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정경 - 우리 연애 이래도 괜찮을까?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3
박소정 지음 / 스리체어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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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어디에나 있으면서 어디에도 없다. - P9

특정한 주체의 로맨스만 긍정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 P11

"애 낳고 출근하면 이기적인 년이고, 안 나가면 맘충"
출산 경험이 있는 기혼 여성이 언론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같은 N포 세대지만 남성과 여성이 놓인 사회적 조건은 확연히 다르다. 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 상승이 그들 삶의 선택지를 넓혔따고 했지만, 실제 삶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결혼을 결심한 일하는 여성에게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도래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양자택일의 고통을 마주하느니, 결혼도 연애도 거부하고 싱글로 남는다. 여성에게 연애나 결혼이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다. - P29

사회학자 앤소니 기든스는 낭만적 사랑을 ‘개인화되어, 더 넓은 사회적 과정에 대해서는 어떠한 준거점도 가지지 않는 어떤 개인적 서사 안에 타자를 삽입하는 이야기’로 정의한다. 전통 공동체 삶에 묶여 있던 개인이 근대 사회의 자유로운 개인이 되면서 로맨스는 사적 영역의 삶에 한층 가까워진다. 이 시기를 거치며 로맨스는 더 이상 허구나 환상이 아닌 개인이 직접 써 내려가는 삶의 서사가 되었다. 자신만의 로맨스 서사를 통해 삶의 한 부분을 조직하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간다. 기든스는 로맨스라는 단어 자체가 ‘이야기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낭만적 사랑과 소설은 비슷한 시기에 탄생했다고 말한다. - P35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울리히 벡) - P36

두 개인은 사회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로 따로 또 같이 고군분투하며 삶을 조율해 나간다.
기든스는 이를 ‘합류적 사랑’이라고 부른다. 두 개인은 각기 다른 곳에서 흐르기 시작한 두 개의 지류와 같다. 낭만적 사랑이 견고한 바위라면 합류적 사랑은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아무 상관없는 삶을 살아온 두 개인은 지류가 어느 합류점에서 만나 하나의 강물로 흘러가듯 어떤 계기로 만나 한 방향으로 함께 나아간다. 강물은 바다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시점에서 다시 갈라져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사랑하는 두 주체는 현재를 유대하고 공유하지만 미래의 시간은 열린 결말 그대로 받아들인다. 영원하고 유일무이한 낭만적 사랑을 탈각한 대신 현대 사회의 유동성을 수용한다.
네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나도 너를 사랑한다. 감정의 기브 앤 테이크는 합류적 사랑의 기본 형태다. - P38

썸은 사랑이라는 행위를 하는 자신에 대한 나르시시즘도 투영한다. 때론 사랑 그 자체보다 사랑을 하는 자신의 모습에 더 큰 만족을 느낀다. 일각에서는 연애가 요구하는 경제적 부담, 관계적 부담 등은 기피하고 연애가 주는 설레는 감정만 소비하고 싶은 이기심에서 비롯한 관계로 썸을 바라본다. 그러나 한번쯤은 현대의 유동하는 사회 조건 속에서 관계를 갈망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영된 연애의 형태라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타인을 책임지는 것이 사치인 현실 조건에서 연애가 주는 약간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관계 맺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전략이 발현된 형태가 썸이다.
- P45

연애 자본은 연애 시장에서 개인의 시장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자, 개인이 연애를 위해 활용하는 투자 자본이 된다. 개인은 연애 시장에서 최적의 상품을 고르기 위한 탐색을 한다. 과거 결혼 시장에서 집안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결혼 상대의 시장 가치로 판단되었다면, 현대의 연애 시장에는 상대가 지닌 모든 자질이 고려된다. 에너지, 유머, 매너 등 양화될 수 없는 자질 역시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개인은 연애 시장에서 자신의 희소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계발해 연애 자본을 투자하고 축적한다. - P79

연애는 최후의 보루다.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노력에 대한 응답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사랑이다. 그리고 노력과 응답은 개인이 일말의 능동적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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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7 14: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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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4 19: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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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컨택트 Uncontact -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 진화 코드
김용섭 지음 / 퍼블리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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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컨택트는 비접촉, 비대면, 즉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P7

언컨택트는 서로 단절되어 고립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선택된 트렌드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불안과 위험의 시대, 우린 더 편리하고 안전한 컨택트를 위해 언컨택트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사람에게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가진 연결과 접촉의 방식이 바뀌는 것일 뿐, 우린 앞으로도 계속 사람끼리 연결되고 함께 살고 일하는, 서로가 필요한 사회적 동물이다.
- P7

사람과 직접적 대면 없이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고, 타인과 말을 직접 주고받거나 접촉하는 걸 꺼리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난다. 기성 세대로는 낯선 변화겠지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겐 편리한 변화다.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 P83

우리가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집을 사서 정착했던 건 우리의 본능이 그래서가 아니라 그 시대의 고용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사회적 욕망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이상 평생직장을 원치도 않고, 또 가능하지도 않다. 국가적 장벽도 사라지고, 언어적 문화적 장벽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컴퓨터 앞에서 일하다 보면 이곳이 지금 서울인지, 뉴욕인지, 치앙마이인지, 사무실 책상인지, 카페인지, 달리는 기차 안인지 구분도 안 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우린 전 세계 어디든 접속하고, 전 세계 누구와든 연결된다. 언컨택트의 시대는 오히려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기회와 컨택트하게 만든다. - P123

디지털 디바이드는 어느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불안과 위험을 해소하면서 컨택트를 하고, 교류를 통한 비즈니스를 이어가기 위해선 언컨택트의 방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린 컨택트를 버리자는 게 아니라, 컨택트를 지키기 위해 언컨택트를 도구로 쓰자는 것이다. - P135

우리가 그동안 끈끈한 연대라고만 믿어왔던 대표적 세 가지가 가족, 직장, 인맥이다. 이 세 가지는 우리의 인생 전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고,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해주기도 하는 것들이다. 결혼과 출산을 통해 혈연으로 묶여진 가족이야말로 끈끈함의 결정체였고, 가부장적 가족관을 통해 가문을 만들고 친척과의 연결도 끈끈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결혼과 출산을 더이상 필수라 여기지 않고, 독신과 자발적 고립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제도로서의 결혼을 버리고, 동거나 비혼 등에 대한 선택도 확장되었다. - P238

감정 노동자가 겪는 심각한 스트레스도 이미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어 이를 해소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시키는 방법 중 하나도 언컨택트다. 사람과의 대면과 접촉을 최소화시켜,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가질 심리적 불편함이나 감정적 미안함을 줄여주는 것이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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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개정판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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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기를 원한다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어차피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어김없이 상처받게 되어 있다. 연애를 하고 싶다면서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만큼 슬픔과 분노와 목마름도 겪어야 한다. - P42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오로지 하나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면 된다. 사람은 원래 누군가를 알아서 좋아하게끔, 누군가의 체온을 그리워하게끔 만들어져 있다. 그 마음을 두려움 없이 따라가보면 되는 것이다. 한데 말로는 연애하고 싶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철벽을 치며 상대를 밀어낸다. 어쨌든 자기 자신이 제일 소중해서 상처받는 게 두려우니까. - P43

나한테 마음의 문을 연 만큼 딱 그만큼만 나도 마음을 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 우선 그 누구보다도 내가 그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에서 취해야 할 단 하나의 태도가 있다면 나 자신에게는 ‘진실함’, 상대에게는 ‘관대함’인 것 같다. 사랑하면 상대 앞에서 자신 있게 무력해질 수가 있다. - P53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에니 아르노, "단순한 열정") - P55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다 좋아한다고 하면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당신은 모두를 기쁘게 할 수는 없다.(파울로 코엘료 트위터) - P97

나쁜 것은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가치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어색한 것은 여태 그 나이가 되도록 자기 가치관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알지 못해서 그렇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의 욕망에 무지하다 보니 그 어느 것도 우선순위가 모호해질 수밖에. 자신의 우선순위를 알려면 평소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주변에 휘둘리다 보면 정작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 P115

어떤 일을 어디서 하더라도 일의 본질은 같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사람들과 조율할 줄 알아야 하고, 규칙을 따라야 하며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조직 생활도 지울 수 없는 과거이자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곳임을 인정한다. 변화 이전의 모습이 ‘악’이고 변화 이후의 모습이 반드시 ‘선’은 아니다. - P157

왜 연애를 처음 시작할 무렵처럼 연락을 자주 안 하느냐고,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냐고 추궁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연애 초기는 가장 열정적인 시기라 제정신이 아니어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던 것뿐이니까. 추궁할 에너지로 나의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보면 좋겠다. - P192

작은 것은 흘려보내고 큰 것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도 챙겨야 나중에 큰 것도 챙길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담합의 유혹에 내가 설득당할 때, 잘못된 관행은 점점 더 고착될 수밖에 없다. ‘누가 뭐래도 이건 아니지.’ 감각적으로 경종이 울리면 어떻게든 바로잡고 넘어가고 싶다. 그런 예민함이라면 대환영이다. - P229

나는 자유롭게 사람을 선택할 권리, 혹은 멀어질 권리를 가진다. - P232

인간관계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기 때문에 그걸 거역하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 것이 되레 어색한 일이다. 현재 내가 놓인 환경에서 마음이 맞는 새 친구가 생기기도 하고, 자연스레 멀어져가는 친구도 있다. 친구를 ‘관리’하는 일은 내가 괜찮고 의리 있는 인간임을 세상에 공표하기 위한 전시용 관계에 가깝지 않을까.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어느덧 내 곁을 여전히 자연스레 지키고 있는 그 사람을 우선적으로 챙긴다.
- P233

어떤 사랑이든, 사랑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나라는 사람의 어쩔 수 없는 특징 같다. 어떤 사람들이 사랑을 성공이나 실패, 성취나 배신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때 나는 그것을 아름다움과 슬픔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잘하고 못하고도 없고, 이별이나 이혼을 부정적으로 보지도 않는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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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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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이라는 목표는 단지 돈을 더 많이 버는 데 있지 않다. 장수라는 목표는 단지 더 오래 사는 데 있는 게 아니다. 궁극적 목표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다. 나로 말하면 서커스를 좋아하고, 손주들과 같이 하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며,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기를 좋아한다. 발전의 궁극적 목표인 문화와 자유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1인당 기타 보유 수는 그러한 측정을 대신할 좋은 지표다. 그리고 반갑게도 그 수치는 높아졌다. 이렇게 희망적인 통계가 많은데, 어떻게 세계가 점점 나빠진다고 말할 수 있는가? - P94

내가 좋아하는 생각에 허점은 없는지 꾸준히 점검해보라. 내 전문성의 한계를 늘 의식하라. 내 생각과 맞지 않는 새로운 정보, 다른 분야의 새로운 정보에 호기심을 가져라. 그리고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하고만 이야기하거나, 내 생각과 일치하는 사례만 수집하기보다 내게 반박하는 사람이나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나와 다른 그들의 생각을 오히려 세상을 이해하는 훌륭한 자원으로 생각하라. 나는 세상을 오해한 적이 많다. 현실에 맞서다 보면 내 실수를 깨닫기도 하지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내 실수를 깨달을 때가 많다. - P267

비난 본능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 P294

내가 속한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인지 묻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라. - P364

누구나 하루아침에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수 있을까? 큰 변화는 언제나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히 가능하며, 나는 두 가지 단순한 이유에서 그러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정확한 gps가 길 찾기에 더욱 유용하듯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은 삶을 항해하는 데 더욱 유용하다.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한 둘째 이유는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때 마음이 더 편안하다는 것이다. 대단히 부정적이고 사람을 겁주는 극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면 스트레스와 절망감이 적다.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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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게임 - 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기술
데이비드 월러.루퍼트 영거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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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락하는 최고의 보물은 고귀한 평판이다.(셰익스피어, "리처드2세") - P7

마피아 조직은 규율을 어긴 이들을 가혹한 방식으로 처벌함으로써 일관성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 P36

닫힌 네트워크에서는 평판이 개인의 자존심과 경쟁력은 물론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구조적으로 평판이 매우 중요한 자산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닫힌 네트워크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이야기를 되뇌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새로운 구성원에게 발언권이 잘 주어지지 않고, 중론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력과 태도에 대한 평판을 허물어뜨릴 여지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다. - P82

99-100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나가던 길에 들른 곳에서 주민들의 시선을 신경 쓰진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정 기간 살아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그 최소 기간은 얼마일까?" 파스칼의 질문은 평판과 시간, 공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문제였다. 기본적으로 평판은 공동체에 속해 있을 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을 만큼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 여행 중에 거쳐 가는 마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머물러야 할 때에는 공동체와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 P99

몇몇 사람들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면서, 평판의 중요성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직접적인 정보가 소문보다 더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첫째, 모든 정보는 네트워크를 통해 흐르며, 각각의 네트워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네트워크 안에 정보가 골고루 확산되는 이상적인 상태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정보는 ‘사실’과 동의어가 아니며,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정보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 P107

일상 속에서 나누는 가십과 잡담이야말로 인류의 태곳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단순히 일회적인 재미나 흥미 때문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가십을 나눔으로써 타인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추측하고, 이를 토대로 행동을 수정한다. 자신과 타인의 평판을 구축하고 관찰하고 도전하면서, 말과 행동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파악한다. 가십을 통해 평판을 구축하는 일은 사회질서와 신뢰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의 주변에는 나태와 무능, 속임수를 통해 상대방의 선의를 악용할 유혹이 늘 존재한다. 사회가 이를 묵인할 때, 공동체의 존속은 위협받는다. - P127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이런 말을 남겼다. "평판을 한번 구축하려면 20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에는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 사실을 명심한다면, 틀림없이 당신은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우리는 워런 버핏의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어떤 평판인가에 따라, 그것을 구축하고 잃어버리는 데 걸리는 비용과 시간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 평판에는 역량과 인성이라는 두 갈래가 존재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역량 평판은 지속적이지만 인성 평판은 가변적이다. - P164

노코멘트는 좋게 보면 혼란의 신호로, 나쁘게 보면 무관심의 신호에 불과하다. - P217

사과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질문은 이런 것이다. "사과하기에 지나치게 늦은 때가 있을까?" 단언컨대, ‘그런 때’는 없다. - P217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이를 부인하는 것보다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이다. 이미 상당한 세월이 흘렸다면, 지나간 시간만큼 값진 교훈을 깨달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이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 P218

평판 빌리기는 광고 계약이나 후원을 좌우한다. 기성 브랜드를 떠오르는 스타와 연결하거나, 재능 있는 인물을 인지도 높은 브랜드와 연결한다. 물론 모든 평판을 다 빌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타우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무엇보다 빌려줄 평판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평판을 빌리거나 빌려줄 수 있지만, 효과를 거두려면 먼저 자신의 평판에서 어떤 부분이 거래의 가치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 P244

브랜드는 기업과 개인의 가치를 높여주지만, 평판과는 다르다. (…) 롤스로이스 회장 이언 데이비스는 이렇게 말한다. "평판은 사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이다. 브랜드를 살 수 있지만 평판은 그럴 수 없다." - P261

평판은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평판 게임의 승자들은 결코 그 시선을 ‘통제’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눈을 감아버리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선을 인정하고 자각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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