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 말하는 PD 부키 전문직 리포트 1
장기오 외 지음 / 부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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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1년전. 뒤늦은 나이에 제대하고 한참 이제 뭐 하고 살까 하고 후보 직업군을 선정해놓고 순위놀이를 하던 때였다. 난 글쓰기를 좋아해. 그럼 기자를 할까? 흠... 음악도 좋아하는데? 음악이랑 글이랑 짬뽕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아하 피디. 라디오 피디. 정말이지 라디오 피디는 매력적이었다. 평소 라디오를 잘 듣진 않는 나지만-요즘은 아예 안듣는다- 라디오 피디는 음악과 글을 좋아하는 나에겐 매력적인 직업후보였다. 그러나 반면 티비 피디는 싫다. 티비 피디는 오락프로그램도 있고, 교양프로그램, 드라마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교양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내겐 매력적이지 않았다. 내겐 '끼'는 없으니까.

 그렇게. 난 소위 언론고시라고 불리우는 사실상 국가고시는 아닌 그 치열한 경쟁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에니아그램 5번인 나는 사전에 치밀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방대한 량의 정보를 축적해놓고 이 직업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났다. 음. 생각보다 힘들겠군. 상식시험, 국어시험, 영어 토익점수, 면접, 최종면접 등등 관문이 꽤 많았다. 하긴 어느 직업을 하건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다 거친다. 그리고 영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가 공부하기 좋아할만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라디오피디는 한해에 5명정도 뽑는다는 것. 대개는 설대, 연대, 고대 출신들이 가져간다 한다. 뭐 그들이  실력이 있어서 가져간다면 할 말 없다만. 연줄이 좀 작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 괜히 덤벼들었다가 안되면 어카지? 라는 시작하기도 전에 쫄아버리는 소심함으로 결국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다른 쪽은 기자, 교사, 학자 등...

 이 책은 이 때 한창 조사작업을 할 때 찾아봤던 책이다. 2003년 12월 말에 나왔는데 당시 이 책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서울 시내 대형서점에 가보면 이 책이 여기저기 전시되어 있었다. 그만큼 피디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는 말이다. 더불어 함께 나온 자매품 <기자가 말하는 기자>도 그만한 인기를 누렸다.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피디들이 직접  쓴 피디에 대한 직업소개, 경험담, 피디가 되기 위한 준비는 어찌해야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고 그것들을 묶어서 책으로 만든 것이다. 필자들은 다양하다. 예능국 피디도 있고, 시사교양국 피디, 프리랜서, 라디오부장, 만화/영화, 외화, 콘텐츠 등 이들의 이력에서부터 피디도 참 가지가지가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준다.

 피디들은 정신은 자유롭다. 이들은 어디에 구속되거나 정형화된 틀에 맞춰살기 보다는 자유롭게 산다. 그래야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구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자유로움이 좋았다. 안정된 수입과 자유로운 활동은 피디의 매력이다. 반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작업, 밖으로 나돌아야하는 드라마 피디, 다큐멘터리 피디 같은 경우는 그것이 피디라는 직업의 단점으로 지적된다. 일과가 정해져있지 않고 들쑥날쑥하니 건강도 나빠질 수 있고, 사람들과 항상 부대껴야하니 술과 함께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하는 강박관념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술과 담배가 늘고 자연 건강악화로 이어진다. 이런게 피디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각자 경험담에 나와서 솔직하다. 피디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피디의 환상에 갇혀있기 쉽다. 이 책을 읽으면 오히려 피디가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의욕상실케하는 책이다. 하지만 어떤면에서는 도전의식을 갖게 만들 수도 있다. 이만큼 힘들고 어려우니 도전할만하다는 생각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 책을 낸 출판사 부키의 기획력을 칭송할만하다. 여러 직업에서 현지에 머무는 사람들의 체험담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직업을 미리 소개하고 간접체험하게 만드는 것이 책의 의도이고 목적이다. 그리고 그 기획은 성공했다. <피디가 말하는 피디> 뿐 아니라 <기자가 말하는 기자> 도 인기를 누렸으니 말이다. 이후로 또 어떤 직업에 대한 책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 하지만 인기있는 직업에 대해 '직업탐구리포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피디를 지망하는 이들이 한번쯤 읽어봐야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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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카피라이터와 아티스트의 시선
박웅현 지음, 박규호 사진 / 예문 / 2003년 7월
품절


모르는 것은 흡인력이 강하다.
처음 보는 풍경은 자극으로 충만하고,
그래서 낯선 도시에 가면 오감이 바빠진다.
우리의 시선은 낯선 거리를 편식한다.
-13쪽

모든 가장들의 어깨는 무겁고,
모든 아이들의 표정은 맑다.
모든 여자들은 쇼핑을 좋아하고
모든 남자들은 철이 없다.
세상에는 일정한 틀이 있다.
그 틀의 이름은, 일상이다. -113쪽

구두 수선공은 구두의 뒤축으로
사람들의 성격을 파악한다.
이발사는 머리 모양으로
생활 수준을 파악한다.
이것은 일종의 직업병이다.
광고쟁이에게도 직업병은 있다.
광고쟁이들은 모든 사물을
광고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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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카피라이터와 아티스트의 시선
박웅현 지음, 박규호 사진 / 예문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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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책을 접한 것은 2003년 12월 31일. 지금으로부터 1년 조금 넘는 그때, 한해를 마감하는 시기였다. 당시 군에 있던 이 몸은 함께 휴가 나온 다른 동생과 함께 종로와 인사동 바닥을 누비고 다녔다. 31일에 휴가 나온게 어디냐만은 우리네 두 몸이 머물 곳은 없었고, 쓸쓸히 서로를 위안하며 코드가 맞는 두 사람은 그 길을 거닐었다. 그러다가...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어느 한 아트센터에서 전시회가 진행중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가나아트센터였다)무료다. 돈없는 우리는 무료라는 말에 예술작품 좀 감상해볼까 하고 들어갔다. 진짜 공짜인가보다? 하고 전시회장을 벽을 따라 쭉 돌아보며 작품을 감상했다. 익숙치 않은 풍경. 난 미술작품 전시회는 가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깐.

 그곳 전시회장에선 전시회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책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공짜로 들어왔지만 사진이 좋아  각자 책을 한권씩 구입했다. 이 책이 그 책이다. 12,000원이라는 값을 지불했다. 공짜로 전시회를 구경했지만 결국 그 사진들을 소유하고픈 마음에 책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전시회가 공짜인 것은 그것을 유도하는 것일게다.

 <어느 카피라이터와 아티스트의 시선>이라는 그럴듯한 책 제목. 그것은 지금껏 광고만 찍고 광고 카피문구만 만들던 두 사람이 모여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어온 여행사진과 문장의 조합이었다.

 디렉터 박웅현은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경의선은 경제입니다" "잘자, 내 꿈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와 같은 문구를 만들었고, 부업으로 아시아퍼시픽 광고제, 깐느 광고제 심사위원과 몇몇 국제 광고대회 초청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단다. 한 마디로 잘 나가는 사람이다.

 더불어 아트디렉터 박규호는 'KTF적인 생각' 캠페인, 맥심카푸치노 캠페인, 모토로라 '당신을 자유롭게 하는 날개' 등을 만들었고,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다. 역시 이 사람도 잘 나가는 사람이다.

 두 잘나가는 광고쟁이가 모여서 일상적인 여행 사진에 의미심장한 문구를 덧붙임으로써 작품을 만든 것이다. 사전에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여행길에 찍어둔 사진에 글을 붙이고 그래서 그냥 놀이로 작품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직업을 또다른 놀이로 할 수 있는 사람의 삶은 참 부럽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는 사람, 그 일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 일을 즐기는 사람은 그에게 그것은 일이자 취미이다. 그들의 작업은 활기차다. 그들에게 놀이인 것이 사람들에겐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일반인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진 좀 찍는다 하는 사람들이 요새는 많다. 사진을 찍고 거기에 글 몇 줄 담아내는 연습을 하다보면 이와 같은 작품은 누구나 도전할만하다. 나도 이 전시회를 보면서 언젠가 한번 이런 작품 만들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그 언젠간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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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2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몇 장 보여주세요.. 포토 리뷰로 올리심이..^^;;

마늘빵 2005-02-2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고 싶어하는거 같아서 몇장 찍어서 포토리뷰도 올렸습니다...
 
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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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로 코엘료에 맛들렸나보다. 내친김에 그의 유명작들을 다 읽고 있다. 그래봐야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연금술사>에 이어 지금 읽은 <11분> 이렇게 세권이 고작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가 다른 책을 미루고 그의 책만 연속적으로 읽는 것은 그가 꽤나 매력적인 글을 써냈다는 증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엘료를 다 읽고 아 드디어 코엘료라는 한 작가를 내 머리 속에 꾀어찼다는 어떤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함도 있으리라. 에니아그램 5번형인 나는 지식 쌓기를 즐기니깐.

 애초 내가 코엘료를 오해했던 <11분>이라는 책은 역시나 경영실용서는 아니었다. 11분안에 뭐 끝내기 이런게 아니라 남녀가 성관계를 지속시키는 시간을 의미하는 11분이었던 것이다. 11분? 코엘료 이전에 어떤 작가, 1970년에 미국에서 어빙 월리스라는 작가가 <7분>이라는 섹스에 관한 책을 썼다가 검열을 받았다고 한다. 윌리스는 섹스지속시간을 7분이라고 생각한 반면 코엘료는 7분은 너무 짜다? 고 생각하여 11분으로 늘렸다고 한다. 둘 모두 과학적 근거는 없다.

 이전의 다른 소설들은 코엘료 자신의 험한 인생담을 담고 있는데 비해 이 책은 그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브라질 출신의 한 여성이 쓴 글을 통해, 그녀와 이야기함으로써 작가의 머리에 완성되어 간 것이다. 그녀의 경험을 자신의 손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코엘료는 그렇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한다.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진 않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그 브라질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로 그녀를 스위스에서 만났다. 소설의 얼개와 분위기는 그 여성의 이야기이지만 그건 곧 나 자신의 이야기, 나 자신의 실수를 쓴 것이다."

 그는 또 "성 정체성에 대한 충돌이다. 많은 사람이 얼굴을 마주칠 땐 결코 즐겁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척하고, 몸과 마음이 서로 일치되지 못한 상태로 거짓말을 한다. 몸과 마음이 일치되는 성(性)의 신성함이 내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이다." 라고 집필의도를 밝힌다. 

 소설 속에서 마리아가 나중에 쓰고자 마음 먹었던 그리고 그녀가 계속해서 도서관에서 섹스에 대한 책을 찾았던 책이 바로 코엘료의 <11분>이다.
 
 소설 속에서 겨우 11분을 위해 모든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마리아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프로이드 식의 어거지 논리를 들이대자면 그리 볼 수도 있겠다 싶다. 프로이드는 모든 것을 성적인 잣대로 분류하니까. 우리가 화장품을 바르고,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 먹고, 운동하고, 거울을 보는 행위는 모두 11분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만족이나 타인에게 잘 보이기 정도를 넘어 섹스로 까지 연결되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건 개개인마다 다 다를테니까.

 <11분>은 섹스에 대한 소설이지만 순전히 섹스를 위한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이전의 코엘료의 다른 소설들과 같이 자아찾기에 대한 소설인데 단지 '섹스'를 통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 하다. 마리아는 어린나이에 섹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경험이 많은 여자가 됐지만 그녀는 그곳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돌아가 전에 자신이 꿈꿨던 일들을 실행하려 한다. 소설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섹스'지만 궁극적인 도달점은 '자아찾기'다.

 코엘료가 "몸과 마음이 일치되는 성(性)의 신성함이 내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이다"라고 말한 것도 섹스를 말했다기보다는 사랑을 말했다고 봐야겠다. 섹스는 마음이 없이 몸으로 가능하지만 사랑은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랑은 나를 향한 것이건 타인을 향한 것이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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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2-2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베로니카만 읽으면 되겠네요 저는 두 소설이 내용이나 짜임새에 큰 불만은 없지만 책을 덮고 떠오르는 단어를 한마디로 하면 '피상성'인 듯해요^^ 두 소설 다 저는 지극히 상식에 기대어서 읽었다 할까요? 물론 건전한 상식의 파격 정도를 놓고 소설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근대문학 '하는 사람들'의 틀에 갖힌 것일 수 있지만^^

마늘빵 2005-02-2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확실히 강하게 독자를 사로잡는 뭔가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무난하게 은근히 매력적인 맛은 있지만.
 
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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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겨우 11분을 축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그 11분 때문에(말도 안되는 소리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매일 밤 아내와 사랑을 나눈다고 가정할 때) 결혼을 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들의 울음을 참아내고, 늦게 귀가하게 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함께 제네바 호숫가를 거닐고 싶은 수십 수백 명의 다른 여자들을 훔쳐보고, 자신을 위해 값비싼 옷을, 그 여자들을 위해서는 더 비싼 옷을 사고, 채우지 못한 것을 채우기 위해 창녀를 사고, 피부관리, 몸매관리, 체조, 포르노 등 거대한 산업을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다.-117쪽

인간은, 갈증은 일 주일을, 허기는 이 주일을 참을 수 있고, 집 없이 몇 년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참아낼 수 없다. 그것은 최악의 고문, 최악의 고통이다. 그-119쪽

하지만 오늘, 나는 확신한다. 어느 누구도 타인을 소유할 수 없으므로 누가 누구를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을.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122쪽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산다. 욕망이 그의 보물이다. 그것이 상대방을 멀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가오게 만든다. 욕망은 내 영혼이 선택한, 너무나 강렬해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될 수 있는 마음의 동요이다.
나는 매일 내가 더불어 살고자 하는 진실을 택한다. 나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이고 전문적이려 애쓴다. 하지만 늘 욕망을 동무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의무감 때문도, 내 생활의 외로움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 욕망은 아주 좋다. -216쪽

삶을 통해 누군가를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는 걸, 마리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질투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질투에 대한 거창한 이론을 갖고 있고, 그것이 연약함의 증거임을 아무리 잘 알고 있는 사람도 그러한 감정을 결코 억누르지 못할 터였다. -222쪽

섹스는 아무 때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각자 내적인 시계가 있어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각자의 시곗바늘이 동시에 같은 시각을 가리켜야 한다. 그런 일이 매일 일어나지는 않는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성적 행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있는 두 사람은 놀이와 '연극'을 통해 그들의 시곗바늘을 맞추어야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단순한 만남 이상이라는 것을, 생식기의 '포옹'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225쪽

주석 :
레오폴트 폰 자허 마조흐(Leopold von sacher-masoch)(1836-1895)
오스트리아 소설가. 청년 귀족 쿠젬스키의 사랑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대표작 <모피옷을 입은 비너스>(1891)로 이름을 떨쳤다. 그가 죽은 뒤 그의 성적 기행이 성심리학자들의 주목을 받아 '마조히즘'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241쪽

그들은 모두 남자들이 오로지 매일 11분만을 위해 산다고, 남자들은 그것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남자들 역시 여성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를 만나기를,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를 갈망한다. -271쪽

산더미처럼 쌓인 그 종이쪽을 가지고 유서 깊은,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지키는 대형 스위스 은행을 찾아가 "이 돈으로 내 인생의 몇 시간을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는 팔지는 않고 사기만 합니다." 라는 답변을 듣게 될 때까지는.-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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