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역사
송장유경 지음, 허일범 옮김 / 경서원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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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유경의 밀교역사를 읽는데 너무 어렵다. 전문용어만을 사용하다보니 난감하다. 불교 전공자나 아니면 최소한 불교의 역사를 어느정도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읽기 힘든 책이다. 


밀교는 대승불교가 쇠퇴 또는 관념적으로 변하면서 반동으로 일어난 개혁 운동 중의 하나다. 밀교는 철저히 몸의 불교인 셈이다. 


"현시점에서 대승불교에서 밀교에로의 사상적인 전개과정이 명확하게 추정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밀교의 특색은 대승 불교의 사상적인 발전과정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대승불교가 본래 가지고 있던 신비주의적인 경향과 의례적인 요소를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고도로 발달된 대승불교 철학을 독자적인 실천 체계 속에서 구상화 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원시불교에서 부파불교로, 부파불교에서 대승불료로 발전 또는 변화된다. 이때 대승불교과 초기의 실천적인 측면이 약화되고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성향으로 발전하자 개혁하게 된 것이 밀교이다. 밀교는 성교를 통해 통제하는 득오의 과정이다. 


밀교는 일명 탄트라(Tantra)라고 부르는데, 탄트라는 샤크티파의 경전으로 힌두교에서 80년 때부너 일어난 성력 숭배의 일종이다. 밀교는 인도에서 추방되어 다시 티벳으로 넘어 간다. 티벳불교는 밀교였던 것이다. 주술과 신비로움, 샤머님즘 등이 교묘하게 혼합된 것이 발교 밀교인 셈이다. 


책이 어렵다. 아니면 솔직하지 못하고 너무나 답답하게 전개하는 양상이 일반독자들에게는 달갑게 오지 않는다.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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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7-03-21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교하면 그저 공작왕 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한참 그 만화에 빠져 있을 땐 밀교=주술 이라는 공식이 비단 저만의 건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카스피 2017-03-21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저도 밀교하면 공작왕이 떠오르더군요^^
 
금기의 수수께끼 - 성서 속의 금기와 인간의 지혜 호모사피엔스
최창모 지음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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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관련 책이란 말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충분한 호기심을 유발했다. 오래 전부터 인류학이나 고고학, 문화 등에 유심히 관심이 많이 가는 편이다. 그런데 일반 인류학이 아닌 성서의 금기를 다룬 책이다. 금기를 통한 인간의 지혜를 엿보는 책이라 옳을 것 같다. 기독교인으로서 성서의 금기를 다룬다는 것이 흥분되게 한다. 저자의 머리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서 속에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금기들이 있다. 상식적인 근친상관은 물론이고 월경에 대한 터부도 그렇고, 의상의 유별난 관심,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문신 등은 성경이 금지한 조항들이다. 그런데 이것뿐 아니라 고기와 치즈를 먹지 말라는 금지와 곡식을 기를 때 섞지 말라는 조항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왜 이런 금기 사항이 만들어진 것일까? 저자는 이해할 수 없는 성서의 금기들을 인류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풀어 나가는 재미를 준다.

 

모두 5장으로 나누었다. 1장에서는 금기가 무엇인지 성격과 기능들을 다룬다. 2.3장은 음식과 성에 관련된 금기를 분석한다. 4장에서는 금기를 통해 지배 원리를, 마지막 5장은 성서 연구과 관련된 연구사를 언급하며 마무리한다. 필자의 견해로 1장은 서론이자 금기가 무엇인지를 다루기 때문에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금기를 통해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이다. 이건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논문으로 발표했던 구조인류학적 관점이 아닐까 싶다.

 

 

성서의 금기는 하나님의 거룩과 깊은 연관이 있다. 저자는 터부는 금지와 성스러움이 결합한 이중의 개념’(32)이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룩한 하나님께 속한 이스라엘은 덩달아 거룩해지는 것이다. 부정한 것들로부터의 접촉은 거룩을 훼손한다. 터부는 거룩과 세속의 중간 지점, 애매모호한 즉 어중간한 중간지대’(33)이다. 어릴 적 문턱에 앉아 있다 할머니에게 혼난 적이 있는데, 이유가 문턱은 안과 밖의 모호한 경계였던 것이다. 그래서 문턱은 영과 속의 문인 셈이다. 성서의 창세기 4:7문지방에 죄가 귀신으로 있다.’는 번역이 특이하다. 2.3장의 많은 금기보다 1장에 나온 금기 신학에서 성서의 금기를 분명히 보여준다. 저자는 히브리 성서의 금기 신학은 창세기와 레위기에 기초한다.’(39)고 언급한다.

 

결국 금기의 원형으로서 에덴동산의 신화는 세계와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과 그로부터 창조된 인간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간격과 차이의 체계로 이루어진 질서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영원히 공전할 수밖에 없는 수수께끼가 된다.”(43)

 

많이 놀랐다. 단지 금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기에 저자의 통찰은 너무 예리하다. 금기가 대부분 특정 지배계층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전락’(58)하고 있다는 것, ‘전쟁이라는 단어가 빵과 그 어원을 같이하고 있는 것’(65) 등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짚어 준다. 결국 음식은 인간 사회에서 사회적 관계에 대한 하나의 물질적. 경제적 표현이며, 따라서 인간의 본질과 사회.문화적 특성을 설명하는 훌륭한 예’(65).

 

돼지고기 금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예로 돼지 혐오에서 환경 이론으로 풀어낸다. 고대 지방에서 돼지는 많은 이들에게 해로운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돼지는 반추동물(되새김질하는 동물)처럼 인간이 먹어야할 곡물을 나누어 먹지 않고도 고기와 젖을 제공’(82)할 뿐 아니라, 똥을 제공해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돼지의 음식은 인간과 같아 인간들의 경쟁자가 된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지금도 유목민이나 유랑민들은 돼지를 사육하지 않는다. 즉 돼지는 사치품이다.

 

성서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 이 책은 무척 많은 도전과 통찰을 주었다. 왜 진즉에 몰랐을까 아쉬운 마음까지 든다. 재판된 책으로 만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진다.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혀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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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싸우지 않는 지혜 - 인연 따라 간결하게 산다
곽철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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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이 좋다. '인생과 싸우지 않는 지혜' 그렇다면 동반한다는 말인가? 표지에 적힌 '인연 따라 간결하게 산다'는 표현은 조금 모호하다. 저자의 이름은 곽철환, 동국대 출신이며, 아마도 글 쓰는 스님? 아닌가? 하여튼 그런 분이다. 지금까지 쓴 책도 적지 않아 보인다. <불교 길라잡이> <이것이 불교의 핵심이다> 등을 썼다고 소개한다. 처음 접하는 저자다. 기독교인인 내가 불교 책을 접할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적지 않게 읽는 편이다. 많은 불교 관련 저자들이 있지만 정찬주 외에는 기억나는 이이가 없다. 그만큼 불교 쪽에서는 문장력 있는 이들은 적은 것 같다. 


몇 달 전 안도현 시인의 <잡문>처럼 짧은 글로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걷다가 생각나면 적고, 눕다가 생각나면 적은 글이다. 


생각이 여러 군데 가는 것 같아도
가는 데는 딱 두 곳이니
과거와 미래다.
그 생각들은 다 자신이 '꾸민 이야기'고 허상이다.


뭐 이런 식이다. 또 하나를 옮겨보자.


생각이 일어나니
온갖 분별과 차별과 개념이 생긴다.
중생은 그것을 고정된 실체로 여겨 얽매이고 집착하지만,
그것은 생각이 일으킨 허구다.


작년 여름 불교 관련 서적을 수십 권 사서 읽었다. 결론을 내릴 수야 없지만 나름 생각을 정리하면 불교는 종교가 아닌 철학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불교에 교리는 없다. 다만 여러 가지 득도의 과정이 있을 뿐이다. 불교를 공부하다 발견한 것 하나는 힌두교가 훨씬 오래된 종교로 알았는데 아니었다. 불교는 기원전 6세기에 발흥했고, 힌두교는 불교가 인도에서 수그러들자 반동으로 발생한 토속 종교였다. 그래서 힌두교를 불교 훨씬 이전으로 돌리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억지스럽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불교는 훨씬 원시적이다. 


어떤 말을 듣든,
어떤 일이 일어나든,
집착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이게 수행의 시작이다.


명료한 이성적 이해를 요구하는 성향을 가진 기독교인이 불교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불교는 무와 허를 추구하는 득도(불교에서는 득오得悟라 부른다.) 를 추구한다. 실제로 초기 불경을 보면 굉장히 유치하고 인간적인 면이 강하다. 이것은 성경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체계화되고 관념화된다. 개인적 사견이지만 불교의 관념화는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마음이 오염되었다는 것은
2분의 분별과 감정에 물들었다는 뜻이다.


아직 불교를 이해하기엔 마음의 그릇이 작은가 보다. 난 정찬주의 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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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 시간을 초월하는 목회와 설교의 핵심 원리
찰스 J. 브라운 지음, 우상현 옮김 / 세움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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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은 '설교'에 관한 책이다. 찰스 J. 브라운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국교회 목사다.그는 1843년 '대분열' 사건을 맞이해 '자유교회'로 옮겨간다. 이것은 권위와 목회자 중심의 국교회 체제를 거부하고 자유롭고 시민중심의 목회로 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브라운의 신앙정신은 목회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그는 한마디로 집요한 열정의 소유자였다. 교인들은 '공부하는 사람'들로 만들었다. 안일한 자세로 교회만 오가는 교인들로 두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집념의 일부가 책 속에 담긴 기도에 대한 충언 나온다. 공적 기도를 자신의 자랑이나 지루한 시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에 이러한 발상은 혁신적이었고 도전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러한 시도들을 멈추지 않았다. 



이 책은 일종의 신학생들이 읽어야할 목회이야기로 채워져있다. 하지만, 개혁적 교회를 원하는 일반교인들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중요한 이야기들도 적혀있다. 목회는 목사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긴 하지만, 교인들은 방관자가 아니다. 그들은 함께 동역하는 이들이다. 시민이 국가의 정책에 합력해야 하지만,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듯이 말이다. 시민정신의 결여로 인해 국가는 행패와 집권남용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이것처럼 교인들의 깨어있는 정신은 바른 교회를 만들어 낸다. 


이 책은 자유가 있다. 탈권위 시대를 우려하는 목사들은 이 책의 말하는 바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저자는 1장에서 목회자의 경건생활을 유독 강조한다. 경건의 힘은 성경에서 나오면, 성도를 바르게 지도하는 원리다. 최근에 목사들은 성경을 읽지 않고 설교용으로 이용한다. 잘못된 방법이다. 성경의 원 정신을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정치가가 법을 모르고 아무렇게나 하는 것과 같다. 필요할 때만 법전을 가져와 정신을 배우지 않고 악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한다. 그것이 진짜 목회고, 그것이 진짜 정치다. 


모든 목회의 근본은 사랑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사람 사랑으로 실천된다. 목회는 이러한 사랑의 정신에 결코 반해서는 안 된다. 목회가 조선시대 목사와 너무나 닮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목사들은 정약용의 <목민심서>부터 읽어야할지 모른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목회의 정신, 정치의 정신은 오로지 교인과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제발 교인들을 무지하게 만들지 말라. 백성들을 우민화정책으로 바보 만들지 말라. 그것은 결국 목사, 정치인 스스로를 죽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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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1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목사는 박근혜를 사랑하더군요.. ^^;;

낭만인생 2016-12-12 21:55   좋아요 1 | URL
제가 볼 때 그분들은 진심으로 공의와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로고스 씨와 연애하기 - 케냐에서 날아온 특별한 말씀 묵상
이상예 지음 / 세움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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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 권의 성경 묵상 집을 소개할까 합니다. 케냐 선교사님으로 사역하고 계시는 이상예 선교사님의 <로고스 씨와 연애하기>(세움북스)입니다. 이상예 선교사님은 아내이자 엄마이고, 선교사입니다. 신학대학원을 다니던 중 신학 공부를 하다 정체성이 흔들려 고민을 하다 성경 묵상을 통해 소명을 되찾은 경험이 있습니다. 성서유니온선교회의 <어린이 매일성경> 고학년용을 집필하고 있으며, 미국 풀러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를 받은 지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상예선교사님의 묵상집은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녀는 왜 선교사가 되었을까요? 하필이면 케냐 선교사로 말입니다. 서두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로고스(Logos, 말씀)씨와 연애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즉 말씀 묵상을 하다 케냐 선교사의 소명을 발견하고 헌신하게 된 것입니다. 더 나아가 선교사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낯선 땅에서 나그네(외국인)로 살아가는 일은 위험합니다. 그러나 로고스 씨 없이 사는 삶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위험합니다. 그래서 저는 나그네가 되기로 했습니다.”

 

이 책은 자신의 소명의 원천이요, 삶의 근거가 되는 말씀 묵상을 기록한 것입니다. 날마다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것은 없습니다. 묵상도 마찬가지죠. 권태가 끼어들고, 실망도 찾아오고, 미움도 일어납니다. 그러나 다시 말씀으로 화해합니다. 말씀은 삶의 중심이 되어 선교사님을 인도해 갑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의 묵상은 조금씩 엇나가는 삶의 방향을 바로 잡아 줍니다.

 

이상예 선교사님은 묵상을 통해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달았고, 날마다 묵상함으로 큰 죄에 빠지지 않게 삶을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말씀 묵상이 주는 기본적인 도움입니다.

 

이 책은 네 가지 큰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화, 말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낢마다 하나님의 거룩을 닮아 가려는 몸부림입니다. 일상, 그리스도인의 일상은 하나님의 일하시는 현장이며 사역터입니다. 일상을 통해 하나님을 체험하며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게 됩니다. 공동체, 관계는 하나님의 본성입니다. 사랑은 공동체를 통해 증명되며,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고 위로하고 격려함으로 돈독해 집니다. 선교와 사역,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부르심의 현장입니다. 이상예 선교사님은 이러한 네 가지 핵심 주제를 묵상의 방향으로 정하고 차곡차곡 풀어 나갑니다.

 

제가 이상예 선교사님의 묵상집에 푹 빠진 이유는 신학적 바탕이 깊이 스며들어 있으면서도 현실에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풀어 나가는 것 같은데 어느새 성경의 사건과 인물이 지금 저의 환경과 모습이 되어 나타납니다. 그래서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예를 들어 첫 장 솔로몬 행각 거닐기에 보면 두 단락으로 나누었습니다. 앞 단락은 가슴에 돌을 품고 다니는 유대인과 그들을 거절치 않고 만나주시는 예수님의 이야기입니다. 뒷단락에서 마음속에 숨겨둔 나의 상처 이야기로 슬며시 바꾸어 놓습니다.

 

그분이 솔로몬 행각을 거닐고 계셨을 때, 나는 잠자코 뒤를 따랐다. 뒤에 남기시는 발자국마다 양에 대한 사랑이 묻어 있었다. ... 그분이 내 손을 살며시 잡았다. 따뜻했다. 다시 한차례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은 한동안 상처를 핥은 후에 지나갔다. 진물이 꾸덕꾸덕 마르기 시작했다.”(23)

 

한편의 서정시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의 치유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존의 교훈식의 묵상집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상예 선교사님은 깊은 성경의 우물에서 시원한 생수의 언어를 퍼내는 언어의 마술사입니다. 몇 문장을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그리스도는 과학적, 지시적인 언어로 포획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관계적인 언어로 만날 수 있는 인격이시기 때문이다.”(20)

 

낮의 아들이 되지 못함은 두 마음 때문이다. 빛을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과 그것을 거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에 서있다.”(43)

 

염려는 흔한 인생의 재료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여러모로 마음을 써서 걱정하는 일은 케냐의 옥수수나 수쿠마(케일 종류)처럼 예사롭다.”(72)

 

형이상학적 신학의 교리들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 현실에 깊이 뿌리내린 언어들로 풀어냈습니다. 그래서 인지 이상예선교사님의 묵상집을 읽고 있으면, 나도 그곳에 있는 것처럼 동화되고, 남이 아닌 나의 이야기로 친밀하게 다가옵니다. 선교현장인 케냐의 사진들은 낭만적이면서도 애정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사진도 이상예선교사님이 직접 찍은 것들입니다. 표지에 <묵상, 시가 되고 수필이 되고 노래가 되다>라고 적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말이 진심임을 알게 됩니다.

 

제가 손을 크게 다쳐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이 책을 읽었는데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아내와 사별한 후 고작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이라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렸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이러한 갈등과 우울감에 빠진 나에게 소명을 일으켜 세워주고 살아갈 힘을 주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하나님을 깊이 사랑하고, 말씀 속으로 빠져들길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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