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가 이 책을 구매하게 된 이유는

볼만한 추리소설을 찾다가 아는 지인분을 통해,

이 책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중 하나라고 하면서 권유받아서였습니다.



이전까지 추리소설들을 어느정도 읽어보았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리뷰를 적게 된 이유가 있다면 '이 책이 어떤 책이었는지' 기록하여

나중에 추리소설을 접할 분들에게 원하는 취향의 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거나,

혹은 제가 다시 이 책을 읽을 때, 처음에 느꼈던 감정과 나중에 느꼈던 감정을 비교하기 위해서 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추리 소설을 완독할 때마다 이렇게 리뷰를 남기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추리 단편들의 묶음으로서,

제목과도 같이, 범인 없는 살인 사건 (대부분 완전범죄)로 시작하여 하나하나 모순이 발견되면서 끝에서는 범인이 밝혀지는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있는가 하면

간접적으로 살인을 저질러버린 범인들 또한 나옵니다.


사건은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일어나게 됩니다.

당연하게도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겉은 평범해보여도 속은 톱니의 어느 부분이 썩었다는 뜻이겠죠.


서양쪽 추리소설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일본 추리소설에서는 매우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이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추리작가인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엔 그 소재들의 사용이 상당히 라이트하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일본의 시대상이 원래 그런지, 혹은 제가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자주 접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 불편한 부분은 한국의 시대상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있을 법한 일들을 사용하여 자연스레 독자를 몰입시킨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스토리의 구성은 정말 탄탄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다 시피, '있을 법한 일들을 사용하여 자연스레 몰입'시키기 때문에, 

범인들이 어떠한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는지 어떠한 심정이었는지 등등을 잘 납득이 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다음에 볼 '용의자 x의 헌신' 의 경우도, 이미 뮤지컬로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미 초반 부분을 읽고 있지만 이 소설에서 느꼈던 불편한 점이 초반에 존재하더군요.)




이 책의 평을 말하자면,

긴 글을 좋아하시는 분은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눈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긴 추리글을 접하기가 두렵거나 혹은 추리물에 흥미 있으시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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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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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작품을 보다보면 자주 보이는 대사가 있습니다.


'나는 괜찮으니까 어서 도망가!' 


그 말의 무게는 그 말을 내뱉은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자신에겐 이 상황을 버텨낼 힘이 어느정도 존재한다고 믿고

이 상황이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동료의 눈에는 '저 사람이 나를 위해서 자신의 몸을 희생한다' 하고 보이겠죠.
다시한번 말하지만, 상대는 자신에게 버틸 힘이 어느정도 있다고 믿고, 실제로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힘이 없으면 살기 위해서 도망을 치겠죠. 인간은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읽는 내내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말했듯, 소설의 초반에는 등장인물의 상황 상 불편한 부분이 존재합니다만

하지만 그 이후에는 앞 부분의 불편함을 잊을 정도로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물리학과 수학에 대한 내용이 잠깐잠깐 나오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수식은 일체 나오지 않습니다. 

수식을 대입하여 추리하는 것이 아닌, 사건에 비유하기 위하여 실로 간결하고 적절하게 사용되기에

저처럼 수포자인 여러분들도 '어휴 이과가 또' 하면서 쉽게 이해하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물론 이해를 한다면 더 책을 즐기는 데에 재미를 느끼실 겁니다.)




이 책을 구매한 건 9월 3일 저녁쯤 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틀간 400페이지 가량의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 이름이 헤깔리지 않았고,

캐릭터들의 개성이 매우 분명하여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원서라면 등장인물들이 가나나 한자로 표기되어 있겠지만, 한국어로 변역되면서 예를 들어 '하네오카' 라던가 '하루카' 라던가 하는 이름은 충분히 헤깔릴 요지가 있으니까요.

심지어 주연격으로 나오는 캐릭터면 더욱 '누가 누구였지?' 하며 혼동이 올 수 있습니다.

(그 전에 읽었던 '범인없는 살인의 밤' 의 범인없는 살인의 밤 파트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상당히 헤깔렸던 것과는 대조됩니다. 그 앞 단편들에서는 이름들이 헤깔리지 않았는데 그 파트에서만 헤깔렸으니, 그런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하나의 트릭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서양 추리소설과 일본의 추리소설의 특징을 언뜻 트윗했었지만

서양 추리소설에서는 이성간이 사랑을 다룰 때, 자신이 얼마나 상대에게 빠져있고 사랑하고 헌신할 수 있는지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한다면

일본 추리소설에서는 상대의 의사보단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며, 높은 확률로 상대에게 폐를 끼치거나 덮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서양 추리소설에서는 추리파트와 사랑파트가 '사건 | 사랑' 으로 분리되어 있다면

일본 추리소설에서는 '사건 ⊇ 사랑' 으로 사랑이 사건에 정말 밀접하게 연관이 있습니다.


이 소설또한 비슷한 루트를 타고 있기에, 소설의 분위기가 휙휙 바뀌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에 대한 평을 하자면

보고나서 수학문제가 풀고 싶어지는 책,

경찰이 아닌 민간인들의 두뇌싸움이 보고 싶다 하는 사람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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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콕 탐정 세계추리베스트 20
에밀 가보리오 지음, 한진영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르콕탐정에 대해 접한 것은 셜록홈즈 소설책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 홈즈씨를 보니 에드거 엘런 포의 작품에 나오는 뒤팽이 떠오르는 군요. 그런 이야기 속의 인물이 실제로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홈즈가 일어나서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 뒤팽과 저를 비교하신 것은 저에 대해 칭찬하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 내 생각에 뒤팽은 좀 수준이 낮은 친구죠. 십오분간이나 침묵을 지키다가 한마디 던지면서 친구의 생각을 그의 수법은 과시적이고 얄팍한 것이죠. 그가 분석적인 천재인 것은 분명합니다만 포가 생각했던 것처럼 경의로운 존재는 아니예요."

 " 에밀 가보리오의 작품은 읽어봤습니까? 거기에 나오는 르콕탐정은 어떤가요?"

 내가 물었다.

 셜록홈즈는 비웃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르콕은 끔찍할 정도죠."

 그는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 그에게서 인정할만한 점이 있다면 의욕뿐입니다. 그가 등장하는 책은 나를 꽤나 골치아프게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정체불명의 범인을 밝혀내는가였죠. 나라면 24시간 안에 충분할 일을 르콕은 여섯달동안 헤맵니다. 그 책이 탐정들이 피해야할 일들에 대해 가르치는 교본으로 쓰일 수는 있을겁니다."

셜록홈즈에서는 르콕탐정에 대해 위처럼 험담을 했지만,

사실 르콕탐정과 셜록홈즈를 비교하면, 저는 증거풀이 면에서는 르콕탐정이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셜록홈즈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사건이 끝나고 나서 한꺼번에 서술하는 반면, 르콕탐정은 하나하나 이 증거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에 (사실 그와 동행하는 선배경찰에게 하는 설명이지만,) 독자들도 르콕의 추리에 함께 동참할 수 있습니다.




르콕탐정은 다른 사설탐정과는 다르게 신입경찰입니다.

물론 엘러리 퀸 등 경찰을 직업으로 하는 탐정들도 꽤나 있습니다만, 이 책을 접했을 때에는 다양한 추리소설을 접하지 않았었던 때라 '탐정은 전부 사설탐정이며 독단적으로 행동한다' 라고 생각했었을 때라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심지어 엘러리는 부자지간이 경찰에서 일하며 아버지는 경찰총장이라는 것을 볼 때, 르콕이 커리어가 없는 '신입 경찰' 이라는 점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출세에 대해 꿈과 야망이 있는 열혈 탐정을 보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소설 안에서는 자신의 눈 앞의 성공을 보며 밥도 안먹고 밤잠도 안자고 돌아다니다가, 자신의 추론과 맞지 않으면 낙담하다가, 화내다가 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나옵니다. 


중간중간 만약 작가가 '이때 르콕이 좀만 더 신경을 기울였다면! 그의 신념을 다시한번 떠올렸었다면!' 라고 했던 말이 없었더라면 분명 독자들은 모르고 지나쳤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결국 범인을 특정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탐정 소설을 읽다보면, 대부분의 탐정들은 어느정도 물리학과 범죄학에 대해 탁월한 지식이 있고, 분장실력도 어느정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르콕에서도 똑같이 나옵니다. 비록 르콕이 신입경찰이라고 해도 경찰 이전에 변호사 일 등으로 배워온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증거들을 보존하는 일이나, 추리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긴, 그런 지식이 없었다면 증거들을 가져다놓아도 추리를 할 수가 없을테니까요. 그러면 추리소설의 주인공으로서는 실격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는 범인의 정체를 알지만 과연 르콕이 잡을 수 있을지 없을 지 애매하게 열린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그 범인을 찾기 위해서 또 다른 높은 지식의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열린결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범인이 아무리 큰 존재일지라도, 캐릭터(르콕)의 성격 상 범인을 잡으려 애를 쓰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지라도, 어떤 식으로든 범인을 잡는 과정을 끝까지 서술하는 것이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주인공이 무언가를 손에 쥘 수 있고 그동안 해 온 노력이 보상을 받을테니까요.


어쩌면 이 소설은 잡지에 연재된 장편소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토리 흐름 중 르콕이 성공하다 실패하다 왔다갔다하고, 점점 범인의 정체가 커지니까요. 

왠만한 추리소설 스토리였으면 진작에 범인을 잡고 끝이 났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질질 끌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질질 끌고 있다는 느낌도, 르콕이 삽질하며 추리하는 과정을 보면 꽤나 재미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럼 여러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제가 꽤나 좋아하고, 재밌게 읽었던 소설 중 하나입니다.

왜냐면 이 시대때에 나온 추리소설은 르콕탐정, 목요일의 남자, 화형법정 등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마무리가 괜찮은 것이 르콕탐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에드거 앨런 포나 아서코난도일 등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들을 제외하구요.)


만약 어드벤쳐추리물(?) 을 보고 싶다면, 

그리고 독자도 이해가 가도록 증거들을 설명하는 탐정소설을 읽고싶으시다면 르콕탐정을 한번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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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진 살인사건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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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혹시 여러분은 소년탐정 김전일에 대해 아시나요?

이 '혼진 살인사건'은 그 김전일의 할아버지격인 '킨다이치 코우스케' 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작입니다.

(사실, 킨다이치 코우스케가 김전일의 할아버지 사이라는 것은 김전일 작가가 가져온 설정일 뿐, 공식 설정은 아닙니다.)



킨다이치 코우스케. 

일본의 대표적인 명탐정 중 한명이지요.

또다른 탐정인 아케치 코고로가 곱슬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졌다면,

킨다이치 코우스케는 더벅머리에 헐렁한 차림으로 어슬렁 거립니다.

허름한 옷차림에, 머리를 벅벅 긁고 흥분하면 말을 더듬으며 심지어 드라마에서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경찰관에게 선물로 주는 등 ​어딘지 모르게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행동을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데, 경찰관들이 이미 밝혀낸 과학적인 정보들을 가지고 그저 머릿속으로 나열하고 짜맞추는 탐정입니다.



저는 킨다이치 코우스케라는 캐릭터를 매우 좋아합니다.

하지만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들은 여성의 신체적인 특징만 부각이 되며, '처녀성' 을 중요시하고 '물질적' 인 취급을 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일본 작품들에게서 이런 빻은 소재들이 나오지 않는 것은 찾기가 어렵지만, 비교적 최근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과 비교하면 정말 비교할 수 없는 보수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긴 그때 일본의 시대상은 패전하고 얼마 후 해외에 나가있던 일본인들이 귀환하면서 보수적인 사상과 진보적인 사상이 섞여있을 시간이니까요. 

저는 한국에 출판된 킨다이치 코우스케 시리즈 중에서 가면무도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설을 읽었습니다만 이 '혼진 살인사건'은 앞서 말했듯이 킨다이치 코우스케 시리즈의 첫작이라 다행히도 그 단점들은 비교적 적게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이 이후의 요코미조의 킨다이치 시리즈들은, 심야드라마화가 되면서 성인층이 타겟이 되고 대부분 야설로 취급해도 좋을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그 점이 매우 저로 하여금 불만을 사게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추리물에 사랑이야기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양의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추리파트와 연애파트가 물과 기름처럼 딱딱 분리 되어있는게 이야기의 흐름을 끊기 때문에.) 추리물에 성적요소가 첨부되어 있는 것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마 요코미조가 요즘 시대에 살았다면 작품 속 빻음이 좀 덜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미스테리적 서술은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밀실살인에 대한 트릭에 대한 서술, 1인 2역 트릭에 관한 서술, 또 문장에 관한 서술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죽었다' 가 아닌 '두 사람이 쓰러졌다' 로 서술한다던가요. 이 두 문장은 처음 보면 언뜻 비슷해보일지라도 자세히 보면 다른 의미입니다. 전자는 말 그대로 '두 사람이 죽었다' 지만, 후자는 '두 사람이 쓰러져 있을 뿐 죽은 지 살아있는 지 모른다' 니까요.) 등이 굉장히 멋지게 되어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사건 발생 장소가 전쟁 직후의 그 음습함이 퍼져있는 시대상에서, 한 마을 안에서 이름 있는 가문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패전 후의 일본에서 겉으로는 체면을 지키지만 그 속에는 누구보다도 음습하고 비열하고 피 튀기는 싸움을 하고 있죠.

그리고 작품 내에서 지은이인 요코미조가 상당한 미스테리 소설을 읽었어서, 작품내에 여러 추리소설들의 트릭에 대한 설명들과, 그 이름들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 소설들은 제 추리소설들 구매 리스트에 추가가 되었다는 후문)

그리고 킨다이치 코우스케의 이야기들과 편지들을 전부 모아 서술하는 캐릭터 '요코미조 세이시' 가 소설 속에 등장합니다. 소설 속에서 킨다이치와 요코미조의 관계가 오랜친구처럼 훈훈하다면, 드라마에서는 투닥투닥하면서 장난치면서 '코우상~' 하는 게 인상 깊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점점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시체를 가지고 장난(?)을 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남성의 시체가 훈도시만 입고 다리를 벌리고 호수에 거꾸로 박혀 있다던가, 병풍에 적혀 있는 시구에 따라 시체의 전시(?) 방법이 달라진다던가.

둘째. 높은 확률로 연쇄살인사건이다.

셋째. 살인자는 자살을 한다. 

이 특징들은 후에 김전일에서도 똑같이 답습하게 됩니다. (심지어 김전일은 자신의 친구도 죽고, 자신도 용의선상에 오르죠. 게다가 살인자가 자살을 하지 않은 건 정말 손에 꼽을 정도 입니다. 옆동네인 코난은 '살인자가 자살하게 만드는 탐정은 살인자나 마찬가지야.' 라고 하는데, 이는 어쩌면 김전일이나 킨다이치를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그래서 음침한 저주의 연쇄살인에 대한 소재를 좋아하신다면,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튼 요코미조의 작품들은 저에게 '아 킨다이치 코우스케 좋은데.. 진짜 좋은데.. 야설은 제발...' 이라는 느낌이 드는 작품들입니다. 

퇴폐적인 분위기의 미스테리 연쇄살인 추리물을 좋아한다면 킨다이치 시리즈를 권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인권에 민감하시다면, 차라리 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코고로 시리즈를 권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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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성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0
존 딕슨 카 지음, 전형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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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존 딕슨 카의 이름을 처음 접했던 것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인 혼진 살인 사건에서 였습니다.
그때 당시 다음 추리소설을 무엇을 살 지 고민하던 찰나에 그 소설 내에서 잠깐 언급했던 '존 딕슨 카' 라는 이름을 보았고, 그렇게 저는 그의 추리소설 중 하나인 '화형법정' 을 구매했습니다.

사실 화형법정은 엔딩 때문에 추리소설인지, 미스터리 소설인지 많이 헤깔리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존 딕슨 카' 라는 작가는 제게 있어 매우 악명이 높은 이름이 되었죠. 

그래서 그의 또 다른 소설인 '해골성' 을 구매했을 때 이 소설 또한 '화형법정' 의 엔딩처럼 되는게 아닐까 상당히 조마조마하면서 읽어내려갔습니다만, 다 읽은 지금에서야 그것이 제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소설에서는 즐길거리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등장하는 두 탐정 중 과연 누가 먼저 진실에 도달할지' 이며,
또 하나는 '과연 피해자는 누가 어떻게 죽였냐' 하는 부분입니다.

처음에 이야기는 프랑스 탐정 방코랑이, '위대한 마술사 메이르쟈의 죽음과 그의 친구 아리슨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조사해 달라' 고 하는 의뢰인과 만나는 부분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메이르쟈와 깊은 연관이 있는 해골모양의 성에서, 또 다른 조사인인 경찰 소속 독일인 폰 아른하임 남작과 만나게 됩니다.
방코랑과 폰 아른하임 남작은 이전에도 몇 번 서로 두뇌를 겨루었던 적이 있는 끈질인 악연이자 라이벌입니다.

이 두 탐정은 마치 기싸움을 하듯 자신들 만의 방식으로 증거들을 풀이하며 서로 상대보다 더 먼저 진실을 파헤치려 하지만
페어 플레이 정신도 투철한 나머지, 자신이 발견한 단서와 증언들을 상대에게도 기꺼이 들려주며 서로 함께 주요 증인의 말을 들으러 가기도 하죠.



사실 저는 이 방코랑이라는 탐정의 작품은 이 '해골성' 이 처음입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엔딩에서 방코랑과 폰 아른하임 남작의 선택이 과연 이들에게 어울리는 엔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폰 아른하임 남작은 타인에게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나요? 혹은 방코랑은 그저 진실만을 쫓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나요?
만약 작가가 이 캐릭터들을 다음에도 사용한다면, (후에 방코랑과 폰 아른하임 남작이 서로 다시 만난다면 ) 이런 엔딩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폰 아른하임 남작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진실을 쫓으려는 것이 아닌, 방코랑의 코를 납작하게 하겠다는 의지로 수사를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건 방코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의 코를 납작하게 하려고 겉으로는 조용한 척, 무심한 척 하면서도 수사하는 내내 속으로는 폰 아른하임 남작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죠. 
그런데 이런 식의 엔딩은 방코랑과 폰 아른하임 남작의 캐릭터 둘에게 납득이 가지 않는 엔딩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심지어 그 둘은 조사할 때에도 페어플레이를 유지하던 사람들인데!
그저 작가는 방코랑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이쪽에 더 비춘걸까요?



제목과 책 표지로 인해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 아닌 미스테리 소설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만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며 '해골성' 이라는 주제에 맞게, 미스테리한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으시으시한 살인현장, 비밀통로, 거대한 마술사, 천둥과 폭풍우. 
사건의 전체적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가 지난 후 얼마 되지 않은 먼지가 켜켜히 쌓인 오래된 고성이기 때문에 토요미스테리나 드라큘라 영화처럼 어둠 속의 공포를 연상케 하며,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작은 촛불이 흔들리는 것처럼 연약한 존재로 묘사가 됩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은 독자로 하여금 소설을 읽는 내내 살짝 긴장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왜 그렇게 추리소설 작가들이 존 딕슨 카를 언급하는지 상당부분 이해가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트릭풀이도 좋고, 주인공의 심리묘사도 좋고, 증거들을 서술하는 방식도 매우 좋았습니다.
중요한 건 이제 존 딕슨 카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볼 용기도 생겼다는 거네요.

만약 퇴락한 고성의 오싹함을 좋아하시거나, 혹은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는 구도를 좋아한다면 이 소설을 한번 읽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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