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오랜 만에 야구공 5개를 던졌다.

 

시속 100km이상 나오면 선물 준다는 이벤트에 현혹되고 만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야구에서 빠른 공으로 상대를 압도하던 소년 드팀전이 아직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파란 바구니에 담긴 타조알같은 야구공을 만지작 거렸다. '몸도 안풀고 던지면 분명 팔에 무리가 갈꺼야' 라는 울림이 마침표에 닿기도 전에 "아빠!! 화이팅! 우리 아빠는 100 넘긴다. 아빠 쌔잖아." 라는 아들의 목소리가 세방고리관을 때렸다. 아이들 옆에 있던 아내 역시 씨익하고 웃는다. '뭐람 저 웃음은?!' 

 

속으로는 '이거 쌔게 던지면 1주일은 고생할텐데'라는 말이 둥둥둥 거리고 있었고, 발은 이미 투구를 하는 위치로 향하고 있었다. '에이..그래 파스 하나 붙이고 좀 뻐근하고 말겠지' 하는 20대나 생각하는 몸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 가짐으로 첫 구를 젓먹던 힘까지 다 해서 쏴-아 하고 던졌다.

몸 속에 있는 모든 혈액이 팔로 쏠리는 느낌이었다. "아...욱"

 

88km...댕댕댕

 

바구니 속에는 아직 4개의 타조알들이 포크 댄스를 하듯 줄 맟춰 대기 중이었다.

 

'이미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 는 심정으로 나머지 3개를 마저 던졌다.

 

88km를 넘지는 못했다.

 

마지막 공은 버리는 듯 던졌다. 팔을 절단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만화같은 공포감이라고 해두자.

 

병원과 한의원을 오고 가고 있는데  양한방 공통으로 "인대에 무리가 왔다." 는 의사면허도 없는 나도 내릴 수 있는 어마무시한 진단을 하얀가운을 탈탈 털며 내려주셨다.

물리치료와 침으로 통증을 잡고 있다. 생활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지만 특정 동작에서 아직도 팔이 결린다.

 

오늘 어깨에 침을 꽂고 누워 있다가 갑자기 지금 산 시간 만큼 내가 더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생물학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활발하게 삶을 영위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생을 절반 정도는 산 셈이다.

 

지금부터 중요하다.

인생의 절차탁마를 통해 찾게된 삶의 진실이니까...

 

1) 지금 인생에서 만나는 것들의 진정한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의 일회성을 지금 자각하고 간직할수 있는 자는 행복하다.

 

2) 까불면 다친다.

   최소한 시간 지나면 쪽팔린다.

 

40년 넘는 시간 동안 겨우 이거 알았다. 우둔하니 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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