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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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협동하고 타협하고 존중하고 유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당신과 동등한 존재이자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진 존재로 여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당신은 사랑하는 일에 자격이 부족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산업화된 세계의 남자들은 자신들에게 여자의 몸에 접근할 권리가 있으므로 여자가 그 권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부 이성애자 남자들은 요즘도 여성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일이 불합리하게 성가시다고 불평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남편에게 아내의 몸에 대한 무제한의 권리가 허락되었다는 사실, 그것은 곧 아내에게는 자기 몸에 대한 권리가 거의 없었다는 뜻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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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최근 "우리에게 달렸습니다."라는 슬로건하에 주변 사람들이, 특히 남자들이 잠재적 성폭행 피해자를 적극 보호해 줄 것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저 슬로건을 맥 빠진 제스처로 비판하기는 쉽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기념비적인 일이다. 미국의 반응이, 특히 캠퍼스 강간에 대한 반응이 달라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마침내 변화의 바람이 가장 큰 풍향계들에까지 도달했다는 뜻이다. 한 나라에서 제일 높은 권력들이 남자들에게 자신의 몸가짐뿐 아니라 주변 다른 남자들의 몸가짐에도 책임을 지라고, 변화의 주체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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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딜버트’의 작가 스콧 애덤스는 최근 우리가 가모장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섹스에 대한 접근성을 여자가 엄격히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은 상대가 당신과 섹스하기를 원하지 않는 한 당신은 그와 섹스할 수 없다는 뜻인데, 여기서 젠더 대명사를 빼고 말해보면 완벽하게 합리적인 소리로 들린다. 상대가 당신과 자기 샌드위치를 나눠 먹기를 원하지 않는 한 당신은 그의 샌드위치를 먹을 수 없다. 이건 당연한 소리고, 억압이 아니다. 이런 건 다들 유치원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하지만 만약 당신이 여성의 육체와 섹스하는 것은 이성애자 남성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믿는다면, 여자들은 노상 당신과 당신의 권리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는 짜증스럽고 불합리한 문지기처럼 보일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여자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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