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4월이 가기 전에 사과대추 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몇 해 전부터 필히 심어야할 나무 품목에 올라있던 것이다. 꼼꼼이 공부를 하고 심어도 모자랄 판에 대충 심어놓고 뒤늦게 후회가 밀려들었다. 부랴부랴 정보를 뒤져보니 심기 두 시간 전에 물올림을 하라는데 빼먹었다. 다행히 접 붙인 부분을 위로 올려 심었다. 비료도 제대로 안주고 물만 얼렁뚱땅 주고 말았다.
그러나 살아보니 화초나 나무가 정성만 들인다고 잘 자라는 게 아니었다. 차라리 무심히 대충 심었다고 쑥쑥 자라는 걸 보고 놀랄 때가 많았다. 오히려 비싸게 사서 귀하게 키운다고 난리 피우다가 죽어버리곤 했다. 길에서 줍거나 이사가는 누군가가 던져주고 간 화초는 어찌나 잘 크는지 놀랍고, 시장에서 마음먹고 산 고급진 화초는 시름시름 앓다 죽기 일쑤, 이상한 일이지만 살아가는 일도 화초를 키우는 것과 유사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계절이 오고 가는 것처럼, 무심하게 심고 물 주고 나머지는 자연의 이치에 맡겨 버리면 백퍼센트는 아닐지라도 대부분 살아남았다. 더하거나 덜하지도 말고 적당히 거름도 주고, 한번 씩 지나가다 바라봐 주면 될 것이다. 햇볕이 잘 드는지 그늘인지 정도는 살펴도 좋다. 잡초가 자라면 뽑아줄 것이다. 딱, 그만큼만 관심을 주련다.
아마도 내년에는 아이 주먹만한 사과대추를 먹는 행운이 오지 않을까, 라는 야무진 꿈에 부풀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