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상병 시인을 잘 알지는 못한다. 유명한 시인이었으므로 어찌되었든 그의 시를 오고 가며

본 것은 사실이다.  가끔 그의 개인사와 관련된 후일담 같은 것이 시보다 더 강렬했다.

 

천상병 시인이 돌아가신지 벌써 21년이 흘렀나보다. 지난 4월 28일이 기일이었다고 한다.

우연히 '아마도 이자람밴드'의 음반<크레이지 배가본드> 소식을 알게 되었다.

천상병시인의 시에 노래를 붙였다.

노래들은 종종 공연에서는 불렀던 듯 한데 비로소 정식 음반으로 나온 것이다.

 

어떤 노래 곳곳에 이자람의 판소리식 창법이 배여있다.

거기에 블루스와 포크에 바탕을 둔 단순한 리듬이 매력적이다.

오래전 한대수의 음반에서 느낄 수 있는 한국적 포크의 토속적인 느낌이 21세기라는 시대성과 화학반응하는 듯 하다.

 

슬라이드 기타와 하모니카 간주, 가사의 일상성....

 

 

 

 

 

 


<나의 가난은>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갑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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