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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설명서를 먼저 읽어라


촌티 팍팍나는 나는 비데를 잘 모른다. 방송에서나 홈쇼핑 광고에서난 봤지, 한 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다. 종종 다른 집에 갈 때 비데가 설치되어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그냥 화장지로 처리했다. 그러다 어느날 한 번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런데 왠일? 왜이리 복잡하고 어려운지...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세정인가 뭔가 눌렀더니.. 물줄기기가 앞뒤로 오가면서 간질거리지 않는가하면 갑자게 물이 세게 나오다 약하게 나오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황당하고 놀랐는지 모른다. 최소 버튼을 찾아 눌렀다. 멈추었다. 한숨을 돌리고 대충 처리한 다음 일어섰더니 이게 턱하지 보이지 않는가. 

사용시 주의 사항

-제품 사용 전 반드시 사용설명서를 읽고 바르게 사용해 주세요!-

그랬다. 나는 사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당황했고 이상한 비데의 놀음에 당한 것이다. 사용설명서 꼭 읽어 봐야 한다.



사용설명서란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상당한 책들이 검색되었다. 나의 운명, 내몸, 내 감정, 금융 경제학 등등 많기도 하다. 사용설명서 잘 읽어야 사용할 때 오류니 실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사용설명서란 원리를 말하는 것이다. 기계가 어떻게 작동되고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직여지는 지를 아는 것이다. 삶도 그리고, 감정도 그렇고, 돈도 그렇다.
















전에 김홍신의 인생 사용설명서를 읽고 좋았던 기억이 난다. 삶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하게 해준 책이다. 이병준의 다큰 자녀 싸가지 코칭은 십대의 통제불능의 아이들을 잘 다루는 방법, 즉 자녀사용설명서였다. 설득의 비밀은 이미 EBS에서 방영된 것인데 책으로 나왔다. 사람의 심리 속에 담겨진 설득의 원리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용설명서를 잘 읽지 않는다. 서비스센타에서 늘 강조하는 말, 사용설명서를 잘 읽어 보십시오. 그러면 전화 걸일이 거의 없을 겁니다. 맞다. 알고나면 쉽다. 그러나 알기까지는 어렵다. 그러니 사용설명서 잘 읽어 보자. 이것이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법이다.




 
 
 

질도 좋지만 양도 중요하다.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질과 양은 전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다.

말콤 글래드 웰의 일만시간의 법칙에 의하면 질은 양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많은 양의 연습이 좋은 실력으로 이끈다.

모든 것을 일반화 시킬 수는 없지만 글쓰기에는 통하는 법칙이다. 아무 렇게나 쓰면 안되지만 쓰는 만큼 실력도 느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쓰련다. 지금은...



 
 
 

출구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생앙쥐도 고양이를 문다.

출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장치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안네 프랑크, 16살에 나치의 수용소에서 티푸스에 걸려 죽은 여린 천재소녀다. 그녀에게 천재 소녀란 별명이 붙은 이유는 그녀가 죽었기 때문이다. 살아 있다면 그렇게 까지 치켜 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평범하게 그려내 그녀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출구 없는 나는 사치스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난 너무 행복한 놈이다. 
















이번에 구입한 책은 지금까지의 축약본이 아닌 무삭제 완역판이다. 축약본은 출판사에서 의도적으로 축약한 것이 아니라 안네의 유일한 가족인 안나 아버지에 의하여 정치적인 의도로 축약된 것이다. 그곳에는 안네의 사소하고 평범한 이야기가 일부 편집되었고, 특히 그의 사춘기의 사랑과 애증의 고백들이 편집되어 잘려 나갔다.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소지는 충분한 축약본이다. 


안네는 평범한 일기 형식이 아니라 가상의 키티라는 인물을 만들어 그와 대화하고 편지쓰는 형식을 취했다. 


당신에게라면 내 마음속의 비밀들을 모두 다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발 내 마음의 지주가 되어 나를 격려해주세요.

1942년 6월 12일


생각해보면 나 같은 여자 아이가 일기를 쓴다는 것은 참 희한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써본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열세 살 된 여학생 따위가 마음속을 털어놓은 일기에 흥미를 느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나는 쓰고 싶습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고 마음 속에 묻어 두었던 것을 몽땅 털어놓고 싶습니다.

1942년 6월 20일 토요일 / 나는 왜 외톨이라고 느끼는 걸까?


그녀의 추측은 틀렸다. 아무도 읽지 않을 거라는 열세 살 소녀의 일기는 수억의 사람들이 읽고 있다.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을 거라는 그녀의 사소한 일상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다. 출구도 없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꽉막힌 일상을 소소하게 기록하게 나갔다. 그게 무슨 문학작품이겠는가 싶으면서도 출구 없는 그녀의 일상을 통해 출구 없는 우리의 삶을 보게 된다. 그녀는 내가 되고 그녀의 은신처는 출구 없는 나의 삶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려움이 아닌 희망을 찾아가는 작은 기록을 축적해 가는 그녀는 통해 오늘도 희망을 찾아 삶을 축적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 책은 무릎꿇고 읽어야 합니다.


얼마전 북토크에 참가한 적이 있다. 자신의 쓴 책을 소개하며 청중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었다. 그렇게 2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다. 그분에게나 그분의 책에대해서는 그닥 호감이 가지 않았다. 잘 쓴 책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분이 자신의 독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중에 '이 책은 무끓고 읽었습니다.'고 고백한 책 한 권이 귀에 쏘~옥 들어왔다. 그 책은 나도 10여년 전에 사서 읽었고, 종종 꺼내 읽는 책이었기 때문에 더욱 귀에 박혔다. 신영복교수의 옥중서간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그 주인공이다. 그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당장 책꼿이에서 그 책을 꺼내 들도 다시 읽어 보았다. 과연 놀라운 책이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책 내용에 있지 않았다. 20대에 쓴 책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신영복교수는 1941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했다. 1963년 서울대에 입학하여 졸업후 바로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후 숙명여대 강사로 활동하다 66-68년까지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교수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는 68년 일어난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형을 선고 받는다. 무려 20년 20일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썩게(?)된다.  이 책은 그가 감옥에서 쓴 사색과 편지들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그의 나이 27세 때이다. 물론 그 후로 나이가 들어가지만 말이다. 아직 풋내가 벗겨지지 않는 젊은 나이에 그는 옥중에서 마흔이 넘은 필자도 따라가기 힘든 글을 지어낸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그분의 명성에 눌려 그 때의 나이를 계산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문득 신영복 교수의 나이를 계산하면서 놀란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뇌였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 



이런 축축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나는 어서 기온이 싸늘히 내려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방안 가득히 반짝이는 그 총명한 빙광을, 그 넓은 성좌를 보고 싶다. 그 번뜩이는 빛 속에서 예지의 날을 세우고 싶다. 21


더 많은 사람, 더 고된 생활은 마치 더 넓은 토지에 더 깊은 뿌리로 서 있는 침통한 슬픔에 함몰되어 있더라도,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47


둘째는 아버님이 보내주신 편지의 대부분은 '집안 걱정 말고 몸조심하여라'라는 말씀입니다. ... 저는 아버님으로부터 좀 다른 내용의 편지를 받고 싶습니다. 예하면 근간에 읽으신 서문에 관한 소견이라든가 최근에 격으신 생활 주변의 이야기라든가 하는 그런 구체적인 말씀을 듣고 싶은 것입니다. '염려의 편지'가 '대화의 편지'로 바뀌어진다면 저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님의 편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3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다. 가슴을 저며오는 아픔과 고독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실존적 관점에서 승화하려는 몸부림이 느껴진다. 문장을 보면 가볍지 않으면서도 진실한 무게가 담겨져 있다. 정말이지 이분의 책을 읽는 순간, 감동과 부러움이 교차한다.  문장의 중후함만이 전부가 아니다. 문장에서 인지되는 성찰의 고백은 더욱 진지하게 만들어 준다.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결코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하에서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는 바를 되새기듯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싶습니다. 지식을 넓히기보다는 생각을 높이려 함은 사침하여야 사무사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85


몸으로 지식을 체득하고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려하는 신교수의 성찰적 고뇌가 보인다. 빨리 읽고, 많이 읽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멀리 가려는 피상적인 현대인들에게 주는 경종이다. 몸으로 살아내지 않으면 결코 진정한 배움이 될 수 없다는 신교수의 주장에는 삶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담겨 있다. 


오늘 문득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살며시 무끓을 꿇어 본다.


그냥 내 생각이지만, 난 신영복 교수의 모든 책은 읽고 소장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벌레가 맘에 들어 하는 제목들

 

요즘 들어 맘에 드는 책 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순전히 우연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운명처럼 다가오는 이름들이다. 지난주부터 읽어오고 있는 스티브 레빈의 <책 전략적 읽기>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책 제목들이 제임스 볼드윈의 <책을 사랑하는 사람>, 홀브록 잭슨의 <책읽기>, 해럴드 블룸의 <독서의 방법과 이유>이다. '책'이나 '독서'라는 단어가 눈에 띄면 왠지 기분이 상쾌해지고 흥분이 된다. 책벌레의 본능인 듯하다.


 










그래서 알라딘에 비슷 이름이 있는지 검색해 보았더니 참 맘이 드는 제목들이 많이 보인다.

허하람의 <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 정진국의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설득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멋져 보이는 제목도 보인다. 존 맥스웰 해밀턴의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 영화로도 이미 보았던 감동적인 소설인 마쓰히사 아쓰시의 <천국의 책방>이 있다. 이 영화는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멋진 영화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배우 다케우치 유코가 나오니 더 좋다.

 

진짜 맘에 쏘옥 드는 책도 있다. 김현태의 <엄마가 사랑하는 책벌레>. 이동진의 서평을 모아놓은 <밤은 책이다>. 얼마나 멋진가! 밤에 홀로 책상에 앉아 책을 읽어가는 모습이……. 가을이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상상. 그냥 멋져 보인다.

 














나의 별명을 높인 책도 있다. 김문태의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 강명관의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미친 듯이 책을 읽어대는 책벌레인 클라스 후이징이 쓴 괴짜소설 <책벌레>. 이 모두가 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책벌레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도서여행집<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링컨은 책벌레였다. 지독한 책벌레 미국이 대통령이 되어 미국 역사의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성석제, 장영희, 정호승의 공저하고 전미숙이 사진을 찍어 만든 <책, 세상을 탐하다>. 제목도 멋지지만 표지 디자인이 그야말로 나를 흥분시킨다. 책이 꽉 들어찬 서재의 모습이란 가히 나를 설레게 한다.

 

제목과 잘 매치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맘에 드는 제목이 있다. <엄마의 책방>이 주인공인데, 고단하게 살아가는 엄마들의 치유의 독서 처방전이다. 귀향으로 유명한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도 약간 어색하다. 십여 년 전 나를 설레게 했던 일본의 다재다능한 작가 다치나바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독서에 대한 이야기는 맞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서술들이라 제목과는 약간 맞지 않는다. 그래도 제목은 맘에 든다. 내용도 좋고…….

 

제목이 다들 괜찮으니 내용도 한결같이 좋다. 제목과 내용이 다를 수도 있지만 오늘 고른 책들은 마음에 쏘~~옥 든다. 하여튼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제목도 좋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한 번이라도 읽어 보지 않겠는가.


가을이 익어가는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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