때도 주소 이전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예비군 훈련 받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간 적도 있다. 그리고 앉은뱅이 부엌이 딸린 달셋방에 세입자로 1년쯤 살았다. TV도 컴퓨터도 없이 말이다. 그 때도 음악은 있었다. 포터블 CD 플레이어 하나가 내게는 매킨토시 앰프였으며 만원짜리 이어폰이 탄노이 스피커였다.

여름은 정말 최악이었다. 비가 꼬리를 물기 시작하는 계절이면 업계 2위 보험회사 벽에 걸린 매출실적표처럼 습기가 들쭉날쭉 타고 오른다. 가장 성적이 좋았던 습기의 경우 가슴께까지 올라왔다. 매일 울어대던 벽지와 물먹은 강아지 같은 이불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 때도 바흐는 계속 흘러나왔다.

가끔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는게 아니라 습기를 피해서 여관방으로 피습을 갔다. 온 몸의 세포를 살랑이는 에어컨 바람과 흰 이불은 좋았다. 그냥 누워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그 기억때문이었을까? 그 해 여름을 나고, 눈이 내릴 듯 했던 크리스마스 날, 슈트 케이스 두 개에 모든 살림살이를 싣고 '장기여관살이'를 시작했다. 잠깐 겨울만 나고 집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게으름과 불편함을 느끼지 못함으로 인해 무려 1년을 여관방 살이를 했다. 회사 바로 옆에 있는 여관이어서 출,퇴근하긴 좋았다.

한 참 술 먹고 게폼 잡을 때, 이 노래를 좋아했다. 허름한 술집에서 어물전 물고기들 처럼 많은 인간들을 만났다. 착한 척 하거나 착한 인간들은 술 한잔 줘서 대게 흘려 보냈다. 아니면 악마적 쾌감을 즐겼나? 

그림이랑 보이스랑 안맞는데...이 외에 동영상이 없더라.

 

 

변함없는 나의 삶이 지겹다고 느껴질 때 자꾸 헛돌고만
있다고 느껴질 때 지난 날 잡지 못했던 기회들이 나를
괴롭힐 때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장을 살께

 

언젠가 함께 찾았었던 그 바다를 바라볼때 기쁨이 우리의
친한 친구였을 때 우리를 취하게 하던 그 희망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께

 

나는 그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 조차 없어 그저 수첩속에
그 차표들을 모을 뿐 어느 늦은 밤 허름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 속에 숨은 바다를 찾아볼께

 

너의 추억이 감당할 수 없도록 가까워질 때 네가 떠나야
했던 이유가 떠오를 때 늦은 밤 텅빈 나의 방에 돌아갈
용기가 없을때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께

 

나는 그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조차 없어 그저 수첩
속에 그 차표들을 모을 뿐 어느 늦은 밤 허름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속에 숨은 바다를 찾아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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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9-01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갑자기 학교 말고 강릉으로 떠나고 싶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