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발견 - 앞서 나간 자들
마리아 포포바 지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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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 무엇일까? 신비적 존재로 여겨져 왔던 인간은 과학의 발달로 분자들의 집합체에 불과한 것일까? 사실 이러한 해설은 인간을 설명하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인 마리아 포포바는 지독한 독서가이자 비평가이다. 그녀가 쓴 문예비평 사이트인 ‘브레인 피킹스’는 미국 의회 도서관의 영구적인 디지털 기록보관소 명단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도대체 그녀는 인간, 아니 사람을 어떻게 본 것일까?


요하네스 케플러, 마리아 미첼, 허먼 멜빌, 엘리자벳스 배럿 브라우닝, 마거릿 풀러, 찰스 다윈, 윌리어미나 플레밍, 해리엇 호스머, 에멀리 디킨슨, 레이첼 카슨, 익숙하지만 낯선 이름들이 목차를 대신하고 있다. 800쪽이 넘어가는 분량이 나를 놀라게 하기는 했지만, 내용은 더욱 놀라웠다. 치밀하게 조각된 인간에 대한 세공은 책을 덮고 나면 영롱한 빛을 비춘다. 물론 기독교인으로서 인정하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지만 말이다. 인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시사뉴스이기도하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의 순수한 설렘, 미지의 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석에서 지식의 작은 조각을 직접 깎아낼 때 느껴지는 희열이었다.”(53쪽)


이 문장을 이 책의 주제라고 말하면 억지일까? 비록 정답은 아니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문장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소개되는 인물들은 보이지 않는 천장을 뚫고 하늘로 비상하려 했고, 한계의 편협을 깨고 무한의 세계로 도약하려 했던 인물들이다. 이 문장은 정확히 그렇게 말한다.


“당시 교사는 여자가 결혼하면서 남편의 경제적 원조를 받기 전까지 잠시 거치는 직업으로 여겨졌지만 바로 한 세대 이전에 엘리자베스 피보다 이 관습을 뒤집고는 교육을 결혼으로가는 기착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종착지로 만들었다.”(193쪽)


그러니까 저자는 인간의 존재물음에 대한 답으로서 요하네스 케플러로 시작된 인간탐구를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까지 이어오면서 답을 준다. 아이러니함은 마지막 주자인 레이첼 카슨이 암으로 생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마무리할까? 사뭇 궁금했다. 슬프게도 비극으로 끝난다. 청아하게 아름다운 비극으로.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나도 죽으리라. 당신도 죽으리라 우주적 관점에서 아주 잠깐 자아의 그림자 주위로 뭉쳤던 원자들은 우리를 만들어낸 바다로 돌아가게 되리라. 우리 중에 살아남게 될 것은 기슭 없는 씨앗과 우주먼지뿐이리라.”(834쪽)


이 책의 주인공은 단연코 마거릿 풀러이다. 안타깝게 그녀는 미국으로 향하던 엘리자베스호에서 생을 마감한다. 어쩌면 이 책은 인간의 무용성(無用性)성에 관한 것인지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면 저자의 깊은 한숨이 들린다. 절망 속에 숨겨진 초연의 한숨이다. 


“그동안에도 세계 어디선가에서는 누군가 사랑을 나누고 있으며 누군가는 시를 쓰고 있다.”(833쪽)


필자의 어리석음 때문인지 저자의 ‘주장’보다는 ‘문장’에 밑줄이 그어진다. 나만 그럴까?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문장들은 떨리는 손으로 밑줄을 긋게 한다. 허무한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놓치고 싶지 않아 밑줄 친 문장을 덧댄다.


관측된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성실함은 교향악적 상상력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30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인간의 마음을 통해 세계의 모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156


친숙한 것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사건과 만날 때, 현실의 지도가 변화하고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도록 떠밀린다. 295


미국에는 호스머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지금 호스머는 기쁜 마음으로 문화적 난민이 되었고 로마의 퀴어 예술가드이 모인 하위문화의 메카에 정착했다.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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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복잡한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리법칙 75
장원청 지음, 김혜림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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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야 돼! 말이 필요 없는 책이다. 정보형인 나의 두되는 잡다한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해놓은 책들을 보면 환장을 한다. 진심으로 환장한다. 이 책의 인기는 300개가 넘는 리뷰만으로 충분하리라 믿는다. 저자인인 장원청은 중국인이다. 그는 런민대학에서 사회학과 석사 학위를 받고, 심리와 경제 분야 도서를 저술하기도 하고 번역도 한다. 이런 책은 저자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깊은 학문을 난해하고 분석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꽤나 쓸모 있고 유용한 책인 것은 분명하다. 비슷한 책을 두 권 정도 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나의 성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여겨진다. 내가 이런 유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는 깊은 연구로 나아기에 좋은 단서 또는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칼럼이나 블로그 또는 강연을 할 때 즉석해서 써먹을 수 있는 명료성과 단순성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책을 읽어왔던 터라 좋기는 하지만 그리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목차를 보는 순간이 입이 떨 벌어졌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심리학 서적과는 사뭇 다른 달랐다. 방대한 양과 풍부한 예를 들고 있어 ‘딱 한 권이면 되겠다’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익숙한 용어가 많다. ‘미러링 효과’를 비롯해, ‘이기적 편향’ ‘머피의 법칙’ ‘바넘 효과’ ‘오컴의 면도날’ ‘마태효과’ 등은 익숙하다. 그런데 이 책은 지금까지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낯설 용어도 즐비하다. 예를 들어 ‘걷어차인 고양이 효과’ ‘개변효과’ ‘루서피 효과’는 처음이다. 모두 13가지의 주제로 분류하여 찾아보기 쉽도록 꾸몄다. 이 책은 애써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으며, 차례대로 또는 한꺼번에 읽지 않아도 된다. 읽고 싶은 곳을 골라 읽어도 되고, 필요할 때 찾아 읽어도 무당하다. 다른 글을 쓸 때 참고할 내용이 많아 흡족하다. 몇 가지 주제를 정리해 보자.


앵커링 효과


앵커링 효과는 처음 접한 숫자나 정보에 기준하여 이후의 정보다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흥미로운 예가 있어 소개한다.


A직원과 B직원이 있는 사장은 B직원이 항상 매출이 높은 것을 이상히 여기고 둘의 일하는 방식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두 직원은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질문이 달랐다. B직원이 매출이 높은 이유는 앵커링 효과 때문이었다.


A직원: 달걀프라이를 원하시나요?

B직원: 달걀프라이를 1개 드릴까요? 아니면 2개 드릴까요?

A직원의 질문에 손님들은 ‘예’ ‘아니요’로 답했다. 그러나 B직원의 질문에 70%는 ‘1개만이요’ 또는 2개요‘라고 답하고 오직 30%만 ’달걀프라이는 없어도 돼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즉 B직원의 질문은 손님들로 하여금 질문에 생각의 범위를 제한 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예는 대부없체나 카드 업체에서도 사용하는 대화 기법이라고 한다. 질문을 통해 생각을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예다.


만디노 효과 또는 미소효과


만디노 효과는 미국의 작가인 만디노이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이다. 미소는 강한 전염성이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과 반응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파산직전에 있던 회사를 단지 미소 만으로 일으켜 세운 짐 대니얼의 이야기다.


짐 대니얼은 회시가 큰 위기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경제적 위기를 돌파할 방법을 모색했다. 한 관리사의 건의를 듣고 회상의 상징을 웃는 얼굴로 바꿨다. 문서나 게시판 등에 이미지를 넣었고, 대니얼 자신도 억지로라도 웃으며 직원들을 만나고 대했다. 그러자 아무런 투자가 없었음에도 생산율이 80%나 들어나는가 하면 회사 분위기도 상당히 좋아졌다. 결국 채 5년도 되지 않아 모든 부채를 갚았을 뿐 아니라 흑자로 돌아섰다. 단지 미소 만으로 말이다. 성공하고 싶은 자 오늘부터 웃는 연습부터 하자.


이러한 정리법은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상황들을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삶은 의외로 복잡하고 난해하다. 우리는 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저럴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과도하게 단순화 시키는 것 같지만 실제로 심리학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학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절대화 시킬 필요는 없다.


한 참을 읽어도 더 읽고 싶은 책이다. 당장 써먹고 싶은 내용이 가득하다. 분명 많이 팔렸을 것이다. 다시 자료가 있나 싶어 찾아보니 번역자의 말에 중국에서 150만부가 팔렸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0만 부 넘게 팔린 책이라고 한다. 나만 좋은 것이 아닌 것이다. 좋은 책은 독자들이 알아본다. 복잡한 세상, 재미나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 기꺼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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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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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없는 세상이 상상이 되나요? 저는 불가능합니다. 그런 세상은 차라리 살지 않을 겁니다. 고양이는 신이 창조한 최고의 피조물, 가장 신을 닮은 존재, 피조물 중에 유일하게 인간의 보호를 받으며 인간을 지배하는 피조물이죠. 굳이 고양이를 신으로 숭배했던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가지 않아도 고양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특이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고양이를 영물이라 여겼죠. 사랑하는 주인을 위해 제물?을 바치지 않나, 주인이 자신을 괴롭히며 쥐 시체를 마당에 갈기갈기 찢어 놓고 도망가질 않나. 복수의 여신, 바로 고양이입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고양이는 아무도 주인으로 모시지 않는다. 오직 자신만이 주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절대 타자를 얕잡아 보지도 않습니다. 고양이는 평등 그 자체입니다. 높은 곳을 좋아하나 교만하지 않고, 인간보다 2배가 넘는 시간을 잠을 자나 게으르지 않습니다. 




 



지은이 제이미 셸먼(Jamie Shelman)은 로드아일랜드에서 다자인스쿨RISD에서 회화로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메릴린드 주 볼티모어에서 거주하고 있답니다. 고양이를 주제로 하여 귀엽고? 깜찍한  디자인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판매하는 일도 같이 하고 있죠. (홈페이지) 저자의 사진을 한 번  보시죠.



어때요 예쁜가요? 저희 집에도 점순이 고양이가 있답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아내는 저의 유일한 '잘함'이 고양이를 데리고 온 것이라 하네요. 허허... 이것 참. 그래도 요 녀석들이 있으니 행복합니다. 많은 것을 배웁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브록시에게 바치는 책이라고 합니다. 저도 우리 고양이들에게 바치는? 책을 하나 펴내야 할까 봅니다. 




나는 예전부터 많은 고양이들과 살아왔다.

사랑하는 고양이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행동과 표현에서 인생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테면, 세상을 살아가는 법, 사랑하는 법, 

원하는 것을 얻는 범, 혼자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맞는 법 등이다.(6쪽)



저도 고양이를 이십 년이 넘도록 곁에서 봐 왔고 키웠습니다. 



네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거 알지? 

오늘은 유난히 신경 쓸 일이 많았잖아.

이젠 쉴 때야. 널 위해서.(10쪽)


유난히 잠이 많은 시로. 오늘은 아빠가 출근하고 집이 돌아오니 이불까지 뒤집어쓰고 잠을 자고 있네요. 그래도 쉼이 필요합니다. 성공을 향해 질주하며 달려왔던 시간들.... 쉬어야 오래 그리고 멀리 갈 수 있답니다.




너에게 따뜻함이 필요해.

누군가 몹시 그리운 날이잖아.

그리움은 감춰지지 않을 뿐 아니라 포장되지도 않아.

그냥 그리워해.

계산하지 마.

그리움은 계산하는 게 아니야.(13쪽)


목포에는 고양이 참 많답니다. 저와 아내는 따뜻하고 맑은 날, 가끔 카메라를 메고 산책을 나갑니다. 아파트 계단, 차가 많지 않은 도로변, 슈퍼마켓 앞,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 카페 앞에도 고양이는 자기 집인 양 자ㅣ리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어는 곳도 자신의 집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집이 아닌 곳도 없습니다. 




우리 세상을 탐험하러 가자.

이리저리 골목을 누비고

들판의 키 낮은 야생화도 보러 가는 거야.

코끝에 스치는 바람의 향기도 맡아보는 거지.

모든 게 궁금하잖아.(155쪽)


멋있게 도약하지만

가끔은 보기 좋게 떨어져 버릴지도 몰라.

그렇다고 내가 울 것 같아? 천만에.

다시 하면 돼!(144쪽)


고양이는 인간을 가르치려 하지 않죠. 사람이 고양이에게 배우고 싶을 뿐입니다. 고양이는 누구도 주인으로 섬기지 않고, 하대하지도 않는다는 것 아시죠. 모두가 친구이고, 모두가 머나먼 타자입니다. 모두를 친구인 동시에 낯선 타인으로 대할 수 있는 유일한 길들여지지 않는 피조물, 그가 바로 고양이입니다.



내 뜻을 절대 굽힐 수 없어.

그러니 네가 따라야 할 수밖에.(177쪽)


고양이는 책을 좋아한답니다. 보세요. 고양이는 책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는 고양이를 보신 있나요? 저희 집고양이들은 독서 잘한답니다.



방해하지 마.

지금은 내가 책 읽는 시간이야.

내 인생을 걸고 말하지만,

뭔가 변화를 원한다면 

독서만큼 좋은 건 없어.





좋은 사람은 만나고 싶으신가요? 비법을 알려 드리죠. 조용히 이렇게 물어보세요.

"고양이 좋아하세요?"

라고.

"네 저도 고양이 좋아한답니다."

라고 말하면 사겨도 됩니다. 하지만 얼굴 표정이 굳거나, 싫은 내색이 역력하다면  미련을 버리고 돌아서세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시로야! 정수기 사줘도 왜 수돗물을 먹니? 허참.... 



넌 네가 이 캔 하나로 너에게 넘어갔다고 착각 하는 건 아닌지?



정신을 맑게하는 책입니다. 욕심내서 읽지 않아도 되고, 두 번 세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책입니다. 왜냐구요? 고양이 책이니까요? 그리고 저의 멋진 스승인까요?


성경에도 그런 말이 있죠!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배우라!

저도 한 마디 하렵니다.

조급한 자여 고양이에게 배우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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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1-02-1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너무 귀여운 녀석들입니다!!! 이 책 정말 맘에 드네요. 이런 좋은 책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실은 나도 철학이 알고 싶었어 - 누구나 궁금한 일상 속 의문을 철학으로 풀다
이언 올라소프 지음, 이애리 옮김 / 애플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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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단어가 들어도 벌써 머리가 아파옵니다. 저만 그러는지 모르지만 철학이란 단어는 ‘고민’ ‘번민’ ‘깊이 생각하기’ ‘플라톤’ 등등의 단어들이 연상됩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철학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떠나지 않습니다.


“좀 쉽게 설명해주는 철학책은 없을까?”


아마 저만의 고민은 아닐 것입니다. 찾고 찾으면 못찾을리 없으리. 드디어 쉽지만 깊게, 간단하지만 명징하게 설명한 한 권의 철학책을 만났습니다. 이언 올라소프의 <실은 나도 철학이 알고 싶었어>입니다. 



이 책을 쓴 저자로 말할 것 같으면 미국에서 권위있는 <미국 철학협회 대중 논평상>을 수여한 작가입니다. 어려운 철학을 일반인들에게 쉽고 명료하게 잘 전달해주는 작가들에게 주는 상입니다. 이언 올라소프는 뉴욕시립대학교의 객원 교수로 있으며, 일반 시민들과 대화하는 철학자로 유명합니다.


철학이란 뭘까요? 사실 이 질문처럼 답하기 어려운 것도 없을 겁니다. 저자도 고민이 있어 ‘철학자에게 물어봐’라는 말이 가장 황당하다고 하네요. 이유야 어떻든 철학이란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일 겁니다. 예를 들어 ‘만물은 왜 존재하는 걸까?’에 대한 물음들 말이죠. ‘신은 존재할까?’라는 질문은 어떤가요? 철학은 질문자에게 정확한 답을 주지 않고 주지도 못합니다. 철학은 존재에 대한 생각들 자체에대한 물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된 철학적 질문인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을까?’는 어떤가요? 철학자라면,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아마도 어디서 많은 들어봤을 겁니다. 자유의지의 본질은 ‘선택하는 능력’(31쪽)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에 대해 저자는 ‘차리라 의견은 내지 않는 게 현명한 것 같다’(32쪽)라고 말하네요. 중요한 건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저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철학자의 삶’ 또는 ‘철학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Part1에서는 ‘모두가 궁금한 질문에 대하여’ 다루고, Part2에서는 ‘일상 속 질문에 대하여’ 다루고, Part3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을 모았습니다. 가끔 책을 읽어다가 ‘진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의외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천천히 읽는 것만으로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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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 이택광 묻고 지젝 답하다
슬라보예 지젝.이택광 지음 / 비전C&F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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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지젝의 철학자 사유에 버거움을 느낀 탓도 있지만 ‘뉴노멀’ 이란 단어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코로나 관련 책만 스무 권은 족히 읽은 것 같다. 가장 신선했던 책은 제이슨 솅커의 <코로나 이후의 세계>였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코로나 관련 서적은 셀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왔다. 어느 정도 독서의 분량이 쌓이자 다른 주제를 다루기는 했으나 공통분모가 적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전 책들과는  깊이와 넓이에서 확연히 달랐다.


제이슨 솅커는 <금융의 미래>에서 정부 주도의 복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독일산 셰퍼드를 예로 들어 일하지 않는 인간은 결국 ‘자신의 삶을 마치 셰퍼드처럼 갈기갈기 찢는다’(p.193)고 말한다. 그는 철저히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코로나 상황을 보기 때문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코로나라는 위기를 이용해 일부 대기업들이 상품을 독점하게 된다면 불평등의 원인이 되다고 말한다.(p.134) 국가는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하여 일반 시민들이 최소한의 기본적 욕구와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p.141)이다.


 지젝의 통찰력은 위대하다. 지금 국가에서 소상공업자를 비롯해 일반 시민들에게 긴급구조자금을 지원하고 있지 않은가. 필자가 석 달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전해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젝과 이택광은 어떤 대화를 주고받은 것일까? 필자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필자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도래 했다. 즉 과거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노멀 즉 이전의 보편적 개념의 시대는 더 돌아오지 않는다. 노멀의 시대는 과거의 사람들이 누렸던 보편적 일상과 세상에 대한 개념들을 포괄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일상이라고 말했던 직장생활, 집단적 행위로서의 콘서트, 거대한 모임 등을 말한다. 


사람들의 활동은 결국 자본주의적 소비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영화관, 콘서트, 여행을 위한 대중교통과 자가용 탑승. 이 모든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경제활동이며, 소비생활이다. 이것이 명확하게 드러나게 된 것이 바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창궐이다. 정부는 전염을 막기 위해 이동을 제한하거나 봉쇄하기도 한다. 모임을 직간접적으로 금지한다. 문제는 이러한 금지들은 결국 항공기를 추락시켰고, 기차와 버스 회사가 어려움에 봉착하게 했다. 심지어 유명한 맛집들은 손님이 더 찾아오지 않아 이틀이 멀다고 연쇄적으로 폐점하고 있다. 더 현금이 돌지 않는 것이다. 고혈압에 걸린 성인과 같다. 코로나 사태는 자본주의 생태계의 민낯을 폭로했다. 지제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 뒤에 숨겨져 있는 대가를 치르는 중이에요. 우리는 그동안 바이러스가 쉽게 전염될 수 있는 환경을 계속 만들어 온 것이나 다름없어요. 새로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p.86)


지젝이 간파한 것은 코로나는 지금까지 보편적이라고 생각해왔던 많은 것들, 특히 자본주의적 생각에 물들어 있는 이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바꾸어 놓았고, 더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개입의 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시간은 점점 사회주의적 성향으로 변화될 것이다. 이 부분은 지젝 외에도 많은 이들이 간파했던 내용이다.


국가와 개인


K 방영이 주가를 올릴 때 프라스와 같은 서구진영에서는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다. 방역을 빌미로 개인의 사생화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5장 ‘코로나 시대, 국가의 역할을 묻다’에서 보다 세밀하게 다룬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코로나를 이용해 정부가 국민을 통제한다고 보았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들이라면 코로나 확진자들을 조사할 때 휴대폰의 위치추적을 통해 동선을 공개하고 활용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국가의 통제가 가장 극심한 나라는 중국일 것이다. 지젝은 정부의 통제를 비판하는 이들을 포퓰리스트로 규정하며 ‘거짓된 자유주의자가 더 두려운’(p.122)라고 말한다. 그들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일을 추진하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파렴치한 정치인들이다.


지젝은 이러한 시기에 시민들은 오히려 정부를 제어하는 동시에 ‘신뢰해야’(p.113)한다고 말한다. 이택광은 국가의 힘과 시민의 힘 사이에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가 관심을 갖는 것은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대중이 통제할 수 있는 국가 권력입니다. ‘국가의 힘’과 ‘시민의 힘’을 잘 구분하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p.117)


국가와 개인 간의 문제는 다시 세금과 복지의 문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는 코로나 위기를 통해서 공공재를 사유화시켜 돈벌이로 사용할 수 있다. 물을 예로 들면, 누군가에 의해 물을 오염 시켜 기업이 사람들에게 물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 지젝은 나오미 콜라인의 <쇼크 독트린>을 인용하여 디지털 네트워크가 기업이 독점할 경우 불평등의 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오니 클라인의 ‘재해 자본주의’가 궁금하여 자료를 더 찾아보았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지젝이 언급한 대로 재해 상황을 이용하여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홍수 때에 마시 물이 없을 때 기업은 물이 없는 이들에게 공짜로 물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을 상품으로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이 책에서 ‘재해 자본주의’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재해라는 쇼크를 기회 삼아 이윤을 극대화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기업의 탐욕 비판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독점하게 될 경우 불평등과 인권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


앞으로 우리는 지금껏 가보지 않는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지젝은 지금 인류는 ‘세상을 파는 가게’(p.186)에 있다고 본다. 이택광은 이것을 ‘새로운 공동체의 삶을 발명해야 하는 정치적 상황’(p.188)이라 풀어낸다. 그렇다! 인류는 선택의 기로에 있다. 기존(노멀)의 시대로 돌아갈 환상에 젖어 현재를 부정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기준(뉴노멀)을 가져야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책은 길지도 어렵지도 않다. 상식적인 선에서 대화하고 풀어 나간다. 하지만 현재를 통찰하는 능력은 섬뜩할 정도다. 개인적으로 코로나 시대에 농업의 중요성이 계속하여 강조된다는 것은 의외인 동시에 희망적으로 보였다. 국가 간의 무역이 제한된 탓에 저렴한 가격에 들어오던 곡물이 폭동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농업을 장려해야할 것이다. 이미 곡물전쟁은 시작되었다. 작은 책에 거대한 담론이 담겨 있다. 코로나 이후 세상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진심으로.


밑줄 친 문장


코로나 이전 시대의 가치와 표준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우리가 ‘노멀(nomal)’이라고 믿었던 질서는 이미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의 노멀이 아닌 새로운 노멀, 즉 ‘뉴노멀(new nomal)’을 찾고 준비해야 한다. 18


재난을 뜻하는 단어, ‘디재스터(disaster)’는 그리스어로 ‘별이 없는 상태’라는 의미를 갖는다. 옛사람들은 길을 잃었을 때 별을 보고 방향을 가늠해 길을 찾았다. 19


실제로 코로나 19 이후 저의 지인 중 정신과 약을 처방받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사람들의 정신이 무너져 내리고 자살률도 높아지고 있어요. 62


전 지구상에서 절반도 안 되는 사람만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특권층은 드론으로 음식을 배달받고 의사에게 원격진료를 받으면서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더 많은 사람은 위험을 불사하고 나가서 일을 해야만 해요. 누군가는 음식을 포장해야하고, 누군가는 배달을 해야 하죠. 어쩔 수 없이 밖에 나와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거에요. 끔찍한 세상이지요. 71


지역간 이동 제한이 필요한 동시에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록 국제 협력이 시급해졌어요. 우리는 이제 다른 국가와 협력하는 국가,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국가가 필요합니다. 104


물을 사 먹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는 거예요. 물이 오염돼서 예전에는 공짜로 쓰던 물을 돈 주고 구입하게 된 거죠. 이런 것이 바로 자본주의예요. 138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은 그런 거잖아요. 물이 필요하면 물을 사야 하는 게 당연하고, 그 과정에서 아주 극히 일부 사람들만 부자가 되는 악순환의 반복인 거죠. 어쨌거나 공공재를 지키는 것, 제 생각에는 그게 핵심입니다. 178


[바로 이 부분에서 의료 민영화가 얼마나 악랄하고 위험한 발상인지 알려준다. 미국이 선진국임에도 코로나에 속수무책인 이유는 엄청난 의료비 때문이다. 코로나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지젝이 말하는 공산주의는 바로 이런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지 북한 공산주의와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 시대의 가치와 표준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우리가 ‘노멀(nomal)’이라고 믿었던 질서는 이미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의 노멀이 아닌 새로운 노멀, 즉 ‘뉴노멀(new nomal)’을 찾고 준비해야 한다.

- P18

전 지구상에서 절반도 안 되는 사람만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특권층은 드론으로 음식을 배달받고 의사에게 원격진료를 받으면서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더 많은 사람은 위험을 불사하고 나가서 일을 해야만 해요. 누군가는 음식을 포장해야하고, 누군가는 배달을 해야 하죠. 어쩔 수 없이 밖에 나와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거에요. 끔찍한 세상이지요. - P71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은 그런 거잖아요. 물이 필요하면 물을 사야 하는 게 당연하고, 그 과정에서 아주 극히 일부 사람들만 부자가 되는 악순환의 반복인 거죠. 어쨌거나 공공재를 지키는 것, 제 생각에는 그게 핵심입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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