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이제 우리나라이로 7살이 된 예찬이가 잠자리에서 던진 질문이다.

예찬: "아빠, 세상에서 제일 큰 건 뭐야?"
나: "음,,,그건 우주."

 


예찬: "아빠..그럼 우주 바깥에는 뭐가 있어."
나: "어? 그건....와우.그건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의견이 다른 매우 중요한 이야기야. 유한 우주,무한 우주 뭐 그렇게 말하는데...빅뱅 이전 뭐 그런 이야기도 하는데. 하여간  쉽게 말하면 어떤 사람은 우주가 가장 크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우주 밖에 아무것도 없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도 이야기하지. 아직 잘 몰라. 예찬이는 어때?"
예찬: "음 그거야 당연히, 다른 빈 공간이 있지. 그래야 우주가 그 안에 있게 되잖아.그것도 몰라"
나: "그럴지도 모르지. 점점 알게 될거야."

예찬: "근데 아빠. 할아버지는 아빠의 아빠잖아?"
나: "그렇지"
예찬: "근데 그 할아버지의 아빠도 있을 거 잖아?"
나: "그렇지"
예찬: "그리고 그 아빠의 아빠도 있고 또 또 아빠도 있고...그럼 맨 마지막에 있는 건 누구야?"
나: "우하하하....야 예찬아...너 오늘 매우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질문을 하는구나. 일단 한번 안아주자,아들 ㅎㅎㅎ"

칸트는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고민한다. 신을 설정할 수 밖에 없었던 대륙 합리론과 환경의 사물인 영국 경험론을 통합한다. 그가 각각의 딜레마를 해결하면서 만들어 낸 인식론이 <순수이성비판>이다. 그는 내용/형식을 이원화 시키면서, 경험상의 실재론-이건 버클리류의 주관적 관념론과 분명다르다-과 관념상의 초월론을 상정한다. 칸트의 인식방법은 인식의 출발을 신에서 인간으로 옮겨 놓은 주체 중심주의이다.(하지만 그도 신을 완전히 떨쳐 버리지는 못한다.)그는 신에 기대지 않으며 주체 내에 존재하는 선험성을 강조한다. 예찬이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칸트를 생각했다. 그리고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언급했던 선사시대 밤하늘을 바라보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인지 네안데르탈인인지를 생각했다. 누워서 지금보다 수 백배나 맑았을 검은 심연의 너머를 바라보며 뭘 생각했을까? 처음에는 그날의 행동들을 반복했을 것이며 잡아야할 동물들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밤은 길고 세대는 반복 지속된다. 그 중 어느 선조는 밤 하늘의 어둠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을 것이며, 내 엄마의 엄마는 누구고 그 엄마의 엄마는 누구일까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때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졌고, 좀 더 큰 청소년기에도 가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어른이 된 우리는 이런 질문이 너무 어렵다거나, 너무 비실제적이라거나, 답을 알 수 없다거나, 돈이 안된다거너, 머리만 아프다거나, 내 알 바 아니라는 이유로 꺼내보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TV 리모컨을 든다.

 


예찬이가 던진 질문은 사실 형이상학이 계속 던져대던 질문이며, 우주론이나 진화생물학이 여전히 물고 있는 과제이다. 나는 아이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런 거대한 질문을 하는 걸 보면서, 이런 종류의 호기심이 정말 본원적 능력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인류는 아직 그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인류는 그걸 찾아가면서 발전해왔으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그 질문을 놓지 않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출근 전에 예찬에게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에 나오는 몇 가지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편의적 도식화를 위한 그림임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에 본 영화<어나더 얼스>중 한 장면이다. 저예산 SF영화인데 선대스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국내 개봉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지구(편의상 지구 A) 에 어느 날 '또 다른 지구'(지구B)가 나타난다. 멀리 달 처럼 보이는게 바로 지구B이다. 발견된 놀라운 사실은, 이 곳에는 지구A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똑깥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평행우주다. 쉽게 말하자면, 지구B에는 지구A에 사는 드팀전과 같은 형상의 같은 경험을 가진 인물인 그대로 있는 것이고 지금 이순간 똑같이 알라딘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MIT에 합격을 앞둔 18살의 전도유망한 여학생. 그리고 파티가 있던 그 날 밤, 인생 자체를 바꾸어 버리게 될 사건을 만난다. 지구B가 하늘에 빛나고 있다. 2년의 시간이 지나고 인류는 지구B에 가는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나는 또 다른 나를 그곳에서 만날 수 있을까? 그 둘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그 곳에서의 시간은 이 곳과 같이 흐르고 있을까? 만약 어떤 계기로 인해 다른 사건이 벌어졌다면 지금 이 곳도 그 곳과 같은 경험을 겪게 되는 것일까? 시간과 우주는 일관된 하나의 현상일까? 아니면 매 결단과 사건마다 다른 우주와 다른 시간의 궤를 통과하게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