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호빗 (반양장)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이미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겉표지

내표지



 
 
 
꾸뻬 씨의 사랑 여행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5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열림원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꾸뻬씨! 사랑의 묘약은 없습니다.


마당에 상사화가 얼굴을 내밀었다. 부끄러운 듯 구석진 곳에서 말도 없이 미소짓는다. 어제 저녁만해도  피어나려면 적어도 이틀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 보니 화사한 얼굴을 내밀고 자기만의 향을 품어내고 있었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아름답다. 어느 시인의 고백이다. 사랑은 불나방이란 정의한 나에게 이룰 수 없는 사랑은 비겁함과 무능함의 변명이었다. 십여 년 전 큰 형으로부터 처음으로 상사화에 대하여 들었다.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어 서로 그리워하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룰어 질 수 없어 서로 애뜻하게 다가서기를 수도 없이 반복한다. 지치지도 않는지 폭염 속에서 뜨거운 입맞춤을 하려는 듯 솟아 오르지만 이룰 수 없다.




지독하게 아픈 여름이 지나간다. 처음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읽다말고 한 켠에 꼿아 두었다. 아직 행복여행은 그곳에 있다. <꾸뻬씨의 사랑 여행>이 내 손에 들려진 탓이다. 꾸뻬씨의 사랑여행의 마지막은 사랑의 묘약을 연구한 코르모랑 교수의 트렁크가 꾸뻬의 손에 의해 급류에 던져진다. 허망하기 그지 없는 이 장면은 300쪽이나 되는 책을 참고 기다려온 나를 무척이나 실망시켰다.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은 왜 하는지? 사랑의 과정과 결과는 무엇인지? 태고적 질문을 안고 떠난 꾸뻬씨의 여행은 아무런 답도 없이 허망하게 막을 내린다. 책을 덮고 나서 화가 났다. '이게뭐야?' '이 책 왜이래?' 잠시후 허탈한 한 숨이 흘러 나왔다.



마음을 진정 시키려 의자에 앉아 눈은 감고 내가 왜 허탈해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찬찬히 마음을 탐색하는 가운데 어릴 적 사랑은 불나방 같다는 극단적 정의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불연듯 기억해 냈다. 꾸뻬씨는 콘테르의 부탁으로 사랑의 묘약을 개발하고 있는 코르모랑 교수를 찾아 약을 찾아오는 모험을 떠난다. 아내인 클라라와 여행 중에 만난 캄보디아 아가씨 바일라 사이에서 갈등한다. 코르모랑 교수에게 받은 약이 가짜약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체 바일라와의 사랑이 약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약은 가짜 약이였고, 진정한 사랑의 묘약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하지만 사랑, 그건 자유다!"





저자는 실제 정신과 의사였고, 타인들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었다. 소설 초반부에서 행복의 답안을 주는 꾸뻬씨를 통해 정작 자신에게 사랑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못함을 깨닫는다. 그 답을 찾고자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나 마지막 역시 그 답은 찾지 못한다. 사랑의 묘약을 찾는 자와 도망하는 자 사이를 오가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직접 체험하고 깨닫게 되는 것들을 기록해 나간다. 마지막에 꾸뻬씨는 '사랑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정리한다. 그 다섯 가지는 '결핍'의 이면인 '충만함', 죄의식의 이면인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 자신도 행복해다고 느끼는 만족감', 분노의 이면인 '감사', 자기 비하의 이면인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마지막을 두려움 이면인 '평정'이다. 




꿈 속에서 지난 번 여행에서 만났던 승려는 꾸뻬씨의 사랑에대한 생각에 '사랑의 어두운 면만 보고 있'다고 충고해 준다. 사랑은 결핍임과 동시에 충만함이고, 죄의식 뒷면에 만족도 있다. 분노 이면에 감사도 있으며, 자기 비하인 동시에 자기에 대한 믿음 역시 소중한 것임을 배운다. 그리고 사랑은 두려움이 아닌 평정도 있다. 그렇다면 사랑은 동전의 양면이란 말일까? 저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사랑의 묘약이 있을 것이라는 충동은 지금의 여기의 사랑을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린다. 트렁크에 없는 사랑이 없다. 사랑은 지금 여기에 있다. 그래서 소설의 끝부분에서 장마르셀의 담백한 고백은 공정하다.

"그들은 지금 행복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들을 알고 있다."


사랑의 묘약은 없다. 사랑은 연습이 필요할 뿐이다. 영원히 길들여지지 않는 사랑을 위해 끝없는 모험만이 유일한 사랑의 묘약이다.





 
 
 
나흘 - 이현수 장편소설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픔을 깊게 우려낸 책이다. 짠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모두가 피해자다. 총을 겨누었던 군인들도, 총에 맞아 죽어간 민간인들도. 한결같이 인간성을 멸절시키는 비열한 행위이고 슬품이다.

글이 숨막힌다. 이렇게 글을 써도 되는거야. 한참을 망설이다 한 숨을 쉬었다. 숨 쉴틈이 없을 정도록

왜 나흘일까?
한참을 읽어 나가면서 나근리 사건이 나흘 동안 일어나 '나흘'이란 제목이 붙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흘의 침묵, 나흘의 고통, 나흘의 애증...


저자 자신의 고향이다. 부끄러움이고, 슬픔이고, 감추고 싶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그것을 드러냈다. 순수한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그들의 아픔을 왜곡 시키지 않았다. 한결같은 서사적 드라마로 풀어 내었다.



 
 
 
보보경심 세트 - 전3권 보보경심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새파란상상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나이 울린 보보경심(步步驚心)


출근 길이다. 아직 이르다. 아무도 개화하지 않았다. 다음주면 만개할 것을 기대하며 거리를 지나쳤다. 한참을 달리다 한 그루가 유난히 뽀얀 얼굴을 내밀었다. 벌서 만개한 것이다. 아~~~ 나도 모르게 한숨같은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 급한 마음에 폰을 꺼내 그녀의 향긋한 미소를 담았다. '찰칵' 


똑같은 나무, 똑같은 장소, 똑같은 날씨지만 모든 벚꽃이 함께 피지는 않는다. 나는 이번에 신비로운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엄연히 다른 것이다. 그녀에게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아직 겨울이라 몸을 움추리고 있지만, 그녀만은 봄이라고 자신의 화사함을 마음껏 뽐냈다. 그녀의 열기가 뜨겁다. 그립고 사랑스럽다. 아무도 못할 일은 그녀는 당당하게 해낸 것이다. 내년 봄에도 그녀는 그렇게 하리라. 아직 이르다고 누군가의 잔소리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자태를 먼저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봄의 흔적을 남긴다. 



보보경심(步步驚心), 한자의 뜻이 절묘하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설 수록 마음은 더 놀란다. 이 무슨 뜻인가? 나에게도 세가지의 놀람 즉 경심(步步驚心)이  있었다. 책을 받아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한 책당 오백쪽이 넘어가고 있었다. 바쁜 현대인에게 무거운 책이었다. 이것이 첫번째 놀람이다. 두번재는 놀람은 읽어 가는 중에 스며오는 사랑과 운명 속에서 갈등하는 약희에게 놀랬다. 이미 역사를 안다. 아니 결말을 안다. 그녀는 후에 옹정제가 될 사황자를 택한다. 그러나 십황자와의 에피소드도, 형부인 팔황자와의 갈등은 계속하여 그녀를 괴롭힌다. 


역사는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이것이 두번재 놀람이다. 세번째 놀람은 결말이다. 결국 사황자를 택하고 황제가 된 그를 가까이 모시게 되지만, 다시 헤어지고 십사황자의 측복진이 된다. 그리고 쓰린 마음으로 옹정제를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놀랬다. 어쩔.. 이럴 수가. 마지막 결말이 나를 울렸다.



초기에 약희는 역사에 초연하리라 생각한다. 착각이었다. 황자들의 관심을 뿌리치지 못하고 말려들다 다시 정신을 차리기를 수십번... 그러다 결국 운명보다 강한 사랑에 빠져든다. 그녀는 피할 수 없었다. 거대한 운명에 저항하기에 마이태 약희는 너무 약했다. 그리고 감정도 마음이 생각하는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역사의 흐름을 알고 있어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 자신의 운명은 다른 사람 손에 달려 있으니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한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이성적이고 멀쩡한 거지? 나 자신의 일조차 이렇게 분석하다니 벌써 약희가 다 된 줄 알았는데 역시 넌 아직도 장효였어"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아가자 약희는 그곳에서 맞물려 빠져 나가질 못한 것이다. 초연할 수 없었다. 다시 깨어나 초연해지려 하지만 다시 역사와 애정이 늪으로 깊어 빠져 들어갔다. 사랑은 운명보다 강열한 탓이다.




1편은 장효가 사고가 나 깨어나 강희제 43년의 마이태 약희로 살아가는 장면이다. 섬씽은 자신의 형부였던 팔황자과의 밀고 당기는 이야기로 풀어간다. 마지막 장면은 팔황자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눈 속에 얼굴을 파묻히는 장면과 사황자의 만남으로 끝이 난다. 2편은 강희제의 변순례와 약희와 민민공주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약희는 풍전등화와 같고 마지막 잎새와 같다. 아무런 힘도 없다. 형제간의 죽이고 가두는 비극을 눈 앞에서 바라 본다. 울고 절망하고 슬퍼한다. 3편은 4황자의 등극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끝이 난다. 슬프다. 번외편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울컬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책을 덮고 나서 내내 우울했다.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약희의 운명이 불쌍했고, 사랑하면서도 지켜줄 수 없었던 옹정제의 마음이 느껴져 더 우울했다. 정말 우울하게 만든건 약희가 죽기전.. 아니 죽고 나서 장효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는가이다. 만약 돌아왔던라면, 사랑이 과거의 추억으로 끝이 났더라면 한결 마음이 가벼웠을 것이다. 그러나 끝내 약희는 옹정제와 만남을 이루지 못하고 외롭게 죽는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 마음 아프게 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약희와 사황자만의 몪은 아니었다. 민민공주와 심삽황자의 사랑도 애절하지만 초원의 바람처럼 외롭고 지독한 사랑이었다. 이상하다. 마음껏 사랑하고 욕망을 불태우면 허무함이 깃들이는데, 마음으로 애태우며 그리움으로 닳아가면 아름다워지니 말이다. 사랑은 운명에 함몰되어 사라진 듯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어서 더욱 애절해지니 이 또한 무슨 조화란 말인가.


약희를 보면서 때이른 벚꽃 같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사랑은 늘 이른 것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말하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때론 야생마처럼, 때론 들꽃처럼... 당돌하고, 초연하고, 담대해 보였던 약희도 운명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운명이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때이른 벚꽃처럼 차가운 냉기가 맴도는 자금성에서 뜨거운 사랑을 피웠다. 사랑은 운명보다 강열하다는 것을 증명해낸 셈이다.


참, 오랫만이다. 그동안 자기계발서적에만 빠져 정보와 지식을 추구한 덕에 마음이 심히 피폐해쳤다. 이 책 읽고 참.. 오랫만에 남자지만 실컷 울었다. 아내는 무슨 책이냐며 남자가 주책떨지 말라 한다. 가슴을 뜨겁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읽다가 건져 올린 문장들


"가슴은 미칠 만큼 답답한데 시간은 잘도 흘렀다."


"내게는 기하학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생긴 버릇이 있다. 고민해 봐도 모르겠으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알게 되는 수도 있다. 그러니 이번처럼 최고난이도의 문제는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낫다. 시간이 답을 알려 줄 테니까"


"내가 결혼하고픈 사람은, 온 마음을 다 바쳐서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이야."


"어째서 서로의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거지?"


"약희, 그만 내려놓고 네 행복을 찾아!"



 
 
 
세상에 예쁜 것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9월
장바구니담기


내 기억의 창고도 정리 안 한 사진 더미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뒤집박죽이고 어둠 속에 방치되어 있고 나라는 촉수가 닿지 않으면 영원히 무의미한 것들이다. -- 아무리 어두운 기억도 세상이 연마한 고통에는 광채가 따르는 법이다.-115쪽

그 극한 상황에서 왜 하필이면 소설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내가 설화가 풍부한 고장에서 태어나서 옛날 이야기를 잘하는 가족과 이야기책을 많이 읽고 내가 심심해할 때 그것을 풀어내개를 즐긴 어미니 밑에서 자라서 이야기가 지닌 위안과 치유의 능력에 대해 은연 중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21쪽

그러나 잊지 않았기 때문에 쓸 수 있었고, 그 후 오늘날까지 꾸준히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보통으로 평범하게 산 동안이 길었기 때문이고 했다.
-22쪽

또한 이 나이까지 꾸준히 소설을 써온 건, 이야기가 지닌 살아낼 수 있는 힘과 위안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23쪽

여기서 젊다는 건 체력이나 용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감수성과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고, 옳지 못한 일에 분노하고 부조리에 고뇌할 수 있는 정신의 능력을 말하는 데, 이런 정신의 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각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글쓰기가 아닌가 한다.
-28쪽

좋은 이야기는 상상력을 길러주고, 옳은 것을 알아보게 하고, 사람과 사물에 대한 사랑의 능력을 키워주고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한다.
-39쪽

가장 힘든 것은, 적절한 한마디 말을 찾아 온종일 헤맬 때도 있다는 겁니다.
-57쪽

사람은 근본(根本)은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그 흑백 사진집을 보고 받은 충격은, 잊고 싶은 내 남루한 근본과 불의에 마주친 충격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105쪽

피천득 선생님과 만남에서
서재만이 아기자기했지만 서재라 부르기엔 책이 너무 없었다. .. 당신에게 영향을 끼친, 지금도 가끔 꺼내보고 싶은 최소한의 책만 소망하고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현명한 용기가 부러웠다.
-211쪽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