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가까이 피고 지던 녀석의 이름이 ‘끈끈이대나물’. 오늘 꽃씨를 받아놓고서야 이름을 찾아보았다. 몹시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몰라도 그만이라는 무심함이 공존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알아야만 할 것 같은 묘한 어긋남이다. 꽃이나 사람이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관계가 돼야 신뢰와 친목이 다져지는 것을 간혹 잊는다. 편지봉투에 깨알보다 작은 씨를 받아 이름과 날짜를 적어놓았다. 내년 봄, 자그만 새싹으로 만나기를.
코스모스, 코스모스 노래를 불렀더니 이웃의 아주머니가 운동 다니러 오시는 둑길에서 슬쩍 하셨다면서 두 뼘 정도 큰 코스모스를 주셨다. 허연 뿌리가 햇볕에 드러나 축 늘어진 것을 오전에 심었는데, 저녁에 보니 바짝 곤두서 있다. 꽃을 보면 씨를 받고 싶어진다. 하나씩 하나씩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봄날에 뿌리고 싶다. 화원에서 예쁜 화분에 심어진 화초를 사다 놓는 것과 직접 씨를 받아 뿌려 크는 과정을 보는 건 천지 차이다.
몇 포기 얻어 심은 브로콜리도 무럭무럭 자란다. 파란 애벌레가 보여서 담배 우린 물을 아침저녁으로 분무했더니 다행히도 무탈하게 크고 있다. 시골에서 공수해온 대파도 부추 심은 사이사이로 모종했다. 흙냄새를 잘 맡아서 반듯하게 자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