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고향 이야기


고향은 전라도다. 전남이라고 표현하면 이상하다. 전라도가 더 어울린다. 살고 있는 곳은 부산. 그러니 고향까지 가기가 녹녹치 않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고향에 가려면 넉넉잡아 6-7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다. 명절이나 휴가 때가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할 곳이다. 하기야 마음만있다면 못갈 곳도 없다지만. 아직 효자는 아닌가 보다.


올 설, 고향에 가기 위해 순천을 빠져 나오니 네비가 다른 곳으로 인도한다. 이상하다? 아는 길에서 내려 네비가 인도하는 대로 갔다. 이게 왠일일가? 지난 번 공사 중이던 순천 목포가 고속도로가 개통된 것이 아닌가. 대박! 신났다. 역시 네비가 좋네. 이젠 부산에서 고향까지 쉬지 않고 달리면 3시간이면 도착한다. 절반이나 단축된 셈이다. 


언제가 고향에 내려가 살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있다. 지금도 종종 들지만 그 때는 유난히 심했다. 타향살이에 지치고 부모님이 계시는 곳이라 편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내의 마음은 아니다. 그 착한 아내도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은 반대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것도 힘들지만,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다. 아이들 학교 문제, 재래식 화장실, 시골에 난무하는 벌레들은 어찌할 것인가. 생각해보니 나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 포기했다. 고향은 다시 멀어졌다.



늘 가까이 있에 있는 듯하지만 멀기만 한 고향이다. 아마도 부모님이 살아계시기에 멀지 않는 듯 하다. 휴가면 아이들을 데리고 빠짐없이 시골에 내려간다. 아이들은 시골에 두고온 고양이가 그리워 빨리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린 입장이 다르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을 뵐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언제까지 살아 계실지도 모르겠고, 저러다 한 분이 돌아가시면 누가 돌보실까 싶은 걱정도 든다. 시골에 계신 분들을 요양병원에 모시고 간다는 것도 말도 안 됀다. 연세가 드는 만큼 자식들의 걱정도 늘어 간다.


오랫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고향 근처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을 모시고 갔다. 두 시간 안이면 갈 수 있는 곳을 찾으니 의외로 많다.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고향을 떠나 왔으니 고향 주변은 잘 모른다. 책을 두어권 사서 이곳 저곳을 찾아내 다녔다. 생각보다 좋은 곳이 말았다. 아직 살아 계실제 잘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에서 실행해 보았다. 











































 
 
잉크냄새 2013-09-01 12:27   댓글달기 | URL
고향을 떠난 분들이 고향에 대해 품는 생각은 다들 비슷해보이네요.
특히 부모님에 대한 생각.

낭만인생 2013-09-01 13:14   URL
그렇군요. 저만의 생각인줄 알았는데...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때문에 이혼 당할 뻔~


벌써 4천권이 넘어간다. 자주 이사가는 통에 짐꾼들이 책 때문에 난리다. 아무리 포장이사라도 책은 손이 많이 가는 거라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는 수 없는 몇 년 전부터는 반포장 할 때처럼 책은 내가 먼저 포장해 놓는다. 박스로 포장하니 100박스가 넘어간다. 할 짓이 아니다. 아내도 아이들도 책을 버리라 한다. 그런데 내새끼 같은 책들을 어찌 버린단 말인다. 책을 버린자 저주를 받을 지어다!(농담)


시간이 흐르면서 절판된 책이 많이 생겼다. 신간이야 돈주면 산다지만 절판된 책은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논문 하나 쓰려해도 지난 책이 없으면 자료가 빈궁해 진다.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다. 가치를 모르는 아내와 아이들은 오래되고 냄새나는 책을 왜 안 버리냐고 투정한다. 나야 버리고 싶다. 그러나 더더욱 버릴 수 없는 책들이 그 녀석들인데 어쩌란 말인가. 


책이 쌓인 만큼 삶의 경륜도, 사유의 폭도 쌓여 간다. 얼마 전 살았던 아파트에서는 평수가 작아 어딜가나 책 천지였다. 아이들 방에도 거실에도 안방에도 심지어 화장실 구석에도 책이다. 책 때문에 미치겠다는 협박을 하루 이틀 받은 게 아니다. 나는 묵비권을 행사함으로 버틴다. 이젠 제법 넓은 집이다. 그래도 난리다. 이거 원참 얼마나 넓은 집으로 이사가야 잔소리를 안하나.. 내참.



불과 2주 전이다. 아내가 느닷없이 내게 경고한다. 

"당신 책 버리지 않으면 이혼 당할 줄 알아!"

"응? 책을 벌리라고?"

"그래!"

"왜?"

사연은 이랬다. 아내가 저녁 준비를 하는 데 아침에 읽다 둔 책이 식탁 위에 있었다. 평상시 자주 그런다. 그런데 그날 조심성 없는 아내(조심성이 많지만 미워서)가 사고를 쳤다. 찌게를 끊여 생각 없이 식탁 위의 책에 놓은 것이다.(이런 불경건한 사람이 있나. 나에게 책은 종교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책의 표지가 미끈미끈한 그리고 얇은 비닐로 코팅된 것이었다. 그 위에 뚝배기를 올렸으니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모락모락 비닐 타는 냄새가 올라와 아내가 기업을 하고 그곳에 물을 갖다 부은 것이다. 불 나는 줄 알고..

그게 왜 나의 죄인가? 조심성 없는 아내의 죄지. 속으로 난 그렇게 생각했지만 꼬리를 내리고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다시는 책을 식탁 위에 놓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정말 억울했다. 아무리 여성 상위시대라고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하여튼 그렇게 해서 이혼 소송까지는 가지 않았다. 


아~~ 제발 나만의 공간에서 책을 마음껏 읽고 쌓아 둘 수 있는 곳이 세상에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루에 한 권 읽기의 미친 독서일기



하루에 한 권 읽기가 가능해? 지난 번 니나상코비치의 <책 읽는 시간>을 읽고 까무러칠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 한 권 읽고 서평까지 쓰니 말이다. 기적적인 독서가 아닐까? 책을 빨리 읽어 내지 못한다면 하루에 한 권은 불가능하다. 아내는 아무리 빨라도 하루에 200쪽을 넘기지 못한다. 난 천쪽도 가능하다. 숙달 된 것이다. 나의 책 읽기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약간 과장된 부분이 있으니 참고하길...


아침에 눈을 떴다. 어제 읽다만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기를 20여분. 시간이 좀 지나니 정신이 드는 것 같다.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서 씻는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다. 머리는 선풍기로 말린다. 머리를 감고 나니 정신이 온전해 지는 것 같다. 


아직 출근한 시간은 30여분 남았다. 아내가 아침을 차린다. 그동안 침대 맡에 두었던 책을 다시 집어 들고 식탁으로 간다. 아내가 아침밥상을 차린다. 책을 그만 읽으라는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진다. 어쩔 수 없이 책을 내려 놓고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정신 돌아오지 않는다. 오전에 제대로된 정신으로 일하려면 아침밥은 필수다. 뇌는 밥이 들어오지 않으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몽롱한 상태로 오전을 보낸다. 점심 때까지 제정신이 아니다. 그러니 아침밥은 절대 거르면 안 된다. 시간이 없으면 햇반을 데워 먹거나 빵이라도 사먹는다. 


출근은 당연히 지하철. 버스는 너무 흘들린다. 다행히 지하철이 종점이라 자리는 늘 있다. 다만 버스를 타고가면 한 번에 가지만 지하철은 갈아 타야 된다. 그대로 지하철을 고집한다. 버스는 너무 흔들려 읽기 힘들고 자리가 많지 않아 서있는 경우가 많다. 서서 읽기는 쉽지 않다. 지하처로 가면 시간은 20여분 더 걸리지만 한시간 정도를 온적히 책 읽기에 몰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집에서 나갈때는 반드시 두 권의 책을 챙긴다. 하나는 읽고 있는 책, 다른 한 권은 새로 읽을 책이다. 


이틀에 적어도 한 권은 읽는다. 습관이 된 탓이다. 하루에 독서시간을 계산하면 4시간에서 5시간은 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까지 1시간 정도, 출근시간 지하철에서 1시간, 출근해서 틈나는 대로 1시간, 점심시간에 30분, 퇴근시간은 30여분, 퇴근 시간은 독서가 힘들다. 사람이 많아 분비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아차피 책을 읽지 못한다면 빨리 가는게 나으니까. 집에 돌아와 다른 것은 일절하지 않는다. 책만 읽는다. 그렇게 잠들기 전까지 적어도 2-3시간 책을 읽는다. 이렇게 하면 하루에 4시간은 충분하다. 4시간이면 300쪽 분량의 책은 거뜬히 읽어 낸다. 


미친 세상, 난 책에 미쳐있다. 그래서 인생이 살맛나고 재미있다. 무모한 시도처럼 보이지만 TV를 끄고 스마트폰을 정해진 시간 외에는 보지 않고, 신문과 다른 사람과의 잡담을 줄이니 시간이 무진장 많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다 핑계다. 그런 사람들이 하루에 2-3시간씩 TV앞에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다른 사람들과 몇 시간씩 잡담하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하여튼 하루에 한 권 읽기 성공이다. 이대로 가면 일년에 300권은 거뜬하게 읽어 낼 것이다. 


읽었고, 읽고 있고, 다음에 읽을 독서에 관련된 책들을 모았다. 어디 하나 버릴게 없는 책들이다. 






 
 
Stella.K 2013-08-23 12:23   댓글달기 | URL
마음만 먹는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겠죠.
<혼자 책 읽는 시간>이란 책도 있군요.
그렇지 않아도 방 구석 구석 읽겠다고 쌓아 둔 책이 산더민데
이제야 비로소 이것들을 읽어 줘야겠다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며칠 전, 사랑하는 가족이 세상을 떠났거든요.
하루 독서량 100쪽을 넘지 못하는 저로선 오늘 님의 글이 상당한 도전이 되는군요.
열심히 읽으시기 바라겠습니다.^^

낭만인생 2013-08-23 15:57   URL
슬픈 일이 있어군요. 니나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도 언니를 잃고 자신을 찾아가는 독서여행입니다.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살기 2013-08-23 16:30   댓글달기 | URL
글로 된 책뿐 아니라,
그림책과 사진책과 만화책도
알맞게 섞어서 읽어 보셔요.

글책에서는 들려주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와 이야기가
그림과 사진과 만화에 있으니
한결 즐거이 하루 한 권뿐 아니라
하루 열 권 읽기도 할 수 있답니다~

낭만인생 2013-08-23 17:00   URL
맞죠.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 용으로 나오는 동화책을 종종 읽습니다.
쉽고 간단하지만 생각하는 책이 많더라구요. 찾아 주셔셔 감사합니다.

함께살기 2013-08-24 10:08   댓글달기 | URL
동화책 쓰기하고 소설책 쓰기하고
어느 쪽이 '더 쉽거나 어렵다' 하고 말할 수 없지만,
동화책은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읽는 책이고
소설책은 '어른만 읽는' 책이에요.

동화책을 잘 헤아리며 살피고
아름다운 작품 찾아서 읽으면
같은 작품을 열 번이나 백 번도 다시 읽으면서
새로운 빛을 얻곤 해요.

스스로 백 번 남짓 읽고
아이한테 물려주어 천 번 넘게 읽힐
사랑스러운 동화책 즐거이 누려 보셔요~

낭만인생 2013-08-29 09:46   URL
감사합니다. 추천할만한 동화책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한 달에 몇 권씩은 구입하고 있는데 선택 기준이 애매하네요.
 

우리집 정원


작년 여름 휴가 때 찾아간 예천 곤충 박람회. 곤충을 테마로 멋지게 만들어 놓았다. 그 중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은 바로 이곳. 넓다란 뜰에 마련되 작은 또랑이다. 또랑에 발을 담그면 무더위도 다 물러갈 것 같은다. 시간은 지나 이렇게 삶이 우리에게 멀어져 간다. 


사람들은 누구가로부터 끊임없이 요구하고 요구 받는다. 사랑하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사랑 받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모두가 소모적이다. 그렇다고 혼자 있는 것도 쉽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탓이다. 누구를 탓하라.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도 재미다. 소소한 꿈을 간직 한 체말이다.  





 
 
 

매미 암수를 구별하는 법


"아빠!" 

다그치며 아들이 온다. 

"왜?"

느긋하게 답하며 아들을 안았다. 아들은 뭔가 보여준다며 비닐 봉투 연다. 

크악... 매미 수십마리가 들어있다. 봉투를 열자 벌써 서너마리가 날아 도망간다.

아빠, 매미 암수 구분하는 법 가르쳐 줄까요?

"응"

"자 보세요"

매를 뒤집어 보인다. 

"배 밑이 아무 것도 없는게 암놈이고, 이상한거 달린게 숫놈이에요."

"정말이네"

"신기하죠?"

"그래"

"우리 아들 똑똑하네"

"숫놈은 이걸로 암놈을 꼬신데요. 짝짓기 할 때 사용하면 암놈들이 반해서 온데요."

 



더운 줄만 알았지 시끄러운 줄 몰랐던 여름이다. 올 여름 제법 시끄럽다. 주변이 산이다 보니 온통 매미 소리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당연히 들린다고 생각하니 그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도로가로 이사간 지인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한 달 가까이는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새 소리가 들리지 않기 시작 했단다. 익숙해진 것이다. 당연히 들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이상 소음이 들리지 않은 것이다. 참 이상도하지!


아들 때문에 하나 배웠다. 매미 암수 구별하는 법. 

삶이란 소소한 발견으로 재미를 더한다. 시끄러운 소리도 듣지 않는 법도 알았다. 그건 당연하게 생각하면 들리지 않는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보이지도 않을까? 과연 그렇다. 그러니 익숙함이란 죽는 것이라 했던 어떤 철학자의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이렇게 생각하니 다시 매미 소리가 들린다. 의식적으로 듣지 않으려 하니 들리고, 생각하지 않으니 들리지 않는다. 결국 낯설음이란 의식적이란 뜻이다. 


매미 암수 구별법도 그렇다. 생각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생각하면 보인다. 내가 언제 한 번 매미의 암수를 구별하려 한 적이 있는가. 없다. 그러니 보이지 않은 것이다. 아들은 낯설게 보았고 그러니 보인 것이다. 세상이란 이렇게 마음 먹기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법이다. 삶이 점점 재미있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