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와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http://www.youtube.com/watch?v=h8tRKdtvX8A


왜 하필이면 밀양일까? 밀양은 묘한 악연이다. 전도연 주연의 밀양으로 한국교회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교회의 민낯을 보여준 그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밀양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것은 정당한 것이었고, 한국교회를 그 사실에 직면해야 했음에도 기억하기를 거부했다.

 

또 다시 밀양이었다. 송전탑 문제로 온 나라가 뒤죽박죽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왜 밀양의 할머니들이 그렇게 발버둥을 쳐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고압선이 위험하긴 하지만 그건 밀양의 일이지 머나먼 우리집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또한 밀양 송전탑을 외면했다.

 

다시 밀양이 떴다. 한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을 영화로 만든 한공주가 여우주연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14세였던 최모양과 그의 고종사촌인 노모양 (16)을 밀양공업고등학교, 밀양밀성고등하교, 밀양세종고등학교에 3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 115명에 의해 밀양시내 가곡동의 모 여인숙 등에서 집단 성폭행, 구타, 공갈협박, 금품갈취 등을 당한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놀라운 건데 여기서 가해자였던 한 여성이 밀양에서 멀지 않은 의령경찰서에서 황모 여경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건을 조사할 때 밀양 경찰은 피해자에게 '밀양 물을 다 흐려 놨네.'라며 오히려 구박했다고 한다.

 

그들은 잊고 싶을 것이다. 자신들의 과거와 죄를. 그러나 잊혀질 것 같았던 그 사건은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더 널리 퍼져 나가고 있다.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이번 여우주연상의 소감문과 연관 검색어로 떠오르는 밀양 여중생 사건을 함께 클릭해 읽어 볼 것이다. 지금 이 글도 검색이 된다면 읽을 것이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게 되었다. 끊임없이 공유되고 퍼 나르는 시대에서 그들은 이제 낙인찍혔고, 인식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보지 않으려 한다.

 

망각은 쉼을 주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사라지게 한다.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것을 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때 의도적 망각이 일어난다. 그들은 주장할 것이다. '잊혀질 권리'가 있다. 아니다. 기억해야 한다. 세월호도 기억해야 하고, 밀양 여중생 사건도 기억해야 한다. 그들에겐 잊혀질 권리가 없다
















칵테일파티효과에 의하면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기억은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말은 바로 그 의미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임을 의미한다. 즉 기억은 곧 그의 가치를 보여준다. 자신에게 나쁜 영향을 주거나 부정적인 것들은 애써 잊으려한다. <의도적 눈감기>는 인간의 이런 측면을 보여준다. <설계된 망각>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향적으로 정보를 인지하고 받아들인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낙관주의로 흐르는데 기억 또한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것을 거부하려는 뇌의 구조가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 낸다.

 

<설계된 망각>이나 <의도적 눈감기>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선택 취사한 나머지 경고신호를 보지 못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정말 중요한 것에는 눈감아 버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은 취사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크게 보고, 넓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신의 뇌가 어떻게 정보를 인식하고 저장하는가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영화 <한 공주>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받은 천우희와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의도적 눈감기'도 아니고, '잊혀질 권리'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바로 서야할 기억의 의무이자 존재 그 자체이다.

 

제프리 올릭의 <국가와 기억>, <기억의 지도>를 추천한다. 이 외에는 국가와 집단 기억에 대한 책은 많다. 우리나라가 새로워지려면 반드시 그릇된 기억을 걸려내고, 바른 기억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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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16-05-13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해자들은 읽고 낄낄거리며 웃을꺼 같은데..