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구판절판


수많은 견학을 통해 배운 바에 의하면, 결국 그 '집'이라는 건 세상 어디에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자신에게 기쁨이나 슬픔을 안겨 주는 그런 '집'이기를 바란 것이 착각이라면 착각이었다. -25쪽

모든 소망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진정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성취란, 결국 또다른 의미의 실망만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36쪽

현실은 무엇이 '단순히 있다'는 사실 외에, 그것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의식'이 전제될 때에만, '실현'될 수 있다는 이 말의 의미를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 '현실의 성질'은 '의식의 성질'에 의해 좌우된다고 대담하게 추론해 볼 수 있다. 특히 후자, '의식의 성질'은 모든 민족, 모든 인간들 사이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이 지구상의 수없이 많은 장소엔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현실이 존재할 뿐 아니라, 한 장소에도 여러 현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102쪽

그는 이제 자신을 '길잡이'라는 의미의 '인디카비아'라 칭했다.
사람들이 이 이름의 뜻을 물어오면 그는 습관처럼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길잡이 노릇을 하는 이정표는 비바람이 부서지고 썩기까지 해서, 그 자체론 아무 가치도 없는 나무 한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나무 토막은 자신의 몸 위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 스스로 읽을 수 없다. 설사 그것을 읽을 수 있다하더라도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안내하는 그 목적지에는 결코 가 볼 수도 없다. 하긴 자신이 세워져 있는 그곳에 머무르는 게 그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 이정표는 자신이 가리키는, 바로 그 목적지만 빼곤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으며, 그곳이 어디든 그의 가치는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목적지야말로 이정표가 아무런 쓸모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유일한 장소인 것이다. 그리고 인디카비아 자신은 지금 자신이 안내하려는 그 목적지에 있는게 아니므로, 그 길을 찾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말이다...-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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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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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로 코엘료의 모든 작품을 다 읽었다. 국내 출간된. 결과적으로 좋은 인상으로 시작했다 안좋은 인상을 가지고 나와 결별하게 된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또 번역되거나 출간된다고 할지라도 별로 사보고 싶지 않다. 책 값이 싸기에 확 다 질러버리긴 했지만 차라리 그 돈 모아 다른 좋은 작품 살 걸 그랬다는 후회도 든다. 누구에게나 맞는 스타일의 작가가 따로 있겠지. 당신은 단지 나와 맞지 않았을 뿐이야 라고 위로해본다.

  요전에 읽었던 <뽀뽀상자>(순전히 그의 작품은 아니고 그가 하나의 단편을 집어넣었을 뿐이다)의 별로 안좋았떤 느낌을 지워버리기 위해 한참 지난 후에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써본다. 왜냐면 비록 연달아 읽긴 했지만 한 작품에서 받은 안좋은 느낌을 그의 다른 작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악마와 미스프랭>은 그보다는 나았다.


  "선이 무엇이고, 악이 무엇인가?" 에 대한 대답을 이야기를 통해 내놓고 있다. 미스프랭은 선한가, 악한가? 범위를 넓혀서 당신은 선한가, 악한가? 나는 선한가, 악한가? 우리는 선한가, 악한가? 결국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어떤 자를 선하다고 말하고, 어떤 자를 악하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선과 악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간을 괴롭혀 왔다. 선과 악이 무엇이고, 어떤자를 선하다, 악하다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미 죽은 많은 이들이 고민해왔고, 저마자 대답을 내놓았지만 그것은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고민거리다.


  만약 어떤 이가 악하다고 하자. 그의 악함은 그가 태어날 때부터 악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가 살아오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에 의해 악함을 가진 것인가? 반대로 누군가가 선하다고 했을때 그의 선함은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


  어떤 한 개인의 내면에 깃들어있는 악함과 선함을, 소설은 풀어내고 있다. 미스프랭이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예수가 어쩌고, 유다가 어쩌고 하면서 기독교적인 지식들을 끄집어내놓는 통에 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나는, 게다가 기독교라면 조금 반감을 가지고 있는 나는, 파울로 코엘료의 이야기 속으로 깊이있게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어쩔 수 없는 거부감에. 하지만 확실한 것은 미스프랭이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선함과 악함을 모두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

 

  파울로 코엘료는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쨌거나 인류는 그 기원부터 영원히 분리된 두 대립항 사이에서 방황해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그리고 우리는 늘 우리 조상들과 똑같은 의심을 품고 지금, 여기에서 다시 만났다. 이 책의 목표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그와 관련된 전설들을 이용해 이 주제에 접근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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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5-09-2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번씩 제 속에 악마가 들어있다고 느낄때가 있어요.
잇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마늘빵 2005-09-2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잘못된거 같은데? 한번씩 천사가 들어있다고 느끼는게 아니고? ㅋㅋㅋ

이리스 2005-09-2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코엘료는.. 영... ㅡ,ㅡ

parioli 2005-09-25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엘료 한 권도 읽어보진 않았지만- 물론 앞으로도 안 읽을 거고-
대중적인 인기를 끈다는 자체가
이미 그 수준을 말해주는 거 아닐까요?

마늘빵 2005-09-25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 넹. 코엘료는 영...
pilatuskr 님 / (<-요고 머라 읽어야하죠?) 처음 뵙습니다. ^^ 훔. 전 그가 왜 이렇게 인기있는 작가가 되었는지 참 궁금합니다. 그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 중 다수가 그를 싫어하게됐다고 고백하는데 비해서 그의 인기는 너무나도 높아가고 있으니까요. 하긴 그의 명성 때문에 저도 그의 책을 모조리 보긴 했지요. 저 역시 그 판매율에 일조했다는... 쩝.

parioli 2005-09-2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기야 머 출판사에서 광고해대고 방송 한번 타고 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물론 뜰만한 책을 골라서 광고하겠죠.
암튼, 아프락사스님 서재 자주 들르고 있답니다. ^^
 
프랑스 고교생들의 우화철학
알렝 르 니네주 지음, 김웅권 옮김 / 이루파(범조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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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역시 책은 서점에서 직접 살펴보고 구입해야한다는 진리(?)를 또한번 깨닫게 해주는 선택이었다. 철학교육에 관한 대중서를 찾던 중 <프랑스 고교생들의 우화철학>이 눈에 띄었고, 그다지 많이 팔린 책은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는 종류의 책일거라 믿고 구입했다. 책의 내용은 제목에 걸맞았다. 하지만 같은 제목이라할지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읽혀질 수 있는가, 제목을 보고서 어떤 내용들을 추리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은 각각 다를터, 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이 책에서 기대했던 모양이다. 기대가 컸으니 실망도 컸다.

  초반 '옮긴이의 생각'에도 드러나듯 프랑스는 철학이 매우 강한 나라이고, 중고등학교 때부터 철학을 하기 때문에, 우리네 대학에서 하는 철학은 그들에겐 수준이하의 것인지도 모른다. 바칼로레아 라는 그들의 대입시험은 철학적 논술을 다루고 있고, 당연히 대학 입시가 철학논술이다보니 모든 중고교생들이 철학을 중시할 수 밖에 없다. 우리네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에 와서 논술이 강화된다 어쩐다 하지만 그 논술 또한 시험자의 깊이있는 사고방식을 엿보기 보다는 지식과 어학능력을 테스트하는데 몰두하고 있으니 다를 수 밖에 없다.

  <프랑스 고교생들의 우화철학>은 우화 한 두개를 가지고 각 장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불안을 이야기하면서는 '싯다르타에게 나타난 네 번의 계시' '율법의 파수꾼'과 같은 우화를, 지식과 비지식을 논할 때는 '탈레스와 하녀 트라케' '동굴의 맹인들과 포로들'이라는 우화를 가지고 풀어내고 있다. 철학적 주제를 탐구하는데 있어서 우화를 사용하는 것은 철학지식을 딱딱하고 하늘 저 높이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또하나의 길을 열어주는 것과 같다. 우화는 애초 어떤 교훈을 위하여 재밌게 쓰여진 글을 말하므로 누구에게나 친근하다. 그 친근함을 바탕으로해서 철학적 사유를 열어가는 식이다.

  하지만 우화를 이용해 하나의 주제를 펼쳐나가는 이 강의는 지나치게 많은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현학적으로 보이게하고, 그렇다고 주제에 깊이 접근하지도 않는, 이래저래 아무런 성과도 끌어내지 못하는 듯이 보인다. 실제 이것을 토대로 한 강의를 듣는 것과 그 강의를 글로 옮긴 것을 읽고 있는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강의는 충분히, 쉽게 머리 속으로 전달되지 않고 밖에서 겉돈다. 친숙하게 접근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예문이나 우화들도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 아닌 그들에게 친숙한 이야기들이라 흥미를 유발하지도 않는다. 그저 프랑스 고교생들 대상으로 이런 강의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차원으로 이 책에서 의미를 가져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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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교생들의 우화철학
알렝 르 니네주 지음, 김웅권 옮김 / 이루파(범조사) / 2005년 8월
절판


"철학은 시간을 죽이는 데도, 여가를 즐기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철학은 영혼을 만들어 갈고 닦아주고, 생활의 리듬을 조절해주며, 행동의 길잡이가 되고, 해야 할 일과 피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철학은 우리가 파란 많은 인생길을 항해할 때 암초를 피해 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세네카)-14쪽

"이야기를 할 때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자체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16쪽

"우리는 결코 지혜를 소유할 수 없다. 우리는 다만 지혜를 추구하고 '사랑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고유한 의미에서 지혜를 사랑하는 자, 즉 철학자가 될 수 있을 뿐이다."-24쪽

"철학을 한다는 것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에서 질문은 답변보다 더 본질적이다. 그리고 각각의 답변은 또다시 새로운 질문이 된다." (칼 야스퍼스)-25쪽

"윤리는 살아가는 기술이다. 그것은 대개의 경우 행복을 지향하며 지혜에서 절정을 이룬다."(콩트 스퐁빌)-27쪽

"행복, 그것은 삶의 멋 자체다. 딸기에서 딸기 맛이 나듯, 삶에서는 행복의 맛이 난다. 태양도 좋으며 비도 좋다. 모든 소리가 음악이다.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맛보고, 만지는 것은 행복의 연속이다. 고통과 아픔, 피로에도 삶의 맛이 배어 있다. 다른 것보다 특별히 나을 것은 없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알랭)-33쪽

"가난도, 유배도, 감옥도, 죽음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자체다."(에픽테토스)-57쪽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자는 자신의 감정을 투명하고 분명하게 이해하면서 즐거워한다."(스피노자)-77쪽

"순간을 잡아라"(carpe diem) (호라티우스)
"영원을 잡아라"(carpe aeternitatem) (콩트 스퐁빌)-121쪽

"이성은 막연한 추상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적인 분별 능력이다. 현자는 자신의 이성으로 선하고, 정의롭고, 좋은 것을 판별 할 줄 알고, 이런 가치에 따라 행동할 줄 안다. 지혜란 가능한 행동들에 대한 모든 관념 가운데 가장 올바르고, 가장 신중하고 가장 관용적인 관념, 달리 말하면 추구하는 목표인 행복에 도달하는데 가장 적합한 관념을 선택할 줄 아는 것을 말한다."(브뤼노 기울리아노, <지혜의 사랑>)

"나는 가능한 것의 한계 내에서 자신들의 예견에 따라 대체로 가장 훌륭한 해법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을 현자로 간주한다. 또 나는 그러한 판단력을 가능한 한 가장 신속하게 얻게 해 주는 훈련에 매진하는 사람들을 철학자로 간주한다."(소크라테스)-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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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1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구판절판


"주술이나 신화가 사물들 사이의 비유적 연관을 설정하는데 반해, 이들은 비유를 벗겨내고 사물들의 진짜 연관을 알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철학이 생겨난다."

"예술도 이제 주술이 아니게 된다. 예술은 '현실'과 '가상'이 분리되는 순간에 탄생한다."

"이제 주술은 서서히 예술, 종교, 철학이라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상징 형식으로 나뉘기 시작한다. 시대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가 결정적 역할을 발휘한다. 가령 신까지도 예술적 형상을 빌려 나타났던 고대 그리스와, 예술을 종교의 필요에 종속시키고 과학을 교회의 시녀로 만들었던 중세, 그리고 과학의 오만함이 극성을 부리는 우리 시대는 얼마나 다른가! 시대가 변하면 이렇게 그 시대의 지배적 상징 형식도 달라진다. 예술에서, 종교로, 다시 철학으로."-55-56쪽

"인간들의 삶 속에서 저렇게 현실과 가상이 분리되면, 드디어 문명이란 것이 시작된다."-61쪽

"빌헬름 보링거 라는 사람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리스처럼 축복받은 땅에선 인간과 자연 사이에 행복한 범신론적 친화 관계가 이루어진다. 이때 사람들은 '감정이입충동'을 갖게 되고, 그 결과 그리스 예술처럼 유기적이며 자연주의적인 양식이 발달한다. 하지만 이집트처럼 자연 환경이 척박한 곳에선 광막한 외부 세계가 인간에게 끊임없이 내적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때 사람들들은 이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추상충동'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추상적, 기하학적 양식이 발달한다."
-67쪽

"훌륭한 비극이 되려면,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악행이 아니라 악의 없는 중대한 '과오'의 대가로 불행해져야 합니다. 가엾다는 감정은 부당하게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 때 생기고, 두려운 감정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불행에 빠지는 것을 볼 때 생겨나니까요."-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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