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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 (공감3 댓글2 먼댓글0)
<10대와 통하는 정치학>
2008-05-25


  어떤 사람들은 때로 나와 멀리 떨어진 것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분노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 아픔을 덜어주고자 노력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나와 관련된 사람들 - 예를 들면, 가족, 친구 - 의 아픔에만 관심을 갖고, 그 아픔에만 공감하며, 그 아픔에만 분노한다. 이런 이분법적 나눔은 위험할 수 있는데, 전자는 대개 정치적으로 왼쪽을 바라보며, 후자는 대개 정치적으로 오른쪽을 바라보지 않나 싶다. 혹은, 정치적으로 왼쪽이기에 전자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정치적으로 오른쪽이기에 후자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지도 모른다. 어떤 것이 먼저고, 어떤 것이 나중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자와 왼쪽이, 후자와 오른쪽이 대개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나는 정치적으로 오른쪽이며, 어떤 사람이 보기에 나는 정치적으로 왼쪽이다 못해 '빨갱이'다. 지금까지의 나를 돌이켜봤을 때, 나의 분노는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멀리 있는 것까지 모두 포함한다. 자신을 마르크스주의자로 규정하며, 에릭 홉스봄을 좋아한다는 어떤 지인은, 또 한편으로 스스로 '극우'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정말 그의 언행을 봤을 때는 극우가 맞다.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이 일었을 때 -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몇몇 출판사의 저자들이 모여 못 고치겠다고 언론에 나와 입장을 밝힐 때, 그는 그 저자들에게 욕을 날렸다. 그는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에 공감하면서, 세계화나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모순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도 있겠거니 하고 그냥 넘어가면 되는데, 아직 덜 성숙해서인지, 아니면 아직 젊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그 사람에게 정이 있기 때문인지 - 정답은 모두일수도 -, 나는 그 모순을 지적해 주고 싶었다. 대놓고 뭐라 하지 않았다. 질문을 던졌다. 장하준이 비판하고자 하는 것과 당신이 옹호하는 신자유주의가 같은 게 아니냐, 당신의 생각은 마르크스와도, 에릭 홉스봄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가? 나는 그가 스스로에게 붙인 마르크주의자 딱지를 떼기를 바랐다. 아니면 그가 현실에서 내뱉는 극우적 발언을 거두거나. 나는 마르크스 주의자가 아니며, 마르크스를 제대로 읽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가 주장하는 바가 마르크스와는 다른 노선임을 명백히 알고 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모순된 발언을 내뱉는 그가 못마땅했다.

  새초롬너구리님이 2008년의 마지막 날 서재를 다시 여셨다. 갑자기 사라져서 한동안 다른 닉네임으로 활동을 하시나 싶어 여러 곳을 찾아다녔다. 어떤 이유에서 닫으셨다 다시 여셨는지는 모른다. 나는 새초롬너구리님이 속닥글로 내게 던져주는 질문이 좋았다. 내가 잘 아는 분야건 모르는 분야건 마구 질문을 던져주시는데, 그 질문들은 종종 지적인 자극을 주곤 한다. '새초롬'님께서 전에 내가 했던 말을 상기시켜주셨다. "자기 모순을 줄여나가려 노력한다"는 그 말을. 그랬다. 지금도 그렇고. 모순을 줄여나가려 했고 그러고 있다. 그래야 나의 삶과 나의 말과, 나의 행동이 일치 할 것이고, 부끄럼없는 삶을 살았다 말할 수 있을테니까. 모순 없는 삶이 곧 부끄럼 없는 삶은 아니지만, 그 조건은 될 수 있다.

  모순이라고까지 말할 순 없겠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이나, 미친소 수입, 뉴라이트의 역사 왜곡, 현 정부의 대한민국 국민의 계급화 등에 화를 내면서, 왜 주변의 작은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궁금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부정의나 부도덕, 비상식적인 언행에 대해서는 왜 지적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내고,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대상에는 쉽게 화를 표현할 수 있지만,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대상에는 쉽게 화를 표현하지 않거나 침묵하고, 오히려 그 대상을 옹호해주기까지 하면서 관련된 다른 상처입은 자들을 못 본 척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런 사례를 많이 봤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교사들 간에도 마찬가지였다. 기간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있었고, 여교사는 가해자와의 일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나 비난받은 것은 계약 관계가 끝나 이미 학교를 떠난 여교사였다. 남교사는 전교조의 일원이었고, 전교조에서조차 그를 옹호하려는 이들이 더 많았다. 재직하던 학교의 선생들은 물론이고. 여교사는 남교사와 합의를 보고, 미국으로 떠났고, 남교사는 남아있었다. 재직학교의 교사들 일부는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그를 구명하기 위한 종이를 돌리며 서명을 했다.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 남은 자와 떠난 자, 그동안 더 오래 부대낀 자와 그렇지 않은 자에 대한 태도는 이렇게 달랐다.

  직접 관련된 일도 아니었고, 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소식을 듣고 화가 났다. 그러나 이미 사건은 종료되었고, 상처받은 자는 떠났다. 대개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이런 식으로 마무리된다. 고발자나 상처받은 자는 홀로 방치된다. 다수의 침묵 속에. 그런 거 들춰서 뭐하냐, 좋게 좋게 넘어가자, 별 일도 아닌 걸 가지고, 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에 의해. 사회적인 사건이건, 주변의 일상의 일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마땅히 지적을 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지적을 하고, 마땅히 화를 내야 할 것에 대해서는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로 그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지리한 공방이 오가기도 하고,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작년 5월부터 시작된 촛불집회가 9월까지 이어지자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그것이었다. 이제 됐다, 그만해라. 뭐 별 것도 아니걸 가지고들 나와서 촛불 들고 교통을 방해해. 장사도 안되니까 얼른 얘네들 좀 그만하게 해라. 그리고 그렇게 촛불은 꺼졌다. 사람들이 많이 지친 탓도 있었겠지만, 이명박이 끝까지 귀를 닫고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동안, 사람들은 촛불을 지겨워했다. 당신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이 있다고, 당신 때문에 화가 난 사람들이 있다고, 말을 해도 듣지 않았다. 어디 마음대로 해봐라. 10만명이건, 100만명이건 마음대로 모아서 와봐라. 물대포와 소화기가 등장했고, 곤봉이 촛불의 몸을 갈겼다. 다친 사람은 많은데, 누가 다쳤냐고 한다. 화난 사람은 많은데, 그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거란다. 그렇게 2008년은 갔다.   

  좌와 우를 떠나서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겠지만, 좌에 위치해 있거나, 좌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멀리 있는 것에는 쉽게 화를 내면서, 내 주변에 무심한 경우를 많이 본다. 어제 읽은 목수정의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대의를 위해 자아를 희생하거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적인 지향과 욕망에 충실한 선택으로서의 좌파, 자유롭고 당당한 생활 좌파가 많을수록 미래가 밝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확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지칭한 문장은 아니지만, 이 문장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포한다. 멀리 있는 큰 것보다는 가까이 있는 작은 것에, 멀리 있는 사람보다는 생활 속에 있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자.

  2009년 새해가 하루 지났다. 나는 올해도 자기 모순을 없애려 노력할 것이고, 나와 관계없어 보이는 멀리 있는 사건부터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이르기까지 똑같이 화를 낼 것이다. 화를 내면, 그 감정이 고스란히 나에게 남는다고 한다. 마치 적당히 땀을 흘리지 않아 노폐물이 축적된 것처럼. 그러나 그 정도를 감수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감수하련다. 마땅히 화를 내야 할 것에 대해 화를 내련다. 부정의가 시정되고, 비상식이 상식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래야 하지 않을까. 또 상처받을까봐 상처입고 차마 말 못하는 이들을 위해, 그래야 하지 않겠나.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은 많이 있다. 아니 이미 있다. 우리가 그들을 보지 않으려하거나 못볼 뿐. 언덕 하나만 넘어오면 마음 아파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2009년이구나. 올해는 2008년과 같지 않기를 바란다.  

 



 
 
Mephistopheles 2009-01-02 12:59   댓글달기 | URL
아프님..2009년엔 맷집을 키우는 한 해가 되시길..^^ 아울러 예리한 카운터 펀치도 연마하세요..^^

하날리 2009-01-02 13:00   URL
맷집 = 허리둘레?

마늘빵 2009-01-02 13:03   URL
허리둘레는 이미 제가 허락(?)할 수 있는 최대치에 도달했는데. 빼야해요! 메피님과 같이 10킬로그램 다이어트를? 10킬로그램을 빼면 -_- 해골될거 같고, 저는 딱 5킬로그램만!

Jade 2009-01-02 22:57   URL
에이 아프님 그게 최대치라니, 본인의 기준을 너무 낮게(!) 잡으셨다~ ㅋㅋㅋ

서른 넘으면 허리둘레 늘어나는거 순식간이래요~ ㅋㅋ

마늘빵 2009-01-03 11:06   URL
제이드으으! 흥! -_- 2년전 허리로 내가 바꿔놓을테닷. 올 봄까지.

멜기세덱 2009-01-02 14:22   댓글달기 | URL
명색이, "2008년을 돌아보며"인데, 우째, 내 얘기 한마디가 없어요 그래! ㅠㅠ;;

마늘빵 2009-01-03 11:07   URL
아 멜기님 요새 여기저기 사랑 나눠주고 다녀서 안되겠어요. 앤을 바꿔야겠어. ( '')

Kircheis 2009-01-02 18:41   댓글달기 | URL
여러 면에서 2008년 같지 않은 2009년이길 간절히 바랍니다..

마늘빵 2009-01-03 11:08   URL
넵! 여러 면에서 꼭 전혀 다른 올해였으면 합니다.

2009-01-03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09-01-03 13:06   댓글달기 | URL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바라보는 각도를 똑같이 맞춰놓고 살아야하는데 주변의 정리에 휩쓸리다보면 사실상 쉽지 않죠.. 쉽지 않으니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쉽지 않아도 해야하는 것이지만. 새해 체중은 줄이시고 복은 많이 받으시길. ^^

마늘빵 2009-01-03 14:15   URL
그러게요. 각도를 똑같이 맞추고 봐야하는데, 거대한 것에 대해선 쉽게 화를 내면서도,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는 무심한 경우를 많이 봅니다. 쉽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이고, 주변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해야하는데, 못 본 척하거나 못 보죠.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