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을 설쳤다. 잠이 오지 않아 딩굴딩굴하다 잠깐 잠이들다 몇 번을 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불편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나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최순실이란 그 한 명 때문에 뉴스는 이화여대 총장의 사퇴로 시끄러웠고, 아직도 더 많은 것들이 나와야 한다며 분개하고 있다. 난 개인적으로 이화여대 총장의 사태를 반대한다. 아직 사퇴할 때가 아니다. 지금 사퇴하면 분노의 불은 꺼저 버린다. 아마도 뒷선에서 더이상 사태가 커지지 않도록 총장 사퇴를 '명령' 했는지도 모른다. 더 버티다가, 더 악을 부리다가 이화여대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의 분노를 사야 한다. 너무 쉽게 물러나 버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정치하수들의 환호성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는가. 지금 온 나라는 최순실 정윤희 그리고 박근혜 이야기다. 현직 대통령을 이라 까도 되나? 이런게 가능하나? 이게 이상한 것이다. 반대파는 쓸어 버리는 이 판국에 현직 대통령을 욕하지 않는 이들이 없다. 이건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 때론 불안하기까지 하다. 뭔가 감추어진 것이 있어 보인다. 언론을 보라. 왜 최순실에 목을 매지? 그것도 조선 일보까지? 단 너무나 조용한 건 어머니?들이다. 난 누군가의 농락에 대한민국이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까지?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고, 일반인이 모르는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최순실이 해먹은 못된짓에 분노하기 보다, 감추어져 드러나지 않는 무엇인가에 더 불안해하는 나를 본다. 곧 반격이 시작될지 모른다. 

 

정씨가 했던 말이란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의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


그런데 생각해보자. 이게 단순한 정씨의 생각뿐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이 아닌가? 이 말을 했다고 정씨를 그리 욕할 이유가 될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로 나 같이 죽도록 일하고 노력해도 가난뱅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씨의 말은 분노를 일으킨다. 그런데 강남에서 물어보라. 정씨의 말이 틀렸냐구? 아무도 틀렸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이것이 한국이 현실태가 때문이다.


권력은 혼자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것은 합력체고, 연합이고, 결탁이다. 무엇인가 득이 될만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향해 이사람 저사람이 모여 힘을 만들어 내는 법이다. 정씨의 말은 그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의 은밀한 욕망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정씨를 욕하지 마라. 차라리 고백남기씨를 욕하라. 바보처럼 살다 갔다고.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가난하게 살았다고. 그것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바로 그것이 이상주의고 비현실적인 삶이라고. 단지 그것은 꿈꾸는 것이라고. 


꿈! 이룰 수 없지만 아련하게 바라보는 행복. 처참한 현실을 견디고 노래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꿈인 것이다. 백남기씨는 우리에게 꿈을 보여주고 떠났다. 아무리 현실이 암담해도 꿈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백남기씨 앞에서 정씨의 발언은 즉물적이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소유를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우리나라. 더 소유할 수록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높이 올라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 짋밟는다. 자유는 그들의 짋밟음을 거부하지 않고 당하면서도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나는 너희에게 당하지만,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속물적 존재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자유다. 


어제 서점에 나가 <국가의 배신>을 구입했다. 실미도에서 세월호까지 국민을 속인 국가의 거짓말이란 부제를 담은 책이다. 정치에 관심도 없는 내가 요즘 부쩍 정치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조작간첩 사건을 다룬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와 <나는 고발한다>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최근 정치 관련 책을 찾으니 장준환의 <트럼프 신드롬>도 보인다. '가치와 올바름이 조롱 받는 시대'라는 부제가 마음에 든다. 정씨의 발언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우리는 어릴 적 배웠던 '바른 생활'이 조롱당하고 있음을 안다. <저항자>와 <국가는 거대한 허구다> 역시 국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아직도 이 불길함을 감출 수 없지만, 정씨의 발언이 제발 정씨로만 끝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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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20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상처가 너무 심각하네요....

낭만인생 2016-10-20 10:20   좋아요 1 | URL
그럴 것 같습니다. 저도 화가 나는데 당사자들은 어떨까 싶습니다.

나뭇잎처럼 2016-10-20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호 앞에서 앞으로 살길을 모색했던 것처럼, 최순실과 정유라 앞에서 다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더욱 간절히 고민하게 됩니다. 양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에서 뛰어난 철학자가 나왔다는 걸 위안으로 삼으며...

낭만인생 2016-10-20 12:12   좋아요 0 | URL
참 힘든 시기를 지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유신때보다 열배는 더 마음이 복잡하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