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 - MZ세대가 조직을 버리는 이유
이호건 지음 / 월요일의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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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MZ세대는 퇴사하는가? MZ세대라는 말은, 두 세대가 섞여 있어 시간적으로 상당히 나이 차이가 나는 세대를 묶고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MZ세대는 M세대 보다는 Z세대에 가깝다. 


대퇴사 시대, 조용한 퇴사 등 '퇴사'라는 단어가 사회를 지배한 지 몇 년 지났다. 세대론으로 이야기하면, 그 세대에 해당하면서 자신이 속한 나이대의 세대론과 부합하지 않는 개인들을 간과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 삶의 가치관 자체가 기성세대보다는 Z세대에 부합한다. 젊어보이고 싶어서, 어려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 그렇다. 저축보다는 소비에 익숙하고, 미래를 내다보기 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며,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인플루언서블(인플루언서라는 말은 아니다)한 기질이 있다. 직장보다는 직업을 중시하며, 안정성보다는 일에서 재미와 보람, 나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을 즐긴다. 일과 삶을 구분하기보다는, 일과 삶이 구분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조용한 퇴사'는 정말 퇴사한다는 말이 아니라, 직장에 머물지만 의무만을 다하면서 이직, 전직, 다른 삶을 구상하는 심리적 상태를 지칭한다. 실제 이런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어쩌면 세대가 그러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삶이 사람들을 그리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긴 방학이 보장되는 교사나 안정적이고 노후의 연금까지 보장된 공무원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그보다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30살이 넘은 뒤에도, 40살이 넘은 뒤에도 자아실현을 위해 이런저런 방향을 탐구하는 삶을 살고 있다. 능력이 없어서 취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나와 맞는지를 탐색하기 위해 이 회사 저 회사 인턴으로만 전전하는 사람도 있으며, 이 일도 해 보고, 저 일도 해보며 자신의 적성과 부합하는 일을 경험을 통해 탐구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 세대들은 길고 긴 입사 과정을 거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에 취업한 후에도, 회사 생활을 경험하고 미련없이 1~2년 사이에 그만두는 일이 잦아졌다. 왜 그들은 경쟁을 뚫고 들어간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머물던 조직에서 경험한 바로는, 입사 전과 후의 직무가 달라져서 나간 케이스도 있고(추측이다), 대학원에서 교수가 부른다고 석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나간 케이스도 있고(핑계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발디딘 산업군의 노동 강도 대비 연봉이 적다고 생각해서 나간 케이스도 있다(이 역시 추측이다). 


신입사원 입사 연령이 군필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서른 살 정도인 경우를 많이 본다. 대학 조교를 하다가 취업을 한 경우도 있고, 석사 학위를 받고 취업을 한 경우도 있고, 이력서상으로 이도저도 아닌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본격 취업한 경우도 있다.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했을 수도 있고, 어학 연수나 유학을 짧게 다녀온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격증 취득, 어학 능력 향상, 스터디 등 취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예전에는 이 모든 과정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였다면, 지금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또는 내가 어느 회사든 지원해서 합격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한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능력이 생기면 쉽게 퇴사를 결정할 수 있고, 처음 머물던 산업군이 나와 맞지 않다면 다른 산업군에 갈 수도 있다. 


한편으로 마음을 붙일 곳이 없어서 그렇단 생각도 든다. 자신이 머물 곳에서 일의 동기부여를 받지 못했고, 신입사원이거나 직급이 낮아 중요한 일을 받지 못했고, 나의 10년 뒤를 생각했을 때 롤모델이 될 만한 선배나 상사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꼰대나 고인물을 보면서 내가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퇴사라는 결단을 내린 것일 수도 있다. 퇴사라는 행위를 한 사람보다는, 심리적으로 퇴사 상태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에, 우유부단하여, 능력이 안 돼서 퇴사하지 못한 이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이 바로 '조용한 퇴사' 상태이다.


기업은, 그리고 조용한 퇴사 상태에 있는 팀원을 둔 조직의 팀장이나 본부장은 고민이 많다. 기업은 연봉을 올리고, 복지를 갖추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기업은 대기업들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전부가 아니다. 연봉과 복지로 사람을 잡는 것은 잠시 더 머물게 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다. 퇴사 사유를 물으면, 사람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속마음은 사람이다. 여러번 이직한 나의 퇴사 사유도 사람이었다. 복지가 적어도 되고, 연봉이 낮아도 괜찮았다. 사람 문제는 답이 없어서 문제적 사람이 퇴사하거나 그 사람이 안 나가면 내가 나가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다시, 조용한 퇴사를 막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사람이다. 


사람 문제는 기업의 본부의 부서의 나와 일하는 동료까지 들어가는 아주 디테일한 영역이다. 그래서 부바부, 팀바팀 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부서 바이 부서, 팀 바이 팀.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관계, 상사와의 관계, 팀장과 팀원의 관계, 내가 머물고 있는 조직의 사람들의 분위기, 조직이 추구하는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의 저자도, 결국 내내 책에서 서술한 문제를 지적하는 방법으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주름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무엇을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읽으며, 내가 속한 조직과 나 자신, 내 동료들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조용한 퇴사를 직역하면 조용히 그만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하겠다는 태도로 일종의 심리적 퇴사라 할 수 있다. 현재 직장이나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표는 쓰지 않고 자리만 지키겠다는 것이다.
- P7

MZ 세대의 달라진 직업관과 가치고나은 대략 다음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조직보다는 개인의 행복이 중요하다.
2.직장이나 직업은 수단이자 과정일 뿐이다.
3.워라밸을 추구한다.
4.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많다.
- P37

요즘 노동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로 ‘퇴준생’이라는 말이 있다. 퇴준생은 퇴사와 취업준비생을 조합한 말로, 퇴사를 준비하는 직장인을 일컫는 말이다. 취준생이 취업에 성공하면 직장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퇴준생이 되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퇴준생은 직장을 다니면서 동시에 더 나은 회사로의 이직이나 창업, 자아실현 등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다.
- P48

이론적으로는 직원들의 임금 수준은 해당 기업의 실적과 성과에 따라 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한 단순 도식으로만 전개되지 않는다. 구성원의 자존심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골치 아플 수도 있다. 금전적 보상이 전부가 아니지만 그것을 소홀히 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80

그럴듯한 사회적 정체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자리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세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MZ 세대인데, 이들은 정체성에 대한 우선순위에 있어 기성세대와는 사뭇다른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남들이 선호하는 명함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고자 했다. 사회적 정체성보다는 개인 정체성을 더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 P124

오늘날 mz세대에게는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그 무엇이 되고 말았다. 행복의 관점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웬만큼 먹고살 만해진 mz 세대는 이제 새로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엇을 해야 재미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적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재미와 즐거움을 찾는 쪽으로 행복에 대한 관심이 바뀌었다.
- P173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현명함과 신뢰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곳으로 이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똑똑하지만 믿을 수가 없거나 믿음직하긴 한데 현명함을 갖추지 못했다면 멘토로서 자격미달이다. 두 번째 조건은 상대방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오디세우스는 출정을 앞두고 가장 믿을 많나 친구인 멘토르르 찾아가서 자기 아들을 맡아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그래서 아들은 그를 스승처럼 따랐던 것이다.
- P246

직원 경험이란 직원의 행복감과 긍정성, 직장생활의 활력을 높이는 활동이다. 한마디로 ‘출근하고 싶은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긍정하고 자기업무에 만족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구성원일수록 오래 머물려고 한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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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브레비티 -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바이블
짐 밴더하이 외 지음, 윤신영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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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보다 부제에 이끌렸다. 제목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지만, 부제는 챗gpt가 등장하고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를 논하는 시점에 매력적인 워딩이다.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바이블'. 


책을 열었을 때, 그리고 뒤로 훑었을 때, 먼저 이건 어떻게 읽어야 하는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 작은 꼭지글과 작은 꼭지글로 이루어져 있기는 한데, 일반적인 책 형태가 아니다. 처음엔 당황했는데 읽다보니 왜 이런 구성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됐다. 이 책에서 말하는 스마트 브레비티가 이 책이 쓰인 방식인 것이다. 그리고 리뷰를 쓰고 있는 이 글은, 전혀 스마트 브레비티하지 않다. 


꽤 많은 뉴스레터를 구독하는데-너무 욕심을 부려서 아예 건너뛰기도 하는데-, 그중 스마트 브레비티가 잘 구현됐다고 느끼는 뉴스레터가 '뉴닉'과  '캐릿'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스마트 브레비티의 공식을 잘 따르고 있는 뉴스레터라 생각한다. 


질 좋은 많은 뉴스레터들이 매일 아침 나를 기다리고, 모두 다 읽을 시간과 마음의 여유는 없다. 하나하나 좋은 글이고 좋은 뉴스레터이고 잘 발췌하여 먹기 좋게 썰어놓은 글인데도 정보의 산더미에 짓눌린다. 그래서 더 독자의 눈과 마음을 짧은 시간에 끌고, 짧은 시간에 임팩트 있게 덜 에너지를 쏟으면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의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매우 찰나의 순간에 정보가 전달돼야 한다. 


중요한 요점을 압축시켜라, 일화를 빼라, 한 문장 제한을 지켜라, 도발을 반복하지 마라 기타 등등 스마트 브레비티를 위한 여러 가지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통적으로 글쓰기 책에서 강조한 내용들이기도 하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지켜야 할 법칙들이,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재미난 책이다.

스마트 브레비티는 더 분명하게 생각하고,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의 시간을 줄이는 체계이자 전략이다. 이는 더 적은 단어로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데, 그것이 스마트 브레비티의 가장 큰 힘이다.
- P21

1.가장 중요한 요점을 압축시키자.
타깃 독자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기억하자.

2.일화는 빼자.
농담이나, 잘난 척도 빼자.

3.한 문장 제한을 지키자.
그러고 나서 글을 써라.

4.도발을 반복하지 말자.
(도발을 사용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5.부사, 약한 단어, 관련 없는 단어를 잘라 내자.
직설적이고, 간결하며, 명료한가?

6.이제, 스스로 물어보자.
상대방이 오직 이 문장만 보거나 들었을 때, 그것이 우리가 꼭 전하고자 했던 바로 그 내용인가?

그렇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
- P103

마크 트웨인의 유명한 말에 따르면, "거의 정확한 단어와 정확한 단어의 차이는 반딧불이와 번갯불의 차이와 같다."
- P123

청중을 알아야 한다.
트위터는 팩트와 데이터, 화제의 인용문, 뉴스 속보를 좋아한다. 시의성 있는 것일수록 좋다.
인스타그램은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필터 처리된 멋진 사진을 위해 사용했지만, 이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뉴스와 정보를 얻는다. 여기서는 날렵하면서도 힘있는 글과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가 유리하다. 게시물에 링크를 걸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용을 줄여야 한다.
트위터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인스타그램이 멋지다면, 페이스북은 화제성이 강하다. 아이디어나 발표에 도발적인 변화를 가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지루한 글은 뉴스 피드의 파도에 부딪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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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리커버)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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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딘가에서 최재천이 말한 것처럼, 하버드 간판이 아니었으면 그는 서울대 교수 중 대학입학시험 수석을 한 두 교수와 함께 자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라는 데 동의한다). 최재천이 학자로서 시작하고, 걸어온 삶을 읽으며,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여러 변수들로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서울대에서 하버드를 하게 된 과정이나, 선택한 전공이나, 기타 등등 미국의 대학 문화, 한국의 대학 문화, 교육 문화 등이 그때그때 영향을 미처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평소 최재천의 유튜브를 즐겨 보는데, 그는 매우 유쾌하다. 호기심이 넘치고 유머도 있고 늘 공부한다. 마흔을 넘겨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며, 나이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최재천이 젊게 사는 비결은 호기심과 유머에 있다고 생각한다. 배울 부분이다. 공부는 끝이 없다. 화두를 갖고 파고들어야 한다. 지식을 얻든 지혜를 얻든. 


한국 사회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대학을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986년생 김예슬은 2010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 중 대학 내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했다. "김예슬 선언"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고, 그 당시 고려대학교를 자퇴한다는 것은 이슈였다. 명문대를 자퇴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자퇴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슈였다. 얇은 그 책을 읽었을 때 매우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자퇴 이후의 삶이 궁금했다. 1986년생이면 아직도 젊은 나이다. 2010년에서 2023년 13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 젊다. 다시 돌아와서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자퇴'로 검색했을 때 무수히 많은 책들이 나와 있고,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대학이, 나아가 고등학교가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또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자신이 배울 것이 없다고 판단하면, 진학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다. 단지, 아직 세상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를 그만두는 게 옳은지,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황할 뿐. 모든 것은 경험한 뒤에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게 되니까.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아도, 대학에 가지 않아도, 공부는 해야 한다. 예전엔 정해진 코스를 밟아 명문대에 입학하면 그것으로 됐다. 입학 후 공부하지 않아도 명문대 간판이 모든 것을 보장해 줬다. (지금도 과거보다는 덜하지만 명문대 간판은 한국 사회에서 많은 걸 보장해준다.) 지금은, 대학 간판보다 실력이 중요하고,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 사회가 너무 빨리 변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전공한 것 이외의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재천이 통섭을 이야기한 지는 오래 됐는데, 지금은 모든 것의 가로지르기가 필요한 시대다. 


이 책은 최재천, 안희경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고, 빨리 읽을 수 있다. 공부와 학업, 교육 등을 넘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읽으며 내 상황에 대입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 것이다. 지식을 얻는 책이라기보다 대화 속에서 나 자신을 만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약한 지점은 토론이에요.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교과 과정을 마칩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미국 교육에 비해 좋은 점이 참 많아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모자라는 부분이 바로,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훈련을 거의 못 받고 정규 교육 과정을 빠져나간다는 점입니다. - P159

성적을 잘 받은 학생들은 대체로 자기 관리에 충실합니다. 성실하기는 해요. 성적은 성실함을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창의성을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 P181

제자가 클 수 있도록 하는 행동이 선생의 큰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은 씨앗을 자기 그늘에 뿌리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멀리 내치죠. 그래야 씨앗도 뿌리를 내리고 서로가 잘 자랄 수 있어요.
- P207

나는 ‘함께’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흔히 이런 상태를 공존이라고 묘사하지만,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공존에는 한참 못 미치는 혼존 상태라고 진단한다.혼존은 ‘함께’ 있지만 ‘제가끔’ 존재하는 상태를일컫기 위해 내가 새로 만든 단어다.혼존을 넘어 공존의 시대를 열려면떠밀려 섞이는 게 아니라 제대로 섞여야 한다. - P256

침팬지는 맹수에게 다친 친구를 보살펴주고, 어른 코끼리는 어린 코끼리가 안심하도록그르렁 소리를 들려줍니다. - P276

지식은 그러합니다. 취하고 삭히면서 버릴 것을 버리고 ‘안다’라는 인식에도 갇히지 않아야 온전히 나의 지혜로 살려낼 수 있겠지만, 일단 지식은 생활 속에서 순간순간 삶을 살리는 통찰로 솟구칠 구조물을 만들어 냅니다. 어린나무가 곧추서도록 지지대를 받치듯 우리 안에 있는 지혜가 붙잡고 일어날 버팀목을 세워내는 거죠. 공부 속에서 그 지지대를 만들어 나답게 사는 길을 내며 나아가야겠습니다.(안희경)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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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이후의 플랫폼 - 미디어의 주인이 바뀐다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51
노창희 지음 / 스리체어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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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너무 얇은데 가격이 사악하다. 한 주제로 길게 쓴 레포트와 같은 형태의 글이다. 요지는 이렇다. 스트리밍은 긴 호흡보다 짧은 호흡이 주가 될 것이고,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이 경쟁구도로 갈 것이며, 지속해서 투자할 것이란. 또, 이후의 플랫폼은 결국 이용자들의 니즈에 달려 있다는 말. 새로운 통찰력과 전망을 바랐지만, 없었다. 



관심은 구독의 기본 조건이다. 미디어 학계의 세계적 권위자인 제임스 웹스터는 과거에는 미디어가 희소한 자원이었다면 이제는 이용자의 관심이 희소한 자원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용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미디어들이 경쟁하는 상황을 관심의 시장이라고 명명한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수면 시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이용자의 관심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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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새로운 10년의 시작
존 리 지음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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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네 탓이 아니지만 네가 가난하게 늙는 것은 네 탓이다.”(워렌 버핏) 


이 책에서 존 리가 인용한 한 구절이다. 가난하게 태어나기도 했고, 지금도 또래 평균에 비해 훨씬 돈이 없다. 금융도 모르고, 노후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노후 준비를 위한 무엇도 하고 있지 않다. 적금도, 예금도 아무것도 없다. 이 책에서 존 리가 이야기하는 바를 적용하면 확실히 가난한 인생이다. 금융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인가, 성인이 된 뒤에도, 돈을 벌기 시작한 뒤에도 금융에 관심이 없기 때문인가.


이 책은 매우 빠르게 읽힌다. 존 리는 이미 유명한 금융인이다. 이 책에서는 금융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한국 사회의 교육, 시험, 공정, 근로시간, 성과급, 경제 독립, 노후 등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주제를 다룬다.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깊이 들어가 살피지는 않지만, 그의 한국 사회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확실하게 전달된다.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고 갑자기 금융에 대한 관심이 생기거나, 부자가 되고 싶거나 하진 않다. 그런데 그가 한국에서 경험하면서 부딪힌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확실히, 한국에서만 살아온 사람의 생각과 미국에서 생활한 그의 생각은 근본부터 차이가 있다.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다. 동의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왜 그가 지적하는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 안 되는지 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에 다른 이의 생각이 부딪혀 새로운 사고를 만드는 책이다. 


직원들의 월급과 보너스 체계가 외국의 기업과 너무 달랐다. 직원들의 과거 보너스를 살펴보니 직급과 역할에 관계없이 보너스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보너스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 열심히 일하고 싶은 직원들의 의욕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
나는 많은 직원들이 이러한 보상체계를 좋아하고 만족도도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 일이 결국 9년 일한 회사를 내가 떠날 수밖에 없는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는 사실에 무척 씁쓸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모두 다 적은 보너스를 받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보너스가 더 많아졌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차이가 커졌을 경우 그 분노가 나를 향해 쌓이는 것을 나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 P56

한국에서 말하는 공정은, 모든 사람을 점수로 환원해서 뽑는 것을 가리키지만 미국에서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을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부모님을 봉양하느라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한 학생에게 합격에 필요한 점수를 동일하게 요구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다. 진짜 공정은 그 아이가 컸을 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 P111

핀란드는 미국의 SAT 시험 제도를 비웃는다. 핀란드는 모든 학생이 동일한 시험지를 받지 않는다. 학생마다의 능력과 관심사에 따라 숙제를 다르게 부여한다. 진도 속도도, 배울 범위도 학교나 선생님이 정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에 맞게 학습량을 스스로 조절하고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며 배워 나간다.
- P127

부자라는 의미는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들만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진정한 부자가 아닐까? 그런데 돈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만큼 충분한 돈이 있어야만 한다. 돈이 있어야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타인에게 구속당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을 때 돈이 있어야 실천할 수 있고,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제안 받았을 때 거부할 수 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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