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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 연구 ㅣ 파랑새 그림책 69
이자와 마사코 지음, 히라이데 마모루 그림, 이예린 옮김 / 파랑새 / 2008년 2월
평점 :
골목길에서 흔히 만나는 고양이를 연구 한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연구는 과학자들이 가설을 세우고 면밀한 검토와 실험을 거치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일상 생활에서도 재미있게 할수 있었다. 그 대상이 동물,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친근한 고양이라면 더 즐겁게 할수 있지 않을까. 일단 고양이를 연구하기 위해선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고양이들을 파악하는게 첫번째 이다. 생김새를 그림이나 사진으로 만들고 이름과 어미번호 등을 카드로 작성한다면 구분하기가 쉬워진다. 이런 작업이 끝났다면 본격적으로 고양이의 하루를 관찰 할수있다. 하루종일 고양이 뒤를 따라다녀야 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물품이 많고 체력도 든든해야 하는 건 기본중의 기본이다.
오늘 만나는 고양이는 수컷인 나오스케로 쿠슈 마을에 살고있는데, 이 곳엔 어른 고양이 열마리와 아기 고양이 여덞마리가 공존하고 있다. 현재 이곳은 10월달로 번식기인 겨울과 봄이 아니고, 새끼 고양이들도 어느 정도 자랐기 때문에 암,수 고양이들이 한가로운 시기이다. 만약 번식기때 고양이 관찰을 했다면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을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오스케를 관찰하기전에 고양이들의 습성을 꼭 알아야 하는데, 고양이는 사람이 지켜보는 걸 싫어해 눈이 마주치면 모른척 해야 하고, 가까이 오는걸 싫어해 조금 떨어져서 관찰해야 한다. 또 깜짝 놀라지 않게 천천히 움직이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고양이보다 아래쪽에 있어야 한다. 무작정 관찰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염두해두어야 할 고양이의 습성을 파악해야 서로에게 좋은 연구가 될 것이다.

아침 10시에 자고 있는 나오스케를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 40분 만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이 연구는 참을성과 끈기가 있어야만 끝까지 할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내가 시간이 급하더라도 고양이더러 "얼른 일어나서 먹이도 먹고 다른 고양이들과 좀 놀아봐~"할수는 없지 않은가.
기지개를 켜고 몸을 핥으며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 나오스케를 관찰할때 주의할 것은 고양이가 뒤를 돌아볼 경우를 대비 해 숨을 곳을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마땅한 장소가 없다면 시치미를 떼라는데 정말 까다로운 규칙들이 많고 알게된 것도 많다. 고양이는 항상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다는 정보처럼 말이다

고양이사회의 규칙도 신기한게 많았는데 만약 길을 걷다 만나게 되면 먼저 발견한 쪽이 멈춰서 기다리고, 상대방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직선이 아니라 돌아서 가게 된다. 나오스케가 골목 끝에서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다른 고양이가 있나 없나를 알아차리려는 것이다.
공터의 풀밭에서 뒹구는 나오스케를 보면 그냥 혼자 노는것처럼 보이는데, 이것도 특별한 행위였다. 고양이는 눈언저리나 입가에 냄새를 뿜는 곳이 있어 이렇게 뒹굴며 자기 냄새를 묻혀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발톱자국과 오줌으로 자기 영역을 표시한다.

지금까지는 수월하게 뒤를 추적했는데, 나오스케가 높은 담을 뛰어넘으면서 바빠지기 시작한다. 나도 따라 넘을순 없으니 자칫하면 나오스케를 놓치게 될수도 있는 긴박한 순간이다. 골목길을 돌고 돌아 계속 찾다보니 다행히 나오스케를 발견! 이쪽으로 오는 나오스케가 날 보지 못하도록 얼른 울타리 뒤로 숨어버렸다. 다행히 날 보지 못한 나오스케는 울타리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갔는데, 그만 햐쿠와 눈이 마주치고 만다. 고양이 사회에선 눈이 마주치면 싸움을 거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보지 않으려 하는 나오스케와 햐쿠. 다행히도 서로 천천히 지나가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휴~
혼자만의 식사도 하고 따사로운 햇볕에 졸음이 몰려온건지 창문 지붕 위에서 낮잠을 즐기는 나오스케. 이때 다른 고양이가 지붕 위로 올라왔지만 고양이 사회에선 먼저 온 쪽이 우선이기 때문에 조용히 물러난다. 어른 고양이들은 함께 어울려놀거나 하지 않는 모양이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들답게 지붕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을 볼수가 있는데, 사람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나오스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양이들도 저렇게 함께 놀면 더 재미있을텐데~.

이제 슬슬 땅거미가 지고, 관찰도 막바지를 향해간다. 날이 어두워져 나오스케를 놓치기도 했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즐기는 습성을 알기 때문에 금방 찾아낼수 있었다. 밥 먹을 시간과 장소를 기억해 찾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밥을 먹을때도 먼저 온 고양이의 식사가 다 끝나야만 가서 먹을수가 있다. 강아지와는 여러면에서 많이 다르다.

오후 10시 30분에 잠든 나오스케를 지켜보다 깜빡 잠이 들어 새벽에서야 깨게 됐는데, 때마침 일어난 나오스케를 따라 같이 일어섰다. 그리고 아침 6시, 하루동안의 관찰이 끝나며 나오스케의 하루를 정리해본다. 무려 18시간이나 잠을 잔 나오스케의 일과를 보니 좀 허무해지기도 한다. 골목을 어슬렁 거리며 잠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를 관찰하는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하다. 고양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야 하고, 잠을 잘 땐 기다려야 하고, 고양이 눈에 띄지않게 잘 숨어있어야 하니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 같으니 말이다. 처음엔 쉽게 생각했는데, 나보고 하라고 하면 거절하겠다! 대신 이 책을 보여주면 되지! 그림으로 재미있게 공부하는 고양이들의 습성과 그 사회의 규칙을 알수 있게 해줘서 좋다. 고생이 많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