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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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도시의 의미를 묻는다면

 

나는 물었다. 내가 없는 세상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의미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

그녀는 다시 대답한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그럼 내가 당신의 살아갈 이유인 거야?”

 

삶의 이유, 나는 아직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사랑 없는 세상에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겠는가? 난 삶에서 나의 편을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틀간의 인내를 어젯밤 마침내 마쳤다. 만사를 제쳐두고 책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자정을 넘긴 새벽 1:58에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책장을 덮으며 단 문장을 생각해 냈다. 아니, 생각이 났다. 이 책은 평범한 일상을 눈부시게 아름답게 표현했다.’. 이 책에서 특별함은 찾기 힘들다. 다만 우리와 조금 다른 나폴리라는 도시에서 일어났다는 점. 그리고 나보다 조금 더 일찍 태어나 그런 상황 속에서 유년기와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는 점. 그것 말고 다른 점이 있던가? 지독하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갖는 광범위한 보편성이 책의 스토리다. 지독한 평범성. 그래서 누구나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악마성과 천재성을 동시에 가진, 아니 악마이기에 천재일 수밖에 없는 릴라. 그녀의 본명은 라파엘라 체룰로이고, 화자인 레누는 릴라에게 항상 1등의 자리를 내주는 만년 2등 인생이다. 미움과 사랑, 우정과 시기가 둘 사이를 오간다. 하지만 결코 싫어하지 않는다. 릴라를 벗어나려는 불굴의 투지는 며칠 가지 않아 무너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정신적인 지주처럼, 앞서다가 다시 뒤로 물러나고, 다시 도약하고, 다시 추락한다.

 

릴라는 레누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였다. 릴라를 벗어나려는 투지가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릴라를 통한 수많은 대화가 레누에게 경감을 줄 뿐 아니라 그것이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난 9월 내내 릴라와 파스콸레와 함께 나누었던 대화를 생각했다. 순간 그런 대화야말로 매일같이 출석해서 수업을 듣는 이곳보다 진정한 의미의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p245)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처음에 소설을 써서, 나중엔 신발을 만들어서. 그러나 마지막엔 키 작고 돈 많은 젊은 가게 주인 스테파노와 결혼함으로 릴라의 꿈은 이루어지는 것 같다. 화자인 레누는 누군가. 천재와 악마의 사이를 오가는 릴라의 절친이 아니던가. 릴라를 이기 위해 자학하듯 자신이 할 수 있는 공부에 전념하지만 고작 문방구 아줌마의 심부름이나 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녀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나는 누굴까?”

 

모래사장은 차가웠고 달빛에 거무스름한 잿빛을 띠었다. 바다는 잔잔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외로움에 사무쳐 울기 시작했다. 나는 대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 걸까?” (p290)

 

사람은 독립적이다. 그러나 독립적인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의미는 연결될 때 생긴다. 일상을 치열하게 표현해 내는 힘. 이게 작가인 엘레나 페란테의 힘이다. 그녀가 작가는 글로 말한다.’는 말에 백번 동감한다. 그렇다. 작가는 글로 표현해야 한다. 시기와 경쟁으로 파탄이 날 것 같은 둘의 우정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하지만 더 깊은 본심은 인간의 본질적 심성을 파고 들어간다. 돈과 권력, 공부와 행복, 경쟁과 협력 등을 통해 서로는 서로에게 나의 눈부신 친구라고 말하게 만든다.

 

번역자인 김지우는 이렇게 평가한다.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은 굶주린 듯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마지막 장을 덮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이야기다.”

 

이유는 간한다.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우리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자칫 무의미하다고 평가절하 시킬 우리의 일상, 쓸모없다고 소각시킬 뻔했던 일상의 조각들은 치열한 문장으로 빗어냈다. 그래서 난 이 소설이 위대하다고 감히 말한다. 나에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준 그녀의 대답과 맞먹는 멋진 소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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