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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지성인이다
헨리 지루 지음, 이경숙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12월
평점 :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먼저 보고 이 책을 본 것은 다행이었다. 만약 헨리지루의 <교사는 지성인이다>를 먼저 읽고,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봤다면, <페다고지>를 읽는데 지장은 없었겠지만 <교사는 지성인이다>를 읽는데는 지장이 있었을 것이다.
<교사는 지성인이다>에서 헨리 지루는 파울로 프레이리와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그람시, 에른스트 블로흐 등을 인용하면서 많은 부분을 그들에게 할당하고 있다. 때로는 헨리지루가 아닌 다른 이들의 의견이 뒤범벅되면서 내 머리속에서 이리저리 뒤섞이고는 정리가 안되어 지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탁월한 그들의 견해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이 책을 끝까지 읽어냈다. 사실 읽었다기보다는 훑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교육이론에 대한 나의 내공이 부족한 탓인가. 하여튼 이 책을 읽는데 내용이 한눈에 쏙쏙 들어오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별로 어려운 말도 없고, 비비꼬지도 않았건만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결국 그의 주장은 프레이리와 거의 다르지 않고 새로울 것도 없는 듯 하다. 이렇게 평하면 너무 가혹한 것인가? 하지만 동일 주장을 여러 사람이 한다고해서 어느 한 사람만 창의롭고 다른 이는 따라쟁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 각각의 내세우는 주장이 결국 하나의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언어로서 풀어낸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의미가 있는 주장이 될 수 있을 터다.
결국 주장하는 바는 오늘날의 학교는 정지되어 있어 교사가 인위적으로 학생에게 기존의 지식을 주입하는 식의 교육을 답습하고 있으며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교육은 변해야하고 교육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교사가 변화를 해야한다. 뭐 이런 말인 거 같다. 또한, 교사의 정치중립성을 비판하기도 하면서 교사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정치적 인간이어야 함을 언급하기도 한다.
교사는 변혁적 지성인이어야하고, 가르치는 학생과 더불어 기존의 헤게모니를 거부하고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하며, 이것이 결국 사회적인 진보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우리네 학교 현실에서 교사 개인이 그러한 노력을 해서 사회변화를 꽤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말고도 지나치게 많은 행정업무에 시달리며 녹초가 된 선생이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삶에 찌들어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싶다. 하지만 교사는 지성인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나도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고 전적으로 그에게 동의한다.
별 다섯개를 다 주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내 탓이다. 글은 좋으나 내가 다 이해하지 못했으니 거기에는 나의 내공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요, 나의 게으름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내게 흡족하게 다가오지 않은 것은 나만의 책임은 아니겠다는 생각에 하나를 깎는다. 이번에는 훑어읽었지만 다음에는 제대로 읽어봤으면 한다. 전체적인 주장 밖에는 파악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