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마법 같은 독서의 한 해”


이 책의 저자인 니나 싱코비치가 자신의 365일 하루 1권 읽기 프로젝트에 붙인 이름이다. 글쓴이는 사랑하고 의지하던 언니를 생각지 못한 이른 나이에 잃고 그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몇 년 동안 하루를 며칠 같이 미친 듯이 자신을 몰아가며 생활한다. 하지만 더 이상 ‘달아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문득 한 해 동안 책을 읽으며 멈춰 서기로 가족들에게 선언하고, 오래된 보랏빛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한다. 하루 한 권, 매일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는 것이 원칙.

 

처음 이 책을 읽었던 때는 책이 출간된 2012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도 책 좋다, 라고 생각하고 흥미롭게 읽었긴 한데… 이제 내 나이가 이 책의 저자가 책을 썼던 나이와 비슷해진 상태에서 다시 읽어보니 한 구절 한 구절에 공감하기도 하고 눈물짓기도 하고, 마치 내 얘기처럼 읽게 된다.


게다가 세상에, 저자의 부모님의 삶은 또 어찌 그리 드라마틱한지. 2차 세계대전 이야기가 살짝 곁들여지면서 단순한 독서 기록일 수 있었던 이 책에 소설 같은, 드라마 같은 색채까지 덧입혀졌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는, “행복을 찾지 마라, 삶 그 자체가 행복이다.”와 같은 멋진 말을 툭툭 던져줄 줄 아는 분이셨으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살아가고 있지만,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직접 겪어 보기 전에는 ‘죽음’이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정말로 죽음이 나를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나는 살아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갑자기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결국에는 누구에게든 찾아오고, 그럴 때에는 ‘산다는 것’의 의미가 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그 때 이 책의 저자는 책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읽고, 자신의 삶과 연관 지어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표현했다. 그 솜씨가 아무나 할 수 없는 또 멋진 솜씨다. 그리고 글 쓴 사람의 따뜻한 감성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면,
이 책이 나에게 “소설을 읽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었다는 것이다.
한 때 소설을 무척 사랑하던 나였지만, 읽어야 할 책, 공부해야 할 책들이 쌓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야기 나부랭이’인 소설을 뒷전으로 미루게 되었고,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지, 이거 읽어서 어디다 써 먹니? 등과 같은 자문자답 끝에 소설을 읽는 것은 완전 휴식을 취하거나 시간 여유가 있을 때로만 한정하고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잊고 있던 나의 소설에 대한 애정을 다시 불 붙여 주었다. 소설을 읽는 것은 인생과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이므로. 심지어 추리소설, 범죄소설까지도. 나는 다시 소설을 읽을 것이다, 신나게!

 

맨 마지막에는 저자가 읽은 365권의 책 목록이 실려 있다. 그 중 읽은 책이 10권 이내였다는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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