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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 이현수 장편소설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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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장난아니다.
이렇게 글을 써도 되는거야. 한참을 망설이다 한 숨을 쉬었다. 숨 쉴틈이 없을 정도록

왜 나흘일까?
한참을 읽어 나가면서 나근리 사건이 나흘 동안 일어나 '나흘'이란 제목이 붙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흘의 침묵, 나흘의 고통, 나흘의 애증...



 
 
 
보보경심 세트 - 전3권 보보경심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새파란상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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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 울린 보보경심(步步驚心)


출근 길이다. 아직 이르다. 아무도 개화하지 않았다. 다음주면 만개할 것을 기대하며 거리를 지나쳤다. 한참을 달리다 한 그루가 유난히 뽀얀 얼굴을 내밀었다. 벌서 만개한 것이다. 아~~~ 나도 모르게 한숨같은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 급한 마음에 폰을 꺼내 그녀의 향긋한 미소를 담았다. '찰칵' 


똑같은 나무, 똑같은 장소, 똑같은 날씨지만 모든 벚꽃이 함께 피지는 않는다. 나는 이번에 신비로운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엄연히 다른 것이다. 그녀에게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아직 겨울이라 몸을 움추리고 있지만, 그녀만은 봄이라고 자신의 화사함을 마음껏 뽐냈다. 그녀의 열기가 뜨겁다. 그립고 사랑스럽다. 아무도 못할 일은 그녀는 당당하게 해낸 것이다. 내년 봄에도 그녀는 그렇게 하리라. 아직 이르다고 누군가의 잔소리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자태를 먼저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봄의 흔적을 남긴다. 



보보경심(步步驚心), 한자의 뜻이 절묘하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설 수록 마음은 더 놀란다. 이 무슨 뜻인가? 나에게도 세가지의 놀람 즉 경심(步步驚心)이  있었다. 책을 받아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한 책당 오백쪽이 넘어가고 있었다. 바쁜 현대인에게 무거운 책이었다. 이것이 첫번째 놀람이다. 두번재는 놀람은 읽어 가는 중에 스며오는 사랑과 운명 속에서 갈등하는 약희에게 놀랬다. 이미 역사를 안다. 아니 결말을 안다. 그녀는 후에 옹정제가 될 사황자를 택한다. 그러나 십황자와의 에피소드도, 형부인 팔황자와의 갈등은 계속하여 그녀를 괴롭힌다. 


역사는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이것이 두번재 놀람이다. 세번째 놀람은 결말이다. 결국 사황자를 택하고 황제가 된 그를 가까이 모시게 되지만, 다시 헤어지고 십사황자의 측복진이 된다. 그리고 쓰린 마음으로 옹정제를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놀랬다. 어쩔.. 이럴 수가. 마지막 결말이 나를 울렸다.



초기에 약희는 역사에 초연하리라 생각한다. 착각이었다. 황자들의 관심을 뿌리치지 못하고 말려들다 다시 정신을 차리기를 수십번... 그러다 결국 운명보다 강한 사랑에 빠져든다. 그녀는 피할 수 없었다. 거대한 운명에 저항하기에 마이태 약희는 너무 약했다. 그리고 감정도 마음이 생각하는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역사의 흐름을 알고 있어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 자신의 운명은 다른 사람 손에 달려 있으니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한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이성적이고 멀쩡한 거지? 나 자신의 일조차 이렇게 분석하다니 벌써 약희가 다 된 줄 알았는데 역시 넌 아직도 장효였어"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아가자 약희는 그곳에서 맞물려 빠져 나가질 못한 것이다. 초연할 수 없었다. 다시 깨어나 초연해지려 하지만 다시 역사와 애정이 늪으로 깊어 빠져 들어갔다. 사랑은 운명보다 강열한 탓이다.




1편은 장효가 사고가 나 깨어나 강희제 43년의 마이태 약희로 살아가는 장면이다. 섬씽은 자신의 형부였던 팔황자과의 밀고 당기는 이야기로 풀어간다. 마지막 장면은 팔황자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눈 속에 얼굴을 파묻히는 장면과 사황자의 만남으로 끝이 난다. 2편은 강희제의 변순례와 약희와 민민공주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약희는 풍전등화와 같고 마지막 잎새와 같다. 아무런 힘도 없다. 형제간의 죽이고 가두는 비극을 눈 앞에서 바라 본다. 울고 절망하고 슬퍼한다. 3편은 4황자의 등극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끝이 난다. 슬프다. 번외편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울컬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책을 덮고 나서 내내 우울했다.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약희의 운명이 불쌍했고, 사랑하면서도 지켜줄 수 없었던 옹정제의 마음이 느껴져 더 우울했다. 정말 우울하게 만든건 약희가 죽기전.. 아니 죽고 나서 장효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는가이다. 만약 돌아왔던라면, 사랑이 과거의 추억으로 끝이 났더라면 한결 마음이 가벼웠을 것이다. 그러나 끝내 약희는 옹정제와 만남을 이루지 못하고 외롭게 죽는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 마음 아프게 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약희와 사황자만의 몪은 아니었다. 민민공주와 심삽황자의 사랑도 애절하지만 초원의 바람처럼 외롭고 지독한 사랑이었다. 이상하다. 마음껏 사랑하고 욕망을 불태우면 허무함이 깃들이는데, 마음으로 애태우며 그리움으로 닳아가면 아름다워지니 말이다. 사랑은 운명에 함몰되어 사라진 듯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어서 더욱 애절해지니 이 또한 무슨 조화란 말인가.


약희를 보면서 때이른 벚꽃 같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사랑은 늘 이른 것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말하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때론 야생마처럼, 때론 들꽃처럼... 당돌하고, 초연하고, 담대해 보였던 약희도 운명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운명이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때이른 벚꽃처럼 차가운 냉기가 맴도는 자금성에서 뜨거운 사랑을 피웠다. 사랑은 운명보다 강열하다는 것을 증명해낸 셈이다.


참, 오랫만이다. 그동안 자기계발서적에만 빠져 정보와 지식을 추구한 덕에 마음이 심히 피폐해쳤다. 이 책 읽고 참.. 오랫만에 남자지만 실컷 울었다. 아내는 무슨 책이냐며 남자가 주책떨지 말라 한다. 가슴을 뜨겁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읽다가 건져 올린 문장들


"가슴은 미칠 만큼 답답한데 시간은 잘도 흘렀다."


"내게는 기하학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생긴 버릇이 있다. 고민해 봐도 모르겠으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알게 되는 수도 있다. 그러니 이번처럼 최고난이도의 문제는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낫다. 시간이 답을 알려 줄 테니까"


"내가 결혼하고픈 사람은, 온 마음을 다 바쳐서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이야."


"어째서 서로의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거지?"


"약희, 그만 내려놓고 네 행복을 찾아!"




 
 
 
세상에 예쁜 것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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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의 창고도 정리 안 한 사진 더미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뒤집박죽이고 어둠 속에 방치되어 있고 나라는 촉수가 닿지 않으면 영원히 무의미한 것들이다. -- 아무리 어두운 기억도 세상이 연마한 고통에는 광채가 따르는 법이다.– 115쪽
그 극한 상황에서 왜 하필이면 소설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내가 설화가 풍부한 고장에서 태어나서 옛날 이야기를 잘하는 가족과 이야기책을 많이 읽고 내가 심심해할 때 그것을 풀어내개를 즐긴 어미니 밑에서 자라서 이야기가 지닌 위안과 치유의 능력에 대해 은연 중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 21쪽
그러나 잊지 않았기 때문에 쓸 수 있었고, 그 후 오늘날까지 꾸준히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보통으로 평범하게 산 동안이 길었기 때문이고 했다.
– 22쪽
또한 이 나이까지 꾸준히 소설을 써온 건, 이야기가 지닌 살아낼 수 있는 힘과 위안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 23쪽
여기서 젊다는 건 체력이나 용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감수성과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고, 옳지 못한 일에 분노하고 부조리에 고뇌할 수 있는 정신의 능력을 말하는 데, 이런 정신의 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각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글쓰기가 아닌가 한다.
– 28쪽
좋은 이야기는 상상력을 길러주고, 옳은 것을 알아보게 하고, 사람과 사물에 대한 사랑의 능력을 키워주고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한다.
– 39쪽
가장 힘든 것은, 적절한 한마디 말을 찾아 온종일 헤맬 때도 있다는 겁니다.
– 57쪽
사람은 근본(根本)은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그 흑백 사진집을 보고 받은 충격은, 잊고 싶은 내 남루한 근본과 불의에 마주친 충격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 105쪽
피천득 선생님과 만남에서
서재만이 아기자기했지만 서재라 부르기엔 책이 너무 없었다. .. 당신에게 영향을 끼친, 지금도 가끔 꺼내보고 싶은 최소한의 책만 소망하고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현명한 용기가 부러웠다.
– 211쪽



 
 
 
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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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버림받은 실존의 파편들

그저 유명한 사람이라기에 서점에 들르자마자 '김훈 소설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네 몇 권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내어준 책이 흑산과 남한산성이다. <흑산>부터 읽었다. 아무래도 정약전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인 것 같아서였다. 표지를 넘기고 한 장 한 장 넘겨 가면서 실망과 놀라움이 동시에 스며들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묘한 분위기가 문장 하나하나에 깊이 박혀 있었다. 처절하게 써내려간 문장은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몰아갔다.

김훈의 문장이 좋다고 하기에, 그분의 이름이 유명하다고 하기에 그저 집어든 책인데 받은 충격이 너무 강하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듯한 혼미함이 쓰나미처럼 밀려 들어왔다.
'잘 못 샀나?. 그냥 다른 소설책을 살걸!'
약간의 후회가 밀려 왔다. 싫어서가 아니다. 마약처럼 영혼의 미각을 중독 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분간 김훈의 작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유난히 바쁜 10월과 11월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잠시 읽다 한쪽에 내팽개쳐두고 두어달을 모른체 할 수도 없는 노릇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밤을 새서라도 다 읽어야할 압박감이 파죽지세로 밀려온다. 기분좋은 흥분, 그러나 절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함께 밀려 왔다. 젠장 무슨 소설이 이래!

개인적으로 정약용은 조선인물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정약용을 세속적인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신앙을 부인하고 세속으로 돌아가 목숨이나 구걸하며 사는 나약하고 추한 존재로 비춰진다. 실망이다.

이 소설도 실망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가 나오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인줄 알았다.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약전은 변두리로 밀려나 있다. 오히려 수많은 버림받고 소외되어 현세를 떠들았던 실존의 파편들만 잔뜩 책을 메우고있다. 그들의 한 맺힌 이야기를 들으려니 가슴이 답답하고 코끝이 찡해져서 책을 몇 번이나 덮어야 했다.

실망이다. 좀더 재미난 이야기, 어떻게 그렇게 멋진 자산어보를 쓸 수 있었는가를 학문적 관점에서 풀어가는 줄 알았다. 공부법, 책쓰는 법 등을 배우려는 얄팍한 나의 속셈이 드러나는 것같아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괘씸하다. 편하게 읽고 싶은데 양심을 깨우는 문장들이 심장을 찔러대서 따금따금하다.

흑산도의 어부들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미치도록 부패한 정부가 미웠다.

"슬픔은 비빌 곳이 없어서 지층처럼 (흑산도)사람들의 마음 밑바닥에 쌓였고, 사람들은 다시 바다로 나아갔다."(87)

김훈의 소설을 처음이다. 아니 김훈의 책 자체가 처음이다. 내가 김훈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고, 불편한 진실을 자꾸 들추어 낸다는 것이다.

숨막힐듯 풀어내는 그의 수사학적 현란함에 혀를 내두른다. 그러나 전혀 가볍지 않다.

"길은 늘 앞으로 뻗어 있어서 지나온 길들은 쉽게 잊혔지만, 돌아올 때는 지난온 길이 앞으로 뻗었고, 갈 때 앞으로 뻗어 있던 길이 다시 잊혔다. 길은 늘 그 위를 걸음으로 디뎌서 가는 사람의 것이었고, 가는 동안만의 것이어서 가고 나면 길의 기억은 가물거려서 돌이켜 생각하기 어려웠다."(43)

주저앉아 울고 싶은 대목도 있었다. 버려진 인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인생,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젖공장이 되어 젊은 나이에 죽어간 '아리의 어미'는 유배지 흑산도의 상징 그 자체였다.

"젖 잘 나오는 여종은 팔려간 상전집 아이가 두 돌이 지나 젖을 떼면 몸값이 반으로 떨어져서 전의 상전한테로 다시 펼려왔다. --- 아리의 어미는 아리를 낳고 젖이 흔했다. --- 장단진사의 아들은 두 돌이 지나서 젖을 떼었고 아리 어미의 젖은 마르지 않았다. --- 아리 어미의 젖을 첩의 아들에게 먹였다. 장단에서 아리 어미는 젖 잘 나는 여종으로 소문나서 이 집 저 집으로 팔려 다니며 젖을 빨렸다. 접이 마르면, 상전들은 아리 어미를 다시 남자 종과 붙여서 임신시키고 자식을 낳게해서 젖을 뽑아내었다. --- 아리 어미는 임진강을 건너오지 못하고 장단에서 젖을 빨리다가 죽었다. --- 마흔 다섯 살에 죽었다."

이건 분명 이용 당한 거다. 젖이 나오지 않으면 남자종과 억지로 '교접'하게 해서 젖이 나오로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죽었다.

흑산에는 이렇게 실존의 파편들이 널려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이름도 없는 존재들이다.




 
 
 
알퐁스 도데 단편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5
알퐁스 도데 지음, 김사행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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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눈물나게 아름다운 서정적인 이야기들을 담았다. 벌써 몇 번째 인데도 마지막 수업과 별은 눈물이 짠한 감동이 흐른다. 별은 황순원의`소나기`를 읽는 듯한 잔잔한 감동이 있다. 정말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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