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은

모두 미래의 시간 안에 현존할 것이며,

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에 담겨 있다.

모든 시간이 영원히 현존한다면

모든 시간은 구원받을 수 없다.

있을 수 있었던 일은 하나의 추상으로

사색의 세계에서만

하나의 영원한 가능성으로 남는 것이다.

있을 수 있었던 일과 있었던 일은

언제나 현존하는 하나의 끝을 지향한다.

발자국 소리는 기억 속에서 메아리친다.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을 따라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문을 향하여


Time present and time past

Are both perhaps present in time future,

And time future contained in time past.

If all time is eternally present

All time is unredeemable.

What might have been is an abstraction

Remaining a perpetual possibility

Only in a world of speculation.

What might have been and what has been

Point to one end, which is always present.

Footfalls echo in the memory

Down the passage which we did not take

Towards the door we never opened

 

- T. S. Eliot, Burnt Norton, 네 개의 사중주 Four Quartets(1943) 중에서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을 참 재미있게 읽었기에 기대를 갖고 펼쳤다(알라딘에서는 지은이 표기가 "빅토르 마이어 쇤버거"와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로 달라서인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서지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입력되고 분류되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작가들도 어처구니없는 오기, 누락, 단절, 잘못된 연결이 이따금 보인다. 인터넷서점으로서는 기본적인 부분이고, 조금만 신경 쓰거나 찾아보면 방지할 수 있는 실수들이어서 아쉽다).





  2009년에 처음 나와 문제의식을 앞장서서 이끌던 책이다 보니, 지금 읽으면 고민이 설익은 느낌이 난다(번역본도 2011년 7월에 초판 1쇄가 나왔다가 2013년 7월에 개정판이 나왔다고 책 앞장에 써있는데, 개정되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알라딘에도 개정 여부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지은이가 평범한 재료를 가지고도 새로운 걸 원체 잘 버무려내는 분이라, 취할 부분들이 없지 않다.


  참고로, 요즘은 어법에 맞게 주로 '잊힐 권리'로 옮기는데,  개념이 주목받게 된 계기는 지은이의 2007년 논문부터였다.

  Viktor Mayer-Schoenberger, "Useful Void: The Art of Forgetting in the Age of Ubiquitous Computing", KSG Working Paper No. RWP07-022  (April 2007).

  https://ssrn.com/abstract=976541


  이따금 썼지만, 최신 논의는 (외국에서) 논문이 나오고, 어느 정도 학문적 토론을 거쳐 단행본으로 갈무리되고, 좋은 옮긴이를 만나 번역되기까지를 기다리기보다, 그때그때 따끈따끈한 논문을 바로 읽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2008년경부터 '잊혀질 권리'가 처음 언급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10년 동안 논문이 적잖이 나왔다.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은 유럽이다. 2012 GDPR(안)에 상세한 규정이 들어가고 2014. 5. 13. 유럽사법재판소(ECJ) 판결이 나오는 등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위 판결에서 ECJ는 검색엔진을 운영하는 구글에 대하여, 합법적으로 게재된 개인정보라도 정보주체가 요구하면, 정보주체 이름으로 검색하였을 때 나타나는 목록에서, 문제된 개인정보와 그 정보가 담긴 웹사이트로의 링크를 삭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다음이 Google Spain SL and Google Inc. v Agencia Española de Protección de Datos (AEPD) and Mario Costeja González 사건 판결문 링크.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uri=CELEX%3A62012CJ0131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수천 년 동안 기억과 망각 사이의 관계는 분명했다. 기억하는 것은 어렵고 비용이 들었기에, 인간은 무엇을 기억할 것인지를 추려야 했다. 즉, 기본값(default)은 망각이었다. 그러나 디지털화는 기억과 망각 사이의 균형을 역전시켜 기억하는 것을 잊는 것보다 손쉽고 값싸게 만들어 버렸다(왕창 찍은 사진에서 필요한 것만 남기고 지우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떠올려 보라). 게다가 이 기억된 정보들은 전지구적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되기까지 하게 되었다.


  사회적 망각과, 기록의 제도적, 의식적 삭제는,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시간과 함께 진화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인간은 과거 경험을 통하여 배웠고, 스스로 행동을 고쳤다. 그러나 디지털 메모리는 우리의 말과 행동을,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도 포괄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탈출 불가능한 시간적 원형감옥((temporal Panopticon)이다.

  보르헤스가 단편 「기억의 천재, 푸네스」에서 쓴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차이를 무시하고(망각하고), 일반화, 추상화하는 것이다." 망각을 통해 우리는 개별적인 것을 초월하여 일반적인 것을 포착할 수 있다. 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에 영원히 매여 있지 않고 현재에 닻 내려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 완벽한 기억은 숲이 아닌 나무들만 보도록 하는 저주이고, 사라지지 않는 잡동사니 정보의 불협화음이다. 디지털 기억은 망각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훼손하고, 개인과 사회의 학습 능력, 추론 능력, 상황 대응 능력을 위협한다.


  그 밖의 상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아래와 같은 정도로만 요약한다.

  지은이는 디지털 기억으로 인한 망각 실종 사태에 대한 잠재적 반응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북플에서는 표 형태가 온전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정보 권력
(정보 프라이버시 포함)
인지, 의사결정, 시간 
개인 디지털 금욕주의 인지적 조정
법률 프라이버시 권리 정보 생태계
기술 프라이버스 DRM 완벽한 맥락화


  그리고 '정보 만료일'을 통하여 디지털 시대에 맞는 망각 개념을 재도입하자고 제안한다.


  오늘도 알라딘에 미래의 족쇄가 될 수 있을 흔적을 많이 남겼다. 알라딘 자체의 내부 콘텐츠 검색기능이 그리 세련되지 않다는 점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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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안보를 위해 자유를 희생해야만 한다고들 말한다.


판사 리처드 포스너는, "9·11을 통해 이전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미국이 훨씬 큰 국제테러 위험에 처해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런 깨달음이 시민적 자유를 축소하는 조치들로 이어지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방 대법관 로버트 잭슨의 표현을 빌려 헌법이란 "자살 서약"이 아니라며,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헌법적 권리가 제한되어야만 제한되어야만 한다고 언급했다. (...) 작고한 전 대법원장 윌리엄 렌퀴스트도 비슷한 견해를 표명했다. "시민적 자유가 전쟁 시에도 평시에서 차지하던 만큼의 우선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있을 법한 일도 아니다." (...)


이런 주장들은 '시계추 논리'라고 부르는 견해를 담고 있다. 비상 시기에는 시계추가 안보 쪽으로 이동해 시민적 권리가 축소되었다가, 평시가 오면 자유 쪽으로 되돌아가 권리가 회복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시계추 논리는 반대로 되어야 옳다. 비상 시기야말로 우리가 가장 결연하게 자유와 사생활의 권리를 지켜내야 하는 시기이다(79-80쪽).


시계추 논리는 ‘권리와 자유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라고 보는 가정도 문제지만, 권리와 자유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 자유를 지키는 것은 위기 때 더 중요하다. 자유가 가장 크게 위협에 처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평화 시에는 불필요한 희생이 강요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시민적 자유의 보호를 절박한 사안으로 삼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에 판단이 흐려지고 시민들이 자유를 기꺼이 포기하려 할 때, 이때야말로 자유를 지키는 일이 절실하다. 지도자들이 빌리 버드를 처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려면, 위기상황일수록 단호하게 권리를 지켜야 한다(87쪽).


  조지 워싱턴 로스쿨 Daniel Justine Solove 교수는 Privacy Law 분야 권위자이다(조지 워싱턴대는 뜬금없이 'SKY캐슬'에 등장한 바 있다).

  Solove 교수는 이 책에서 '사생활=비밀 패러다임'에 입각한 사생활 vs. 국가안보 사이의 부당대립에 관하여 파헤친다. 논쟁에 단골로 등장하는(그리고 안보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게 하는) 논리들의 오류와 난점을 지적하면서 '실용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대안을 모색한다. 그는 효과적이지 않은 안보조치들을 엄정하게 평가하여 잘라내는 것은 행정당국으로 하여금 더 나은 안보조치를 탐색하게 하기 때문에, 사생활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안보의 승리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영장심사, 증거능력 판단 등을 통한 법원의 감독기능을 강조하여, 법원이 안보 전문가들을 닦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질문 던지고 논증하는 방식은 모범 삼을 만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 쓸모 있는 기준을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좋은 학자라 생각한다. 사생활 내지 사생활 침해의 '다양성'과 '사회성'을 짚어낸 통찰에서는 대가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장절 구성이 효율적이고 능란하며, 분량도 알맞다. 이제라도 발견한 것을 다행이라고 여긴다.

  신기술을 통한 효율적 발전보다는 차라리 진중하고 느린 안정을 택하자는 접근이 고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Solove 교수는 그 점에서 리처드 포스너나 그 아들 에릭 포스너와는 대척점에 선다. 그는 '러다이트 논변'을 반박하면서 실패할 때를 대비하지 못했다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앙버틴다. 타이태닉호의 자만에 대한 경계는 신기술의 거부가 아니요, 무겁고 사려 깊게 접근하자는 말이라는 것이다(위 '시계추 논리'에서처럼 argument를 줄곧 논리로 옮기셨는데, '논변' 정도가 어떨까 싶다. 번역가로 활동하시는 박사님께서 각주 등을 여러모로 꼼꼼하게 옮기신 티가 나서 번역에 큰 불만은 없지만, 이 분야 용어 선택에서 간혹 부자연스러운 데가 보이기는 한다). 여하간 모두는 아니더라도, 원론적으로는 대개 동의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Solove 교수는 홈페이지와 공동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https://www.danielsolove.com/

  https://concurringopinions.com/





  UC버클리 로스쿨 Paul M. Schwartz 교수(https://paulschwartz.net/)와 여러 권의 교과서를 함께 쓰기도 했다. 이들은 Privacy + Security Forum 등 학술대회를 공동주관하고 있기도 하다.




  인용된 책들을 활용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정리해 보았다. 논문들이 더 중요하나 생략...





  자주 인용되는 Orin Samuel Kerr 교수의 교과서들도 정리해 둔다. 조지 워싱턴 로스쿨에서 가르치다가 2018년부터 USC Gould School of Law (이른바 '남가주대' 로스쿨)에서 강의하고 있다. Volokh Conspiracy 블로그 http://reason.com/volokh 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끝으로, 앞서 본 https://concurringopinions.com/ 블로그 공동운영자들이 쓴 책이다. 주로 로스쿨 교수들이다.


  



(추가) 옮긴이 김승진 박사님 포트폴리오... 선구안이 느껴진다.


 



(2019. 2. 17. 추가) 다음 논문을 참고할 만하다.


장철준, "프라이버시의 기본권적 실질화를 위한 입론: 다니엘 솔로브의 실용주의 이론을 중심으로", 언론과 법, 제15권 제3호 (2016. 12.), 1-30.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07132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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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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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이걸 이렇게 무너뜨려버리면...
슬픈데 슬퍼할 수가 없잖아...

군더더기 없는 한 세월을 단숨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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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묵향 > 동심(童心)의 정원사

2년 전 리뷰를 페이퍼로 재작성




우리의 눈에는 푸르거나 핏빛의 반달이 보이고 검고 부드럽게 펼쳐진 덩어리나 표적처럼 핵을 안고 있는 원형질이나 인공적인 무관심으로 칠해진 유치한 실루엣, 탯줄에 연결된 태반, 유충, 녹색, 아메바, 길고 구부러진 필라멘트, 장난감이나 연을 닮은 방랑자의 대열 등으로 가득찬 변덕스럽고 코믹한 세계가 보인다. 그것은 대가에 의해 재생된 꿈의 세계이다…….

  비록 그의 회화에는 주제, 대상, 양감, 논리적 구성도 없지만 그래도 조형미가 있다. 이러한 조형미 때문에 그의 그림은 초현실주의가 붕괴한 때에도 살아남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그림의 매력은 이 모든 것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원시인이나 어린이의 스타일로 창조하는 것이다. 그가 우리 시대의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대는 우리가 잊어버렸고 또 거기에 향수를 느끼고 있는 언어를 말해 준 데 대해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의 시는 말로 표현될 수 없고 비현실적이고 씨앗의 단계에 있고 이제 막 시작하는 것에 대한 시다. 여기에 그 힘의 비결이 있다."

 

- Frank Elgar(46쪽, 이경식 교수가 번역한 Jacque Dopagne 평문에서 재인용)

 

나는 내 스튜디오를 화단으로 생각한다. 여기에는 아티초크가 있고, 저기에는 감자가 있다. 열매가 자라려면 잎사귀를 잘라 주어야 한다. 어떤 때는 가지치기도 해야 한다.

  나는 정원사처럼 일한다…….

  재료와 도구는, 대상에 삶을 부여해 주는 방식인 테크닉을 내게 부과해 준다. 내가 만약 끌로 나무를 공격하면 그것은 나를 어떠한 마음의 상태로 인도한다. 내가 붓으로 석판화를 그리거나, 침으로 구리판을 새기기 시작할 때 나는 나이지만, 다른 마음의 상태를 갖게 된다. 도구나 재료와의 대면은 충격을 발생시키고 이 충격은 궁극적으로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느끼게 될 생동감 있는 그 무엇이다.

  그림의 형태도 색깔만큼이나 단순화의 과정을 거쳤다. 단순화되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세부적으로 묘사되었을 때보다 더 인간적이고 살아 있다. 왜냐하면 세밀한 부분까지 다 보여주게 되면 모든 것을 확장시킬 수 있는 상상력이 결핍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국가간의 관계는 순전히 관료제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관료가 되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되는 문제이다. 진정으로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인간은, 국적이나 피부색이 무엇이든 모든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그릇된 자아를 제거해 버려야 한다. 내 경우, 미로, 즉 국경과 사회, 관료적 인습에 의해 제한된 사회에 속하는 스페인 화가임을 거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명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나아가, 완전히 무정부주의적인 개인적 제스처의 필요를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완전히 개인적인 제스처는 익명이기 때문이다. 익명이 됨으로써 일반성을 성취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어떤 것이 더욱 개인화되면 될수록 더 일반적인 것으로 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같은 과정을 통해 나는, 침묵 속에 숨겨진 소리, 부동(不動) 속에 숨겨진 움직임, 유한 속의 무한, 공허 속의 형태, 무명 속에서 나 자신을 찾게 되었다."

 

- Joan Miro(1959, 50쪽, 위 평문 중에서 재인용)



(* 어플로 보시면 아래에 나오는 표가 깨져 보이실 수 있습니다. 표를 보시려면 PC버전으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서문당 컬러백과 - 서양의 미술' 화집 시리즈 중 여덟 번째 권으로 2003년에 발행된 개정4판이다. 화가의 주요 작품들에 한국의 저명한 미술가, 미술평론가들이 작성한 간략한 해설이 붙어 있고, 그들이 저술 또는 번역한 평문이 실려 있다. 예컨대, 39권 마그리트는 박서보 화백이 해설을 맡았다. 1989년 초판을 낸 이래, 특히 먼저 나온 화집의 경우 많게는 네 번 가까이 개정을 하면서도, 안타깝게도 특별히 교정·교열을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큰 기대를 갖지 않고 화가의 작품세계를 주마간산 격으로 일별하기에는 충분하다. 시리즈는 2010년 4월을 끝으로 더 이상 추가되지 않고 있는데, 그 전모는 아래와 같다.

 

 1 피카소 11 밀레 21 라파엘로  31 앵그르 41 클림트
 2 샤갈 12 드가 22 렘브란트  32 들라크루아 42 레제
 3 고흐 13 모네 23 루벤스 33 터너 43 보티첼리
 4 르느와르 14 칸딘스키 24 고야 34 뒤러 44 벨라스케스
 5 세잔 15 마티스 25 쿠르베 35 보나르 45 고갱2
 6 고갱 16 뭉크 26 마네 36 푸생 46 고흐2
 7 모딜리아니 17 루오 27 위트릴로 37 뒤피 47 르느와르2
 8 미로 18 와토 28 로트렉 38 르동 
 9 달리 19 미켈란젤로 29 루소 39 마그리트 
 10 클레 20 레오나르도 30 쇠라 40 브라크 




   서양미술가에 한정하면, 이와 같은 '화집' 시리즈로는 최근에 나온 '재원 아트북' 시리즈,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Taschen 베이직 아트', 'Taschen 포트폴리오', '명작 400선', 'Art Book' 시리즈, 열화당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 시리즈, 예경 'Art Classic', '20세기 미술의 발견', 'I' 시리즈, 한중기가 엮은 이종문화사 '세계명화순례' 시리즈 등이 있고, 그 밖에 시케이북스 '고전 명작 순례' 시리즈와 알라딘에서 나온 책도 몇 권 있다.


  위 시리즈 중에서 특히 '재원 아트북' 시리즈는, 그동안 국내에서 출판된 화집들이 오류에 가까운 색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반성에서, 구미 각지에서 수집한 자료, 현지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 등을 바탕으로 원화에 가까운 색상을 재현하였다고 홍보하고 있다. 정밀 스캔 작업, 특수잉크 인쇄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고, 특별한 해설 없이 그림만 수록하고 있다. 완간된 50권의 전체 목록은 다음과 같다. 서문당의 포트폴리오와 상당 부분 겹친다.

 

 1 고흐 11 들라크루아 21 마티스 31 카미유 코로 41 엘 그레코
 2 고갱 12 렘브란트 22 파울 클레 32 조르주 쇠라 42 마네
 3 모네 13 고흐의 드로잉 23 뭉크 33 앙리 루소 43 세잔
 4 클림트 14 고흐의 수채화 24 몬드리안 34 칸딘스키 44 도미에
 5 브뢰겔 15 다 빈치 25 베르메르 35 르느와르 45 벨라스케스
 6 로트렉 16 다비드 26 알폰스 무하 36 드가 46 앵그르
 7 밀레 17 루벤스 27 케테 콜비츠 37 미켈란젤로 47 피사로
 8 에곤 실레 18 쿠르베 28 고야 38 보티첼리 48 터너&컨스터블
 9 모딜리아니 19 모로 29 라파엘로 39 지오토 49 무하 아르누보 양식집
 10 프리다 칼로 20 르몽 30 뒤러 40 에곤 실레&클림트 드로잉 50 프리드리히





  'Taschen Basic Art' 시리즈 중 마로니에북스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아직 번역될 것들이 다수 남아 있다(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순서이나, 시리즈 번호와는 다소 차이가 있음).

 

1 페르난도보테로 16 뒤러31 엘 그레코46 가우디61 뭉크
2 비디오 아트17 장미셸바스키아32 앙리 루소47 미켈란젤로62 모네
3 루시언 프로이트18 마그리트33 마티스48 프랜시스베이컨63 클림트
4 훈데르트 바서19 고갱34 뒤샹49 피카소64 에드워드 호퍼
5 안도 다다오20 세잔35 마크 로스코50 프리다 칼로65 달리
6 H.R.기거21 벨라스케스36 앤디 워홀51 모딜리아니66 샤갈
7 인상주의22 브뤼겔37 키스 해링52 베르메르67 카라바조
8 고야23 라파엘로38 팝 아트53 보티첼리68 고흐
9 초현실주의24 히에로니무스보스39 제임스 앙소르54 리히텐슈타인
10 입체주의25 몬드리안40 렘브란트55 르느와르 
11 개념미술26 칸딘스키41 루벤스56 알폰스 무하 
12 추상표현주의27 사실주의42 파울 클레57 드가  
13 뉴미디어 아트28 표현주의43 조지아 오키프58 프리드리히 
14 다다이즘29 다빈치44 윌리엄 터너59 로트렉 
15 미니멀 아트30 한스 홀바인45 마네60 에곤 실레 

 




 참고로, 마로니에북스 'Taschen 포트폴리오' 시리즈는 1 클레, 2 피카소, 3 칸딘스키, 훈데르트 바서, 5 마크 로스코, 6 달리, 7 마티스, 8 고흐, 9 클림트, 10 에드워드 호퍼, 11 샤갈, 12 로베르 두아노, 13 모네, 14 칼 라르손, 15 에셔로 구성되어 있는데, 위 화집들의 해설이 자세한 데 비하여 그림을 위주로 대체로 축약되어 있다.




  마로니에북스 명작 400선




  마로니에북스 '아트북' 시리즈




  마로니에북스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기행'




  마로니에북스 '아트오딧세이'




  마로니에북스 '파이돈 아트북'




  열화당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



  예경 'Art Classic'




  예경 '20세기 미술의 발견'




  예경 'I' 시리즈

  



  이종문화사 '세계명화순례'




  시케이북스 '고전 명작 순례'




  한국미술가들의 화집으로는, 서문당 'Art Cosmos' 시리즈, 헥사곤 '한국현대미술선' 시리즈, 재원 '지금, 한국의 아티스트' 시리즈, 꼬마심포니(다빈치기프트) '다빈치 갤러리' 시리즈, 한길아트 '한길 아티스트' 시리즈와, 대개 절판되었으나 시공사 '아르비방' 시리즈, 삼성문화재단 '한국의 미술가' 시리즈 등이 있다. 이들은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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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첫 호에서도 트럼프 까기는 계속된다^^;;;


  그건 늘 나오는 기사니까 치워두고, 이번 호에서는 20주년을 맞은 유로화의 오늘과 내일을 다뤘다(요즘 어린이들을 다룬 특집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일단 유럽 사람들 중 60% 이상은 단일 화폐가 자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약 75%가 그것이 유럽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다.


  "EUR not safe yet"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19/01/05/the-euro-still-needs-fixing


  "Undercooked Union"

  https://www.economist.com/briefing/2019/01/05/the-euro-enters-its-third-decade-in-need-of-reform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주년을 다음 문장이 잘 중간 결산하고 있다.


  "Neither its staunchest advocates nor its harshest critics have proved correct."


  단정짓기에는 여전히 이르지만, 여러 지표들이 보여주는 현실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Nevertheless, as the euro area enters its third decade it is still vulnerable to another downturn and underlying tensions are unresolved, if not sharpened. Past imbalances have left large debts that are only slowly being chipped away. Greece, Portugal and Spain have big external debts (see chart 1). Fiscal firepower is limited. Seven countries have public debt around or over 100% of GDP(see chart 2). The euro area has no budget of its own to soften the blow. The wider EU has one but it is small, at 0.9% of GDP, and is not intended to provide stimulus."


 



  새로운 10년에는 경제와 대중이 보여주었던 너그러운 기다림을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유로화에 대하여 비관적이었던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부터 정리해본다. 경제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면 국내에서는 책이 참 드문드문 감질나게 나온다.




  출범 초기에 기대를 담은 책들이 꽤 나왔으나, 충분하지 않다. 어빙 피셔의 『화폐착각』이 2016년에 번역되어 나와 있다.





덧. 입시에서 고른 기회를 주는 프랑스 같은 나라에 비하여, 학생을 까다롭게 선발하는 핀란드 같은 나라들이 역설적으로 더 높은 계층 이동성을 보인다는 흥미로운 기사.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University admissions) How straight is the gate?

  https://www.economist.com/europe/2019/01/05/selective-universities-appear-not-to-increase-inequ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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