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를 論한다 - 보수주의자의 보수 비판
박효종 외 지음 / 바오 / 2005년 3월
절판


"'보수'란 말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널리 쓰이지만, 그것은 깔끔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것은 대체로 현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지닌 태도의 복합체를 뜻한다. 그래서 보수란 말은 엄밀한 뜻에서의 보수주의와 그리 큰 관련성이 없고 그 두 말은 구별되어 쓰여야 한다." (복거일)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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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수를 論한다 - 보수주의자의 보수 비판
박효종 외 지음 / 바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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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의 이념은 보수주의이고, 또한 보수주의자가 한국에 제일 많다고 생각하지만, 보수진영에서의 보수에 대한 논의는 사실 전무했었다. 반면 소수의 진보주의자들은 진보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해 나갔고 흔히 진보주의 인사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끼리의 진보에 대한 설전도 많이 오가며 서로 물어뜯는 형국도 종종 보여줬다. 그래서 어쩌면 진보주의자는 적으나 진보가 마치 한국의 주도세력인 것처럼 보여졌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엄연히 우리사회에 진보주의자는 극히 드물고 진보라 생각되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보수주의자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나 또한 포함될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고 말하지만 가끔 나는 내가 보수주의자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

 <한국의 보수를 논한다>라는 책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수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책은 아마도 처음으로 보수주의자라 칭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보수에 대해 성찰해본 최초의 책이 아닌가 싶다.

 한국의 보수를 말하는 보수주의 진영의 인사로 이름이 거론된 이들은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박효종 교수. 그는 민주화된 이 시대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국민윤리학과'라는 이상한 학과의 교수이기도 하며, 역시 국민을 교육시키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지 한국일보에 꾸준히 자신의 글을 기고하고 있다. 또한 그의 이름이 유명한 분야는 중등 임용시험이다. 그는 중등 도덕윤리교과 임용시험 출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그의 책을 보지 않고는 시험을 볼 수조차 없다고 한다. 한국의 중등 도덕윤리교사들이 그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다.

 두번째로 이름을 내놓은 사람은 복거일.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익숙한 인물이다. 한국의 보수주의진영의 대표적인 인사이며, 영어공용화론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젊은 나이에 대단한 내공과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유명한 소설가이다. 또한 한국의 지식인 이념지도에서 비판적 자유진영에 속하는 한국일보 편집위원 고종석씨가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세번째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고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내가 괜찮게 보고 있는 인물이다. 예전에는 지금 열린우리당에 몸을 담고 있는 이부영 의원을 한나라당에서 유심히 바라볼 유일한 인물로 보고 있었는데 그가 열린우리당으로 옮기고 난 뒤에는 원희룡만이 지켜볼 만한 인물로 남아있다.

 네번째는 이한우. 조선일보 기자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한 인물로 현재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로 있다. 책도 무쟈게 써댔다.

 다섯번째로 김정호. 이 인물은 사실 처음 본다. 자유기업원 원장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름은 처음 접하고 대외적인 행보를 자제하는 인물인 듯 하다. 내 그물망에 걸려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섯번째 함재봉. 어디서 들어본 거 같으면서도 잘 모르는 인물. 연세대 정외과 교수라고 하는데 별로 관심없다.

 마지막으로 정성환. 서울대 국문과 학부 졸업생이고, 대학 때 <데일리안>이라는 인터넷 신문의 기자였단다. 나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아마도 '서울대'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갓 학부를 졸업한 사람에게 글을 쓰게 할 만한 곳은 아무데도 없으니깐. 

 필자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한도내에서 간략한 소개가 끝났다. 책의 전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먼저 말하자면 이 책은 '보수주의자의 보수비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주의자의 진보비판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 참 못마땅하다. '보수주의자의 보수비판'은 결국 자기들끼리 물어뜯으라는 건데 자기들끼리 물어뜯기는커녕 상대 진영에 대해 물어뜯기를 시도하고 있으니 이 책은 책 제목과 글 내용이 상반되고 있다. 주제를 줬는데 논점일탈했으니 논술고사 빵점이다.

 본래 책을 집필하자는 의도는 좋았는데 그 필진들이 영 아니올시다 이다. 하긴 보수진영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써야하니 이 사람들 아니면 쓸 사람도 없을 터인데 그 대표자들이 논점일탈을 해버렸으니 뭐 볼 장 다 봤다고 해야겠다.

 그래도 그중에서 괜찮은 글을 쓴 사람으로는 복거일과 원희룡을 들 수 있다. 이한우나 김정호, 함재봉 같은 이들은 결론은 보수주의자의 보수비판으로 내리면서도 근거로 삼고 있는 내용들이 죄다 보수주의자의 진보비판이라는 점에서 근거부실이다.

 일단 안된 글의 유형을 먼저 살펴보자. 그래도 보수주의자의 보수비판이라고 삼고 있는 근거라는 게 우리는 진보진영처럼 선전을 잘 하지도 못했고 잘 뭉치지도 못했다 라는 건데 이건 사실 진정한 의미의 보수비판은 아니다. 물론 비판은 비판이지. 진보를 본받아 우리도 변신을 꽤해 성공해보자 라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 비판은 비판인데 발전적인 비판이 아니라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비판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봐야겠다.

 그중에서도 김정호라는 잘모르는 이 인물이 펼치는 논리는 가히 못봐주겠다. 

 "진보진영은 외국의 것들에 대한 폐쇄성도 그러내고 있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는 안되고 한국의 영화는 된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 한국의 영화 소비자들이 원해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한국인은 한국의 영화인이 만든 것만 봐야 한다는 투이다."

 "쌀도 그렇지 않은가. 진보주의자들은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한다. 한국 사람은 한국 농민이 재배한 쌀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만한 차별이 어디 있는가."

 등등 많이 살펴봐야 타자치고 있는 내 손만 아프다. 김정호는 그의 글 전체에서 계속 이런 냄새를 풍기며 논리를 펼치고 있다. 굳이 명칭을 붙이자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의도생성의 오류' '의도확대의 오류'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 사람은 한국 농민이 재배한 쌀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식의 논리는 저들의 없는 의도를 아예 만들어낸 대표적인 부분이다. 그의 글 중 어느 한 곳만을 따와 이렇게 비판해봤지만 그의 글 전반에 걸쳐 이와 같은 논리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일단 이와 같은 글의 내용은 처음 지적한 바와 같이 '보수주의자의 보수 비판'이라는 주제에 대한 논점일탈임과 동시에 각종 오류 투성이로 점철되어 있다 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또 다른 이들의 글 또한 더 살펴봐야 내 팔만 아프고, 그중 괜찮은 이들이 복거일과 원희룡이다. 박효종 또한 봐야 눈만 아프다. 그는 아직 박정희과 전두환 시절을 살고 있는 인물이고, 여전히 국민을 가르쳐 교육시켜야 한다는 시각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복거일이 괜찮은 것은, 그가 보수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리고, 현재 보수가 부진한 이유를 살펴보는데, 그 내용들이 진보진영에 대한 비판이나 진보진영의 선전전을 본받자는 투가 아니라 정말로 보수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몇몇 인물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사고 후회를 하지 않은건 순전히 복거일 때문이다.

 나의 복거일에 대한 옹호에 대해 못마땅한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보수주의자 중에서 복거일에 대해서는 좀 특별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일정부분 자유주의자 고종석씨 때문으로 사료된다. 나는 고종석씨를 좋아하고, 고종석씨는 복거일에 대해 괜찮게 생각하니 나 또한 복씨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복씨에 대한 '한번 더'의 배려를 제외하더라도 이 책에서 건질만한 것은 복거일의 글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복거일의 글은 매우 짧지만 체계적이다. 보수를 정의내리고 보수가 부진한 이유를 드는데 첫째 현존하는 체제를 지지하고 변호하는 일은 어느 사회서나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체제를 옹호하기보다 비판하기가 쉽기 때문에 진보주의가 더 우세한 영향력을 키우게 됐다는 것이다. 일리는 있는 말이다.

 두번째 현 체제에 대한 태도들을 변별하는 일에서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일반적 관행에 내재하는 편향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는 보수라는 말과 진보라는 말이 가진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보수는 뭔가 안좋은 것 같고, 진보는 뭔가 좋은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말로 이도 일리는 있다. 

 셋째, 자본주의의 본질과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큰 지적 투자가 필요하다. 넷째,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정의롭지 못하다는 견해가 널리 퍼졌다. 다섯째, 우리사회의 거센 민족주의가 체제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왔다. 여섯째, 그리고 아마도 가장 직접적인 까닭은 보수의 핵심적 집단들이 모두 과거의 잘못들로 '오염'되었다는 사실일 터이다.

 이와 같은 말들로 보수가 현재 부진한 이유에 대해 진보를 거들먹거리지 않으면서 분석해냈다고 볼 수 있다. 대략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그는 보수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우리 체제에 대한 비판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우리는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둘째, 우리 시민들이 자본주의를 보다 잘 이해하고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정의롭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애써야 한다.
 셋째, 우리는 민족주의가 너무 극단적인 모습으로 분출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넷째, 어떤 이념이나 체제는 궁극적으로 그것들의 추종자들에 의해 판별된다.

 
 그러나 복거일에게서도 드러나는 헛점은 가장 중요한 보수진영에 대한 처절한 비판이 없다는 점이다. 보수가 부진한 이유를 살펴보자는 것이 아니다. 진보가 진보를 물어뜯듯이 보수도 보수를 물어뜯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그런게 없다. 그런점에서는 복거일도 다른 이들과 다를바는 없다.

 원희룡의 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그도 역시 보수에 대한 진정한 비판은 없다는 점에서는 이 책의 부제와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처음에 복거일과 원희룡이 그나마 낫다고 말 한 것은 다른 이들이 진보를 물어뜯으며 보수진영의 혁신을 꾀하려 하는 반면, 이들은 상대진영을 뜯지 않고 보수에 대한 성찰을 한다는 점에서 좀 낫다는 말이었다. 물론 원희룡의 글에서도 '진보의 보수비판은 정당한가'라는 부분을 통해 진보를 비판하지만 애교있게 봐줄만 한 부분이다.

 결국 글쓴이들 모두가 '진정한 보수비판'이라는 점에서는 별로 보여주는 바가 없었다. 오히려 이들이 이런 책을 낸 것은 책의 어떤 이들이 말하듯 진보진영의 선전전을 본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렇다면 저들은 이 책을 선전전의 한 유형으로 삼아 진보진영을 물어뜯으려 한 것이다.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보수비판은 여전히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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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5-05-30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쓴이 중에 제대로 정신 틀어박힌 놈이 하나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죠. 이한우, 박효종, 함재봉, 우와, 희대의 똘아이들이 한데 모였군요. ㅋㅋ 근데 복거일이 교수에요?

마늘빵 2005-05-31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넵 조갑제나 박지만도 가세했으면 딱이었을텐데

마늘빵 2005-05-31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기론 복거일 어느대학에 국문과 교수로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노부후사 2005-05-3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여... 복거일이 교수라는 말은 처음 들어서...

마늘빵 2005-05-3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어디서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ㅡㅡa 착각했나? ^^
 
신곡 - 김혜니 교수 에센스 세계문학 8
단테 지음, 김혜니 옮김 / 타임기획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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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나라로 가려는 사람, 영원의 가책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 파멸의 사람들 속에 끼려고 하는 사람은 나를 거쳐 가라. 나는 무한으로 이어지니 나를 거쳐 가려는 자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제3곡 주께 충성도 반역도 하지 않은 자들 - 지옥의 문 문구)-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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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김혜니 교수 에센스 세계문학 8
단테 지음, 김혜니 옮김 / 타임기획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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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말해도 누구나 다 아는 고전 중의 고전. 단테의 <신곡>이다. 단테의 <신곡>은 수많은 번역서들이 나왔지만 내가 읽은 단테의 <신곡>은 김혜니 교수의 에센스 세계문학으로 축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이런 고전들의 축약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축약본들을 읽는 것은 나의 직업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러나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완역본을 읽겠다는 마음은 언제나 가지고 있다.

 두껍고 어려운 고전인 <신곡>의 축약본인지라 이 책은 중고등학생을 독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물론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포함하여. 친절하게도 축약된 번역 뒤에 '작품 해설과 독서 토론'이라는 부분을 상당 분량 첨가함으로써 이 책을 가지고 어떻게 토론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사실. 이는 <신곡>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해야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지도준비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

 단테의 본래 이름은 알리기에로 드란테였는데, 드란테라는 세례명이 단테로 변해버려 이렇게 불리고 있는 것이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 총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에서 단테가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지옥편과 연옥편에서는 단테가 당시에 존경하는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의 안내자 역할을 하며, '천국편'에서는 단테가 사랑했던 여인 하지만 연이 이어지지 않았던 여인 '베아트리체'가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본래 <신곡>은 장문의 시이며 결코 소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시가 아닌 소설처럼 읽혀지는 것은 그 시가 장문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말로 번역되면서 그 시적인 묘미가 한층 떨어졌다는 사실에 기인할 것이다. 원어로 읽었을 때 어떤 시적인 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글로 번역된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지루하고 따분할 수 밖에 없다. 내용이 다 한결같이 재미없고 딱딱하다. 그래서 책이 얇음에도 불구하고 참 오랫동안 읽은 것 같다.

 단테의 <신곡>은 본래 'comedy'라는 제목을 갖고 태어났다. 즉 희곡이라는 의미였는데 데카메론을 쓴 보카치오가 이 앞에 'divine'을 붙이면서 '신곡'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성한 희곡'. 단테의 <신곡>이 희곡인 이유는 지옥과 연옥을 거쳐 결국 천국에 도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지옥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천국에 이른다.

 단테는 <신곡>을 왜 썼을까? 단테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이기도 하고, 베아트리체 때문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베아트리체 때문이라는 이유는 순수한 이유라기 보다는 단테가 <신곡>을 쓰게 된 동력이 됐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8살인가에 만난 호기심을 갖게 됐고, 16살인가에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고, 베아트리체는 다른 남자에게 갔고 24살인가에 죽었다. 베아트리체만을 사랑했던 단테는 죽을 때까지도 그녀를 사랑했었나보다.

 단테가 <신곡>에서 말하려는 바는 까발리고 말하면 이런 것 같다. "믿어라 믿을지어다. 그렇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하리라. 회개하라."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단테는 이 책의 지옥과 연옥을 통해 사후세계의 무서움을 알려주고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믿을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이는 비기독교신자이고 기독교의 이런 부분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나의 편협된 시각인지도 모르지만. 

 단테는 지옥과 연옥에 별의 별 인간을 다 집어넣는다. 폭식을 한 인간, 자살한 자, 타인을 해한 자, 고리대금업자, 위선자, 이간질 한 자 등등등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단테가 지옥의 제일 위에 올린 사람이 '주께 충성도 반역도 하지 않은 자들'과 '세례를 받지 않은 자들'이었다는 사실. 이 점은 이내 못마땅하면서도 당시 단테가 살던 시대를 생각해보면 그런 분위기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책을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나중에 완역된 책을 다시 읽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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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05-3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해문집인가 에서 이번에 새로 나왔다는데 한번 읽고 좋은지 말씀해 주세요. 재미있다 하시면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마늘빵 2005-05-3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지난준가 신문에서 봤어요. 기행문 형식으로 풀어썼다구 ^^; 기회되면 볼까 해요.
 
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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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클베리핀. 굳이 미국인이 아니더라도 이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허클베리핀은 '모험'을 상징하는 인물의 일반명사가 되어버렸다.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모험을 상징하는 다른 문학서 <톰 소여의 모험>과 함께 언급되곤 한다. 실제 <허클베리핀의 모험>에는 톰 소여가 중심인물로서 등장하고 <톰 소여의 모험>에도 역시 허클베리핀이 그의 친한 친구로서 등장한다. 두 소설은 어느 하나만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수많은 번역서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 언급하고 있는 1998년에 민음사에서 나온 이 번역서는 이전의 다른 번역서들과 달리 <허클베리핀의 모험> 완역판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 가을 로스엔젤레스의 한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된 마크 트웨인의 친필원고. 이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허클베리핀의 모험> 보다 100페이지 가량이 더 첨가되었으며 질적으로도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민음사에서 번역한 이 책은 분량이 매우 두껍다. 해설을 빼고만도 600페이지에 달한다. 그래서 어쩌면 청소년추천도서로 소개되곤 하지만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인해 쉽게 읽히는 내용과 상관없이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책인지도 모르겠다.

 작가 마크 트웨인은 어릴적부터 인쇄소 견습 식자공, 저널리스트, 수로 안내인, 출판업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미시시피 강 주변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은 이 소설뿐 아니라 <톰 소여의 모험>과 <미시시피강의 추억>에서도 미시시피강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으며 후에 이 세 소설을 일컬어 미시시피 3부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시시피강을 배경으로 장난꾸러기 허클베리핀이 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있을 무렵 만난 흑인노예 짐과 함께 겪는 모험담을 담고 있다. 소설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쉴새없이 펼쳐지는 구조로 되어있으며, 각각의 에피소드들에서 그리고 소설 전체에서 작가는 자연과 문명을 대립시키고, 문명을 비판하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문명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타락한 모습들을 아버지, 공작, 왕 등의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주고 헉과 짐, 톰 소여는 이들을 조롱하는 대립되는 인물로 묘사된다. 헉, 짐, 톰이 다른 이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조롱하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작가는 재미를 부각시키려한 것으로 보인다.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진중권씨가 어디선가 신랄한 비판보다는 웃음을 자아내는 조롱이 더 효과적인 비판 방법이라고 말했듯 마크 트웨인의 문명을 향한 조롱은 매우 유쾌하다.

 쉽고 재미있는 내용임에도 6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은 역시 내게도 부담스러웠고 이 책을 읽는데 이주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것은 시간의 부족과 여유없음, 게으름의 조합으로 인한 결과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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