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꽤 따뜻한 상태로 지나가나 했는데 마지막에 전세계적으로 한파가 몰아쳤네요. 다들 감기 걸리지 않으셨는지... 

1월에는 예술분야 신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아쉬웠지만, 어느 때보다 더 마음을 끄는 책들이 있었습니다. 아래의 네 권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




하나. 무하 : 세기말의 보헤미안│장우진│미술문화│18,000원

 

이 책을 발견하는 순간 억, 하고 환호 섞인 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무하. 알폰스 무하. 아르누보 양식이라면 자연스레 그를 떠올릴 만큼, 한 시대의 양식을 풍미했던 아르누보의 별. 여성이라면 누구나 그에게서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했을 만큼 빛나는 여신과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했던 화가. 그의 아름다운 그림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을 매혹시킵니다. 그의 작품들은 일정 거리를 두고 감상해야 하는 미술품이 아닌 대중의 곁에서 살아숨쉰, 생기 넘치는 황홀함이기에 더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단순히 그림 뿐 아니라 디자인, 건축, 장식, 보석, 포스터 등 수많은 분야에서 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알폰스 무하. 저 역시 숨막히게 좋아하는 아르누보 작가입니다. 그래서 그의 회화집과 생애와 작품에 관련된 책을 이미 한 번씩 본 적이 있지만, 양쪽 다 컨텐츠적인 면에서 조금씩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책이, 그것도 미리보기를 보건대 회화집과 그의 일대기 모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풍족히 담았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잔뜩 안겨주는 책이 나와주었으니 기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그의 그림들을 보며 넋을 잃고 호흡이 가빠지는 건, 전혀 민망한 일이 아닙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죠. 이 책으로 다시 한 번 무하의 매력에 풍덩 빠질 수 있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둘. 디자인 불변의 법칙 125가지│윌리엄 리드웰&크리티나 홀덴&질 버틀러(지은이) 방수원&이희수(옮긴이)│고려문화사│35,000원

 

불변의 법칙. 모든 분야의 디자이너에게 추천한다고 하는 책이지만, 사실은 그들의 연구 대상이 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솔깃한 제목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용하게 되는 엘리베이터에는 어떤 구조적 분석이 곳곳에 배어있는지, 지금은 익숙한 코카콜라병이 혁신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어일으킨 것은 소비자의 어떤 마음을 자극했기 때문인지 등등.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 한 의문도 품지 않았던 "끌리는 이유"가 이 한 권의 책에 압축되어 망라되어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네요. 이 책에서 소개된 법칙들을 잘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게 된다면, 디자인 뿐만 아니라 기타 업무와 인간관계에서도 상대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매력포인트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셋. 런던 디자인 산책│김지원│나무수│15,000원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신사의 나라 런던. 세련되고 화려한 멋보다는 고풍스럽고 옛스러운 느낌이 그 이름에서부터 묻어나오는 나라. 그런 편견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런던 디자인 산책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독특하다는 기분이 들 뿐 별다른 흥미를 유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의 목차와 미리보기 몇 페이지를 읽고 나자, 단순히 고리타분하게 전통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조화시킬 줄 아는 영국의 따스한 감성이 느껴졌습니다. 신개발이다 신디자인이다 무언가 새로이 탈바꿈할 때는 옛 흔적을 죄 지어버리기 일쑤인 한국. 그래서 이제는 우체통도 전화부스도 길거리에서 쉬이 찾기 어려운 추억의 물건이 되어 옛기억은 영화나 사진으로나 더듬어야 하는 우리에 비해, 나무의 나이테처럼 70년 전에 세워진 우체통이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있는 런던의 정신이 조금은 부러워집니다. 다이내믹하고 유행에 민감하지만 소중한 옛것을 보존하는 데는 아직 미숙한 이 사회에 때때로 작은 슬픔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가는 저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넷. 왼쪽-오른쪽의 서양미술사│제임스 홀(지은이) 김영선(옮긴이)│뿌리와이파리│33,000원

 

처음엔 서양화 관련 책은 연달아 봤으니 이번엔 패스하자는 심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냥 서양미술사가 아닙니다! <왼쪽 VS 오른쪽>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접근을 시도한 흥미로운 연구서입니다. "방향"과 "미술"은 각각 독자적으로 깊이 다뤄져왔지만 그 두 가지를 하나로 결합해 탐구한 건─쏟아지는 추천사를 보고 확신하건대─이 책이 시초임이 분명합니다.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오색찬란 무지개처럼 그 해석이 달라지는 미술, 이번에는 미술사에서는 그간 미개척지나 다름없던 <왼쪽 VS 오른쪽>이 테마라니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호기심이 샘솟습니다. 서구식으로 비약하자면 <악 VS 선>. 그간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익숙해져왔던 그림들에서 또 얼마나 수많은 새로운 미장센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흥분됩니다.




이제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한없이 교차합니다. 그만큼 평소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신간을 선정해봤습니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좋은 책들이 선정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