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페이퍼백) -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정태식 옮김 / 페이퍼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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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로버트 D. 퍼트넘, “우리 아이들”, 정태식 옮김, 페이퍼로드, 2017.

 

올해 지금까지 읽은 최고의 책. 미국의 교육/사회 현실을 알고 싶거나, 어떻게 질적연구와 양적연구가 결합되어 매우 대중적이면서도 설득력있는 글을 만들어내는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하는 책.

 

하버드 교수인 저자는, 한 학부생이 낸 레포트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10년간의 수십 명의 팀과 함께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60년 전 미국에 비해서 지금의 미국은 얼마만큼 계층이동성이 떨어졌는지가 그 주제이다. 특히 이 계층이동성은 '교육'을 기준으로 탐색된다. 즉 자기 부모가 고등학교 이하 졸업한 이들 중에 자식이 대학 이상의 학위를 갖게 되는 비율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 본인의 1959년도 고등학교 동창생들을 조사하고 이들과 만나서 심층면접을 진행한다. 놀랍게도 이 때는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서로 이웃에서 살았고, 가난하든 부자이든 모두 "우리 아이들"로 여기면서 지원했다. 그 결과 가난해도 공부를 잘 할 수 있었고, 이들은 공동체의 지원을 받아 대학을 갔고, 놀랄만한 계층 이동성을 보여주는 전국적 지표로, 정말 "아메리칸 드림"은 참이었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근 6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극변했다. 더 이상 중상층은 노동자 계층과 함께 지내지 않고, "우리 아이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는지 여부는, 고등학교 성적보다는 자산과 더 관계가 깊다. 중산층의 6~7%만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데, 노동자계층의 60~70%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고, 많은 경우 부모 중 한명은 감옥에 있고,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중상층이 다니는 '공립'고등학교와 노동자계층이 다니는 공립고등학교는 말만 같은 '공립'고등학교이지 천지차이의 시설과 교사들로 이루어졌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차이를 발생하게 한 원인이 심층적으로 탐색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원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상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퍼트남은 미국 한 국가만 보고 있는데, 1959년의 미국과 2000~2010년대 미국의 중대한 차이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국가 뿐만 아니라 세계 속에서 미국을 봐야 한다. 2차세계대전과 한국전쟁 후 호황이라는 상황, 그 이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자본주의의 성장 동력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 등을 시야에 있지 않다. 읽는 입장에서는, 퍼트남이 왜 이러한 변화가 생겼는지를, 단지 사람들이 가난한 아이들을 우리 아이들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는 인식 변화로 정리하고 넘어가는 지점이 아쉬웠다. 어쩌면 1950~60년대의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의 배면에는 미국의 자본주의/제국주의와 세계의 관계(착취)가 놓여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계속 드는 것이다.

 

어쨌든 한국도 미국 정도의 격차는 아니지만, 분명 한국도 유의미한 격차를 보일 것이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이나 80년대 세계의 공장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한국은 선진국 수준의 경제 규모를 갖게 되었다. 명절 때 만나는 친척들 중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일제 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라고 말씀하신다. 그 보다 나이가 덜 드신 분들도, 요즘 애들은 좋은 세상에 살면서도 그걸 모른다고 탄식하신다. 반만 맞는 말씀이다. 1930년대나 1960년대 1980년대에 비해서 부는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러나 1960년대나 1980~90년대 사회생활을 했던 세대에 비해서 오늘날의 청년세대의 계층 이동성이 훨씬 떨어지는 것도 참일 것이다. 전망이 없다. 이는 나의 직관적인, 그리고 주변 청년들을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에 대한 퍼트남 식의 질적연구와 양적연구가 결합된 연구가 한국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퍼트남은 전국적 통계로 밑그림을 그리면서 동시에 심층 인터뷰로 노동자 가정의 학생들과 중상층 가정의 학생들을 대비시킨다. 미국 전역의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다양한 젠더와 인종의 사람들을 가르는 깊은 경계는 무엇보다도 계급이었다는 사실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보면서 미국의 현실에 경악하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미국의 연구 시스템에 감탄하게 된다. 퍼트남은 10년간 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마어마한 수의 재단에게 펀딩을 받아서, 수많은 연구원들과 함께 차근차근히 프로젝트를 진행해간다. 한국 인문학도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집단 프로젝트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학진 프로젝트 식으로 해서 그냥 한명씩 소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서 공동연구로서 결과물을 내야지만 도달할 수 있는 규모의 방대함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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