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자정이 다 되어 2박 3일의 긴 주말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가 골목 입구에 주차하면 가을이가 꼬리를 흔들며 뛰어 나온다. 그런데 어제는 뛰어 오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작년 겨울 겨울이가 쥐약을 먹고 죽은 적이 있어 이 가을이도 혹시 쥐약을 먹은 것이 아닐까? 쓸쓸한 시골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 없이 무너졌다. 집에 도착하자마도 아이들에게 '가을이 어디간줄 알아?' 하며 가을이 안부부터 물었다.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방금까지 있었다고. 십 여분쯤 지나니 뒷집 개와 함께 나타났다. 흐........ 이 녀석... 남자 친구를 만나고 있었구나. 와줘서 고마웠다. 




몇 달 전에 사 놓고 아직도 읽지 않은 윌리엄 폴 영 장편소설 <갈림길> 읽고 있다. 전에 <오두막>을 읽을 때 느꼈던 감동이 워낙 커서 리뷰나 추천은 보지도 않고 곧바로 사고 말았다. 그런데 아직도 안 읽었으니 마음이 짠하다. 비록 오늘 읽기 위해 펼쳐 들기는 했지만 얼마나 흡입력이 있어서 끝까지 읽게될런지 모를 일이다.


윌리엄 폴 영의 소설은 기독교 풍인데 범신론적 느낌이 강하다. 자연과 하나님이 다르지 않아 보이고, 평화와 사랑을 모든 소설에 끼워 넣었다. 어쩌면 위험하고, 어쩌면 감동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쨌든 난 그의 소설을 좋아 한다. 


오만하고 이기적인 사업가 앤서니 스펜서, 완벽한 삶을 사는 그에게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그에게 갈림길이 나타난다.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문득 프로스트이 '가보지 않은 길'이란 시가 생각난다.


가보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난 두 갈래 길 

아쉽게도 한 사람 나그네 

두 길 갈 수 없어 길 하나 

멀리 덤불로 굽어드는 데까지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리곤 딴 길을 택했다. 똑같이 곱고 

풀 우거지고 덜 닳아 보여 

그 길이 더 마음을 끌었던 것일까. 

하기야 두 길 다 지나간 이들 많아 

엇비슷하게 닳은 길이었건만. 


그런데 그 아침 두 길은 똑같이 

아직 발길에 밟히지 않은 낙엽에 묻혀 있어 

아, 나는 첫째 길을 후일로 기약해 두었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법이라 

되돌아올 수 없음 알고 있었다.  


먼 먼 훗날 어디선가 나는 

한숨 지으며 이렇게 말하려나 

어느 숲에서 두 갈래 길 만나, 나는... 

덜 다닌 길을 갔었노라고 

그래서 내 인생 온통 달라졌노라고.


잘 몰랐는데 <이브>라는 소설도 보인다. 이브는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다. 


사람은 모두 제길을 간다. 그런데 어떤 길은 슬픔의 길이고, 우울한 길이다. 또 어떤 길은 행복의 길이고 기쁨의 길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 슬픔의 길을 가는 이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기쁨을 발견하고, 행복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우울해 진다. 당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은 타인의 불행을 보며 자신은 그렇지 않음을 감사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가을이는 행복하게 사는 데 날 행복하게 한다. 그것도 조금 이상하다. 난 누군가를 기쁘게 한 적이 있을까? 별로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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