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정서 안정


올 해도 책을 안 읽는다 하면서도 벌써 120권을 넘겨 버렸다. 이러다 책 중독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신간을 보고 있노라니 정신이 어지럽다. 신간이라 구입해 읽고 있으면 다 읽기도 전에 읽고 싶은 신간이 눈에 들어온다. 이거 알라딘 접어야 되는거 아냐! 하여튼 올해도 다 갔으니 내년에는 어찌될는지……. 책의 유혹 앞에 참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썩 괜찮은 책이나 유용한 책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아이의 정서지능]을 요 며칠 동안 뒤적거리며 노트할 만한 곳을 찾았다. 129쪽에 보니 글쓰기와 심리안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심리전문가들은 선수들에게 시합 전 준비 과정 중 가장 익숙한 패턴을 노트에 정리하고 그 동작을 꾸준히 몸에 익히라고 권유한다. 기분 좋은 습관을 반복하면서 평상심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학 수능을 앞둔 학생들에게 평소에 쓰던 필기도구를 쓰고 자신에게 편안함을 주는 행동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라고 하는 것도 이런 효과 때문이다."

 

글쓰기! 다만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표현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글쓰기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체계화 시켜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명확한 생각이 명확한 행동을 일으킨다. 생각 정리가 되지 않으면 정리되지 않는 행동이 나오기 마련이다.

 

73쪽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은 여름이 되면 '슈퍼캠프'를 개최한다. 매년 2,000~2,500명의 학생이 10일 동안 캠프를 통해 효과적인 학습전략에대 배운다. 캠프가 끝나면 놀라운 효과가 일어난다. 무려 73%가 성적이 올랐고, 84%가 자존감이 향상되었고, 81%가 자신감이 생겼다고 답했다. 어떻게 가능할까? 수퍼캠프에서는 '공부'를 가르치지 않는다. 다그치는 사람도 없다. 그곳에서의 수업은 독특하다.

 

그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우정의 가치에 대해 토론하기도 하고 게임도 한다. 캠프의 하루는 신나게 즐기는 것으로 시작하고 세 시간씩 이어지는 수업에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수업의 핵심은 지식이 아니라 긍정적인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방법,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법, 삶을 바라보는 방법 등을 알려 준다. 이곳에 온 학생들은 배움이 즐겁다고 한다. 일반 학교는 어떤가? 정반대다. 성적 위주의 일반 학교 수업은 고통 그 자체다.

 

좋다. 이곳에서 어떤 글쓰기가 나오는지 보자. 아주 상식적이지만 혁신적인 대안이다. 책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슈퍼캠프에서 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장벽 허물기'이다. 아이들은 보드 한쪽에 자신의 목표를 적는다. 그것은 6개월이나 1년 안에 이루고 싶은 단기적인 목표일 수도 있고 원하는 대학이나 직접과 같은 장기적인 목표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목표를 향해 가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에 대해 적는다. 개인에 따라 두려움일 수도 있고 게으름일 수도 있고 다른 어떤 깃일 수도 있다. 스스로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적는다. 그러고는 그 보드를 깨버린다. 심리적인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게임이 끝나면 교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 인생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다."

 

집에 돌아간 아이들은 그 보드를 머리맡에 두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아주 간단한 실천이다. 그러나 이런 작은 행동들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 아이들은 이제 스스로의 정서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논리적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정서적으로 안정 시켜준다. 모호한 생각을 글이라는 명료한 대상으로 타자화 시켰을 때 생각도 명료해지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들도 글쓰기를 한 다음 묵혀두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최소한 하루에서 길게는 몇 달 동안 원고를 서랍에 넣어 두고 꺼내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어보면 좀 더 객관적인 관점으로 자신의 글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얼마 전에 두 딸의 자살과 남편의 죽음을 경험한 어느 중년 여인의 기사를 읽었다. 그녀도 몇 번은 자살 시도를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살아갈 힘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가면서 서서히 죽음에 대한 집착도 사라지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 갔다고 한다.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그러나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아마도 내가 죽으며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두 딸을 자살로 내몰았던 그들은 반성할까? 등의 글을 썼을 것이다. 자신의 분노와 억울함을 글로 표현하고 표출했다. 이것을 '발설하는 글쓰기'라고 하는데, 발설하는 글쓰기에는 치유하는 힘이 있다.

 

결국 글쓰기는 인격의 성숙과 치유, 마음의 안정을 통해 집중력을 가져다준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많지만, 글쓰기의 좋은 점은 또 하나 발견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오늘부터 일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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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30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 추천마법사가 스마트폰 화면에 떠있으면 애써 외면해버립니다. ㅎㅎㅎ

낭만인생 2014-12-31 11:38   좋아요 1 | URL
저도 비슷합니다. 가끔 읽고 싶어요 표시는 해둘때가 있습니다.

하양물감 2015-01-01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북플추천마법사, 혹은 알라딘 추천마법사가 왜 나한테 그 책들을 추천하는지 이해가 안갈때가 많아요.
내가 읽은 책이 아니라 내가 산 책을 기준으로 해서 그럴까요^^

낭만인생 2015-06-30 18:10   좋아요 1 | URL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산 책을 기준으로 또 다른 책을 추천하는 것 같네요. 방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