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선생의 가깝고도 먼 나라 몇 권을 읽었다. 예전엔 그냥 글로 읽으면 귀찮고 힘들어 만화로 때우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읽어보니 그게 아니다. 만화는 한 컷마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에 중요한 것만 요약해서 넣지 않으면 분량이 끝도 없이 늘어진다. 그러면 긴박감이 떨어져 재미가 없어지고 책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오늘 문득... 그게 보였다. 만화 그림도 중요하지만, 집약적인 요약과 적당한 플롯을 유지해야 한다. 오늘 그게 보인다. 
















전혀 뜻밖인데 로마사도 만화로 나와있다. 흠... 애들에게 선물 사줘야 겠다. 재미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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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 세계 인류학의 패러다임 호모사피엔스
앨런 바너드 지음, 김우영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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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은 좋아하지만 즐겨 읽는 주제는 아니다몇 권의 인류학 서적을 접하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정식적인 인류학 책은 처음이다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펼쳐들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작은 사이즈와 다르게 촘촘하게 박힌 문자의 씨알들이 부담스러웠다마치 지도도 없이경험도 없이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듯한 두려움이 엄습했다신경을 곤두세우며 읽어 나갔다특히 머리말과 1장 인류학의 전망과 마지막 11장을 주의하여 읽었다워낙 인류학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그런지 진도가 조금씩 나갈수록 읽는 재미도 더해갔고인류학 역사와 이론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낯선 전문 용어들이 인류학에 낯선 필자에게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는 유익했다먼저 33쪽에 제시한 통시적 시각공시적 시각상호작용론적 시각의 도표를 염두에 두었다.


-통시적 시작

진화주의

전파주의

마르크스주의(일부 측면)

문화영역 접근법(일부 측면)

-공시적 시각

상대주의(‘문화와 인성’ 포함)

구조주의

구조기능주의

인지적 접근법

문화영역 접근법(대부분의 측면)

기능주의(일부 측면)

해석 주의(일부 측면)

-상호작용론적 시각

거래 행위론

과정 주의

여성주의

후기구조주의

기능주의(일부 측면)

해석 주의(일부 측면)

마르크스 주의(일부 측면)


이렇게 나누고 나니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조금씩 명료하게 다가온다통시적 시각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변화해온 과정을 살핀다공시적 시각은 동일한 시각에서 다양성을 살핀다상호작용론적 시각은 개인이 다른 개인들과의 경쟁에서 이득을 추구해나가는 메커니즘 또는 개인이 그가 처한 사회적 상황을 규정하는 방식’(33)에 주력한다저자는 인류학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통시적 시각에서 공시적 시각으로공시적 시각에서 상호작용론적 시각으로 이행되어 왔다.’(32)고 말한다그러니까 통시적 시각공시적 시각상호작용론적 시각이 따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시간의 흐름은 통시적에서 공시적으로공시적에서 상호작용론적 시각으로 축이 옮긴 것이다. 35쪽에서 사회와 문화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긴 하지만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 아무래도 가치는 낮아 보인다.


인류학의 기원은 고대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인간의 진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19세기 중반 무렵’(41)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인류학은 결국 진화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시간의 흐름을 따라 민족 이동에 따른 진화의 산물인 셈이다존 로크와 홉스가 인간의 본성은 성선설과 성악설로 구분하는 것과 그것을 사회 발달의 요소로 보는 것이 흥미롭다인간 본성에 대한 집착은 결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자연인을 건강하고 행복하며 자유로’(51)운 존재로 본 루소의 경우 자연법을 중시하고문명사회를 불평등을 심화하는 방식으로 발달’(52했다고 보게 된다법을 중시한 홉스의 경우는 그 반대다흡사 중국의 사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자연을 중시한 장자는 법과 통체를 악으로 보았고인간을 악하다 본 본 순자를 비롯한 법치주의자들은 법으로 최대한 통제해야 한다고 보았다인간 본성에 대한 미미한 차이는 정책을 수립할 때는 극단적 방향으로 흘러간다.


필자는 5장 기능주의와 구조기능주의를 유심히 보았다인류학에 생소하기에 두 사이를 명징하게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기능주의 개인의 행위사회제도가 개인에게 부과하는 제약그리고 개인의 욕구와 문화적·사회적 틀을 통해 그 욕구의 충족 간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각이다구조기능주의는 개인의 행위와 욕구보다는 사회질서 내에서 개인이 점하는 위치또는 사회질서의 구성 그 자체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119)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기능주의는 개인에 욕구에 관심을 두고구조기능주의는 개인의 위치에 주목한다필자의 소견으로 기능주의는 협소해 보인다이에 비해 구조기능주의는 뒤르켐의 사회학에 대한 주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필자도 뒤르켐의 자살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자살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가정과 사회 등의 주변 환경 등이 조밀하게 연결되어있고영향을 주고받는다개인의 자살은 먼저 관계의 죽음이 있어야 하고사회적 타살이 저질러진 이후이다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구조기능주의는 현대사회를 분석하는 중요한 틀이다.


9장 후기구조주의여성주의이단에서는 해체주의 성향이 드러났는데 저자는 이들의 공통점을 형식적 틀을 고집하는 기능주의와 구조주의에서 벗어난 문화와 사회적 행위의 관계를 좀 더 유연하게그리고 복합적으로 이해하려 한다’(249)고 정의한다인류학이 공시적 시각도 중요하지만시간의 흐름을 따라 관찰하는 통시적 시각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인류학도 시대의 사조(思潮)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다.


걱정으로 시작된 책 읽기가 즐거움으로 마무리되었다덕분에 생소한 인류학에 한눈에 들어와 ’ 잡는 행운도 누렸다앞으로 이 책을 참고삼아 깊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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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다. 윤동주의 시. 진정 스러져가는 별처럼 나약했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나라를 사랑했던 시인. 오늘 그의 시를 암송한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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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정신을 단 한 단어로 말하면, 합리성이다. 그러나 근대 정신은 다른 말로 물화이며, 객관 또는 개인의 탄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근대와 더불어 전체주의와 제국주의가 탄생한다. <1417년 근대의 탄생>을 물화를 <번역과 일본의 근대>는 과학적 사고를 <근대를 말하다>는 다양성을 말한다. 하지만 결국 근대는 신을 떠나 인간의 자유를 외친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민주주의라는 필연으로 이어진다. 기나긴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덕일의 <근대를 말하다>는 일본이 조선을 침략해 들어오면서 벌인 갖가지 사건들을 언급하지만, 결국 일본은 곧 근대라는 공식이 만들어져 있다. 그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쏜 것을 '일본 근대의 심장을 쏘다'라고 표현했으니까요. 
















도서출판 B의 책들인데.. 출판사도 낯설고 일본문학이라는 특이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금의 한국 현대사는 일본의 근대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본의 근대를 모르고 한국의 현대사는 없다. 해법은 일본에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근대는 서양 근대나 미국의 근대와는 다른 이질적이고 기이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그런면에서 중국의 근대는 서양의 근대사와 훨씬 더 닮아 있다. 더 연구할 주제이긴 하지만 일본의 근대는 현대 한국사의 암울한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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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의 수수께끼 - 성서 속의 금기와 인간의 지혜 호모사피엔스
최창모 지음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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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관련 책이란 말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충분한 호기심을 유발했다. 오래 전부터 인류학이나 고고학, 문화 등에 유심히 관심이 많이 가는 편이다. 그런데 일반 인류학이 아닌 성서의 금기를 다룬 책이다. 금기를 통한 인간의 지혜를 엿보는 책이라 옳을 것 같다. 기독교인으로서 성서의 금기를 다룬다는 것이 흥분되게 한다. 저자의 머리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서 속에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금기들이 있다. 상식적인 근친상관은 물론이고 월경에 대한 터부도 그렇고, 의상의 유별난 관심,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문신 등은 성경이 금지한 조항들이다. 그런데 이것뿐 아니라 고기와 치즈를 먹지 말라는 금지와 곡식을 기를 때 섞지 말라는 조항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왜 이런 금기 사항이 만들어진 것일까? 저자는 이해할 수 없는 성서의 금기들을 인류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풀어 나가는 재미를 준다.

 

모두 5장으로 나누었다. 1장에서는 금기가 무엇인지 성격과 기능들을 다룬다. 2.3장은 음식과 성에 관련된 금기를 분석한다. 4장에서는 금기를 통해 지배 원리를, 마지막 5장은 성서 연구과 관련된 연구사를 언급하며 마무리한다. 필자의 견해로 1장은 서론이자 금기가 무엇인지를 다루기 때문에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금기를 통해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이다. 이건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논문으로 발표했던 구조인류학적 관점이 아닐까 싶다.

 

 

성서의 금기는 하나님의 거룩과 깊은 연관이 있다. 저자는 터부는 금지와 성스러움이 결합한 이중의 개념’(32)이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룩한 하나님께 속한 이스라엘은 덩달아 거룩해지는 것이다. 부정한 것들로부터의 접촉은 거룩을 훼손한다. 터부는 거룩과 세속의 중간 지점, 애매모호한 즉 어중간한 중간지대’(33)이다. 어릴 적 문턱에 앉아 있다 할머니에게 혼난 적이 있는데, 이유가 문턱은 안과 밖의 모호한 경계였던 것이다. 그래서 문턱은 영과 속의 문인 셈이다. 성서의 창세기 4:7문지방에 죄가 귀신으로 있다.’는 번역이 특이하다. 2.3장의 많은 금기보다 1장에 나온 금기 신학에서 성서의 금기를 분명히 보여준다. 저자는 히브리 성서의 금기 신학은 창세기와 레위기에 기초한다.’(39)고 언급한다.

 

결국 금기의 원형으로서 에덴동산의 신화는 세계와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과 그로부터 창조된 인간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간격과 차이의 체계로 이루어진 질서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영원히 공전할 수밖에 없는 수수께끼가 된다.”(43)

 

많이 놀랐다. 단지 금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기에 저자의 통찰은 너무 예리하다. 금기가 대부분 특정 지배계층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전락’(58)하고 있다는 것, ‘전쟁이라는 단어가 빵과 그 어원을 같이하고 있는 것’(65) 등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짚어 준다. 결국 음식은 인간 사회에서 사회적 관계에 대한 하나의 물질적. 경제적 표현이며, 따라서 인간의 본질과 사회.문화적 특성을 설명하는 훌륭한 예’(65).

 

돼지고기 금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예로 돼지 혐오에서 환경 이론으로 풀어낸다. 고대 지방에서 돼지는 많은 이들에게 해로운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돼지는 반추동물(되새김질하는 동물)처럼 인간이 먹어야할 곡물을 나누어 먹지 않고도 고기와 젖을 제공’(82)할 뿐 아니라, 똥을 제공해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돼지의 음식은 인간과 같아 인간들의 경쟁자가 된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지금도 유목민이나 유랑민들은 돼지를 사육하지 않는다. 즉 돼지는 사치품이다.

 

성서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 이 책은 무척 많은 도전과 통찰을 주었다. 왜 진즉에 몰랐을까 아쉬운 마음까지 든다. 재판된 책으로 만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진다.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혀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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