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책에 미치다


집에 들어오니 아내의 얼굴에 겸연쩍은 미소가 떠오른다. 의자에 앉으며 하는 말.

"여보! 오늘 나 사고 쳤다!"

"엥? 사공? 무슨 사고?"

"책!"

"책? 사고 싶으면 사?"

"한 두 권이 아니고 많이!"

"많이? 얼마나?"

"24만원"

"........"

나도 책에 미쳐 살지만 한꺼번에 수십만원의 책을 산 적은 없다. 나의 의도를 간파한 아내는 다시 입을 연다.


"애들 읽을 거리가 없잖아. 애들 위해서 산 거에요."


괜찮다고 말했다. 나도 기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틀 뒤, 책이 도착했다. 시공주니어책이다. 일반 요약본도 아니고, 청소년용으로 편집된 책이 아니다. 완역판들이다. 햐~ 좋다. 정말 좋았다. 특히 맘에 드는 것은 양장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잘샀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다. 내가 읽을 판이다. 특히 예전부터 사려고 작정했던 C. S.  루이스의 나니어연대기 책이 있다는 것. 그게 최고 좋았다. 한동안 책 숲속에서 즐거움을 만끽할 것 같다.












 
 
 

닮고 싶은 사람들


따뜬한 신간. 딱 네 권. 이들은 나의 멘토이자 즐거운 삶의 소통을 들려 준다. 무뚝뚝한 소개문은 불친절하게 하지만 덕분에 호기심에 발동하여 찾아 본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간다. 특히 대지의 선물. 친 환경이 주는 특혜와 혜택을 배웠다. 윌리엄 사우더의 신간 <레이첼카슨> 환경 운동의 지평을 새롭게 쓴 여성운동가이다. 그런 힘이 어디서 온 것일까? 남자로서 부끄럽다. 
















시인의 가슴으로 지구의 숨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책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이 번역되어있고, 어린이 용으로도 간략하게 소개한 책도 적지 않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이 분을 몰랐을까? 그게 더 신기하다.  앞으로 이 분의 책을 많이 읽게 될 것 같다. 

<레이첼 카슨 평전(Rachel Carson: Witness for Nature)>
































 
 
 

벚꽃


심장 박동수를 높여지는 기분 좋은 선물






문득 벚꽃에 관련된 책이 있을까 궁금해 진다. 있다. 읽고 싶다. 이런 책은 벚꽃 아래서 읽어야 제맛이다.























 
 
 

밤새 안녕치 못했다. 뒤척이다보니 어느새 새벽이다.
하~ 이걸 어쩌나. 출근할 시간 다 되었는데.

어젯밤도 새로 산 책을 일다. 자정을 넘기고 말았다. 더이상 잠을 미뤄서는 안되겠다 싶어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하~ 이걸 어쩌나. 정신이 말똥말똥 잠이 오지 않는다.

어느새 잠시 들었는지 잠깐 눈을 떠보니 새벽이다. 허무하다. 잠도 못자고 책도 못 읽고. 괜 한시간 다 보냈다.
하~이걸 어쩌나. 일어날 시간 다 되가네.

덜깬 눈으로 책을 읽었다. 몽롱하다. 그런데 기분이 좋다. 잠이 온다.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 24독서의 역설-토끼와 거북이

 

어릴 적 좋아했던 동화였던 토끼와 거북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신이 난다. 어느 날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내기 한다. 토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웃는다. 길고 짧은 건 재봐야 한다. 많은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경주를 시작한다. 아니나 토끼는 거북이를 보기 좋게 따돌리고 저만치 앞서 나간다. 한 참을 가다보니 거북이 보이지 않는다. 경쟁자가 없어진 토끼는 재미가 없어 골인 점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나무 밑에서 쉬기로 한다. 아이고, 이걸 어쩌나. 토끼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깐 잠이 들었다. 거북이는 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앞을 향하여 엉금엉금 기어간다. 골인 점에 거의 도착할 즈음 토끼가 잠에서 깨어난다. 눈을 떠보니 거북이가 골인 점에 거의 다다랐다. 다른 동물들이 거북이를 힘차게 응원한다. 토끼는 놀라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골인 점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거북이가 앞서 들어간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동물 중에서 가장 느리다는 거북이가 빠르기로 소문난 토끼를 이긴 것이다.




토끼가 경주에서 진 이유가 무엇일까? 중간에서 잠을 잤기 때문일까? 맞다. 잠을 잤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경주하면지지 않을까? 아마도지지 않을 것이다. 토끼가 왜 잠을 잤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피곤해서가 아니다. 자신과 상대할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토끼와 거북이는 경주의 대상이 아니다. 거북이는 토끼를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토끼는 결코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이다. 경쟁할 대상이 사라지면 지루해지고 재미가 없어진다. 만약 노루와 경주를 했다면 절대 자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토끼는 결코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

 

빠른 것이 진리가 아니다. 새마을 운동 이후 급변하는 우리나라는 경이로운 경제발전을 이루어 빨리빨리가 입에 붙었다. 빠르면 좋은 것이고, 빠르면 옳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 어떤가? 빠른 것이 옳았는가. 아니다. 다시 시작해야할 판이다. 빠른 것이 결국 늦은 것이다. 처음부터 바르게 했다면 다시하지 않아도 될 터이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 기초가 닦이지 않는 역사는 높이 올라가면서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삼풍백화점이 그랬고, 성수대교가 그랬다. 빠른 것은 나쁜 것일 수도 있다.

 

독서도 마찬 가지다. 나도 다독과 속독을 즐겼다. 일 년에 수백 권의 책을 읽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 되돌아보면 남은 것이 없다. 마치 시험 하루 전 벼락치기 공부가 시험이 끝나면 뇌 속에서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린 것과 같다. 속독은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느끼지만, 하나도 남지 않는다. 가능한 천천히, 될 수 있는 대로 느리게 읽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진정한 독서는 입이나 머리로 하지 않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단 하나의 무지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알 때까지 읽고 또 읽고, 찾고 또 찾아야 진정한 앎에 이른다. 독서는 천천히 해야 한다.

 

3년 동안 소설 한권으로 공부한 선생님이 계신다. 읽어야할 책이 얼마나 많고, 알아야할 정보가 얼마나 많은 중학교 3년 동안 소설 책 한 권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 결과부터 말하자. 196320일 일본 최고 대학인 도쿄 대학 합격자가 발표 되었다. 당시 최고 명문고인 히비야 고등학교는 131, 소설책으로 공부한 나다 고등학교는 132,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기적의 교실>이다.

 

주인공은 나다 중학교 선생님인 하시모토 다케시다. <은수저>라는 소설책을 매 시간마다 읽고, 토론하고, 경험한다. 선생님의 주입식 교수가 아닌 학생이 중심이 된 수업이다. 아이들 스스로 호기심을 발동하며 수업을 중단하고 그것을 찾아 나선다. 한 번은 소설 중에 막과자 이야기가 나온다. 선생님은 막과자를 구입해 함께 먹으며 수업을 한다.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흥미를 느껴 빠져들게 하려면 무엇보다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22)

 

정답은 샛길 수업이다. 앞선 말한 것처럼 궁금한 것이 있거나 낯선 단어나 문장을 만나면 알 때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한 번은 소설의 주인공이 연 날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음 시간, 모두가 연을 만들며 실제로 연날리기 체험을 한다. 기가 막힌 수업이다. 소설 속의 이야기를 지식이 아닌 몸으로 경험하며 앎을 체득한다.

 

너무 늦게 가지 않을까? 학생들 스스로도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부를 통해 진정한 앎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가는 훈련을 통해 진짜 공부습관을 몸에 익힌다.

 

얇은 소설 책 3년을 들인다. 학생들이 흥미를 좇아서 샛길로 빠지는 수업, 모르는 것이 전혀 없이 완전히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도록 책 한 권을 철저하게 음미하는 숭고한 지독(遲讀:느리게 읽기)과 미독의 술로 리딩. 교사의 바람대로 <은수저>의 세계는 나다 학생들 중 축복 받은 6분의 1의 인생에 단단한 토대가 되었다.”(24)

 

하시모토 선생은 천천히 읽기가 정답이라고 확고하게 믿고 나갔다. 기적은 단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몇 가지 우연의 끈으로 서로 얽혀서 일정 기간 자라다가 때가 되면 연꽃처럼 하고 단숨에 개화한다.”(76) 그렇다. 천천히 읽으면 읽을수록 더 확고한 지식을 습득한다. 무엇보다 함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의 습관을 체득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